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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물자동차(貨物自動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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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11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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貨物自動車[화물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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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쌀이 많이 나기로 인천과 겨루는 K항구에 자본금 십이만 원의 주식회사로 된 S자동차부가 생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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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면서 맨처음으로 끔찍한 일을 시작하였으니 K정거장을 출발점으로 한 시내 이십 전 균일 택시의 경영이다. 영업 성적은 백이십%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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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라 K를 중심으로 부근 각지에 통하는 자동차 선로는 기득권은 매수나 경쟁으로 없는 곳은 새로운 선로 개척으로 거의 전부가 S자동차부의 수중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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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항으로부터 G정거장을 지나 R정거장을 매일 네 번씩 다니는 자동차 선로도 위에 말한 예의 하나로 S자동차부의 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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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S자동차부의 차들은 최하가 신포드요 오클랜드의 뷔크니 하여 보기에도 번치르하고 타면 본새가 나고 더구나 편하기까지 하고─이래서 미두장에 드나드는 멋쟁이가(아직도 K항구에서는 모뽀라는 말보다 멋쟁이라는 말이 더 인상적이다) 기생을 싣고 드라이브를 하거나 그저 잠깐 쓸 일로 택시 하나를 부르려고 S자동차부로 전화를 걸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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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슬에 다른 군소 자동차부는 보름달 가까이 별빛이 희미하여지듯이 어느 것은 망하고 어느 것은 S자동차부에 불리한 조건으로 합병을 당하고 또 어느 것은 자동차에 영업하던 세간을 떠싣고 더 궁벽한 곳으로 피난을 하고 필경 K항구는 S자동차부의 독무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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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자동차부의 영업은 불경기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번창을 하고 이렇게 영업이 번창하매 영업 범위를 확장하여 화물자동차까지 사들이어 시내는 물론이요 이미 얻은 승객 자동차 선로에 화물자동차까지 운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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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S자동차부에서 화물자동차를 사들인 지 바로 얼마 아니하여 K항구와 R 사이에 삼둥도로의 신설공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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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이라는 고을은 교통이 매우 불편한 곳이다. (그래서 연전 부군 폐합(府郡廢合) 때에 이웃에 있는 O군으로 합군이 되고 지금은 다만 R면일 따름이요 군청도 빼앗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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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역까지 산길로 십 리가 넘고 G역까지는 길은 좋으나 시오 리나 된다. 그것도 넉넉한 사람들은 K항까지 바로 자동차로 내왕을 하지만 어려운 사람은 R역까지 걸어가서 다시 이십오 전이나 찻삯을 내어야만 겨우 K항에 내리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것보다도 R의 산물의 운반이다. R에는 벼가 꽤 나고 또 농가의 부산물로 가마니가 퍽 많이 난다. 그런데 벼는 정미업자가 사들여 매갈이를 하여 현미를 만들어 가지고 또 가마니는 군(郡)의 농회에 소속된 가마니조합에서 장(巿)날마다 출장원을 R로 내어보내어 모조리 사들여가지고 창고에 두었다가 그 수요지요 이출항인 K로 운반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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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반을 하자면 R역이나 G역으로 구루마(牛車)로 실어다가 다시 화물열차로 K에 내려뜨려야 할 터인데 R역까지는 산길이라 구루마가 다니지를 못하고, 하자면 G역으로 하겠는데 그러나 R에서 구루마에 싣고 G역까지 가서 내려……창고에 쌓았다가 다시 화물차에 실어……그래가지고는 K역에 내려……그놈을 또다시 가마니조합 창고로 실어가……하자면 크게 비용이 들게 된다. 그런 때문에 할 수 없이 가마니는 스무 개씩 묶은 한 덩이에 사십 전씩의 삯으로 구루마에 실어 R에서 G역은 거쳐 K까지 사십리를 운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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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덕에 R에는 구루마 영업이 매우 번창하다. 대개 한 구루마에 벼나 가마니나 항용 열다섯 섬 열다섯 덩이씩을 싣고 첫새벽에 떠나면 어둠침침할 때에 돌아오는데 삯이 삼 원이다. 소를 일백 한 오십 원 주고 구루마를 한 백 원 주고 사놓으면 벼나 쌀이 많이 나갈 때와 가마니가 많이 날 때에는 한 달에 십여 일 보름씩 매일 벌이를 하게 되고 또 밑천이 없는 사람은 남의 소와 차를 빌어서 하루 다녀오면 반은 얻어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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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어쨌거나 삼십 명에 가까운 구루마꾼들은 바로 눈앞에서 검은 연기를 뿜고 우르릉거리며 날쌔게 달리는 기차에게 위협도 받지 아니하고 잘 벌이를 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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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밤이 이슥하도록 무거운 짐을 실어놓고 잠깐 눈을 붙인 동안에 닭이 울어…… 그러면 뛰어나가서 쇠물을 쑤어…… 느리기로 별명까지 있는 소와 길동무를 하여 사십릿길을 갔다가 또 사십릿길을 돌아온다는 것이 결코 편한 일은 아니지만 지금 그 사람들이 어디 가 무슨 일을 한들 이백오십 원 밑천을 가지고 하루에 삼 원 벌이나 또는 맨손으로 일원 오십 전의 벌이를 할 곳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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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항구에서 R를 거쳐 K에 이르는 삼둥도로를 신설한다는 것은 전에 말길이 있기는 하였으나 아무도 그것이 실현되리라고는 생각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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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것이 이번에 궁민 구제의 토목사업의 하나로서 아주 뜻밖에 실현이 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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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는 도(道)의 지방비라고 한다는데 청부업자의 아들의 아들대(代) 사람이 R─K 사이만 사만 원에 도가를 맡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 윗대는 그 윗대에서 얼마에 맡았는지도 모르고 또 정작 청부업자는 얼마에 낙찰을 하였는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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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의 삼둥도로라고는 하지만 아주 엉터리 없는 새 길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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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는 전에 있던 구로를 넓이를 넓히고 그 밖에 고개를 죽이어 비교적 평평하게 하는 것과 말 못 되게 높은 고개가 있는 곳이나 돌길로 해서 공연히 길이가 연장되는 곳만을 새로 내게 하는 것이다. 그 새로 내려고 미리 측량을 한 곳이라도 그곳 그곳의 유지의 선산(先山)이나 또는 내어놓고 싶어하지 아니하는 땅이 있는 곳이 여러 곳 있었기 때문에 애초의 측량과는 딴판이 된 곳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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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는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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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는 면에서 만들어 준 ‘궁민증서’ 를 가지고라야만 일할 자격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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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울 때에 일어나 밥을 먹는 체하고 십 리나 되는 일터에 와서 점심때 잠깐 쉬고 해가 저문 뒤에야 그들에게는 돈표가 들어온다. 장정은 삼십 전이나 삼십오 전이요, 노인과 어린 사람은 이십 전이나 이십오 전이라고 쓴 도장 찍힌 돈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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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가지고 그들은 ‘무라까미상’ 이라는 가가 보는 일본 사람에게서 일할을 떼이고 돈으로 바꾸어야 그날 집에 돌아가서 입에 풀(糊)기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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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퍽 빨리 되었다. 그것은 한 군데서 시작하여 죽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름이 궁민 구제이니까 새로 나는 길이 어느 면(面)이든지 그면 구내에 걸친 곳이면 그러한 면에서마다 모두 일시에 일을 시작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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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두 달이 다 못하여 번드르한 새 길이 생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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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에서 K로 가는 구로보다는 길이 큰데다가 구로 삼십 리에 비해서 이십오 리밖에는 아니 되고 또 그다지 높은 고개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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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R에서 G를 거치어 K에 이르는 옛길에 비하면 길이 좀 좁고 새길인만큼 바닥이 아직 고르지는 못하나마 사십 리와 이십오 리니 시오리나 가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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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 보니 가깝고도 좋은 새 길이 나고 또 궁민의 구제가 되었고 미상불 좋은 일이다. 그런데 도가 맡았던 사람은 밑졌다고 끙끙하더라는데 실상은 밑졌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으나 개략 통계를 따지어보면 R─K사이에 이번 도로 신설을 하느라고 소용된 노동자 즉 궁민의 총 연인원(延人員)이 만 명이 될락말락하고 평균 임금이 삼십 전이라는데, 그렇다면 삼만 원밖에 더 들지 아니했을 것인데…… 하기야 그 사람도 카네기나 최창학이에 비하면 궁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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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다 되매 도에서는 검찰을 하러 나왔다. 그 일행은 S자동차부의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며 검찰을 한 결과 별로 탈을 잡힌 곳이 없이 무사히 통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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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는 길 연선의 주민들을 시키어 호(戶)마다 그 생활정도를 따라 조약돌을 길바닥에 펴게 하였다. 조약돌을 펴고 난 뒤에 알맞게 비가 와서 편 돌이 웬만큼 묻히고 바닥이 굳어지고 인제는 아주 완전무결한 삼둥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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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로 난 길로 가장 재미있게 달리는 게 S자동차회사의 자동차다. 찻삯도 전에 G역을 거치어 다닐 때보다는 삼십 전이나 헐해서 차마다 만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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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보다도 한 끔찍한 일이 생겼으니 S자동차부의 집채 같은 화물자동차가 가마니를 마흔 덩이씩이나 싣고 바로 K를 뒤집어엎을 듯이 요란스럽게 드나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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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S자동차회사에서 화물자동차를 사 들여놓고 가마니조합에 교섭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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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화물자동차에도 한 덩이에 이십 전 구루마도 한 덩이에 이십 전일 바에야 그다지 시급하게 운반할 필요도 없는데 구루마꾼들의 밥통이 떨어지는 것을 해서는 아니 된다고 거절을 하였다. 그 내면에는 구루마꾼들의 결속의 힘이 많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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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데 새 길이 난 뒤에는 거리가 사십 리에서 시오리나 줄어 이십오 리밖에는 아니 되니까 따지자면 한 덩이에 십오 전밖에는 아니 먹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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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구루마는 새 길로는 다니지 못한다. 그것은 새 길은 고개가 있기 때문에 구루마로는 그 고개를 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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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몇 번 구루마꾼들이 밥통을 빼앗기지 아니하려고 짐을 싣고 새길로 나서본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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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두 죽을 힘만 들이고 한 사람도 한 번도 성공을 하지 못하였다. 그뿐 아니라 성공한다 하더라도 소가 도저히 그것을 오래 두고 당해낼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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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가마니는 한 덩이에 십오 전의 운반비로 그 권리가 S자동차부의 수중으로 굴러들어가게 되었다. 한 번에 마흔 덩이씩이나 싣고 하루에 여섯번이나 다니니까 화물자동차 한 대만이라도 웬만한 때에는 척척 실어날랐고 급한 때에는 두 대 세 대라도 들여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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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자동차가 구루마의 집을 집어삼키기는 가마니뿐만이 물론 아니다. 벼나 쌀이나 그 밖에 들뭇들뭇한 짐은 다 집어삼켜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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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 보니 구루마꾼들은 그야말로 일조에 밥그릇을 빼앗겼다. 그리하여 화물자동차에 원한을 머금고 새 길을 무너뜨린 사람도 있었으나 길은 곧 고치고 그 사람만 붙잡혀가서 욕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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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R에서 묵은 자동차의 엔진을 부서뜨리었으나 역시 고치기도 하고 다른 놈으로 쓰기도 하며 여전히 화물자동차는 쿵쿵거리고 짐을 실어날랐다. ─엔진을 부순 사람만 역시 붙잡혀가서 욕을 보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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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R에는 구루마꾼이 몇이 없다. 화물자동차가 다니지 아니하는 곳과 적다고 버려두는 짐을 실어 먹되 그저 부업으로 하는 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K항구에 가서 노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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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잠이 어렴풋이 깨었을 때 삐걱삐걱하며 기운차게 소 모는 소리와 저녁 어스름이 들 때 저편 동구 밖에서 빈 구루마에 올라앉아 쇠목에서 흔들리는 요령을 장단삼아 콧노래를 부르며 돌아오는 구루마꾼들의 자취는 영영 사라지고 말았다.
【원문】화물자동차(貨物自動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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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1931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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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0월 0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