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소녀 ◈
카탈로그   본문  
1955.5
이무영
목   차
[숨기기]
1
소녀
 
 

1. 1

 
3
어서 겨울이 왔으면 하는 것이 소녀의 기원이었다. 하루에 밤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왔으면 했다. 그래서 어서 이 달이 가고 새달이 오고, 그 새달이 또 가고 했으면 싶었다. 눈이 펑펑 쏟아지고 바람이 앵앵 불어대고 물이 꽝꽝 얼어붙고 했으면 오죽 좋으랴 했다.
 
4
그렇다고 소녀가 다른 아이들처럼 썰매를 타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얼음을 지치고 싶어서도 아니다. 맞은편 과장 집 딸처럼 하이얀 털외투가 생겨서 그것을 입어지자고 겨울을 그렇게 골똘하게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5
첫째, 소녀는 겨울이 온대도 얼음을 지칠 팔자가 못 된다. 외투는커녕 내복도 없는 신세였다. 옷이야 지금 몸에 걸친 구제품 원피스 하나뿐이다. 또 한 벌 있기는 하여도 어깨받이가 다 나간 역시 구제품 조각이다. 지금 입은 옷을 빨아 입재도 벗고 입을 것이 없어서 짜린내가 나는 것을 그대로 입고 있는 처지다. 날이 으르르해지면 불탄 강아지처럼 달달 떨어야만 할 소녀였다. 내어버린 더운 물도 그대로 쩍쩍 얼어붙는 추위에 밖에서 일을 해야 하고 군불을 때야 하고 얼어붙는 걸레로 집안을 치워야 하는 소녀였다. 소녀는 귀한 집 딸이 아니다. 아니, 귀하고 천하고는 둘째다. 소녀는 지금 아버지와 어머니의 집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아저씨요 아주머니네 집이다. 그것도 어떻게 되는 아저씨가 아니다. 구두닦이 아이들이 아무나 보고 부르는 그런 아저씨에 지나지 않는 아저씨였고 아주머니였다. 소녀는 남의 집 더부살이였었다. 아저씨와 아주머니네 집에는 아들딸 해서 다섯이나 있지만 이 다섯 아이들보다도 제일 일찍 일어나야 했고 가장 늦게 자야만 하는 처지다. 아니, 아저씨와 아주머니보다도 먼저 일어나야 했고, 또 늦게 자는 수가 많다. 아저씨는 몹시 술을 좋아한다. 아저씨는 통행시간도 없다. 아저씨한테는 늦게 다니어도 좋다는 무슨 증명서가 있었다. 석 장이나 된다는 것 이었다.
 
6
“난 이런 사람요!”
 
7
통행시간이 지나서 문초를 하면 아저씨는 이렇게 패스를 내어민다.
 
8
“이것 가지군 안 됩니다. 이 증명은 당신의 신분을 증명한 것이지 나랏법을 어기어 통행시간을 무시해도 좋다는 증명서는 아니잖소?”
 
9
이렇게 힐난을 하면,
 
10
“그럼, 그 다음 증명설 보슈.”
 
11
“이것두 그렇잖소.”
 
12
“그럼 다음 것을 좀 봐!”
 
13
그렇게 해서 통과가 되는 그런 아저씨였다.
 
14
물론 소녀는 아저씨가 뭘하는 사람인지 모른다. 관청이라기도 하고 회사라기도 하는 것 같다. 어디 문관이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고,
 
15
“촉탁이란 건 뭐냐 하면 말이지, 국장이나 과장보다두 더 높다는 말야. 더 높아. 왜 그러냐 하면 말이지… 점잖은 사람한테 국장이니 과장이니 줄 수가 없으니까 촉탁이라구 하는 게거든! 일테면 국장의 고문이란 말야, 고문! 고문이 뭔지 알아? 국장보다도 위란 말이야. 위. 국장을 명령하는 사람이지. 선생님, 이거 이렇게 이렇게 했으면 싶은데 어떻겠습니까 ― 국장이 나한테 이렇게 물어보거든. 그러면 난 쓰윽 서류를 훑어보구서, 어 이건 이렇게 하구 저건 저렇게 하오. 허지만 이건 그만두는 게 좋겠는걸 ― 아, 그렇군요. 참 과연 선생님이십니다. 이러는 거야. 이게 촉탁이란 게야! 알았어!”
 
16
열한시고 자정이고 들어와서 아내인 아주머니한테 이렇게 주정을 하는 소리를 듣고 보면 촉탁이 무엇인지 촉탁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러나 소녀는 아저씨가 어디 촉탁인지 또 촉탁이 무엇을 하는 겐지 알지도 못하고 있다. 그저 촉탁이란 집에 엎디어 낮잠만 자도 좋은 게니라 할 뿐이다. 그런 촉탁표가 두 장인지 석 장인지가 되니까 맘대루 늦게 다니는 것이다. 자기 좋아서 늦게 다니는 것이니까 남이 ― 더구나 소녀가 참견할 아무런 까닭도 맥도 없지만 늦게 와서도 반드시 또 술상을 차리라니까 걱정이다. 혀가 돌지 않고 퍽퍽 쓰러져가면서도 꼭 술상을 보아야만 했다. 대개는 상을 보아 들여가기도 전에 그대로 쓰러져 자버리지만 앉아서 주정으로 술을 깨우는 수도 있다. 지금은 날이 춥지 않으니 다행이지만 쩍쩍 얼어붙고 눈보라가 치고 하는 깊은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술국을 끓인다 찌개를 데운다할 생각을 하면 넌더리가 날 일이다.
 
17
거기다가 소녀는 남의 집 밥을 먹는 것이 이것이 처음인 것이다. 지금까지는 잘먹고 못먹고간에 제집 밥을 먹고 살았었다. 제 손으로 밥을 짓고 서름질을 하고 집안을 치우고 하는 것도 난생 이 아저씨 집에 와서 처음이었다. 된장찌개에 찬밥 덩어리라도 어머니가 갖다주는 밥이었고 일년에 한 켤레씩 얻어신는 고무신도 아저씨가 아닌 ― 아버지가 사다주시는 것을 얻어신던 소녀였다. 이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떨어진 첫 겨울이기도 한 것이었다. 그 부모를 떠난 첫 겨울이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떨어지던 반년 전의 그날보다도 더 슬프고 을씨년스러운 겨울일 것을 소녀는 모르지도 않는다. 반년전 이른 봄의 어느 날, 아버지 어머니는 동생 둘만을 데리고 강원도 탄광으로 갔었다. 서울로 오기는 좀더 잘살아 보자던 것이었다. 남의 땅 얼마를 얻어부쳐 보았자 생계가 서지 않았다. 거기다가 시골 백성들이 어수룩해놓으니까 잡부금이란 것이 엄청나게도 많았다. 나라에서는 그런 잡부금을 없애라고 야단이었고 설렁탕 배달처럼 예, 예, 대답만 시원스럽게 했다 뿐이지 무어다 무어다 잡부금은 여전히 많았던 것이다.
 
18
“누가 또 갈려갔다지? 또 송별금이 나오겠군. 가니 내라지, 왔으니 내라지, 가만있자 대관절 몇 가지나 되는 거야.”
 
19
이렇게 모여앉으면 손들을 꼽던 것이었다. 자꾸 헤어도 자꾸 나왔었다. 작년에는 서른여덟 가지나 됐다던 것이었다. 달력 한 장에도 오십환이었다. 비누다 성냥이다는 그래도 쓸모가 있었다. 쓸모있는 물건은 갖다 팔지를 않고 쓸모없는 것만 갖다 안기었었다. 쓸모있는 물건은 어느 농가에서도 늘 사 쓰니까 값이 뻐언하다. 그러니 갑절이고 세 곱을 받을 수가 없다. 그래서 시골 농군들한테는 당치도 않은 무슨 책이다! 사진이다, 그림이다가 쏟아져 들어오던 것이었다.
 
20
“에 ― 라 나두 올핸 이눔의 농사 집어치우구 서울루나 가겠다. 뭐 농살지으면 나 혼자서 먹겠나, 피땀 흘려서 농사 지어서 처자 입에는 못 넣구 그 알뜰한 곡식을 내어 사진쪽 살 마련이면 서울 가 품팔이라두 하구 살지… 하루 두 끼 먹기야 어디 가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21
이렇게 서울로 올라온 소녀의 아버지였다. 모두 열아홉 집 뜸에서 소녀네가 그 해 넷째로 올라왔었다.
 
22
그러나 가난한 사람네한테는 서울도 일반이었다. 여섯 칸 초가와 소작권에 소녀네 소유로 있던 밭 한 뙈기까지 끼워 판 돈으로 서울 와서 판잣집 하나 얻고 나니 그만이었다. 일거리도 만만치 않았다. 먹으며 안 먹으며 울며, 짖으며 내외가 싸우며 말며 ― 이러기를 석 달 살았었다. 그러던 길에 삼척 탄광에서 사람을 모집한다는 소문을 듣고 모집에 응했던 것이다. 사람이 모자라서 몸이 달아하는 줄도 모르고 소녀 아버지는 구문을 육백환이나 썼었다. 그래서 겨우 뽑히었었다. 소녀네가 삼척으로 길을 떠나려고 짐을 꾸릴 때였다. 소녀 아버지가 일하러 갔던 일이 있는 집 아주머니가 지나다가 소녀를 달랬던 것이다.
 
23
“그래라, 복순아. 아주머니 댁에 가서 있으면 밴 안 곯지. 아버지가 돈 벌어가지구 또 올라올 때까지 아주머니 댁에 가 있어.”
 
24
이래서 소녀는 아주머니네 식구가 된 것이었다.
 
25
아저씨는 뭘하는 분인지 몰랐지만, 아주머니의 직업은 확실했었다. 고아원 주인이었다. 원장님이다. 또 계를 많이 하는 계주이기도 했었다. 장사도 했다. 구제품이 나오면 모개로 넘겼었다. 그러니 집에 붙어 있는 시간이란 밤뿐이었다. 촉탁 아저씨가 되려 늘 집에 있었다. 온종일 자기도 하고 술도 자신다. 그러다가 두시나 세시쯤 나가는 것이었다. 일곱 식구 사는 집으로는 크기도 한 셈이다. 하루 삼시의 식사는 물론 집안까지도 소녀가 치워야 했었다. 언제 아주머니가 계꾼 여자들을 몰고 들어올지도 모른다. 집안이 어질러졌으면 소름이 쪽쪽 끼치는 무서운 욕이 퍼부어지는 것이었다. 사증들린 사람처럼 소녀의 팔을 꼬집어 비틀어대기가 일쑤다. 그래도 소녀는 이를 악물고 참지 않으면 안 되었었다. 소리를 지른다든가 운다든가 했다가는 정말 살점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26
“네 요년! 그래도 못 그치냐! 응? 그래두 눈물을 쪼옥쪼옥 흘리고 있을테냐!”
 
27
고아원 원장 아주머니는 소녀의 어깻죽지에 이면치레로 붙은 얄팍한 살을 꼬집은 채였었다.
 
28
“안 그래요, 아주머니!”
 
29
“눈물도!”
 
30
“이렇게 닦았어요!”
 
31
“닦았는데 왜 또 나와!”
 
32
“제가 나왔어요! 아주머니, 내가 안 흘렸어요! 용서해주세요! 아주머니.”
 
33
“요런 전 재리 같은 년! 앙큼스럽게! 내가 다 알아! 모를 줄 알지! 너 어디보자, 날 이렇게들 볶구 어디 보자 ― 이러구 눈물을 쪼옥쪼옥 흘리구 있는 게지!”
 
34
피가 맺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사뭇 시퍼렇게 멍이 든다.
 
35
이웃집 국민학교 선생님 집에도 소녀가 하나 있었다. 그와 똑같은 처지의 소녀였었다. 그 소녀가 멍든 자리를 보고,
 
36
“아아니, 어쩌면! 그 아주머닌 고아원을 하면서 그렇다니!”
 
37
“고아원이 뭐니, 금례야.”
 
38
“고아원이 어머니 아버지 없는 아이들 갖다 기르는 데지 뭐냐!”
 
39
“그러니까 그렇지, 뭐.”
 
40
하고 소녀는 영악한 듯이 대답하는 것이었다.
 
41
“그러니까 그렇지 뭐냐. 내가 어디 고아냐? 울 아부지 울 어무니 다 있거든! 그러니까 난 고아가 아니지 뭐냐!”
 
42
소녀는 열세 살이었다.
 
 

2. 2

 
44
그래도 소녀는 겨울을 기다렸었다. 어서 날이 으르르해지기를 바랐다. 눈보라가 치고 모래를 섞은 된바람이 살점을 에는 겨울이 오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외투가 있어서 자랑을 하고 싶어서는 아니다. 썰매나 얼음을 지칠 팔자래서도 아니다. 뜨뜻한 아랫목에 이불을 깔고 그 속에 들어가서 그림책을 보기 위해서도 아니다. 겨울만 되면 손등이 옴두꺼비처럼 될 것을 몰라서도 아니다. 옷을 두둑히 입어서 사암한 고아원 아주머니가 꼬집지를 못하게 된대서도 아니었다. 겨울이 된다고 자기의 팔자가 갑자기 늘어지게 되리라고 생각해서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겨울을 기다리는 소녀였다.
 
45
오직 구공탄을 때고 싶어서 소녀는 겨울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삼척으로 떠나면서 그런 소리를 소녀한테 하고 갔던 것이다. 짐을 깡똥히 싸놓은 어머니는 어린 남동생의 손을 잡고 소녀 밑으로 아홉 살 된 여동생은 바가지쪽을 들었었다. 아버지가 소녀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였다. 눈물이 글썽해 있었다.
 
46
“복순아! 잘 있거라. 말 잘 듣구. 아주머니 말씀 잘 들어. 아부지가 얼른 가서 석탄 많이 파서 보내마. 석탄을 보거든 아부지 생각을 해, 알지, 저 십구공탄 말이다. 그걸 피우면서 아부지 생각을 하란 말이다. 아부지가 좋은 걸루만 파서 보낼게!”
 
47
글썽해 있던 눈물이 소녀의 목덜미에 떨어져서 등 골짝을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어머니는 돌아서서 울었다. 제가 뭣을 안다고 아홉 살짜리도 어머니 뒤에 숨어서 흐느끼며 울고 있었던 것이다. 소녀도 울며울며 고아원 아주머니한테 끌리어 지금의 이 집으로 왔던 것이다.
 
48
아버지도 지금은 서울에 없었다. 어머니도 없었다. 동생들도 소녀가 사는 서울 안에는 없었다. 소녀네가 살던 판잣집도 벌써 딴사람이 들어 있다. 소녀네처럼 시골서 농사를 짓다가 먹고살 수 없다고 서울로 벌이를 하러 온 옥분네가 들어 있던 것이다. 이 외톨이가 된 소녀한테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것이 석탄이었다. 처음에 소녀는 석탄이 무엇인지 몰랐었다. 그래서 소녀는 이웃에 사는 소녀보고서 살짝 물어보았던 것이다.
 
49
“얘, 석탄이 뭐지?”
 
50
“석탄이 석탄이지 뭐냐.”
 
51
“아니, 그래 어떻게 생겼느냐 말이야!”
 
52
“구공탄 있잖아?”
 
53
“그래.”
 
54
“그게 석탄야. 석탄으로 만든 거야.”
 
55
“응, 그래? 그렇구나, 그게 석탄이로구나!”
 
56
이런 소녀였었다.
 
57
소녀는 구공탄을 때기가 소원이었다. 그러나 고아원 아주머니네는 구공탄을 쓰지를 않았었다. 전기로 했었다. 낮전기를 몰래 끌어서 전기풍로로 찌개도 끓였고 술도 데웠었다. 달아준 것은 전기회사 아저씨였다. 그래도 몰래 켜는 것이 분명한 게 조사를 오면 모두 감추고 야단들이었었다. 그래서 몰래 켜는가 할 뿐이었다.
 
58
“너 오늘두 구공탄 피우니?”
 
59
“그럼. 귀찮아 죽겠어, 얘!”
 
60
“난 귀찮아두 구공탄 썼으면 좋겠다. 우린 전기만 쓴단다, 얘.”
 
61
“그럼 우리하구 바꾸면 좋겠다. 우리 아주머니가 우리도 낮전길 끌자구 그러니까 아저씨가 막 야단을 쳤단다. 그래, 아주머니가 이 동리서도 누구네 누구네 다 전기회사 사람 술먹이구 켰다구 그랬더니만 그럼 당신은 남이 도둑질한다구 날더러두 도둑질하란 말야! 하고 어찌나 소릴 지르든지, 그날말야 얘, 난 그때 아저씨가 소릴 지르는 바람에 어떻게나 놀랐던지 컵에 물을 담아가지구 들어가다가 탈싹 깨뜨려버리지 않았겠니!”
 
62
그래도 소녀는 구공탄을 피우고 싶었다. 만져보고 싶었다. 금세 손이 새까매지건만 만져보고 만져보고 하는 소녀였었다. 그럴 때는 눈물이 다 글썽했었다.
 
63
“너 어디 가니?”
 
64
소녀는 이웃집 소녀가 네모난 미국 사람 맥주 궤짝을 이고 갈 때마다 이렇게 부러워 하는 것이었다.
 
65
“연탄 사러 간다.”
 
66
“연탄? 구공탄을 연탄이라구두 하는구나.”
 
67
“그럼.”
 
68
“나도 따라갈까?”
 
69
“그래!”
 
70
소녀는 연탄가게에 가는 것이 가장 큰 낙이었었다. 매캐한 냄새가 꼭 아버지 몸에서 나던 땀냄새와 같다 했다. 포삭포삭한 가루를 만지면 그 착하던 아버지의 살을 만지는 것 같았었다. 남들이 연탄 사러 가는 데 따라갔다가 소녀는 두 번이나 아주머니한테 꼬집혔었다. 한 번은 어깻죽지였지만 한 번은 볼따구니였다 이 얼굴 . 꼬집힌 자리는 열흘이나 두고서 가시지 않았었다.
 
71
“우리두 연탄을 땠으면 ─”
 
72
이것이 소녀의 소원이었다. 겨울이 되면 온돌방에 연탄 아궁이를 한다고 아주머니가 몇 번이나 그랬기 때문이었었다. 연탄만 때게 되면 아버지와 늘 같이 사는 것만 같았다. 그렇기만 하다면 지금처럼 쓸쓸할 것 같지가 않았다.
 
73
“연탄 때는 집엔 얼마나 팔자가 좋을꼬?”
 
74
소녀는 슬펐었다.
 
 

3. 3

 
76
그러나 그 해 겨울이 채 닥치기도 전에 소녀의 소원은 이루어졌었다. 아직 된내기가 오기도 전이었다. 소녀는 반찬가게에 콩나물을 사러 갔었다. 어디로 무엇을 사러 가거나 길 건너 고개 너머에 있는 연탄집에를 들여다보는 것이 소녀의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사는 보람이기도 했다. 단 하루라도 연탄집 앞을 지나지 않으면 고아가 된 것처럼 허전했던 것이다.
 
77
그날도 소녀는 연탄집에 들러서 공연히 물어보았었다.
 
78
“오늘 얼마 해요.”
 
79
“삼십환이다!”
 
80
“네.”
 
81
“얼마 주랴.”
 
82
“나중에 올게요.”
 
83
그뿐이었다. 물어만 보았지 사볼 수는 없던 소녀였었다. 넓은 마당 안에는 분탄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새까만 분탄더미는 비낀 햇빛을 받아서 검은 진주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검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같다고 소녀는 생각하는 것이었다. 만져보고 싶게 윤이 난다. 분탄더미만 보아도 소녀의 가슴은 흐뭇해오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품에 포근히 안겨보는 것 같은 행복이었었다. 소녀의 눈에는 흑인처럼 눈만 빼앤한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된 사람들처럼만 보여지던 것이었다. 석탄을 만지고 석탄과 같이 살고 석탄 속에 묻히어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84
‘나 같은 건 안 써주겠지 ―’
 
85
소녀가 철사울타리 사이로 분탄더미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였다. 아저씨들이 전기풍로를 하나씩 들고 가며,
 
86
“소용없어. 금방 끓어도 금방 다는걸 뭐.”
 
87
“그러게 옛말이 있잖나. 열 놈이 한 놈 도둑을 못 지킨다는 거야.”
 
88
“이거 무슨 놈의 팔자가 존 소리 듣는 생활을 못허구 그래 꼭 욕만 먹는 일을 하게 마련이람. 아이, 그 여편네 참 앙칼지더라. 똥싼 놈이 성낸다구 어디 보라잖던가?”
 
89
“하긴 세도깨나 쓰는 집인가보더라, 서두는 폼이 인저 또 전화가 오겠지. 오면 우린 또 고태꼴일세. 저 천만이처럼. 잡으라구 시키고 잡았다구 고태 꼴이구. 이놈의 세상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옳아? 대낮에 댄스하는 놈의 집엔 낮전길 주구 공장엔 손만 싹싹 부비구 있고. 일 내게, 담배나 한 대 피우세.”
 
90
두 아저씨는 철망 말뚝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소녀는 자기도 모르게 가까이 가고 있었다. 소녀 자신 왜 그렇게 했던지 몰랐었다.
 
91
“아저씨, 낮전기 조사 다니세요?”
 
92
“그래. 어디냐 알켜주면 미루꾸 사주지.”
 
93
“저 길 건너 벽돌담집예요! 난 미루꾼 안 먹어요!”
 
94
소녀가 겁이 난 것은 이렇게 말을 해버린 후였었다.
 
95
그러나 아주머니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 알았다면 소녀의 몸뚱이는 옴두꺼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병든 고양이처럼 길가에 내던져졌을 것이다.
 
96
아무것도 모르는 아주머니는 조사원한테 욕만 퍼부었었다. 아무리 잘 꼬집는 아주머니라도 조사원 아저씨들을 꼬집을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97
“아, 고런 잰 재리 같은 놈의 자식. 그렇게 빌어두 죽어두 안 된다는군그랴! 고놈의 새끼, 가다가 전차에 치여 손목쟁이나 똑 짤러지거라!”
 
98
욕을 하면서도 아주머니는 연탄풍로를 꺼내었다. 그러고는 돈을 홱 내던져주는 것이었다.
 
99
“얘, 가서 연탄 네 개만 사와!”
 
100
돈을 받아든 소녀의 손은 떨렸다. 가슴은 흐뭇했다. 행복감에 틀림이 없었다. 연탄을 사들었을 때는 눈물이 핑 돌았다. 아버지를 안은 것 같았다. 아버지의 정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
 
101
연탄을 피우는 것은 생전 처음이었다. 아주머니가 알켜준 대로 풍로에 불을 피웠다. 서투른 소녀한테는 더없이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래도 기뻤다. 밑에서부터 빨갛게 피어 올라오는 연탄 구멍을 들여다보는 것이 그대로 행복이었다. 냄새가 코를 콕 찌른다. 눈도 아팠다. 그러나 그래도 좋았다. 기뻤다. 즐겁기 그지없었다.
 
102
한참 피더니 파아란 불꽃이 조옥조옥 올라온다. 눈이 아프고 가슴이 울렁대었다. 그래도 좋았다. 메스껍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버지의 품에 안기었을 때의 그 가슴 울렁대던 때와 같다 했었다. 소녀는 갑자기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소녀는 즐거웠었다. 그것은 아버지의 체취였었다. 그리운 아버지의!
 
103
드디어 소녀는 쓰러지고 말았다. 아버지의 체취에 도취하는 모양이었다. 소녀는 까무러치고 말았다. 김칫국을 퍼먹이고 토하고 한 뒤에 제정신이 들고서야 소녀는 미련하다는 죄로 두 번이나 쥐어박혔었다. 그래도 이번만은 꼬집히지는 않았었다.
 
 

4. 4

 
105
겨울이 왔다. 소녀가 바라던 겨울이었다. 금방 떠놓은 물이 돌아서 보면 얼음이 잡히었다. 새벽, 새우잠을 자다가 꼬집히어 뛰어 일어나 나가보면 통 안의 물이 용을 쓴 채 얼어 있는 것이다. 손등은 하릴없는 옴두꺼비 등이었었다. 터진 것이 아니라 아주 쩍 갈라졌다. 피가 흐른 채로 얼어붙었다. 이 잔망한 손으로 불을 때야 했고 밤새도록 술타령을 하는 아저씨의 술상을 치워야 했고 찬을 만들어야 했다. 전에는 더러 나와서 도와도 주고 알으켜도 주고 하던 아주머니는 날이 버쩍 추워진 뒤부터는 방안에서 입만 놀린다. 뜨뜻한 자리 속에 누워서 입만 놀리기가 아무래도 십오도니 십팔도니 하는 밖에서 몸을 다루는 것보다는 쉽고 빠르다.
 
106
“생선찌개 안쳤냐?”
 
107
“아니오. 아직 못 안쳤어요.”
 
108
“아니 조런.”
 
109
“지금 안쳐요.”
 
110
“원, 조런 재리 같은 년. 일어난 지가 몇 시간인데 그래 인저서 찌갤 안친다는 거야! 볼 어디 볼딱지가 좀 꼬집히고 싶으냐!”
 
111
소녀는 아직도 재리가 무슨 뜻인지 모른다. 그저 좋은 소리는 아니니라 할 뿐이다.
 
112
발이 얼어빠진다. 발톱이 빠지는 것 같다. 손등이 아픈 것은 이제 아주 단련이 된 셈이다. 그러나 그런 것도 약과였다. 소녀한테 제일 질색이 구공탄이었다. 어째서 이렇게 자꾸 꺼지기만 하는지 모르겠다. 갖은 고생을 해서 겨우 피운다. 숯을 쓴다고 악을 박박 쓰는 고아원 아주머니의 말소리가 그대로 벌에 쏘인 때처럼 살 속으로 파고든다. 그러나 그것도 참아야 했다. 소녀가 잘못한 것이었다. 한 번 피워놓으면 일년도 간다는 구공탄을 또 꺼뜨린 것이다 겨우 불이 . 붙었다. 그러나 피우기보다도 옮기는 것이 큰일이었다. 신주처럼 위하고 빌고 축수도 하고 해서 온갖 공을 들인 구공탄이 들기가 무섭게 팍삭 깨지고 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서툴러서 그런가 했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깨지는 율이 늘어갔다. 한 번만 깨고 나면 열 번을 꼬집히어야 했다. 그러나 고아가 아닌 소녀는 고아원 아주머니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113
“조년이 일부러 깬다니까! 너희들 어디 한번 곯아봐라. 내가 학교엘 가니 몸이 다느냐 고아원엘 가니 걱정이냐. 난 조곰두 몸달 건 없다 ― 이런 앙칼진 심뽀루 깨는 거지. 내가 모를 줄 알구. 에이, 요런 알 재리 같은 계집애년!”
 
114
그러나 아프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되는 소녀였다. 황차 울음소리를 내었다가는 아주머니 말마따나 대갈머리가 성하지 못한다. 그저 눈물만 흘려도 안되었다. 소녀는 용히 참았다. 아야 소리도 않았다. 입술을 아지끈 깨물고 참는 것이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눈물은 참아주지를 않아서 매양 더 꼬집히는 것이었다. 그래도 아주머니는 손님이 오면 싹 변한다. 배쪽처럼 연해지는 것이다.
 
115
“얘, 가서 사과 들여온.”
 
116
여기에 모두들 넘어간다.
 
117
“넌 복 탔다. 이 댁 아주머니가 고아들을 데리구 계시니까 맘이 착하지. 고아가 불쌍한 줄을 아시니까.”
 
118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소녀는 속으로 불만이었다.
 
119
‘뭐 내가 고안가. 우리 어머니 우리 아버지 다 계신데 ―’
 
 

5. 5

 
121
그 살뜰히 바라던 겨울은 소녀한테 조금도 고마운 겨울이 아니었다. 그렇게 쓰고지자 하던 연탄도 소녀한테는 전처럼 즐거움이 되어주지 못했었다. 오직 꼬집히는 도수를 늘려주었을 따름이었다.
 
122
정말 이상할 만큼 잘 깨지는 것이었다. 고아원 아주머니의 말이 맞는지도 몰랐다. 그렇도록 잘 깨진다. 한 번 깨지면 하불소 욕은 열 바가지는 먹었다. 꼬집히는 것은 이루 헤일 수가 없었다. 조심하면 조심할수록에 잘 깨지는 것 같았다. 숨도 크게 안 쉬고 공을 들여서 부집게를 댄다. 언제나 가슴이 뛰었다. 소녀는 너무 가슴이 뛰기 때문에 흔들려서 깨지는가 했다. 그래서 진정을 하고 옮기는 것이었다. 요행히도 잘 집혔다. 살며시 든다. 숨소리도 죽였어야 했다. 두 발, 세 발, 무사했다. 이제는 또 기뻐서 가슴이 뛰는 것이었다.
 
123
“탈싹!”
 
124
소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졌다. 그야말로 펑펑 쏟아지는 것이었다. 와들와들 떨린다. 추워서만은 아니다. 아주머니가 무서웠던 것이다. 소녀는 고아가 아니었으니까. 아버지도 계시고 어머니도 살아계셨으니까 ―
 
125
소녀는 겨울을 원망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연탄을 그리고 아버지를. 아버지는 왜 이렇게 나쁜 연탄만 파서 보내는가 했다. 좀더 좋은 연탄, 깨지지 않는 연탄을 캐어 보내면 자기도 편하고 욕도 안 먹지 않는가 했다. 정말 무서운 욕들을 하는 것이었다.
 
126
“이런 죽일 놈들! 이걸 연탄이라구 팔아? 쥐면 깨지구 쥐면 깨지구. 그러구두 날마두 값을 올리지! 그래, 이런 도둑놈들 좀 봐! 삼십환 하던 것이 칠십환 아닌가베! 갑절을 넘어 받으면서두 이렇게 부스러지게만 해! 그놈들 이러구서두 눈이 감길까? 염라대왕한테 가선 소인은 안 깨지고 값싸구 한 연탄을 백성들한테 주어서 적선을 했사옵니다 ― 그럴 테지!”
 
127
그것은 실로 무서운 욕이었었다. 염병 3년에 땀 한 방울 못 내구 마른 꼴뚜기가 돼서 죽으라고도 했었다. 육시 처참을 할 놈이라고도 했고 그런 놈들은 갈아먹어도 시원치 않다고도 했었다. 길 건너 빈대떡집 여편네의 욕이 가장 소름끼치었었다. 그런 못된 놈들은 간을 내서 소금을 찍어 먹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었다. 손목쟁이를 잘라서 이놈의 이 손이 석탄을 속여먹은 놈의 손이라고 종로 네거리에다 매어달고 대대손손이 전해야 한다고까지 하던 것이었다.
 
128
빈대떡집은 심한 편이라 하지만 어느 집 어느 여편네치고서 석탄장수 욕해 보지 않은 주부는 없었을 것이다. 이웃집 소녀는 참한 아이였다. 음성이 고왔다. 머리결이 윤이 잘잘 흐르는 그런 아이였다. 그 아이까지가 욕하는 소리를 소녀는 벌써 여러 번 들었던 것이다. 오직 석탄장수 욕을 않는 것은 아버지가 석탄을 캐는 이 소녀뿐이었을 것이다.
 
129
소녀도 부아가 나면 욕이 터져나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참았었다. 그것은 아버지를 욕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130
그러나 이 소녀까지가 욕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녀를 나무랄 수도 없었다. 정말 연탄은 날마다 비싸져갔고 날마다 깨지는 율이 늘어갔었다. 이집 저집 바꾸어보아도 일반이었다. 더욱이 배급받은 것은 숫제 필 생각들도 안 먹었다. 남의 집 사는 사람들은 배급 연탄을 타오라면 현품이 없다더라고 거짓말을 해서 모면을 하고들 했던 것이다. 어째서 그렇게 깨지는 연탄을 파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더욱이 소녀한테는 더욱 그랬다. 소녀는 자기 아버지만을 원망하고 있던 것이다. 아버지가 이렇게 나쁜 석탄을 파서 보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욕을 않았고 말도 크게 못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집 소녀가 달아나고 말았었다. 주인집 물건을 훔쳐가지고 간 것도 아니었다. 주인집 물건에는 손 하나 대지 않고 제 옷만 싹 싸가지고 달아나버렸다. 모두들 이상해했다. 그러나 소녀만은 그가 왜 달아났는지를 아는 것 같았다.
 
131
“오늘 사가는 연탄이 또 깨지면 어디로 간다.”
 
132
이렇게 징징 울던 것이 벌써 한두 번이 아니었었다. 열 번도 넘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사간 연탄이 거의 반은 깨지고 깨지고 했던 것이다. 바로 어제도 그런 소리를 했었다.
 
133
“석탄이 나쁜 게 아니래, 얘. 석탄은 다 같은데 만드는 사람들이 석탄을 덜 넣구서 돈을 많이 남겨 그렇대. 난 인저 어디 다른 집으루 간다. 연탄 만드는 집이나 석탄회사 사람 집으루 가면 그런 구박은 안 받는대. 우리 동무애가 석탄회사 집에 있는데 내던져두 안 깨진대!”
 
134
“그래, 너 정말 그 집에서 나갈래?”
 
135
소녀는 갑자기 이 동무 소녀가 부러워지는 것이었다. 죽도록 일을 하고도 좋은 소리는커녕 욕만 먹는 이 집보다 어디 좀더 착한 집에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도 해본다.
 
136
“아직 몰라. 허지만 또 가게 될지두 몰라, 또 안 가게 될지두 모르구…”
 
137
“너 그 집에서 나가면 어디 갈 덴 있니?”
 
138
“나?”
 
139
그 소녀는 눈만 깜박깜박하고 있던 것이었다.
 
140
“있는 건 아냐. 그래두 정 못 있게 되면 나가야지 어떡하니? 요번 연탄 또 깨치면 난 정말 아주머니한테 쫓겨난다! 접때두 쫓겨날 건데 빌었더니 용서해줬거든.”
 
141
행길 전주 밑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두 소녀는 이렇게 통사정을 했던 것이다.
 
142
학교 선생님 집 소녀가 집을 나간 것은 그런 지 바로 이틀째 되던 날 밤이었다.
 
143
이웃집 소녀가 행방을 감춘 이후로 소녀는 정말 외톨이가 되고 말았었다. 말벗도 없었다. 괴로움과 슬픔을 나눌 사람도 없다. 욕이라도 하면 좀 속이 시원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욕을 같이할 사람도 없는 소녀였었다. 그러나 소녀는 외롭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날은 점점 추워만 갔었다. 연탄도 점점 나빠만 갔었다 정말 거짓말처럼. 잘 꺼지고 또 깨어만 지던 것이었다. 고아원 아주머니의 욕은 이제 둘째였다. 꼬집히는 것도 그렇게 두렵지 않았다. 한 번 다시 피우자면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얼른 겨울이 갔으면 해도 자고 깨면 더 춥고 또 추워만 지던 것이다.
 
144
‘걔는 어디 전기회사 사람 집에 가서 연탄 피우지 않구 살겠지 ―’
 
145
연탄을 피울 때마다 소녀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아버지도 원망하는 소녀가 되어버렸었다.
 
146
“뭐, 우리 팔자가 어디 가면 낫겠니?”
 
147
이웃집 소녀는 이런 말을 하며 눈물이 글썽글썽했던 것이다. 소녀도 같이 눈물이 났었다. 아버지가 나쁜 것이 아니었다는 것도 소녀한테는 울기에 족한 일이었었다. 그 잔존하고 그 착한 이웃집 소녀의 달아나겠다는 심정도 같이 울어줄 수 있는 심정이었었다.
 
148
“나두 간다. 그런 데만 있으면. 너 어디든지 그런 집에 가면 나두 하나 말해주라구? 같은 회사 사람이면 서루 왕래가 있지 않겠니!”
 
149
“괜히 나 혼나게, 고아원 아주머니한테. 꼬여냈다구.”
 
150
“얼래, 아니다, 얘. 내가 어디 고아니. 울 아부지두 살아 있구 울 어무니 두 살아 있는데 내가 왜 고아냐? 아주머닌 고아원 아주머니니까 고아원 아이들만 위해주면 되잖니. 내가 뭐 고안가.”
 
151
소녀가 고아원 아주머니네 집에서 사라진 것은 그 해 겨울이 다 가기 전이 었었다.
 
152
그러나 이웃집 소녀가 어느 석탄회사 사원의 집에 징권을 해주어서인지 그대로 나갔는지는 이웃에서도 아는 사람은 없다.
 
153
〈「사상계」22호, 1955년 5월〉
【원문】소녀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소설〕
▪ 분류 : 근/현대 소설
▪ 최근 3개월 조회수 : 18
- 전체 순위 : 2652 위 (3 등급)
- 분류 순위 : 364 위 / 881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1) 두 마음
• (1) 추억
• (1) 주춧돌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소녀 [제목]
 
  이무영(李無影) [저자]
 
  1955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소설 카탈로그   본문   한글 
◈ 소녀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4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