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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백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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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소전自敍小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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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꼭 삼십 년 전 경북 영천읍에서 우리 부모님이 맑은 오월의창공이 저문 어느 날 밤 비둘기 한 쌍을 꿈꾸시고 나를 낳았다 합니다. 내가 나던 날부터 재수財數가 좋으셨다고 하며 부모님은 무척 나를 사랑하셨어요. 그러나 나는 나면서부터 병약하고 못난이어서, 늘 앓는 중에 자랐다 나요. 그러니까 꼬치꼬치 말라서 얼굴이 새카맣고 커다란 두 눈만 붙어 있어 별명하되 ‘눈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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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까지 젖을 먹었는데, 할머니가 젖에 쓴 약을 바르면 안 먹느니, 라고 히는 말을 곁에서 내가 먼저 알아듣고, 젖 먹고 싶을 때 대접에 물을 떠다가 젖꼭지를 씻은 후 빨아먹었지요. 그러니까 또 별명은 ‘꾀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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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까지 성냥을 그을 줄 몰라, 남이 확 불을 켜면 놀라 울고 우물은 근처만 가도 들여다보기 무섭다고 울고 하였으니, 그런 못난이가 어디 있겠어요. 그러니 또 별명이 ‘겁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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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부터 글 배우기 시작하여, 학교 구경은 못하고 열다섯까지 한문과여학교 강의록을 독선생에게서 배웠으니, 남들은 소, 중, 대학을 졸업하는 데 홀로 나는 글방에서 케케묵은 한문책인『소학』『중용』『대학』을 책거리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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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읽고 버린 탐정소설 부스러기에 정신이 빠졌고, 고대 소설은 이름 있는 것이면 모조리 다 남김 없었어요. 열여섯 살에 여학교 지원을 했다가 아버지께 꾸중 듣고 대구사범에 들어가 일 년간 강습을 하여 삼종 훈도가 되었으니 기막힐 일이지요. 일 년 팔개월간의 교원 생활 중에서 밤낮 여자 대학생이 되어보고 싶어 갖은 애를 다 쓰는 중에 오빠에게 감화되어 서울로 뺑소니쳐 올라간 후 ‘여성동우회’, ‘여자청년동맹’ 등에서 노란 기염을 막 토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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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내 마음은 항상 문학에 가 있어 오빠 몰래 문학서적을 읽는다고 애를 많이 썼답니다. 장래에 문학가가 되어보리라는 야심도 없이 그저 읽기만 좋아했답니다. 그렁저렁 이십 세가 척 되니 무엇이든 쓰고 싶고 발표도 하고 싶어, 현상광고를 보고 하룻밤 사이에 휘갈겨 응모해 보았더니, 그것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나의 어머니」라는 단편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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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시작함에 누구의 지도도, 북돋우어줌도, 동기가 될 그런 무엇도 가져보지 못했답니다. 그저 내 스스로 타고난 열정 그것만 가지고, 주위의 말 못할 억압과 혼자 분투해 왔다고나 할까요. 내 문학의 길은 돌아보면 고초롭고 쓸쓸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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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단편걸작선』, 1937년
【원문】자서소전(自敍小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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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애(白信愛) [저자]
 
  1937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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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1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