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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단(詩壇)의 신세대(新世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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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9월
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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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壇[시단]의 新世代[신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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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交替[교체]되는 時代潮流[시대조류] ──
 
3
문학의 새 제네레슌이 盛[성]히 물어지는 때 하필 문제를 소설의 영역에만 국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詩[시] 위에다가 한번 새로히 문제를 옮겨 봄도 역시 흥미있고 의의있는 일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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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시]가 그 영역의 넓이에 있어 소설을 따르지 못함은 詩[시]의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거니와, 소설이 또한 그 예리함과 깊이에 있어 詩[시]에 미치지 못함은 이 역시 소설의 은폐할 수 없는 약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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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시]가 먼저 발견하고 소설이 그 뒤에 이것을 형성해 간다 ── 이렇게 새 시대가 문학 위에 반영되는 것이라고 우리는 상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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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감정과 기분과 知的[지적] 狀態[상태]를 직감하는데 詩[시]는 아무래도 소설보다 일보 長[장]하기 때문이다. 소설은 어느 정도까지 새 시대의 정신과 기풍이 일반생활 가운데 遍満[편만]하지 않으면 그것을 자기의 거창한 양식 위에 반영시키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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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聡明[총명]한 詩[시]는 端的[단적]인 새 시대의 표현을 일반성에서 포착한다. 詩的[시적] 想像[상상]이란 片鱗[편린]을 完成態[완성태]에서 발견하는 정신의 내적 비약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기능은 詩[시]의 본능이며, 天稟[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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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부진하고 미미하여 소설만큼 人目[인목]을 끌어 오지 않던 우리의 詩[시]도 시대가 전환한 그때 그것을 직감하는데는 보다 민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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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독자의 기억에서 스러젔을 개개의 작품으로부터 2,3년 내에 간행된 적지 않은 詩集[시집]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시대에 대한 詩[시]의 근면한 정신과 민첩한 직감의 재능을 용이히 지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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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대를 분수령으로 하여 낡은 시대의 커다란 퇴조의 파동을 독자에게 외친 것은 먼저 詩[시]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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起林[기림]이 일찍 「白鳥[백조]의 노래」라고 형용하던 詩篇[시편]들은 기우러저가는 시대의 엘레지였을 뿐만 아니라 실로 새 시대의 到來[도래]를 告[고]하는 하나의 경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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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이 來訪[내방]하고 많은 詩人[시인]들은 집잃은 어린 아이들처럼 방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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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안의 에어 ․ 보켙을 메운 사람은 芝鎔[지용]이래도 좋고 혹은 누구래도 무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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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사이에 起林[기림]까지가 새로운 詩人[시인]으로서의 위치를 상실했다는 한 사실만 지적하면 족하다. 한 시대가 완전히 終焉[종언]을 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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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起林[기림]까지가 終焉[종언]한 시대의 아들이었다는 데 의의는 있다. 起林[기림]도 새 시대의 到來[도래]에 驚異[경이]한 一人[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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起林[기림]과 우리 舊[구] ‘카프’ 詩人[시인]들은 제네레슌을 달리 하였으나 근본적으론 같은 시대의 한 환경의 시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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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에어 ․ 보켙을 메운 사람들이 또한 하나의 제네레슌일 것이다. 그러나 이 詩人[시인]들이 새 제네레슌임에도 불구하고 새 시대의 人[인]이 아니었음은 芝鎔[지용]의 詩[시]가 일체로 시대성과의 교섭을 거절하고 있었던 곳에서도 훌륭한 입증을 얻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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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가운데 李燦[이찬]의 「待望[대망]」, 尹崑崗[윤곤강]의 「大地[대지]」, 혹은 나의 「玄海灘[현해탄]」의 일부분이 씌어졌다. 이것은 낡은 시대의 아들들이 새 시대에서 제 영토를 발견하려는 의욕의 표현이라 할 수 있었고, 또한 구시대를 연장하려는 희망의 반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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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거듭 말하거니와 한 시대는 이미 종언 했다. 거기에서 李燦[이찬]이 「焚香[분향]」, 尹崑崗[윤곤강]의 「輓歌[만가]」가 스러지는 시대에의 葬送[장송]의 曲[곡]으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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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趙碧岩[조벽암]의 「鄕愁[향수]」, 金珖燮[김광섭]의 「憧憬[동경]」혹은 金尙鎔[김상용]의 「望鄕[망향]」에 이르기까지 토탈리즘의 도도한 파도에 대한 不調和[부조화]의 기분의 반영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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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集[시집]들의 題名[제명]이[물론 題[제]나 名[명]이 詩集[시집]의 全[전]내용의 표현은 아니다]말하듯이 詩人[시인]들이 현대로부터 떠나가는 心情[심정]의 근본지향은 상실된 시대의 재현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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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와 후자가 경향과 입장에 있어 막대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정과 기분에 있어선 공통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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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옷의 부조화가 그들 사이에 있는 경향과 立場上[입장상]의 차이를 초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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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현대, 특히 새로운 시대와 詩[시]와의 사이에 있는 모순의 차가 실로 막대함을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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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가 轉記[전기]의 詩人[시인]들로 하여금 얼굴을 뒤로 혹은 위로, 요컨대 지상에서 돌이키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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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향은 소설보다 詩[시]가 훨씬 선행했고, 철저했고, 또한 뿌리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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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성격과 환경, 혹은 작가 정신의 전적 龜烈[균열]이라 하여 새 시대와 타협할 수도 없어 浚巡[준순]하는 작금 간의 사태를 詩[시]는 벌써 극한에서 첨예화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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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실은 소설상의 새 세대의 초라한 지위를 또한 규정하고 있다. 소설의 新世代[신세대]가 아직 일선상에 두각을 내밀지 못하고 있음은 결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신경향 초기의 소설의 급속한 전진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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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대의 여운이 아직도 小說壇[소설단]엔 지배적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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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詩壇[시단] 뒤에 울리던 구시대의 여운은 벌써 현대로부터 떠나 갈려는 志向[지향] 가운데 이미 다 울려 버린 감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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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인물과 장소를 바꾸면 같은 소리를 2,3차씩 되풀이 할 수 있으나, 詩[시]는 같은 소리를 같은 운률로 두번 되풀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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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적으로 새로운 詩[시]는 얼굴을 똑바로 들어 위도 뒤도 아닌 前面[전면]을, 地上[지상]을, 직시할 수 밖에 도리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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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와 서정시의 운명, 요컨대 길은 한가닥 밖엔 없어질 때, 抒情[서정]의 정신은 놀라운 운명에 봉착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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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詩人[시인]들이 이미 떠나 버린 현대 가운데서, 고독한 詩精神[시정신]이 荒蕪地[황무지]를 발견한 것은 상상키에 족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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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에는 거츠른 풀닢이 함부로 엉크러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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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면 손꾸락도 베인다는 풀 그러나 이따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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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썩은 과일 찾는 개미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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村民[촌민]과 노라리꾼이 북적어렸다 끊어진 산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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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금]돌이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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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노름에 밤별이 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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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우멕이ㅅ도야지 수없는 도야지 인간들은 인간들은 우섰다. 함부로 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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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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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것은 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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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처놓고 원통치 않는 놈이 어디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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廢鉱[폐광]이다(下略[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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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章煥君[오장환군]의 詩集[시집] 「獻詞[헌사]」가운데 그 중 力作[역작]인 듯한 이 詩[시]의 一節[일절]은 현대에 대하여 젊은 詩人[시인]이 가지고 있는 관념의 단적인, 그러면서도 일반적 가치가 있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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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기 先行[선행]한 詩人[시인]들은 이러한 마당에서 각기 짐을 싸가지고 먼저 그들이 출발했던 마음의 고향에로 돌아갈 수가 있지 않었던가? 허나 그들은 우리 가운데서 생탄한 젊은 사자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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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가 끝나는 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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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아름다운 꽃이 피리라 (中略[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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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야 새중에도 종다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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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같이 나러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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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슬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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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즉 님을 향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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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관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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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즉 님을 향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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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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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운 적도 없었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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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피 바래는 마음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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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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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노래는 벗과 함께 느끼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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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가 끝나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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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덤에 아름다운 꽃이 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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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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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노래의 조화되지 않고 그들의 정신을 구속하고 있는 현대에서 죽엄과 더불어 비로소 그들은 해방될 따름이다. 그것은 詩[시] 가운데서 절절히 의식할 수 있는 정신은 純情[순정]하고 또한 총명한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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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揭[상게]의 詩[시]는 詩[시]의 새 제네레슌이 자기를 읊은 노래 가운데 가장 적절하고 아름다운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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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이 일제히 저승으로 향하여 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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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의 수풀이 성문을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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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곳에 술빗는 내음새 잠자는 꽃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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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렐누야」란 詩[시]의 一節[일절]에서 그는 저승길 같은 인생에서 甘酒[감주]의 芳香[방향]과 꽃송이, 그의 표현에 의하면 ‘눈이 따겁도록 빠알간 장미’를 노래코자 하였으나 그것은 고독을 벗어나려는 심정의 한 표현에 불과하다. 그의 고독과 비애는 벌써 표현 가능의 域[역]을 벗어나 있다. 다음에 노래를 다시 하나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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悲哀[비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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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찰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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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쓰는 차표와 함께 직힌 청춘의 조각이 흐터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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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역사가 화물차에 실리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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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합실에 남은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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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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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기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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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에서 카인을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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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노하 울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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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여 느릿느릿 추억을 싣고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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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으로 통하는 모든 路線[노선]이 너의 등에는 地圖[지도]처럼 펼처있다.
 
81
「The Last train」
 
82
이 一篇[일편]은 全巻[전권]중의 白眉[백미]다. 뿐만 아니라 近刊詩集[근간시집] 가운데 뛰어난 작품이다.
83
詩[시]의 세계의 혈족들이 모조리 떠나간 뒤, 역사마저 병들어 도야지처럼 화차에 실려간 뒤, 젊은 詩精神[시정신]은 폐허의 대합실에 탄생하여 기두를 것이 무엇이냐.
84
여기는 불행한 詩精神[시정신]이 오열하는 한 절정이요, 현대의 순결한 피라 고조에 달한 절정이다.
85
‘카인을 만나면 목노하 울리라’ 통곡은 轟轟[굉굉]히 紙面[지면]에 울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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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하는 심정의 슬픔도 아니요, 飛揚[비양]하려는 의지의 비통도 아니요, 오직 순조로히 현대를 살 수 있다면 행복하였을지도 모르는 순결한 마음의 조그만 비극이 만들어 내는 울음은 한결 더 처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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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현대에 生[생]을 향유한 것 그 자체가 비극의 ‘알파’요 ‘오메가’인 心情[심정], 바꿔 말하면 生[생]이 그냥 슬픔인 현대 서정시의 중요한 측면의 표현이다.
88
吳君[오군]은 그런 의미에서 자기의 시적 세계 가운데 일반적 가치의 일부분을 함유하고 있는 시인이다.
89
서정시가 소설이나 희곡과 달라 객관적인 현실성 ── 산문은 이 객관적인 현실성을 통하여 일반적 가치표현에 도달하는 예술이다 ── 을 가지고 있지 않고, 주로 주관적인 감정과 想念[상념]의 표현을 유일의 수단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능히 소설과 희곡에 필적할 수 있음은 실로 시가 내면적으로 일반 세계와 관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90
일반적 가치 표현에 있어 외면적인 길을 통과하느냐, 내면적인 길을 통하느냐 하는 문제는 그러므로 수단의 문제에 불과하다.
91
오직 어떤 길을 통과하든지, 무슨 수단을 구사하든지 일반적 가치가 그 가운데 함유하느냐, 아니되느냐 하는데 비로소 우열과 가치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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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93
青春[청춘]이여! 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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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이여!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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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너의 故鄕[고향]에
 
96
「獻詞[헌사]」의 一節[일절]
 
97
고은 달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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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야 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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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량히 요령 흔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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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略[중략])
101
상여야 고읍다
102
어두운 숲속
103
두견이 목청은 피에 적시며……
 
104
「喪列[상렬]의 一節[일절]」
 
105
라던가 하는 일련의 감정의 일반적 가치는 무엇일까?
106
먼저 나는 그가 滅[멸]하여 가는 것에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을 功績[공적]으로 삼는다. 滅[멸]하여 가는 것은 아름다워짐으로서 다시 회귀하지 못하는 세계로 돌아 가는 것이다.
107
인간은 결혼할 때와 같이 죽어서 다시 한번 성장해 보는 것이 아닌가? 최후의 성장의 꽃다움이 울음과 꽃의 아름다움이 그를 무덤으로 보내는 것이다.
108
이것은 지나간 시대의 終焉[종언]의 확인이다. 「獻詞[헌사]」한 권이 새삼스럽게 回歸[회귀]하지 않을 시대의 모습을 우리에게 전해줌을 느끼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리라.
109
모름직이 滅[멸]하여 가는 것에 눈물을 기우림은
 
110
분명 멸하여 가는 나를 위로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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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나 자신을 위로함이라
 
112
「咏懐[영회]의 一節[일절]」
 
113
이 詩人[시인]에게서도 우리는 현대적 生[생]의 무슨 적극적 보람의 길을 발견치 못함은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우리와 운명을 같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우리와 다른 것은 그가 현대 가운데 아무 관념도 가지고 들어오지 안한 데 있다.
114
이 단순성이 그의 詩[시]를 순결히 만들고 아름다히 精鍊[정련]한 원천이다.
115
凝態[응태]와 허위를 석지 않은 슬픔의 情[정]을 우리는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그의 페시미즘을 또한 비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로맨티시즘이 부질없이 미화하지 않고 순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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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君[오군]의 詩集[시집] 가운데서 우리는 抒情詩[서정시]의 현대적 운명의 일단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117
이 점은 「獻詞[헌사]」의 제일 귀중한 공적이다. 최초로부터 서정시는 技巧主義[기교주의]와 無緣[무연]한 것이다. 현대에 대한 서정시의 비타협정신이란 이러한 곳에서 연소되는 것이다. 「獻詞[헌사]」는 그런 의미에서 現時壇[현시단]에 도도히 흐르는 언어의 유희에 대한 치열한 반항의 선언이기를 나는 희망한다.
118
現代詩[현대시]의 일로 부터의 무슨 정신적 방향은 실로 여기에서 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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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내가 「獻詞[헌사]」를 愛誦[애송]하는 이유가 있다.
120
「싸느란 花壇[화단]」,「體温表[체온표]」,「無人島[무인도]」,「獻詞[헌사]」 기타에서 볼 수 있는 데모닛슈한 길이 명백히 부정된다 할지라도, 오늘날 성실하고 재능있는 젊은 詩人[시인]의 심정이 奈落[나락]을 엿본다고 또한 비난할 수도 없는 것이다.
121
먼저 無思想[무사상]의 技巧主義[기교주의]를 한번 詩壇[시단]에서 몰아낼 필요가 있다.
122
詩神[시신]의 영토에 職匠[직장]은 본래로 無緣[무연]한 것이다.
123
詩[시]가 언어의 因從[인종]이여서는 아니된다. 언어는 오히려 정신의 편리한 주택이여야 한다.
124
이메지가 또한 언어에 준하는 것이다. 이메지 가운데서는 언어에서 보다도 정신은 자유로워야 한다. 詩精神[시정신]은 결코 언어로 이메지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125
그러나 현대시의 한 潮流[조류]가 이메지를 만드는 일에서 출발한 것을 우리는 안다. 이것은 저 世紀末[세기말]의 심볼리즘이 울리던 처량한 음악에 대한 반동인 것을 또한 우리는 熟知[숙지]하고 있다.
126
그렇지만 이와 똑같은 의미에서 이마지즘이 심볼리즘의 전통에서 종내 벗어나지 못했음을 부정할 수도 없다.
127
슈르레아리스트들의 대담한 시험이 이 사실을 증명하지 않었는가?
128
비록 심볼리즘이 로맨티시즘 가운데의 불협화음을 제게해 버린 것과 마찬가지로 슈르레아리즘이 이마지즘 가운데의 복잡한 색채를 단순화 하였다 할지라도 결국 그들은 음악 대신에 회화를 선택한 데 불과하다.
129
그들은 다같이 詩[시]를 정신의 심오한 세계에서 隔遠[격원]시켰다.
130
여기에 일찌기 심볼리즘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마지즘 가운데 고독과 정적이 깃드렸던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지즘은 우리 조선에서 그다지 안식할 시간과 장소를 얻지 못하였었다.
131
그것은 우리가 起林[기림]에서 볼 수 있던 知性[지성]과 쌔타이어로 비상하게 개혁되지 아니할 수 없는 운명에 있었다.
132
그것은 우리의 퐁토의 時代[시대] 心理[심리]가 대단히 거츠렀기 때문이다. 詩[시]보다도 과학과 행동강령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133
그러나 詩[시]가 前時代[전시대]의 근소한 생존자의 하나로 잔재하게 되는 今日[금일]에 언어가 얽는 美妙[미묘]한 絵画[회화]를 감상하게 됨은 하등 경탄할 여지가 없다. 당연한 사실의 하나다.
134
詩集[시집]「瓦斯燈[와사등]」을 읽으면서 이상과 같은 감상을 느꼈다고 또한 부당을 책할 사람도 없지 않을까?
135
「午後[오후]의 構圖[구도]」를 비롯하여 「해바라기의 感傷[감상]」, 「鄕愁[향수]의 意匠[의장]」, 「蒼白[창백]한 散歩[산보]」, 「紙燈[지등]」 「山上町[산상정]」등의 근처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맑게 쓰러놓은 外人[외인]의 주택지를 걷는 듯한 여러가지 풍경에 접할 수 있다.
136
이렇게 고요하고 단정한 산책은 금일의 詩精神[시정신]의 불가피한 생활윤리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137
여기에 우리는 喧騷[훤소]를 피하려는 심정을 본다. 그것은 또한 汚濁[오탁]을 두려워 하는 순결한 심정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또한 고독을 이기기 어려웁고 悲哀[비애]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오직 詩人[시인]은 그것을 숨기는데 그의 理智[이지]를 구사하고 있을 따름이다.
138
작품들의 유리알처럼 맑은 것은 이 때문이다. 나는 詩人[시인]에게 있는 이 心魂[심혼]의 순결을 사랑하고 싶다. 실로 詩人[시인]에게만 이 순결은 保有[보유]되는 것이다. 그 대신 모든 언어가 전부 素服[소복]을 입는다. 風景[풍경]에서 색채의 豊多性[풍다성]이 소실된다. 바꿔 말하면 여러가지 회화가 한 색깔로 칠해지는 것이다. 이 한 색이 詩人[시인]의 마음의 색채다. 오직 詩精神[시정신]은 이 한 색깔을 고르는 데 표현될 따름이다.
139
이 점에서 현대의 詩[시]는 小說[소설]보다도 회화에 가까웠다.
140
‘이브 ․ 땅키’의 繪畫[회화]와, ‘루이 ․ 아라공’의 詩[시]! 그것은 한 붓이 그린 두가지의 예술이었다.
141
그러나 瓦斯燈[와사등]의 청백한 燈光[등광]도 攪亂[교란]될 한도가 오는 법이다.
 
142
찬란한 등ㅅ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있다.
143
내 홀로 어디 가라는 슲은 신호냐
 
144
─「瓦斯燈[와사등]」의 一節[일절] ─
 
145
이 시인으로서의 참말 위험한 발언이다. 어째서 이 시인은 벼란간 이러한 難問[난문]을 제출하는 것일가?
 
146
내 무슨 오지 안는 행복을 기다리기에
147
스산한 밤바람에 입술을 적시고
148
어느곳 지향없는 地角[지각]을 향하여
149
한옛날 정열의 蹌跟[창근]한 자최를 그리는 거냐
150
끝없는 어둠 저윽이 마음 서글퍼
151
긴 하품을 씹는다.
152
아 ─ 내 하나의 신뢰할 현실도 없어
153
무수한 연령을 낙엽같이 띠워 보내며
154
무성한 追悔[추회]에 그림자마저 갈갈이 찢겨
 
155
─「空地[공지]」의 一節[일절] ─
 
156
고독에 대한 인내력도 終焉[종언]하려 하고 정열을 숨겻던 静謐[정밀]도 찌저지며 悔恨[회한]의 熱炎[열염]이
157
다시금 새로히 불타려고 한다.
158
황혼을 쫓아 네거리로 다름질치다
159
모자도 없이 廣場[광장]에 서다
 
160
─「廣場[광장]」의 一節[일절] ─
 
161
그는 틀림없이 十字路上[십자로상]에 나온 것이다. 방향의 결정이 그의 迫頭[박두]한 운명이 아닐가? 深淵[심연]으론가? 廣場[광장]으론가?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다.
162
이 비밀을 위태로히 위태로히 곱게 싼 詩[시] 一篇[일편]이 金君[김군]의 佳作[가작]으로 이 최후에 실린 「雪夜[설야]」이리라.
163
尹崑崗君[윤곤강군]의 新著[신저]「動物詩集[동물시집]」을 읽으며 아포리넬을 연상한 것은 나 뿐이 아닐 것이다. 여러가지 점에서 이 詩人[시인]은 아포리넬을 빌렸다. 그렇다면 「動物詩集[동물시집]」이 곧 아폴리넬의 모방이라든가 그러한 제작 태도가 비독창적이라든가 하여 비난한다면 물론 속된 비평이라 가히 개의할 바 되지 못하는 견해다. 「動物詩集[동물시집]」의 作者[작자]는 결코 음모를 가지고 있지 않다. 모방은 언제나 그 속에 陰險[음험]한 기도를 품고 있는 법이다. 요컨대 텍스트를 밝히지 않는다.
164
이 詩人[시인]의 솔직하고 공명한 태도에는 분명히 텍스트에의 挑戰[도전]이 표명되어 있다.
165
‘아포리넬’의 의상을 빌면서 ‘아포리넬’을 초월한다. 이러한 패기와 정복욕을 또한 우리는 이미 故人[고인]이 된 ‘아포리넬’에서도 보았다.
 
166
後人[후인]이여 기억하라.
167
나는 王者[왕자]가 멸해갈 때 이세상에 나온 것이다.
 
168
생각하면 ‘아포리넬’이 이른바 소매에다 세개의 별을 달고 詩壇[시단]에 등장한 것은 20세기초 위대한 제왕 보드레르가 이미 타계하고 불란서 심볼리즘의 최후의 餘光[여광]이 파리의 석양을 찬연히 물들였을 때다.
169
그는 生誕[생탄]하면서 부터 자기의 불행을 直覺[직각]한 것이다. 이 속엔 만일 王者[왕자]의 시대에 낳더라면 나는 반드시 太子[태자]였으리라는 反語[반어]가 들어 있었다.
170
長惶[장황]이 우리가 ‘아포리넬’에 구애됨은 먼저도 말했거니와 「動物詩集[동물시집]」이 ‘아포리넬’的[적]이여서가 아니라, 두 詩人[시인]의 운명이 近似[근사]하고 또한 거기에서 일어나는 포즈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171
「大地[대지]」는 분명히 지나간 ‘슈트름 ․ 운드 ․ 뜨렁크’의 위대한 시대의 莊重[장중]한 여운이다. 「輓歌[만가]」또한 이즈러저 가는 시대에의 최후의 熱愛[열애]의 노래였다. 혹은 葬送[장송]의 曲[곡]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輓歌[만가]」에선 별다른 狂乱[광란]이 시작된 것이다. 이 광란은 단지 구시대와의 결별의 미련 뿐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허망과 회의의 광란이었다.
172
무엇을 支柱[지주]로 하여 詩[시]는 연명될 것이냐?
173
이 안정상태는 이 시대의 詩人[시인]이 공통으로 체험한 정신상태이기도 하다.
174
「輓歌[만가]」에는 조화는 물론 통일도 均齊[균제]도 없었다. 様式[양식]의 안정이 없었던 것도 당연한 것이다.
175
그런 다음에 우리가 읽은 것이 「動物詩集[동물시집]」이다.
176
王者[왕자]가 살지 아니할 때 일찌기 王者[왕자]의 정신(분명히 구시대는 王者[왕자]의 시대다!)으로 薫陶[훈도]를 받은 젊은 詩人[시인]의 행방은 우리의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177
「動物詩集[동물시집]」은 輓歌[만가] 이후의 이 시인이 가는 곳을 희미하게나마 짐작케 하는 바가 있다.
 
178
주변성이 많어서
179
망테기를 질머젓니?
 
180
그렇게도 목숨이 아까워
181
물통마저 질머맷니?
 
182
조상때부터 오늘까지
183
부레만 먹힌 슬픔도 모르는 체
184
널름 널름 혓바닥이
185
종이쪽까지 바다 먹는구나
 
186
「낙타」
 
187
이 詩[시]는 「動物詩集[동물시집]」중에서 그 중 우열한 작품의 하나같이 생각되는데, 寓話的[우화적]인 데서 출발하여 隱喩的[은유적]인 데서 끝났다. 최근에 쓰는 時論[시론]〈詩[시]의 進化[진화]와 方法[방법]의 進歩[진보]〉에 비추어 보아 더욱 그런 감이 없지 않다. 그전 傾向詩人[경향시인]으로서 이메지로 가는 것보다는 메타포어로 가는 길이 훨신 가까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88
터엉 비인 방안 구석에
189
무덤처럼 고요한 어둠이 서릴 때
190
똑 똑똑 문설주를 쫏는 것은
191
생쥐도 나나니도 아니란다.
192
좋으면 재미가 나서 똑 똑똑
193
이밤을 쫏는 외론 마음이란다
 
194
「문각시」
 
195
이 詩[시]는 6행에 불과하면서도 支離[지리]한 작품이다. 理智[이지]가 감상을 언어 속에 구금하지 못한 까닭이다. 「달팽이」, 「붕어」, 「비달기」, 「매아미」와 더불어 새 시대에의 낡은 고독의 域[역]을 넘지 않었다.
 
196
썩은 집 누리미테서
197
굼벵이가 매아미의 화상을 쓰고
198
슬금 슬금 기어 나온다
199
반쯤 생긴 저 날개가 마저 도치면
200
저놈은 푸른 하늘로 마음껏 날 수 있고
201
햇빛찌는 나뭇그늘에 노래도 부를테지
202
누구냐? 굼벵이를 보고
203
꿈틀거리는 재주 뿐이라고 말한 것은
204
꿈틀거리는 재주 뿐이라고 말한 것은
 
205
「굼벵이」
 
206
등 작품에서 보는 치열한 정열과의 사이에 介在[개재]한 尤甚[우심]한 차이다.
207
이것은 광란하는 심리다. 自我[자아]의 위축과 팽창의 부단한 交代[교대]다. 더욱이 이상에 열거한 詩[시]에서 본 限[한] 다분히 상식화한 형태로의 교대다. 그리고 결정적인 특색은 그 思辯的[사변적] 饒舌的[요설적]인 점이다. 하나의 관념이 될 만큼 단순화 되지 않으면 언어는 詩[시]에다가 질서를 許與[허여]하지 않는다. 메타포어는 언어의 재생산이다. 언어의 낡은 의미를 축출하고 새로운 의미를 함축시키는 작용이다.
208
그러기 위하여는 사상과 지성이 思辯[사변]과 饒舌[요설]를 대신하지 않으면 아니된다.
209
하물며 上揭[상게]한 詩[시]들 가운데 발견할 수 있는 관념의 片鱗[편린]들이 적어도 우리가 보는 한 새롭지 아니한 데서야 문제는 일층 곤란해진다.
210
그러나 ‘아포리넬’에다가 이 詩人[시인]이 현대의 우리 詩[시]의 특유한 내용을 받처 넣으려고 한 기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211
바보 미련퉁이라 흉보는 것을
212
꿀꺽 참고 음메! 우는 것은
213
지나치게 성미가 착한 탓이란다.
214
삼킨 공깍지를 되넘겨 씹고
215
음메 울며 슬픔을 새기는 것은
216
두개의 억센 뿔이 없는 탓은 아니란다.
 
217
「황소」
 
218
이 一篇[일편]은 「낙타」와 더불어 우리가 애송할 수 있는 詩[시]다. 錯亂[착란]의 시대에 고요히 앉아 詩[시]를 짓는 고요한 심정을 엿볼 수 있는 佳作[가작]이다.
219
그러나 「당나귀」,「사슴」등의 작품에선 어릴만치 憧憬[동경]의 情[정]이 노래됨은 무슨 까닭일가?
220
통털어 이 詩人[시인]은 「動物詩集[동물시집]」을 통하여 다시 한번 혼란과 방황을 표시하지 않을까? 일부러 일직암치 자리잡고 앉을 필요는 없으나, 그러나 이 詩人[시인]의 企圖[기도]하는 바의 様式[양식]의 건설(일찌기 ‘아포리넬’은 파라독스의 순수한 사랑에서 이것을 건설하였다.)은 적어도 혼란과 방황이 끝난 뒤를 기다리지 아니하고는 불가능하리라는 것을 단언할 수가 있다.
221
이 점은 또한 이 詩集[시집]의 様式化[양식화]의 不統一[불통일] 위에도 적용되어야 하리라.
222
絢煌[현황]한 装飾性[장식성]을 피하려는 경향(‘괴테’ ‘푸쉬킨’등의 위대한 서정시가 모두 이런 단순성에서 씌어젔다)과 단순성을 취득하려는 경향(隠喩的[은유적] 양식은 언제나 언어의 왕성한 장식화에서 출발하였다)의 不調和的[부조화적]인 混在[혼재]다.
223
그렇다고 「반디불」 「원숭이」등의 단순한 기지를 이 詩人[시인]이 더듬을 장래의 길이라고 생각키엔 「動物詩集[동물시집]」의 作者[작자]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좀더 클지도 모른다. 「거미」는 그런 의미에서 암시적 작품이다.
224
현대와 밀착하고 그것과의 집요한 拮抗[길항] 가운데서 여하튼 現代詩[현대시]는 건설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대시가 「動物詩集[동물시집]」의 양식에 접근하려면 다시 하나의 계단이 필요하다. 내면적 심화와 知的[지적] 純化[순화]가 그것이다. ‘아포리넬’의 ‘파라독쓰’의 순수에 대한 사랑은 외부로 향하지 못하는 치열한 내부 정신과 정복욕의 일단의 비약의 결과다.
 
225
이러한 諸傾向[제경향]들은 적어도 우리 詩[시]의 신시대를 예언하는 各様[각양]의 啓示[계시]다. 一切[일체]를 믿지 않는 정신, 그러면서도 一切[일체]을 믿을 수 없는 슬픔은 그것은 異敎徒[이교도]의 生來[생래]의 비애다.
226
그의 비대한 체구와 더불어 切切[절절]한 悔恨[회한]의 抒情[서정]은 「獻詞[헌사]」가 기여한 우리 詩壇[시단]의 아름다운 새 재산이다.
227
혹은 이메지의 단조로웁고 불길한 고요함으로부터의 내면화의 운동은 30년대 이래로 우리 新時[신시] 위에 모더니티의 바람을 몰아오던 新興時派[신흥시파]의 새로운 방향전환이요, 하나의 귀결이다. 이것은 「瓦斯燈[와사등]」의 功績[공적]이다.
228
여기에 비하면 「動物詩集[동물시집]」의 광란과 방황은 낡은 傾向派詩[경향파시]에서 자라난 詩精神[시정신]의 고민의 과정 가운데서 젊은 시인들이 20세기에 발명된 모든 양식을 통과해 보는 것도 비록 지금 곧 收獲[수획]을 거들 수 없다 해도 明日[명일]을 위하여 확실히 보람있는 일이다.
229
그러면서도 이 詩人[시인]들이 근본적으로 새시대의 標幟[표치]일 수 있는 점은 그들 개개의 傾向上[경향상] 차이에도 불구하고 각자에 공통한 일반 특성이다.
230
그것은 구시대에의 반성, 二重[이중]의 의미에서의 반성이다.
231
技巧主義[기교주의]의 사치성에 대한, 또는 傾向詩派[경향시파]의 소박성에 대한 새 세대의 자각이다. 물론 이 반성과 자각이란 것은 단일한 것은 아니며 또한 그것으로부터의 발전도 한 까닭의 것은 아니다.
 
232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 직접의 과제는 역시 최근 수년간 우리 新詩[신시] 有史[유사] 이래로 처음 보는 詩精神[시정신]의 頹落[퇴락]을 초래한 詩[시]의 技巧化[기교화], 사치성에 대한 단호한 결별이다.
 
233
피 배튼듯 붉게 타는 ‘쥬립’
234
너의 입술에 떠도는 요염한 웃음
235
女人[여인]아 너의 乳房[유방]을 감춰주렴
236
언제나 너는 내 마음속에서 산다면서
237
밤이면 또하나 다른 태양을 사모함은
238
너의 天性[천성]이드냐
239
그속에 감초인 꿈이 재앙스럽다
 
240
女人[여인]아 날이 밝으면
241
나는 너의 혀를 잘라 안주를 마련하고 밤을 기다려 술을 나누련다.
 
242
咸允洙[함윤수] 「앵무새」중의 「츄립」, 불공평을 避[피]키 위하여 全文[전문]을 인용했거니와 이 詩[시] 가운덴 技巧主義[기교주의]에의 모방, 그 중에도 일시 우리 詩壇[시단]에 전파되었던 末梢化[말초화]된 技巧詩派[기교시파]의 역력한 刻印[각인]이 남어 있고, 그것을 모방할려는 심리 가운덴 詩[시]를 주로 언어의 색채로 장식할려는 습성이 뿌리깊이 박혀 있다. 이것은 詩的[시적] 精神[정신]의 극도의 빈곤의 전형적 표현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것은 虛飾[허식]의 감정, 사치의 정신의 迂廻[우회]된 표현이다.
243
이것은 단순한 내용을 華美[화미]하게 표현한 낡은 로맨티시즘이나 이마지즘의 장식성과는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것이다. 詩[시] 전체가 하나의 단일한 사치의 정신의 개화다. 罌粟花[앵속화]와 같이 이런 詩歌[시가]가 꽃다운 점이 있는 것은 극도의 사치성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244
기교적인 경향에서 사치성에의 昇華[승화]는 기교주의적 方向[방향]의 無內容[무내용]을 폭로하는 일대 절정이다.
 
245
실렁거리든 누우런 꿈이
246
묵기어 간 기름빠진 사래에
247
이삭군이 가난한 그림자도 끊어지고
 
248
태양은 한갓 거츨어젔다.
249
번뜩 번뜩 병든 잎은 지는데
250
모아들은 참새떼는 記憶[기억]의 나래 돌리고
251
서리맞은 싸아늘한 바람만이
252
곡식 그루에 까아츨하다
 
253
첫눈 배인 무거운 그름이
254
망서리다도 쫏기우고
255
독수리같은 검은 그림자
256
성급히 이랑을 기어 넘는다
 
257
─ 「落秋[낙추]」 ─ 許利福[허이복] 「박꽃」 중의 一箇[일개] ─
 
258
이지음엔 벌써 기억하는 이조차 드믄 나이브한 리얼리즘의 한 典型[전형]이다.
259
조화와 평안을 희구하는 심정, 그것을 고요한 한폭의 회화를 통하여 추구하는 정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한 세계로 하여 하나의 일관한 相念[상념]을 전개하는 詩[시]의 在來[재래]의 習俗[습속]을 오늘날 이 詩集[시집]이 추억시켜줌은 즐거운 일이다.
260
우리의 詩[시]가 19세기의 소박성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원치 않는 일이나, 서정시의 심오한 단순성으로 회귀한다는 것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261
단순성! 그것이야말로 금일의 詩[시]가 상실하고 있는 최대의 재산이요, 이것이야말로 또한 抒情性[서정성]의 불변한 생명이다.
262
사치의 詩[시]에서 단순의 詩[시]에로의 회귀, 詩[시]의 이러한 현대적 르네상스를 위하여는 素朴[소박]의 정신은 그 関門[관문]의 하나다.
263
언어의 리크레이션으로부터 詩[시]의 해방을 위하여 실로 오늘날 우리는 일체의 방법을 考究[고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264
(1939. 9)
【원문】시단(詩壇)의 신세대(新世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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