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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자(失敗者)의 신성(神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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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신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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失敗者[실패자]의 神聖[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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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잘 오르는 놈은 나무에서 떨어져 죽고, 물 헤엄을 잘 치는 놈은 물에 빠져 죽는다 하니, 무슨 소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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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을 비비고 방 안에 앉았으면 아무리 실패가 없을지나, 다만 그리하면 인류 사회가 적막한 총묘(塚墓)와 같으리니, 나무에서 떨어져 죽을지언정, 물에 빠져 죽을지언정 앉은뱅이의 죽음을 안할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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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자를 웃고 성공자를 노래함도 또한 우부(愚夫)의 벽견(僻見)이라. 성공자는 앉은뱅이같이 방 안에서 늙는 자는 아니나, 그러나 약은 사람이 되어 쉽고 만만한 일에 착수하므로 성공하거늘, 이를 위인(偉人)이라 칭하여 화공(畫工)이 그 얼굴을 그리며, 시인(詩人)이 그 자취를 꿈꾸며, 역사가(歷史家)가 그 언행(言行)을 적으니, 어찌 가소(可笑)한 일이 아니냐. 지어 불에 들면 불과 싸우며, 물에 들면 물과 싸우며, 쌍수로 범을 잡고 적신(赤身)으로 탄알과 겨루는 인물들은 그 10의 9가 거의 실패자가 되고 마나니, 왜 그러냐 하면, 그 담(膽)의 웅(雄)과 힘의 대(大)와 관찰의 명쾌와 의기(意氣)의 성장(盛壯)이 남보다 백배 우승하므로, 남의 생의(生意)도 못하는 일을 하다가 실패자 되니, 그러므로 실패자와 성공자를 비하면 실패자는 백보나 되는 큰물을 건너뛰던 자요, 성공자는 일보의 물을 건너뛰던 자이거늘, 이제 성공자를 노래하고 실패자는 웃으니, 인세(人世)의 전도(顚倒)가 또한 심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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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실패자를 비웃음은 동서양의 도도한 사필(史筆)들이 거의 그러하지만 수백년래의 조선이 더욱 심하였으며, 조선 수백년래에 이 따위 벽견(僻見)을 가진 이가 적지 않으나, 김부식(金富軾) 같은 자가 또한 없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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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식의 『삼국사기』는 일부 노예성의 산출물이다. 그 인물관이 더욱 창피하여 영웅인 애국자 ─ 곧 동서 만고에도 그 비류(比類)가 많지 않을 부여복신(扶餘福信)을 전기(傳記)에 빼고, 백제사 말엽에 1, 2구만 부록함이 벌써 그에 대한 모멸인데, 게다가 또 사실을 무(誣)하여 면목을 오손(汚損)하였으며, 연개소문(淵蓋蘇文)이 비록 야심가이나 정치사상의 가치로는 또한 천재(千載) 희유(稀有)의 기물(奇物)이거늘, 다만 그 2세 만에 멸망하였으므로 오직 『신·구당서』를 초록하여 연개소문(淵蓋蘇文)이라 칭할 뿐이요, 본국의 전설과 기록으로 쓴 것은 한 자를 볼 수 없을뿐더러 또 그를 흉완(凶頑)하다 지척(指斥)하였으며, 궁예(弓裔)와 견훤(甄萱)이 비록 중도에 패망하였으나 또한 신라의 혼군(昏君)을 거스르고, 의기(義旗)를 들어 수십년을 일방(一方)에 패(霸하였거늘, 이제 초망(草莽)의 소추(小醜)라 매욕(罵辱)하였으며, 정치계의 인물뿐 아니라 학술에나 문예에도 곧 이러한 논법으로 인물을 취사하여, 독립적 창조적 설원(薛原)·영랑(永郞)·원효(元曉) 등은 일필로 도말(塗抹)하고, 오직 지나사상의 노예인 최치원(崔致遠)을 코가 깨어지도록, 이마가 터지도록, 손이 발이 되도록 절하며, 기리며, 뛰며, 노래하면서 기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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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김부식이 자기의 옹유(擁有)한 정치상 세력으로 자기의 의견과 다른 사람은 죽이며, 자기의 지은 삼국사기와 다른 의론(議論)을 쓴 서적은 불에 넣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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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후생의 조선 사람은 귀로 듣는 바와 눈으로 보는 바가 김부식의 것밖에 없으므로, 모두 김부식의 제자가 되고 말았으며, 모두 김부식과 같은 논법에 같은 인물관을 가졌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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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다투며, 사람과 싸워 자기의 성격을 발휘하여, 진취 · 분투 · 강의(剛毅)·불굴(不屈) 등의 문자로써 인간에 교훈을 끼침이거늘, 우리 조선은 그만 김부식의 인물관이 후인에게 전염하여 고금의 실패자는 모두 배척하고 성공자를 숭배하게 되니, 성공자는 아까 말한 바 매양 약은 사람이다. 이제 창졸히 ‘약’ 의 정의는 낼 수 없으나, 세상에서 매양 ‘약은 사람’ 의 별명을 ‘쥐새끼’ 라 하니, 약은 사람의 성질은 이에서 얼마큼 추상(推想)할 수 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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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엄청나는 큰 일을 생의(生意)치 않으며, ② 남의 눈치를 잘 보며, ③ 죽을 고를 잘 피하며, ④ 제 입벌이를 자작(自作)만 하여 그 기민(機敏)함이 쥐와 같은 고로 쥐새끼라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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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수백년래의 인물에 어찌 범이나 곰이나 사자 같은 사람들이 없었으리요마는 대개 쥐새끼들의 저주와 휼계(譎計)에 병축(屛逐)되거나 참살되고, 일군(一群)의 쥐새끼들이 사회의 위권(威權)을 장악하여 학술은 독창을 금하고 정(程)·주(朱) 등 고인의 종 됨을 사랑하며, 정치는 독립을 꺼리고 일보일보 물러가 쇠망의 구렁에 빠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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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이같이 싫어하였는데, 어찌 실패보다 참악(慘惡)한 쇠망에 빠짐은 무슨 연고이냐. 이는 나의 전언에 벌써 그 이유의 설명이 명백하니라.
【원문】실패자(失敗者)의 신성(神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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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2월 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