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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합화단 ◈
해설   본문  
1934.4
백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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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화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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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閑寂)한 농촌(農村) 전후좌우(前後左右)가 모두 ○○황야(黃野)이다. 인가(人家)가 먼 ○○황야(黃野)의 외딴 집 이 집 현관우편(玄關雨便)에다 원형(圓形)으로 만든 두 개의 화단(花壇)이 화단(花壇)에다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꽃 백백합(白百合)을 심는 것은 봄이 오면 나에게 가장 즐거운 일의 하나가 되게 한다. 많고도 많은 꽃들 중(中)에서 구태여 자미(姿媚) 없이 생긴 꽃 백합이리요마는 별 기교(技巧)도 별 묘미(妙味)도 없게 생긴 그 고아(高雅)한 자태(姿態)가 나는 말할 수 없이 좋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꽃이라면 백합(百合)이요, 백합(百合) 이외(以外)의 꽃은 모두 무시(無視)하는 나이다.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그윽하고 깊은 아름다움이야‘로단’이 아닌 나로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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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꽃의 순수(純粹)를 어떻게 묘사(描寫)하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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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예술가적 명언(藝術家的 名言)을 하게 하는 것이다. 백합화(百合花)에 대(對)한 나의 욕심(慾心)을 말한다면 맑은 계곡(溪谷) 물이 흐르는 심산유곡(深山幽谷)에 일○옥(一○屋)을 짓고 왼산(山)골에 백백합(白百合)을 심어 고아(高雅)하고 청초(淸楚)한 그 자태(姿態)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뿜어보내는 그윽한 그 향(香)내가 온 몸뚱이에 배여 넘치도록 만끽(滿喫)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이 욕심(慾心)은 봄날 따뜻한 볕에 나른하여진 나의 턱없는 현상에 불과(不過)한 것이다. 원(願)하건데 단 한 포기 백합(百合)이나마 평생(平生) 끊임없이 길러보고 싶을 뿐이다. 어느 때부터 이렇게도 백합(百合)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나로서도 기억하지 못할 일이고 어린 그때부터이다. 보통학교(普通學校)에 다닐 때 자유선제(自由選題)로 그림을 그리라든지 ○○을 하라면 반드시 백합(百合)을 그리는 것이었다. 이것도 한 번 두 번이 아니었으므로 선생(先生)은 몇 번이나 주의(注意)시켜 주었던 것이 생각난다. 커서도 늘 변함없이 백합화(白合花)를 좋아하여 그 어느 때 중국영화(中國映畵)에‘퍼스트 씬’에 무척 보기 좋은 백합(白合)이 나타나자, 시커먼 악마(惡魔)의 손이 내려와서 그 보기 좋은 백합(百合)을 움켜쥐고 마는 것을 본 ○에 나는 내 자신(自身)이 그 무서운 소름에 찢기운 것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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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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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치고 말았다. 곁에 사람들이 모두 돌아봄으로 무척 부끄러웠던 일도 생각난다. 내가 동경(東京)에 있을 때 은좌(銀座)로 물건을 사러 갔다가 자생당(資生堂) 꽃가게에서 아주 잘 핀 백합화분(白合花盆) 하나를 쇼윈도에 내어 놓은 것을 보았다가 그만 두 발바닥이 그 쇼윈도 앞에 딱 들러붙어 떨어지지가 않았다. 한 손을 포켓에 넣어 지갑 속을 샅샅이 헤아려 보았으나 화분(花盆) 옆에 써 놓은 정가삼원○(正價參圓○)을 맞추어 낼 수가 없었다. 배고픈 거지가 맛있는 음식(飮食)을 바라보듯 삼원(參圓)이란 돈이 들어 있지 않는 내 지갑을 빡빡켜서 버리고 싶었다. 그 이튿날 학교(學校)에서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멀리 은좌(銀座)를 들러 한번 더 그 꽃을 구경하려 하였으나 그 때는 벌써 그 아름다운 백합은 쇼윈도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패군지졸(悖君之卒)같이 몹시 쓸쓸하였다. 다행(多幸)히도 몇 년 전(前)부터 이 넓은 농촌(農村)에 살게 되자 내 마음은 끝없이 기뻤던 것이다. 뜰이 넓고 빈 땅이 많으니 내가 좋아하는 그 백합(百合)을 ○없이 많이 가꾸어 볼 수가 있게 됨이다. 지난해 봄에 주문(注文)하여 온 백합(百合)의 구근(球根)은 그리 많지 않았으므로 겨우 현관우편(玄關南便) 둥근 화단(花壇)에 ○서(○書)을 식히고 다른 빈 곳에는 코스모스만을 심었다. 코스모스를 심은 뜻은 백합(百合)이 필 때 다른 잡(雜)꽃이 같이 피는 것을 싫어한 것이다. 금년(今年)에는 코스모스 대신으로 국화(菊花)를 심으리라고 생각한다. 국화(菊花)가 아름다워서 심으려는 것이 아니라 좋은 모종을 돈 들이지 않고 얻을 수가 있으므로 빈 데에 심으려는 것이다. 빈터를 그대로 두면 볼 때마다 백합(百合)을 더 심고 싶어지는 까닭이니 백합을 더 심으려 해도 돈이 드는 까닭에 부득이 한 수단(手段)이다. 이뿐 아니라 잎을 보는 식물(植物)로서는 내가 좋아하는 식물(植物)이 많으나 화단(花壇)에 쓸 돈이라면 단 일전(一錢)이라도 백합(百合)을 위(爲)하여 쓰고 싶다. 작년(昨年) 가을에 백합구근(百合球根)을 파내어 따뜻한 지하실(地下室)에 들어가 본다. 행여나 얼어 죽지나 않을까 하여 그러나 염려한 탓인지 한 개도 상하지 않았었다. 어제는 날씨도 몹시 따뜻함으로 올해의 화단(花壇)을 만들 생각이 솟아났다. 아침을 마치고 괭이와 호미로 단단해진 화단(花壇)을 갈기 시작(始作)했다. 작년(昨年)에는 멋모르고 비료(肥料)를 너무 많이 넣었으므로 금년(今年)에는 유박(油粕)만을 넣기로 하여 등에 축축이 난 땀을 말릴 생각도 하지 않고 오정(午正)이 될 때까지 화단(花壇)을 전부(全部) ○리(○理)하였다. 잇따라 지하실(地下室)에서 구근(球根)을 파내어 한 개씩 검사한 후 땅을 파고 심으려 했다. 한 개 또 한 개 심어갈 때 내 코끝에다 고아(高雅)한 백합의 향(香)내가 무르녹아 퍼지고 이 구근(球根)에서 한 치 두 치 커 올라 그렇게 아름다운 나의 백합(百合)이 필 것을 생각하며 부드러운 바람이 이마의 땀을 식혀 주는 것도 모르고 잔등에서는 한결같이 촉촉하게 땀이 새어나왔다. 이번은 너무 드물게 심은 탓인지 화단(花壇)에 다 심고도 세 개가 남았다. 나는 이 세 개의 구근(球根)을 심을 곳을 찾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둘러보면 볼수록 심사가 났다. 저 빈 땅에 모두 백합(百合)을 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이윽고 여기 심을까 저기 심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무척 배가 고픈 것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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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고라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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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 개의 귀중(貴重)한 나의 백합(百合)의 구근(球根)을 ○야(○野)를 향(向)하여 팔매질 쳤다. ○야(○野)에는 보리(대맥(大麥)) 모종이 내 시선(視線)이 끝가는 곳까지 시원스러울 만치도 넓게 넓게 파릇파릇하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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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아! 저것이 모두 백합(百合) 강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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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괭이를 집어 이때까지 모든 정성(精誠)을 다하여 심은 화단(花壇)을 힘껏 내려 파 재쳤다. “저 애가 미쳤나? 왜 또 파 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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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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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심어 무엇 해 ─ 요까짓 조그만데다가 이제는 죄다 보리를 심을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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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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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답(對答)도 하지 않고 집 안으로 튀어 들어왔다. 넓은 보리밭들에 비(比)하여 너무나 적은 나의 화단(花壇)이었다. 그 조그마한 화단(花壇)을 위(爲)하여 반일(半日)을 넘어 꼬물꼬물한 환상(幻想)에 잠겨져 있었던 것이 너무나 속세적(俗世的)이었음이 가소(可笑)로웠던 것이다. (구오혈(九五頁)의 속(續)) 옛날에는 이날에 그 명칭(名稱)과 같이 종일(終日) 불을 피우지 않고 한식(寒食)하는 때도 있었으나 최근(最近)에 있어서는 이것이 전발(全發) 되다시피 되었습니다. 그 기원(起源)은 전(傳)하는 바에 의(依)하면 옛날 진(晉) 나라의 충신(忠臣) 개지추(介之推)(세상(世上)에서는 개자추(介子推)라고 흔히 말하지만 형○세시기(荊○歲時記)에는 개지추(介之推)라고 기재(記載)되어 있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간신(奸臣) 때문에 밀려나 금산(錦山)이라는 곳에 가 숨어 있었다. 진문공(晉文公)이 이를 듣고 각오(覺悟)한 바 있어서 지추(之推)의 고충(孤忠)을 애석(哀惜)히 여겨 산(山) 속을 뒤졌으나 그의 소재(所在)가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드디어 산(山)에다가 불을 질러 그가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끝끝내 자기(自己)의 청백(淸白)을 드러내기 위(爲)하여 나무를 부둥켜 안은 채 ○사(○死)했으므로 그때 사람들이 그의 충직(忠直)에 감동(感動)하여 한식(寒食)하기를 시작(始作)한 것이 유속(遺俗)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류향별록(劉向別錄)에는‘한식○축(寒食○蹴) 황제소작병세야(黃帝所作兵勢也)’라고 한 것을 보아 한식(寒食)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중국삼대이전시대(中國三代以前時代)부터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기원(起源)은 어쨋든 이 날에 모 성○개사초등(省○改莎草等) 여러 가지를 행(行)하며 시골 농가(農家)에서는 이날에 수묘급○(樹苗及○)의 종자(種子)를 뿌리는 것인데 이 한식(寒食)날 전(前)에 뇌오(雷嗚)가 있으면 오살(五殺)이 풍등(豐登)치를 못하고 나라에 불상사(不祥事)가 있다고 합니다.(차회(次回)는 삼월행사(三月行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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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애(白信愛)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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