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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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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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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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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그만 보통학교 강당에 그 학교 학생 300명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서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는데 교장 선생님의 말씀은 “참아야 한다.” 는 것이었습니다. 워낙 학생이 많기 때문에 더구나 선생님의 말씀이 좀 어렵게 들리기 때문에 저희들끼리 밀고 속살거리며 장난을 하여 옆에 지키고 계신 선생님의 눈총을 받는 학생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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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은 목소리를 높이어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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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조용히 들어주시오. 옛날 우리 조선에 훌륭한 장수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장수가 어느 때 전쟁하러 나갔다가 적군에 참패를 당하야 자기가 데리고 나갔던 군사를 모조리 죽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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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남아 있는 몇 명 안 되는 군사를 가지고는 용맹한 장수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으므로 얼마동안은 얼빠진 사람 모양으로 멀거니 서 있을 따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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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군의 칼날 아래에 죽어서 나중에 겁쟁이란 말을 듣느니보다 차라리 미리 자기가 찬 칼로 자살이라도 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결심한 장수는 허리에 찬 칼을 선뜻 빼어 들고 자기 가슴을 자기 손으로 찌르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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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웬 셈인지 두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지면서 손에 들었던 칼을 힘없이 떨어트렸습니다. 그것은 다른 까닭이 아니었습니다. 자기 한 몸이 죽는 것은 아깝지 않지만 집에서 기다리실 늙은 부모님을 생각하고 그렇게 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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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는 얼마 동안 눈을 감은 채 소리 없이 울고 있다가 다시 결심을 하고 품속에서 작은 칼 하나를 빼어 들고 가슴에 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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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장수의 눈에 문득 이상스러운 것이 띄었습니다. 그것은 나지막한 담위로 개미 한 마리가 기어 올라가다가 중간에서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한번 떨어지고는 그만 두는 것이 아니라, 떨어지면 또 올라가고 또 올라가다가는 다시 떨어지기를 스무 차례나 하였습니다. 그래서 스물한 번째에야 가까스로 담 위에까지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장수는 이것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얼굴에 웃음이 떠오르면서 무릎을 탁 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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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 옳다, 참아야 한다. 작은 벌레인 개미도 스무 번이나 실패를 하고도 낙심을 안 하거늘 한 나라의 장수라는 이 몸으로 단 한 번을 참지 못하다니 이게 될 뻔한 노릇이냐. 참아야 한다. 참고 참아서 병정을 모을 수 있는 대로 모아 가지고 다섯 번 싸워서 다섯 번 지거든 여섯 번째 싸워보고 또 지거든 열 번 스무 번이라도 내 목숨이 붙어 있을 때까지 싸워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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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장수는 용기를 전보다 몇 갑절 내어 준비를 단단히 해가지고 무사히 위급한 지경을 벗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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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 그 장수는 기어이 적군을 때려 부수고 나라에 큰 공을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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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의 이야기가 여기까지 나가니까 속살거리며 이야기하던 소년들도 귀를 기울여 조용히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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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은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나시더니 다시 이야기를 계속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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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에 참는 것은 백 가지 어려운 일에 약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때에라도 참으면 반드시 어려운 그 일은 피게 되는 것이니 참는 것같이 좋은 일이 세상에는 또 없습니다. 거만을 피우는 사람을 엎어누르는 약도 참는 것이오, 성미 급한 사람을 다루는데도 참는 것이 큰 약이 됩니다. 그러니까 참는 것은 고운 옥이나 값진 금보다도 더 귀한 보배입니다. 누구나 참는 마음이 없으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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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의 말씀은 이것으로 끝이 났는데 강당 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합니다. 한참 만에 교장 선생님은 다시 일어서시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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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이야기한 참는 것이란 데 대하여 알아듣기 쉽게 설명할 사람이 있거든 일어나 설명해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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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여러 학생들을 둘러보시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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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학생들은 저희들끼리 서로 얼굴을 바라다보면서 잠자코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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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300명이나 되는 많은 학생 틈에서 열세 살 된 장손이가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선생님이 일어서서 말하라고 허락을 하시니까 장손이는 일어서는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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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는 것이라는 것은…… 저 거시기 그저 참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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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얼굴이 새빨개져서 앉자마자 300명이나 되는 학생들은 일제히 깔깔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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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일어나서 설명할 사람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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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은 다시 이같이 다지듯이 부르시면서 학생들을 또 둘러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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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누구 하나 대답하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때 여덟 살밖에 되지 않은 명순이란 소녀가 부끄러운 듯이 얼굴이 빨개서 일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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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명이나 되는 학생은 물론이오, 여러 선생님들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각기 저까짓 게 무슨 설명을 한담,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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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순이는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인 채 그러나 똑똑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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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면서도 좀처럼 지치지 않는 것이 참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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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대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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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똑똑한 대답을 듣고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은 새삼스레 또다시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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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에 지고 낙심이 되어 자살하려고 하던 장수의 눈에 띠였던 개미는 스무 번이나 실패를 하여 좋은 때가 오기를 기다리면서도 조금도 지치지를 않았으니 그것이 즉 잘 참은 것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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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정동이란 소년이 명순이 옆에 앉았다가 그 대답에 감동이 되어 그 대답하던 말 구절을 입속으로 외다시피 하면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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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가기만 하면 복습할 생각도 하지 않고 책보를 마루 위에 던져놓고 뛰어나가 장난만 치던 정동이건만 오늘은 밥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복습을 하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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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이는 밤 열두시까지 잠을 자지 않고 이튿날 학교에 가서 선생님 앞에 내어놓을 산수 숙제를 풀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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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이는 그중 어려운 문제 하나를 가지고 열다섯 번이나 풀어보았지만 도무지 들어맞지를 아니하여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무진 애를 썼습니다. 그때 어디서인지 “스무 번 스무 번”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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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이는 새삼스레 정신이 나는 것 같아서 스무 번이 될 때까지 풀어본 끝에 기어이 그 문제를 맞춰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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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튿날부터 정동이는 선생님께 복습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을 뿐 아니라, 그 학기부터 번번이 시험에 우등 첫째로 그 학교 안에서 교장 선생님 이하 여러 선생님들의 귀염을 독차지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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