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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문단(朝鮮文壇)의 황금시대(黃金時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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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7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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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文壇[조선문단]의 黃金時代[황금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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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수월찮이 좋아하는 모양으로 지나간 정월에도 연두몽(年頭夢)을 꾸라하더니 이 더운 날 또 백일몽을 주문하니 편집자는 재미있을는지 몰라도 꿈이 여의하게 꾸어질는지 어떨는지 몰라하면서 아무려나 옛날 삼십육계하는 놈처럼 꿈을 얻으려고 푹푹 찌는 벌건 대낮에 솜이불을 들쳐쓰고 드러누웠더니란 말이다. 순화원(順化院)으로 실려가기 십상인걸 순사가 마침 와보지 않았기에 다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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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문학전집을 인쇄한다고…… 게 구경을 하러 인쇄소를 가보았더니 참 굉장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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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지 문선과(文選課)라는데 그 안이 5백 평은 실히 되고 문선공이 이 백 명이 더 돼 보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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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 그 다음 방이 식자(植字)라는데 한 3백 평 넓이나 되고 백여명이 들어서서 주욱 식자를 하고 또 그 다음 방이 ‘사시가에’ 라는데 글쎄 사시가 에를 30여 명이 하고 있다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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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글쎄 그 숱해 많은 일이 전부 조선문학전집만 하는 게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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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 · 식자를 대강 둘러본 뒤에 지하실에 있는 기계과로 처억 내려가니까 아니, 고속도 윤전기 두 대를 한꺼번에 틀어놓고서 소설을 박는군그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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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꿈에도 아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 하고 놀라기라니, 물론 좋아한거야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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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뭏든 그렇게 한편에서는 고속도 윤전기를 웅웅 본문을 박아내고 저쪽 한옆에는 옵셋이야 석판이야며 눈코 뜰 새가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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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안을 한 바퀴 다 돌아보고 나서 응접실로 들어가니까 생시에 자주 만나던 문단인들이 십여 명이나 거기 모여 누구는 교정을 보고 누구는 인지(印紙)에 도장을 찍고 나머지 몇은 한담을 하고 있고 나도 한몫끼어 이야기 참견을 하는데 너나없이 인세가 몇천 원씩 생긴 걸 머 간밤에 술 먹던 이야기, 누구는 마누라한테 달칵 다 빼앗기고 찻값 15전에 전차삯 10전만 타가지고 나왔다는 이야기, 누구는 올림픽 구경 간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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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한담으로부터 누구의 발의(發議)든지 잊었으나(아마 어젯밤에 양주를 99원어치 먹고 나서 팁을 100원을 준 이야기를 떠들던 金文輯[김문집]이기 쉬워) 문단 그룹 이야기로 화제가 돌아가 가지고는 한참 거기 대한 의견이 백출하다가 그 다음에는 문학상 문제, 동인지 문제, 원고료 인상 문제 (신문소설이 한 회에 20원이고 잡지에는 항용 4백자 한 장에 5원인데 신문 소설은 30원으로 잡지에치는 10원으로 올려야지 이래서는 도무지 턱이 안 닿는다는 거야) 뱃심 엔간들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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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 인상에 대한 단체교섭을 이러네저러네 주거니받거니 하고 있으려니까 불쑥 괴걸(怪傑)의 하나인 지용(芝溶)이 어디서 불쑥 나오더니“나처럼 먹을 것 장만해놓고서 쓰래도 안 쓰면 고료는 절로 올라갈걸 뭘 그러느냐” 고 핀잔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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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꿈이란 건 참 이상한 것인 게 아 글쎄 유정(裕貞)이 상(箱)이 둘이, 유정이는 날아갈 듯 세모시 두루마기에 물품세를 적잖이 물었을 진짜 파나마를 버티고 상이는 십자옥(十字屋)을 310원 정가 붙은 영국제 낙타 외투를 처억 입고는 들어서는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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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황천에서 언제 왔느냐고 반가와하는 게 아니고, 마치 어저께 만나고서 오늘 또 만난 인사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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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풀 ! 그러고 보니 서해(曙海)와 훈(薰)이도 있었고, 이 사람은 잘들 모를 테지만 남진우(南進祐) 군도 와서 있었고. 이 남진우 군 여전히 묘한 식성은 변치 않아 나더러 가만히 있다가 밤참으로 부추잡채에 배갈, 톡 쏘는 놈 한잔 하자는 거야. 그리고 참 서해 역시 전과 다름없이 위산(胃散)을 한번에 10전짜리 한 통씩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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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서 꿈을 깨고 나니 그러한 황금시절의 문단이라면 부여잡고 매달려 한평생 꿈에서 살 것을 괜히 깼다는 후회와(글쎄 문단이 그렇게 임의로 우니 일반 세상은 얼마나 좋았겠나 말이지) 또 죽고 없는 친구들을 만나다가 다시 황천으로 보낸 것이 여간 섭섭치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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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亞日報[동아일보] 1938.7.19>
【원문】조선문단(朝鮮文壇)의 황금시대(黃金時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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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1938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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