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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그마한 기업가(企業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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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12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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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企業家[기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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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地主[지주]의 집에서(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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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명년에는 자네 논이나 몇 말지기 부치게 해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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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그새도 농사를 많이 짓지 아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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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남의 논 서른 말지기를 지어왔지만 비싼 도조를 치루고 남는 게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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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버들골에 있는 열닷 말지기를 명년부터 부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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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구(舊) 작인(小作人)이 말썽을 아니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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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내 논 가지고 내 마음대로 작인을 옮기는데 누가 말썽이야? 그새도 그러기는 했지만 앞으로는 일체 농군(農業勞動者)에게는 논을 아니 줄 테야…… 도조를 잘러먹고 간도로 달어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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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하기야 농군이 별로 논을 부치어보지도 못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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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그게 옳은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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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도조는 얼마씩이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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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평년작에 양석(150평 1두락에 2석)은 먹는 상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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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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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그새까지는 열일곱 섬을 받어왔지만 열석 섬만 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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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농채(農業資金)도 좀 대어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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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금융조합에 보증이나 서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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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농업자본금(금융조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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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농사밑천에 쓸 것입니다. 백 원만 주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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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신용이요? 담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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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신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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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누구가 보증을 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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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지주나 ✕지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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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좋습니다. 자, 백 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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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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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지(섣달 그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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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군    댁에서 명년부터 버들골 열닷 말지기를 부치신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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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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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군    제가 고지를 쓰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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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자네 한 사람에게 열닷 말지기를 다 줄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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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군    박서방하고 최서방하고 얼러 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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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그렇다면 주지…… 모 심으고 초벌 두벌 세벌 매이고 소매거지 베이기 등짐(運搬)까지 일곱 벌에 일 원 칠십오 전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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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군    점심하고 술하고 담배는 댁에서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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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담배는 빼이고…… 일 원 칠십오 전씩 열닷 말지기니까 이십육 원 이십오 전. 가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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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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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하로 일에 품(勞動―勞動者)이 다섯씩은 나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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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군    셋이면 넉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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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안돼 다섯씩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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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논에서 (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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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작인   이 논을 누구가 갈으래서 갈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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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이꾼   저 논두덕에 섰는 양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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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작인   왜 이 논을 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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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지주한테 부치기로 얻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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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작인   이 논은 그새 내가 부쳐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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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농사를 짓는데야 밑천이 없어 거름도 못하고 도조도 못 물면서 논을 부쳐서는 무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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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작인   그래도 금년까지는 내가 이 논을 부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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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생일꾼(勞動者)이면 생일(勞動)이나 해먹지 논을 부친다는 게 건방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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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작인   그래도 이 논은 내가 부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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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내가 지주한테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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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작인   안됩니다. 이 논을 못 부치면 우리 식구는 굶어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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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나는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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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작인   이 논을 갈지 마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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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이놈아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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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작인   왜 때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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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이놈아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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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작인   오냐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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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논에서(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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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사    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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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이놈이 남이 일하는 것을 방해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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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사    왜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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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작인   저 사람이 남이 부치는 논을 갈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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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나는 작년 가을에 ✕지주와 계약을 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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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사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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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작인   나는 발써 삼 대째 이 논을 부쳐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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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사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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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작인   작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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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사    일이 없다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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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지주의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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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작인   어째서 그 논을 옮기섰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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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나는 몰랐고 사음한테 옮겼다는 말만 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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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작인   사음은 나리가 옮기섰다고 하든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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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누가 옮겼거나 그러니 어쩌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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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작인   나는 어쩌라고 옮기섰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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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낸들 어쩔 것을 아나! 생일꾼이니 품팔이를 해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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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작인   품팔이만으로는 못 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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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못 살어가는 것을 내가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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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작인   다시 생각해 주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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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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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작인   그 논을 나리님 할아버지 때에 우리 할아버지가 얻어서 지금 삼대채 부치는 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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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그러니 어떻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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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작인   다시 생각해 주십시요.
81
지주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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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작인   그러면 다른 논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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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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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작인   그러면 나는 어쩌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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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내가 알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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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작인   죽어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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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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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작인   두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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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모 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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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사람이 웨 셋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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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군    사람이 원체 귀해서 얻을 수가 없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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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농군   그놈의 공장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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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군    감작히 비가 와서 품 하나에 일 원이라도 살 수가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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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그거야 내가 아나! 자네들이 고지를 먹은 것이니까 일원 아니라 십 원을 주고 사서라도 일은 해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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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군    오늘 못다 심으면 내일까지 심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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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지금 늦비에 심으는 모가 하로면 어덴데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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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군    늦게까지 부즈런히 심다가 못 심으면 내일 심는다는 말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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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안돼! 오늘로 다 심어노아야지…… 그렇다고 모를 드물게 심으면 다 뽑아바리고 다시 심으게 할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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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군    네 염려 맙시요. 그 대신 술이나 많이 내보내 주십시요. 미리 쓰는 맛으로 이십오 전씩 얻어 쓰고 지금 일 원 하는 시절에 이 일을 하기는 억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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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술은 막걸리 세 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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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김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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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겨우 너히서 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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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군    넷이라도 매고 나면 해가 남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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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무슨 소리야! 다섯이 매어도 빠듯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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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군    아니올시다. 이제 세벌김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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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어쨌거나 일쯕 매고 가면 오늘 다른 데 가서 일을 하겠나! 늦더래도 힘들여서 잘 매어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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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군    네. 그 대신 술이나 많이 내보내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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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술은 네 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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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벼벨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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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애들 쓰네. 막걸리나 한 사발씩 먹고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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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군    손수 가지고 나오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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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농사짓는 사람이 그런 것 저런 것을 가릴 수가 있나! 다른 농군 올에 농사는 도장원하섰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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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농군  못 나도 마흔 섬은 넉넉하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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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군    도조가 열석 섬이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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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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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농군   횡재하섰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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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빚을 얻어서 농사 밑천 들인 것은 생각하지 않고? 또 다른 농군 아직도 농사짓는 것밖엔 숱된 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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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추수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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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해    오늘 버들골 열닷 말지기 멫섬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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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서른엿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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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해    마흔 섬이나 채어 나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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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도조 열석 섬을 제하면 스물석 섬이 남고 그놈 짓는데 도통 들은 것을 따지면 거름값까지 합해서 팔십 원…… 요지음 벼 한 섬에 칠 원 각수가 잽히니까 열두 섬…… 줄잡고 벼로 열 섬은 공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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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해    또 볏짚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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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그놈으로는 영을 해서 집을 이고 겨울에 불도 때이고 남으면 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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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해    다른 데 세 자리 논에서는 얼마씩이나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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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  세 군데 합하면 도통 수무 섬은 온곳 떨어지겠지…… 올에는 농사지은 보람이 있다…… 서른 섬!
【원문】조그마한 기업가(企業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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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0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