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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國家)를 멸망(滅亡)케 하는 학부(學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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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 3. 16
신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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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家[국가]를 滅亡[멸망]케 하는 學部[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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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일에 소위 학부 교과서 검정의 방법이 각 신문에 떠들썩하며 여항(閭巷)에 전파되자 일반 한국인 동포가 이를 놀랍게 여기고 이를 몹시 꾸짖어 미친 듯 취한 듯 온갖 의론이 시끄럽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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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자가 말하되, 아아, 여러분이 오늘날 학부를 오히려 한국을 이익되게 하는 학부로 알고 있는가. 을사년(1905) 후의 학부, 정미년(1907) 후의 학부가 한국을 멸망케 하는 학부인 줄을 알지 못하였던가. 여러분이 저 학부가 한국을 이롭게 하는 학부로 알고 있다면 모르거니와 저 학부가 한국을 멸망케 하는 학부인 줄로 알고 있을진대, 소위 교과서 검정(檢定)의 저와 같음을 또 어찌 괴이하다 하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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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들도 이왕에 저 학부가 속으로는 한국을 멸망케 하는 학부라도 겉으로는 한국을 이롭게 하는 학부로 자처할 줄 오히려 바랬더니 이번 교과서 검정 방법을 보니 외면까지 그 본색이 전부 노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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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방법의 진면(眞面)을 대략 열거하여 저 학부가 분명히 한국을 멸망케 하는 학부인 줄을 만천하에 공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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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은 검정의 방법을 정치적·사회적·교육적 제3부에 나누었는데, 정치적 방면에는 편협한 우국심(憂國心)을 고취함이 불가하다 하고, 사회적 방면에는 현재 한국인의 사상을 바뀌게 함이 불가하다 하고, 교육적 방면에는 국가 의무 등을 논술함이 불가하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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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편협한 우국심이 불가하면 광대한 우국심은 괜찮은가. 우국심을 고취함이 불가하면 망국심(亡國心)을 고취함은 괜찮은가. 아아, 저들이 한국을 멸망케 하는 학부이니 어찌 한국의 망하지 않음을 바리리요. 저들이 이미 한국의 망하지 않음을 불허(不許)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인의 우국심을 불허하며 저들이 이미 한국인의 우국심을 불허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과서에 우국심 고취함을 불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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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현재 한국인의 사상을 변화시킴이 옳지 않다 하니, 그런즉 현재 한국인의 부패하고 지리멸렬한 사상만 배양하여 일보라도 전진치 못하게 함이 옳은가. 아아, 저들이 이미 한국을 멸망케 하는 학부이니 어찌 한국인의 사상 계발(啓發)을 희망하리요. 다만 개돼지나 노예적인 사상으로 외국인이나 복종하여 섬기며 멸망이나 스스로 재촉하다가 아득한 악마의 굴 속에 차차 빠져들어야만 마음에 비로소 유쾌하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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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가 의무 등을 논술함이 옳지 않다 하였으니, 국가 사상을 알지 못하게 할진대 교육하여 무엇에 쓰며, 국민 의무를 알지 못하게 할진대 교육하여 무엇에 쓰리요 국가 . 사상과 국민 의무를 논술함이 옳지 않으면 나라나 인민이 없는 유목시대적 상태나 논술함이 옳은가. 또한 저들이 한국인은 나라 없는 사람이라 국가와 의무를 앎이 불필요하다 하는 것인가. 아아, 저들이 이미 한국을 멸망케 하는 학부이니 어찌 한국인으로 하여금 국가 사상과 국민 의무를 알게 하리요. 다만 외국의 속민(屬民)이나 되며 외국인의 노예나 되게 함이 그 목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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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또 말하기를, 근일 적용하는 교과서 가운데 정치적 의미를 포함한 몇가지 서적이 있는데, 이들 위험한 서적은 터럭끝만큼이라도 빌리거나 살 필요가 없다 하였는데, 이제 그 종류를 열거하여 그 참뜻을 말할진대, 제1종은 한국의 현재 상태를 통론(痛論)한 것이다 하였으니, 아아, 한국의 현재 상태를 통론함이 옳지 않으면 현재 상태를 노래하고 춤추며 송축(頌祝)함이 옳은가. 아아, 저들은 한국을 멸망케 하는 학부인지라 마침내 한국 현재 상태를 크게 노래하고 크게 춤추며 크게 송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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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종은 과격한 문자로 자주독립을 설파하여 국가의 현상을 파괴하려는 정신을 고취하는 것이라 하였으니, 아아, 저들이 아무리 한국을 멸망케 하는 학부인들 저도 또한 사람이라 조금치라도 인류적 심성(心性)이 있으면 어찌 이런 말들을 차마 내뱉는가. 저들이 혹시 한국인이 자주독립할까 혹시 한국의 현상이 파괴될까 우려하고 두려워하며 어떻게 하면 한국이 망할까 노심초사하다가 이 요사스런 계책을 생각해내어 마술(魔術)을 희롱하는 것이다. 아아, 저들이 아무리 한국을 이롭게 하는 학부는 아니지만 한국의 망함이 저들에게 무슨 즐거움이 있으며, 한민족의 멸망이 저들에게 무슨 즐거움이 있기에 그 근심하고 두려워하고 노심초사함이 저와 같이 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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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종 제4종은 본국 정형을 풍자한 것이라 하였으니, 아아, 오늘날 한국정형을 풍자함이 옳지 않으면 찬미함이 옳으며 과장함이 옳으며 축하함이 옳은가. 아아, 저 학부는 한국의 멸망을 최촉하는 것이다. 저는 세계 만방에 대하여 한국의 멸망을 찬미·과장·축하하고자 하니 풍자를 어찌 옳지 않다 말하지 아니하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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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종은 국가론·의무론을 내세워 분개한 언사를 쓰는 것이라 하였는데, 이는 이미 논하였기로 거듭 말하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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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종은 편협한 애국심을 말한 것이라 하였으니, 아아, 한국만 사랑하면 편협한 애국심인가. 그런즉 세계 만방을 사랑함이 옳은가. 또한 동양 각국을 사랑함이 옳은가. 애국심이 옳지 않다면 구국심(仇國心) · 오국심(惡國心) · 멸국심(滅國心)이 옳은가. 아아, 저들이 한국을 원수로 보아 털끝만큼이라도 생명이 있을까 밤낮으로 근심걱정하여 편히 잠들지 못하고 음식을 달게 먹지 못하니 한국인의 애국심을 어찌 말살치 아니하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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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종은 일본 및 기타 외국에 관계가 있는 역사 사실 가운데 장렬(壯烈)한 인물의 사적을 과장하여 모름지기 일본과 기타 외국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는 것이라 하였으니, 아아, 역사 가운데 장렬한 인물의 사적을 과장함이 옳지 않으면 역사 가운데 비열·요괴·흉악한 인물의 사적을 과장함이 옳은가. 적개심을 고취함이 옳지 않다면 노예심을 고취함이 옳은가. 그런즉 저 설인귀(薛仁貴)·진회(秦檜)·가사도(賈似道) 등 매국노·망국적의 사적을 과장하여 학생으로 하여금 저들을 본받으며 저들을 숭배하여 점차 서로 이끌어 저들이 되게 한 뒤에야 옳으며, 외국에 아부하는 마음이나 나라를 팔아먹는 마음을 양성하여 자연히 멸망케 한 뒤에야 옳다고 할 것인가. 아아, 저들이 한국인으로 하여금 망국민 되기를 오직 바라나니 어찌 워싱턴 · 마찌니 · 꼬슈뜨(葛蘇士) 등 장렬한 인물의 사적을 얻어듣게 하며, 저들이 한국인으로 하여금 어육(魚肉) 되기를 오로지 힘쓰니, 어찌 적개심을 발생케 하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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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종은 본국의 고유한 언어·풍속·습관을 유지하고 외국을 모방함이 옳지 않다고 말한 것이라 하였으니, 아아, 외국의 장점을 취하여 본국의 단점을 보완하며, 외국의 해로움을 경계하여 본국의 이로움을 삼음은 문명 진보의 유일한 길이니 어찌 외국을 모두 모방하리요. 하물며 언어는 국가의 표준이요 민족의 정본(情本)이니 어찌 외국 언어를 써서 저 미주(美洲) 흑인 노예와 같이 자국어는 모두 잊어버리고 타국어만 쓰리요. 아아, 저들은 한국인을 몰아내다가 외국인의 나나니벌이 되게 하고자 하니, 본국의 언어 ·풍속 · 습관 등을 모두 버리고 외국을 모방케 하려 함이 또한 괴이하다 여길 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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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종은 비분강개한 문자로 최근의 역사를 서술한 것이라 하였으니, 아아, 한국 근세사는 참담 비분한 역사라 말할 수 있으니, 털끝만큼이라도 혈성(血性)이 있는 자이면 눈물 흘려 통곡치 아니한 자가 없거늘, 저들은 이를 금지하니 저들은 과연 어떤 인물들인가. 또는 혹시 저들이 한국 근세사를 낙관적으로 보아서 그러함인가. 비분한 문자를 씀이 옳지 않다면 유쾌한 문자를 씀이 옳은가. 아아, 저들은 한국의 멸망이 소원이거늘 어찌 그 멸망을 비분케 여기는 문자로 인심을 분발하여 일으키게 하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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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이 또 말하기를, 이상 여러 가지 서적이 대개 편협한 애국심을 불러 일으켜 자제들을 그르치게 하는 것이라 하였으니, 아아, 이는 천하 만고에 처음 있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애국심을 불러일으켜 자제들을 그르치면 무엇을 불러일으켜야 자제들을 이롭게 하는가. 저들은 헛소리를 하는 것이요 마귀요 개돼지나 다름없으니 내가 저들에 대하여 무엇을 책하리요. 나는 차라리 말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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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허다 마설(魔說)이 장황하나 다만 그 지리함을 피하여 붓을 멈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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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한국인 동포여, 여러분은 놀라지도 말며 또한 몹시 꾸짖지도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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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이 한국을 멸망케 하는 학부니, 이것이 또 어찌 괴이하리요. 오로지 바라건대 여러분은 머리속이나 마음속에 ‘한국은 불멸망’이라는 여섯 자를 깊이 새기어 아버지는 이를 아들에게 전하며, 형은 이를 아우에게 전하여 영구히 잊지 않으면 저 학부가 아무리 한국을 멸망케 하고자 하나 ‘한국은 불멸망’ 하며, 아무리 한국을 멸망케 하는 교과서가 난만하나 한국은 불멸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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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韓每日申報[대한매일신보] 1909. 3. 16〉
【원문】국가(國家)를 멸망(滅亡)케 하는 학부(學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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