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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전(健全)한 사실주의寫實主義)의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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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1
김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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健全[건전]한 寫實主義[사실주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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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作家[작가]여 奈巴崙[나파륜](나폴레옹)의 칼을 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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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조선의 소설가, 작가의 부대의 행로(行路)를 생각해볼때마다 나는 늘 괴테를 머리에 그리게 된다. 괴테의 일생의 행정을 생각함에 의하여 우리들은 우리들이 나아갈 행로를 발견하는 것 같은 그런 암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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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볼프강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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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일의 18세기적‘미제레(Misere)’가 그의 말기와 19세기의 초기에 있어서 최대의 독일 사람 괴테의 천품(天稟)을 그의 바이마르의 생활에서 분쇄(粉碎)한 것을 회상하면서 지금 그것으로부터 두 개의 교훈을 끌어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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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 뒤떨어지고 수많은 전쟁에 의하여 황폐하여 와해된 나라, 약하고 협량한 창의성 없는 시민 계급 그것과 한가지로 협착한‘속물화’란 귀족자류적 ── 궁정적 왕후층 ── 이러한 정도의 독일적 미제레에 대하여도 세계적 시인의 천분은 그것과 대항하기로 회피치 않으면 안 되었고, 그의 ‘야자나무’의 격두적(格斗的) 정신은 상실되고 모든 낭만적인 청년다운 기상은 드디어 비겁하고 반동적인 대신적(大臣的)‘속물’로 화하고 말았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이 독일적 미제레와는 일층 다른 색체에 의하여 가미된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작가적 천분(天分)의 분쇄 과정은 다시 노언(呶言)할 여지가 없으리라는 것이 한 개의 생각이요, 그다음은 괴테가‘바이마르의 속물’이 됨에 의하여 젊은 시절의‘노도질풍적(怒濤疾風的)’모든 정열 ── 봉건적 절대주의적 질서의 인습적 허위적 생활 양식에 대한 반항의 정열 ─ 까지를 잃어버렸을 뿐 아니라 이것과 함께 과학적 세계관의 창시자들에 의하여 발자크의 그것과 함께 높이 평가하는 청년 시절의 그의 사실주의까지를 상실하고 드디어는 고전적 형식과 완상적 찬미자로 복고주의자로 되어버렸다는 것이 둘째번의 생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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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에서는 우리는 괴테의 천분에 비하여는 만분지 일도 못한 조선작가의 천품이 18세기의 독일적 미제레보다는 수백 배 더한 우리의 현실 속에서 속물화의 개울 속으로부터 자기를 구출하기 위하여 어떻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인가의 교훈을 가지게 되며, 둘째에 있어서는 우리는 그것이 모든 예술상·철학상 형식주의적 아류(亞流)와 이별하고 오직 건전한 사실주의의 길을 완강히 걸어 나가는데 의하여만 보다 훌륭하게 자기를 속물의 하천에서 건져낼 수 있다는 결론을 가지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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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리얼리스트적 정신이 건전한 세계관과 조금도 두려움 모르는‘나파륜의 칼’을 들고 현실 생활의 혼란한 삼림을 향하여 돌격하였을 때 일찍이 역사는‘향토적 미제레’와‘정치적 암묵’이 작가를 불행으로 좌절시킨 전례를 가져보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비참한 미제레는 오히려 건전한 리얼리스트 작가에 있어서는 사나이다운 영광을 하늘에 드날리게 하는 투기의 마당으로 전화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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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조선의 젊은 작가는 불행이 행복으로 전화되는 계기를 발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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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부르주아 사실주의에서 조선 문학이 기대할 아무 것도 없음을 뚜렷하게 알아야 할 시기에 도달하였다. 그것은 그의 대표적 작가들이 인식의 한계와 일면성 역사에 대한 관념적 개인주의적 관조 태도 라고 하는 자연주의적 한계에 의한 불광분성(不光分性)을 가지고 역사의 위에 등장하였던 근본적인 문제에 의하여서 뿐 아니라 그들이 예술가, 작가로서의 일편의 양심까지를 상실하고 강담(講談)과 탐정소설에서 자기의 처소를 발견하고 있는 현상을 가지고도 넉넉히 설명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매 진보적인 젊은 작가는 그들이 흘리고 가는 약간의 유산을 상속하면서 회색의 황혼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그들의 허수아비 같은 그림자를 조상(吊喪)할 시기에 이르렀다. 더구나 그들이 ‘문장론’ ‘시론’ ‘기예론’ 등등에서 전연 내용을 떠난 형식에의 복귀만을 외치고 있고 자유시의 운문화(韻文化)에의 퇴각을 실험하고 있는 모양은 주목에 해당한다. 자기의 예술의 몰락을 형식에서 구출하려는 무위한 허로(虛勞)와 현실을 묘파할 능력을 상실한 예술이 형식의 완롱(翫弄)에서 자위하고 있는 가련한 자태에 우리들은 하등의 동정도 묘파하여서는 아니 된다 ── 이런 의미에서 건실한 도정에 있는 젊은 작가와 평가가 창작 방법의 전문제를 기술 문제로 환원하고 있는 약간의 경향에 대하여는 충분한 경계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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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민 지식층의 작가들이 자기의 예술의 최후의 진실로서 추구하고 있던 인간과 세계의 본질에 대한 전혀 관념적인 형이상학적인 태도 ── 생물학적 애욕(愛慾), 인도주의적 애(愛), 의식적·유동병리적 심리, 불안의 의식 등등 ── 이러한 모든 것과 건전한 사실주의의 역사적인 임세(任勢)를 첨예하게 대립시킬 순간에 우리는 도달하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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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식층 출신의 작가에게 시끄럽게 들려오는 능동 정신과 행동주의의 방송에서도 그의 반동적 측면과 진보적인 일면을 엄연한 시각에서 간파하고 더구나 최근 유행하면서 있는 세스토프(Levshestov)적인 모든 유행에 대해서도 움직이지 않는 세계관을 가지고 우리를 해하고 몽롱하게 하고 흐리게 하는 일체의 잡물을 엄밀히 받아내야 할 것이다. 나파륜의 칼은 이 방면에 있어서도 조금치도 무디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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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우리는 한 개의 경홀(輕忽)히 할 수 없는 장애물로부터 사실주의의 길을 옹호하는 임무의 앞에 이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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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자신에 대한 자위와 도취의 태도 ── 이 일견 지극히 경홀한 문제를 헛되이 간과하는 데 의하여 건전한 사실주의적 작가는 적지 않은 손해를 초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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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한 신창작 이론이 왜곡되어 오해되는 데서 정치주의의 비판의 반동으로 비정치주의 세계관의 학대, 주제의 적극성에 대한 배척 등등의 그릇된 경향을 가져오고 이것은 무책임한 기술 편중의 비평과 함께 작가에게 대하여 자기를 격파하고 상상(上翔)하려는 의지적인 열정을 버리고 자기 심경과 현상의 지극히 비본질적인 것을 마치 본질적인 측면인 것같이 세밀하게 술사(術寫)하기를 권고하는 결과와 이렇게 함으로써 자기의 적은 협소한 창작 태도를 자위, 자홀(自惚)하는 폐해를 유행시키는 결과를 보게 만들었다. 이 경향은 작가를‘당면 과제’를 가지고 질타하였던 것과 못지않게 협소한 속물로 그러므로 진실한 정신을 잃은 저열한 사진 기사로 전화시키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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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급하고 협소한 것에서 성공하고 자홀하기를 버리고 광활한 천공을 비상하여 실패해도 좋다는 독수리와 같은 만용을 가진 젊은 작가는 없는가 ── 우리는 이 야심을 대망한다. 실로 적은 데서 만족하여 세속적으로 성공하기를 꾀하는 것은 청년답지 않을 뿐 아니라 연소작가는 지금부터 성공하겠다는 성급한 마음보다도 광막한 넓은 대상을 묘파해보겠다는 위대한 야심이 오히려 리얼리스트 정신에 상통할 것이다. 자위와 자홀과 도취를 용감히 박차고 젊은 작가여! 위대한 야심을 가지라! 그리하여 나파륜의 칼을 들고 현실의 삼림과 생활의 대해에 용감하게 뛰어들라!
【원문】건전(健全)한 사실주의寫實主義)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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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천(金南天) [저자]
 
  1936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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