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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착(撞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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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나도향
1
당 착(撞 着)
 
 
2
밤 두 시가 40분이나 넘은 어떠한 몹시 추운 겨울날이었다.
 
3
황금정(黃金町) 네거리에서 종로를 향하여 페이브먼트 위를 천천히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4
한 사람은 키도 크고 체격도 든든하게 생겼으나 점액질로 생겨 보이고 한 사람은 키도 작고 그렇게 건장해 보이지 않으나 다혈질로 생겨 보인다.
 
5
바람이 불어서 뺨을 에이는 듯하고 눈이 쏟아지려는지 하늘은 별 하나 없이 캄캄하다.
 
6
『에 추워! 매우 춘 걸!』
 
7
하는 사람은 그 작은 젊은 사람이다.
 
8
『글쎄 매우 추우이』
 
9
하고 목도리를 바싹 두르는 사람은 그 강대한 청년이다.
 
10
『오늘 같은 날 강시(疆屍) 나겠네.』
 
11
『그래 구차한 사람은 어렵겠는 걸.』
 
12
『나는 발이 시려 죽겠네. 코가 떨어지는 것 같은 걸.』
 
13
『그래!』
 
14
『어디 가서 몸을 좀 녹이고 집으로 들어가세그려.』
 
15
『늦어서 갈 데가 있어야지.』
 
16
『우리 종각 뒤에 가서 한 잔 먹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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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세그려.』
 
18
두 젊은 사람은 술 먹기로 일치하였다.
 
19
『술 먹으면 먹을 때는 좋지만 먹고 나면 여러가지로 해야.』
 
20
『미친 소리 말게! 그것을 생각하면 먹지 않는 게 낫지!』
 
21
『그러나 여보게 자네 작년 겨울 생각하나?』
 
22
『허허 생각하지. 그때는 우리도 퍽 했었지만 여보게 글쎄 기차 궤도에 가 드러누으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만일 전철수가 아니었다면 경원선 기차에 꼭 치어죽을 뻔했지? 나는 그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지네.』
 
23
『그래 참 아슬아슬해.』
 
24
이렇게 이야기하며 종각 앞에까지 와서 막 종각 뒷골로 들어서려 할 때 무엇인지 씩씩하며 길바닥에 자빠진 것이 있다. 그 다혈질의 젊은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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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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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멈칫 서니까 그 점액질의 젊은 사람은,
 
27
『무엇이 무엇이야! 아마 주정꾼인가 보이! 어디서 저렇게 먹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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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서는 태연히 가려 한다.
 
29
다혈질의 젊은이는 허리를 구부리고 그 사람을 들여다보며,
 
30
『여보! 정신차류!』
 
31
하고 손으로 꾹꾹 찔렀다. 그러나 그 사람은 술내만 휙휙 끼치며 아무 대답없이 코만 곤다.
 
32
『일어나요! 이 밤중에 이게 무슨 짓이요!』
 
33
이번에는 허리를 끼어 일으켰다. 그리고 속 마음으로 이 사람을 어떻든지 깨어서 보내야지 그렇지 않으면 꼭 얼어죽을 터이다. 그리고 그대로 내버리고 지내는 것은 인도(人道)가 아니라는 마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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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댁이 어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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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주정꾼은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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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새문안 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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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알 수 없게 중얼댄다.
 
38
『정신을 차려요.』
 
39
『응 응, 물 가져 오너라.』
 
40
『여기가 어딘 줄 알으시오? 댁이 어디요?』
 
41
『우리집야!』
 
42
그 젊은이는 그 사람을 일으켜 안았다. 그리고 인력거를 부르려 했으나 밤이 너무 늦음으로 인력거도 볼 수 없거니와 주머니에 돈도 별로 없었다. 점액질의 그 큰 젊은 사람은 옆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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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여보! 집이 어디요?』
 
44
하여 보다가 대답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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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게, 그대로 두고 가세!』
 
46
하며 입맛을 다신다. 다혈질의 젊은 사람은 그 친구를 흘겨보며,
 
47
『이 사람아, 어떻게 그대로 가나. 우리 저 파출소까지만 갖다 두고 가세.
 
48
이 추운 때 까딱하다가는 얼어 죽겠네.』
 
49
두 사람은 그 주정꾼을 부축하여 가지고 파출소를 향하였다. 술 취한 사람은 두 사람의 팔에 매달려 힘없이 휘들댄다.
 
50
가까스로 파출소에 왔다. 순사 하나가 추운 듯이 화롯불에 손을 굽고 앉아 있다가 이 꼴을 보더니 싸움이나 한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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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우? 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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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쳐다본다.
 
53
『그런 게 아니라요, 길을 가려니까 이 사람이 길바닥에 누웠기에 데리고 온 것입니다.』
 
54
순사는 눈을 똑바로 뜨고 술 취한 사람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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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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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보기좋게 따귀를 한 번 때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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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취하지도 않았으면서 취한 체하고?』 소리를 질렀다. 다혈질인 그 젊은이의 마음은 홱 풀리면서 아무 소리 없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주정꾼을 붙잡고 내가 당신을 구하려다 도리어 모욕을 당하게 한 것을 용서하여 주시오 하고 싶었다. 그리고 웬일인지 무슨 의미를 알 수 없는 비애가 그의 가슴을 슬프게 하며 그 순사를 바라보았다. 그 순사는 밤새도록 자지 못하여 권태의 귀찮은 기분이 그의 얼굴에 역력히 나타나 보였다.
 
58
주정꾼은 순사의 때리는 따귀 한 대에 겨우 정신을 차렸는지 모자를 벗고,
 
59
『에 에』
 
60
하면서 허리를 구부리고서 사면을 둘러보았다. 그리고서는 아무 말도 없이 저쪽 서대문 쪽으로 비틀거리고 걸어간다. 그 두 젊은 사람은 암혹 속에 사라지는 그의 그림자를 망연히 바라보고 서 있다가,
 
61
『에 세상이란 이렇게 당착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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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63
『술이나 먹으러 가세』
 
64
하고 돌아서 갔다.
【원문】당착(撞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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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