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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은 신미년! 신미년도 저물어 갑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두 번째 앞선 신미년 즉 120년 전 섣달(음력)에는 조선에 큰 난리가 났었으니 그것은 즉 홍경래라는 시골 장수가 맨손으로 전쟁을 일으킨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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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래는 본래 평안남도 용강이란 곳에서 난 사람인데 어릴 때부터 어떻게 씩씩하고 사내답던지 글방에 가서 하루는 선생님이 담뱃대를 물고 축우에서 멀리 있는 화로에 불을 붙이고 있는데 경래가 그 꼴이 어떻게 게으르고 미련해 보이던지 가만히 뒤로 가서 선생님을 확 밀쳐 버렸습니다. 선생님이 깜짝 놀래어 몹시 책망을 하나 조금도 무서워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웃으면서 “기회가 좋아서 그리하였다” 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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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같이 놀라운 장난꾼이면서 한문 공부도 재주가 있어 글도 잘하고 시도 잘 지어 아주 재주꾼이라고 소문이 자자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서울로 과거보러 올라갔습니다. 그때 임금님은 나이 어리고 귀족 양반들이 세력을 가지고 자기들 자질밖에는 암만 재주가 놀라워도 과거를 시켜주지 안 하였습니다. 더욱 서북(평안도) 사람은 하늘에 별을 딸 재주가 있다 할지라도 써주지 아니할 때이므로 경래도 여러 번 과거를 잘 보았으나 낙제를 할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음 가운데 은근히 불평한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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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때에 임금님은 어리고 하니 귀족과 대신들이 세도를 마음대로 부리고 당파 싸움 세력다툼에만 눈이 붉고 정사는 돌아보지도 않아서 인민을 학대하여 살 사람도 못살게 하였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이 정치를 달게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게 되었는 고로 경래가 가슴에 딴 생각을 품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고 보는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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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래는 그 후에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니며 뜻 같은 사람을 모으며 여러 준비를 남모르게 자꾸 하였습니다. 이리하여 경래의 뜻을 알고 같이 따라 나서는 사람이 퍽 많았습니다. 그 중에는 재주와 지혜가 놀라운 사람, 수단과 인격이 뛰어나는 사람, 힘과 용맹이 훌륭한 사람, 말 잘하고 글 잘하는 사람, 돈 많고 세력 있는 사람, 별 유명한 사람이 다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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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평안북도 박천 고을에 평안도 안에서 제일 부자가 있었는데 인색하기가 비할 곳 없어 아무리 불쌍한 사람에게라도 엽전 한푼, 밥 한술 주어본 일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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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일으키어 서울까지 들이쳐 올라가기에는 제일 돈이 많아야겠는 고로 경래는 우군측이란 사람을 그 집에 보냈습니다. 이 사람은 남 보기에 점잔하고 또 지식도 많은 사람같이 보이는데 군측이 그 집에 가서 3,4일을 머무르며 주인과 이런 이야기 저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주인은 군측이 지식도 놀라우며 또 관상과 사주를 잘 보는 것 같아서 군측에게 관상과 사주를 보아달라고 바짝 청을 하였습니다. 군측은 사양을 하다가 주인의 관상과 사주를 보게 되었는데 하는 말이 모두가 하나도 틀림없이 지낸 일에 꼭꼭 들어맞아 별로 틀리지 않는 고로 주인은 크게 반가워하며 지낸 일을 이와 같이 알아내니 오는 일도 물론 꼭 맞을 것이라 하여 군측의 소매를 붙들며 더욱 이일 저일을 물으면서 가려는 것을 못 가게 하여 4,5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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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주인과 같이 앉아 이야기를 하면서 창밖에 비친 달빛을 바라보다가 군측이 깜짝 놀라는 체 하면서 주인을 돌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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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물으므로 주인이 이상히 여기어 두루 살피어 보았으나 주인의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아니 하는 고로 군측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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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에는 보이지 아니 하니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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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여 뜰아래 내려가 보니 과연 금덩어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주인은 신기한 생각을 이기지 못하여 이리저리 뒤져 보다가 군측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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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당신이 발견한 것이니 당신의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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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당신의 집안에서 난 것이니 이것이 다 당신의 복이 많은 까닭이니 당신이 가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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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한사하고 사양을 하므로 하는 수 없이 주인이 갖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주인이 군측을 더욱 놀랍게 여기어 앞일을 잘 아는 제갈공명과 같은 사람을 만났다고 속으로 한없이 기뻐하였습니다. 하루는 주인에게 은근히 귀에다 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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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오래지 않아 참말로 요순 같은 훌륭한 임금이 나서 세상을 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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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즉 군측은 한참 묵묵히 앉았다가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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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달 어느 날에 당신이 반드시 개국공신이 될 터이니 그리 아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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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였습니다. 주인은 남모르게 가슴에 새로운 기쁨이 일어나서 그날이 오기만 손가락을 꼽아가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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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측이 간 후 며칠 지나서 그날이 되었습니다. 아침부터 눈이 빠지도록 어떠한 이가 오실까 기다렸습니다. 과연 저녁때가 되어 웬 사람들 4,5인이 문 밖에 와서 찾는 고로 반가워 뛰어나가 보니 얼굴에 굉장한 위엄과 빛이 흐르며 의복과 좌우를 살펴보니 자연히 고개가 숙여지며 가슴에는 황공한 생각이 불같이 일어나서 주인은 두 손으로 엎드려 손님 일행을 맞아들였습니다. 속으로 ‘이 양반이 정말 세상을 구하실 분이구나’ 하며 하인들에게까지 주의를 시켜서 부주의하야 잘못함이 없이 거행하게 하니 이 일행이 곧 홍경래 일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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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래가 조용히 자리를 안정하야 안더니 주인과 인사를 하고 두어 마디 이야기를 하더니 주인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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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바라보니 주인은 너무도 황공하여 코가 땅에 닿으면서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경래는 말을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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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이 되고 싶으면 나하고 모든 것을 같이 하야 보는 것이 어떠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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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물었습니다. 주인은 그보다 더 고맙고 반가운 말이 없어서 자기의 속마음을 다 말하였습니다. 그날부터 별안간에 두 사이는 몇 년 동안 친하여 온 친구보다도 더 정답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경래의 계획하는 큰일에 드는 돈은 아무 걱정 없이 이 사람의 돈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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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평안북도 가산 다복동(박천군 청룡면 인덕동)에 모여 참모본부를 두고 다복동 서편 산에 성을 쌓게 하며 병기와 화약을 만들게 하고 또 배를 모아 양식을 사들여 난리를 일으킬 준비를 튼튼히 하면서 한편으로 일어날 좋은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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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정치는 점점 어지러워져서 도적놈이 이곳저곳에서 일어나 있는 사람, 없는 사람, 누구 할 것 없이 못살게 괴롭게 하는데 설상에 가상으로 흉년까지 들어서 모두 죽을 지경에서 죽지 못하여 살고 있었으니 그때가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 신미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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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래는 이 때를 큰 기회로 삼아 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고 헐벗은 사람에게 옷을 주어 군사를 모아 산골이 차도록 수없이 모았습니다. 신미년 음력 12월 18일 밤 12시가 지나 다복동에서 큰 소리를 치며 진용을 정돈하여 가산읍을 쳐들어와서 성문을 부수고 관속을 잡아 죽이고 군수를 잡아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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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을 하면 살려줄 터이니 속히 항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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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을러 미었습니다. 그때 가산 군수 정시는 오히려 경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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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망하려니 쥐 같은 놈들이 하늘을 거슬리는데 어찌 너희들에게 머리를 굽혀 살길을 원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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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크게 호령을 하였습니다. 이 말이 끝나자 군수의 목이 떨어졌습니다. 이와 같이 가산 고을은 경래의 손에 들어가고 그냥 올라 치미는 기운에 부근 곽산, 정주, 선천, 철산, 용천, 태천, 박천, 중요한 여덟 고을이 눈 깜짝할 사이에 꿈결 같이 모두 경래의 부하 손에 들어갔습니다. 경래의 기세는 세상을 뒤덮고 하늘을 찔렀습니다 이때 임금님(순조대왕)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래어 곧 진정시키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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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래는 점점 세력을 넓히어 서울로 향하여 한골 두골씩 나와서 안주, 청천강 가까이까지 오면서 관군과 여러 번 싸웠으나 항상 관군이 몰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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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서역 1812년) 3월 21일에 관군을 거느린 장수 유효원이 부하를 모아놓고 일전에 어느 나무꾼 아이가 노래를 부르는데 [再昔] 두 자를 깨달으라고 하니 재(再)자는 3월이란 것 같으며 석(昔)자는 21일란 것 같으니 오늘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부대 오늘밤은 밤이 새도록 튼튼히 지키라고 하여 그날 밤은 군사들이 한잠도 못 자고 무슨 큰일이나 일어날듯이 정신과 무기를 단속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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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원도 한잠 못 자고 군사들과 같이 밤을 새이는데 우연히 자기도 모르게 눈이 잠깐 감긴 중 뜰에 뱀이 가득하여 칼을 빼서 이것을 다 베이는 꿈도 같고 꿈 같지도 아니한 꿈을 꾸고 깜짝 놀래어 보니 벌서 자정이 썩 지내어 달빛이 명랑하고 닭소리는 새벽을 고하는데 별안간에 한 떼의 바람이 일어나는 듯이 바깥이 요란하며 진중이 들리었습니다. 효원은 이상이 여겨 알아보니 경래가 가만히 자는 틈을 타서 쳐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미리 무슨 일이 날까하고 기다리고 있던 판에 이와 같이 되니 군사는 죽을힘을 다하여 용감하게 싸워 경래의 군사를 수없이 죽였습니다. 이렇게 되니 경래는 참으로 그 용맹하던 혼이 나서 겨우 목숨을 얻어 달아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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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 4월 18일에 효원은 또 의사를 내여 가만히 군사를 시켜 땅 밑으로 굴을 파서 굴속에 화약을 넣어놓고 불을 지르니 화약이 폭발하여 땅이 꺼지고 성이 무너져서 큰 소동이 일어날 때 효원은 군사를 거느리고 쳐들어가니 경래가 깜짝 놀래어 선두에서 군사를 지휘하여 싸우다가 필경 총알에 맞아서 넘어갔습니다. 그리하야 경래의 그 큰 계회, 희망 모두가 죽음으로 끝내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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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경래가 살아있다는 말이 들리어 임금께서 비밀히 사람을 보내어 경래의 뒤를 다시 살펴보게 되여 한번은 열두 고을에서 일시에 경래 열둘을 서울로 잡아왔습니다. 서울서는 한동안 어느 사람이 참 경래인지 퍽 궁금하여 이곳저곳에서 숙덕숙덕하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다 거짓 경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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