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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된 용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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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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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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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는 올에 14살 된 소년입니다. 워낙 마음씨가 좋지 못한데다가 장난이 무척 심하여 동리 안에서 장난괴수라는 별명까지 듣습니다. 마분지로 모자를만들어 쓰고 허리에는 당목 테로 만든 칼을 차고 2, 30명이나 되는 어린애들을 데리고 그 동리 뒤에 있는 동산에 올라가서 온갖 못된 짓을 모조리 다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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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중에 길거리에다 함정을 만들어놓기가 일쑤이고 길 가는 소년을 붙잡고 싸움 걸기는 보통이고, 더구나 자기가 데리고 다니는 2, 30명이나 되는 어린애들을 함부로 윽박지르면서 제가 잘난 체하고 마구 뽐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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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삼보가 어린애들을 모아 놓고 제가 이르는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굵은 대나무로 머리 등 팔 다리 할 것 없이 마구 때리는 판에 마침 동산 아래로 그 이웃 동리에 사는 명남이가 등에다 보퉁이 하나를 짊어지고 지나갔습니다. 어린애들을 못살게 굴고 있던 삼보가 명남이를 바라보자마자 살같이뛰어 내려와서 명남이의 가는 길을 탁 막아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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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 너의 집이 어디냐? 보퉁이를 등에 짊어진 것이 마치 동냥아치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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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는 이같이 욕설을 퍼붓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명남이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앞에 가로막아선 삼보의 옆으로 빠져 달아나려고 하였습니다. 삼보는 화를 버럭 내면서 명남이 앞으로 달려들더니 멱살을 움켜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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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아! 말이 말 같지 않아서 그러니? 남이 말을 물으면 대답을 해야지. 응, 이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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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내가 무어라 했기에 멱살을 잡고 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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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명남이는 아주 온순한 태도로 말하면서 어떻게든지 이 자리를 빠져 달아나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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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저 동산 꼭대기로 올라가 서서 있을 테니 쫓아 올라와서 나를 이 동산 아래로 밀쳐 떨어트려 보아라. 저기 있는 애들은 다 약해빠져서 나 하고 맞붙어 장난할 만한 애들이 못 된단 말이다. 그러니 나하고 한바탕 장 난이나 하고 가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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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삼보는 명남이의 멱살 잡았던 손을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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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너같이 한가한 몸일 것 같으면 장난을 하고 가겠다마는 나는 잠시도 장난할 틈이 없다. 그러니 요담에 만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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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명남이는 슬슬 꽁무니 빼는 수작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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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겁쟁이 녀석! 아마 나 하나를 당해낼 기운이 없는 게로구나. 그렇지만 오늘은 너를 그냥 놓아 보내지는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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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삼보는 또다시 명남이의 멱살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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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아 보내지 않으면 어쩔 테냐? 너는 얼마나 기운이 많은지는 모르겠다만 공연히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이렇게 괴롭히는 것이 좋은 일인 줄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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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명남이는 끝까지 점잖은 태도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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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까짓 겁쟁이 수작은 그만두고 자, 나하고 한 번 싸워보자꾸나. 그까짓 골생원 행세는 집어치워버리고 너도 싸움 싸울 줄 아는 사람이 되어 나중에 훌륭한 병정이 될 생각을 해라. 오늘은 병정 될 준비 겸 연습으로 나하고 한번 싸우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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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삼보는 억지로 명남이를 붙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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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처럼 어떤 나라를 물론하고 병정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나라가 아무리 힘이 세다 하더라도 정의로는 것이 없으면 그 나라는 망하고 만다. 주먹 힘이나 팔 기운도 물론 잘 길러야 하겠지만 먼저 품성을 잘 길러야 할 줄 안다. 그러니까 나는 싸움 연습 같은 것은 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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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는 명남이의 말을 듣자마자 화가 나는 듯이 팔을 부들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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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수작일랑 그만두어 버려라. 너는 남이 연설하던 말 구절을 외워가지고 온 모양이로구나. 너같이 주둥이만 놀릴 줄 아는 놈에게는 팔 기운을 좀 보여주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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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명남이의 팔을 잡아끌고 동산 꼭대기로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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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만큼 알아듣도록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한 번 싸워보겠다면 나도 사양하지는 않는다. 나도 싸울 준비를 좀 해야 하겠으니까 조금 기다려 라. 지금 나는 어머님 잡수실 약을 사 가지고 가는 길이니까 오래 있을 수는없으니 누가 지든지 한 번만 하고 그만두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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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명남이는 등에 졌던 보퉁이를 내려놓고 동산 위에 턱 버티고 서 있는 삼보를 향하여 살같이 뛰어 올라갔습니다. 그러니까 그때까지 좌우 옆에 벌 려서서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있던 30명이나 되는 어린애들이 손뼉을 치면서 일제히 아- 소리를 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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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까지 삼보에게 쪼들려 지내던 어린애들은 명남이가 이겨서 삼보의 코를 납짝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명남이의 기운을 돋궈주기 위하여이같이 소리치는 것이었습니다. 명남이는 이같이 굉장한 응원 속에 파묻히어기운을 얻어가지고 삼보와 맞붙어 씨름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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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년은 서로 지지 않으려고 있는 힘을 다 하는 판에 명남이는 삼보의 왼쪽 다리를 붙잡아 동산 아래로 내리 굴렸습니다. 그러니까 명남이를 응원 하던 30명이나 되는 소년들은 일제히 아- 하고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그때 언덕 아래로 굴러 내려가던 삼보는 일어나는 길로 화를 버럭 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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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네가 나를 이 아래로 굴려 떨어트렸지 집어 던지지를 못했으니까한 번 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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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공연한 트집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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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나는 아까 약속한 대로 더는 안 할 테니 그런 줄 알아라. 그렇다고 내가 이겼다고 하는 것은 아니니 그런 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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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명남이가 말하는 소리를 듣더니 삼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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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이 어디 있니? 승부가 없이 어떻게 그만둔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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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좀처럼 그만두려는 빛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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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병이 나신 어머님이 내가 약을 사 가지고 오기를 기다리고 계시니까 더 지체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않으면 더 있겠다만 사정이 그러하니까 오늘은 얼른 돌아가야겠다. 승부는 내일 또 만나서 결정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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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명남이는 어쩔 수 없이 사정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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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아! 그것은 너의 어머니 사정이니까 나야 알 바 있느냐? 잔말 말고 아주 승부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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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삼보는 싫다고 뿌리치는 명남이의 손을 잡고 놓지 않습니다. 명남이는 병환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님이 기다리실 생각을 하니까 조바심이 나서 견딜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든지 이 자리를 피해 달아나야 하겠다는 생각에 욕을 먹어도 참고 멱살을 잡아도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혹시 맞붙어서 싸우다가 다치거나 하면 병환이 위중하신 어머님을 뵈올 낯이 없을 뿐 아니라 어 머님께 걱정을 끼쳐드리게 되겠다는 생각에 분이 나도 참고 화가 치밀어도 꿀덕꿀덕 참아 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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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 늘 훈계하시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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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분함과 노여움을 참아야만 할 경우에 그것을 능히 참는 사람이 참된용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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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던 그 말씀을 생각하고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고 잠자코 있었지만 삼보가 좀처럼 붙잡은 것을 놓지 않을 것 같으므로 시간만 늦어져서 어머님께걱정을 끼쳐드리기는 이러나저러나 일반이라는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하 는 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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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이기거나 내가 이기거나 꼭 한 번만 더하고 그만둘 테니 그런 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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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명남이는 진 것이 분하여 식식거리는 삼보와 또다시 맞붙어서 씨름을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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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 아래에 있던 소년들은 또다시 일제히 손뼉을 치면서 아우성 소리를 질러 명남이를 응원하였습니다. 두 소년은 서로 맞붙잡고 한바탕 용기를 내 어 싸운 끝에 삼보는 여전히 아까와 같이 동산 아래로 콩과 같이 굴러 떨어 졌습니다. 동산 아래에서 이 모양을 바라보고 있던 소년들은 “명남이 만세! 명남이 만세!”를 높이 부르면서 기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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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까지 나 하나밖에 없다고 뽐내던 삼보는 두 번이나 동산 아래로 굴 러 떨어지고는 분한 마음을 걷잡을 수가 없어서 갑자기 당목 테로 만든 칼 을 집어들어 명남이의 앞정강이를 후려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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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정강이를 후려 맞은 명남이는 아이쿠! 소리 한마디를 지르고는 그대로 엎어져 기절을 하였습니다. 삼보는 이것을 바라보자마자 겁이 나서 어 디로인지 달아나버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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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 남아 있던 소년 7, 8명이 명남이를 떠메어가지고 명남이 집에까지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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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남이 집에서는 명남이 어머니가 병환이 위중하여 큰 걱정 중에 싸여 있 는 중인데 심부름 나갔던 명남이가 정신을 잃고 돌아온 것을 보시자마자 그아버지는 몹시 걱정이 되셔서 어쩔 줄을 모르셨습니다. 만일 이것을 명남이 어머니한테 알렸다가는 가뜩이나 병세가 위중한 판에 병세가 더욱 덧칠 염 려가 있으므로 병원 같은데 데려다가 의사를 보여야만 하겠는데 돈 때문에 그렇게 할 수는 없고 의사를 보이지 말자니 명남이가 괴로워하는 것이 몹시딱하여 나중에는 어찌 되든지 의사를 집으로 불러다 보이든지 해야겠다고 그 동리의 가까운 병원 의사를 청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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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명남이의 다리를 보더니 얼른 수술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다리를 잘라버리게 될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는 까닭에 어쩌는 수 없이 수술을 하 기로 하였지만 한 가지 곤란한 일은 만약 수술을 하는 동안에 명남이가 아 파서 울기나 하면 안방에서 주무시고 계신 명남이 어머니가 놀라 깨시어 병세가 더 위중해질 걱적입니다. 그래서 의사는 명남이에게 다짐을 두다시피 이같이 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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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하다가 아픈 생각에 만약 울기나 하면 안방에서 잠들어 계신 어머님 신상에 좋지 못할 테니 어떻게 할까. 아파도 참고 소리를 내지 않겠다면 수술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50
“선생님! 그것은 염려 마세요. 제 몸이 아프다 못해 목숨이 위태하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어머님 병환에 관계가 된다면 참겠습니다. 꼭 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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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명남이는 얼굴에 굳은 결심의 빛을 보였습니다. 의사는 수술 칼을 꺼 내 들고 수술을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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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남이는 아픈 것을 참느라고 두 눈에서는 구슬 같은 눈물이 비 오듯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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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용자! 명남이는 그 후에 자기 다리만 나았을 뿐 아니라 위중하시던 그어머니까지 살려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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