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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형의 인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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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6월
이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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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O형의 인간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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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모든 것은 끝났는가 봅니다. 이후부터는 당신도 나를‘부양’(당신말씀대로)할 의무가 없어졌고 나도 당신의 부양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무거운 짐을 벗었는가 합니다. 당신도 후련하시겠지마는 나도 아주 홀가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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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O씨. 이 순간부터의 나는 당신의 아내도 아니요, 경남이와 경희 두 남매의 어미도 아닙니다. 따라서 당신도 박선희의 의사를 남편이라는 귄위로써 좌우하실 수 없으시게 된 것입니다. 나도 그렇습니다. 벌써 당신의 아내가 아닌 나이고 보니 당신이 나의 뜻을 무시한 그 어떤 명령에도 좇지 않아도 좋게 된 것입니다. 당신과 나는 우리가 고해 같은 인생의 반려로서 손을 맞잡기 전인 그 옛날로 돌아가버리고 말았으니까요 ─ 아니 A박사의 소개로 당신과 내가 백합원이라든가 하는 양식집에서 그 소위 맞선을 보기 전이란다면 당신과 나는 또 그 어떤 인연으로 만나서 남편이 되고 아내가 되고 해볼 기회가 있을 수도 있었겠지마는 오늘 이렇게 헤어진 다음에는 다시는 그런 기적도 영원히 없을 것입니다. 당신도 나도 어린아이가 아닌 바에야 한 번 불에 데어보고도 다시 불장난을 하겠습니까? 당신과의 부부생활이란다면 나도 이에서 신물이 나지마는 나처럼 되양되양한 계집의 남편 노릇이란다면 당신도 되풀이하고 싶어하지는 않으실 것을 잘 나도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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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이런 것을 쓰지 않으려 했었습니다. 새삼스러우니까요. 정말 그래요. 내가 이런 글을 쓰지 않기로서니 당신이 어째서 내가 당신으로부터 떠나는지를 모르기야 하시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몇 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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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으로부터 영원히 떠나기로 했습니다. 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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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만 써보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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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쩐지 미진했습니다. 그렇다고 미련은 아니었습니다. 잘 살았건 구질구질하게 살았건 십이 년 동안이나 고락을 같이해온 당신한테 이 한 줄로서 작별을 고한다는 것은 어쩐지 서글펐습니다. 당신께 대한 미안한 생각도 있었습니다. 당신이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의 이 사랑이란 말은 당신 본위의 사랑임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내게 대한 당신의 사랑은 당신이 애지중지하는 담배 물부리에 대한 애정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 것입니다. 아니 반드시‘나’라고 지적할 필요는 없겠지요. 나라고 지적한 것은 나도 인간 중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나 이외의 그 모든 인간에게 대한 당신의 애정이란 파이프나 오메가 시계에 대한 애정과 똑같은 것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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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O씨. 좀 수정해도 좋겠습지요. 그렇다면 ─ 당신 이외의 인간에게 대한 사랑이니 애정이란 당신에게 소유권이 주어진 파이프나 시계, 라이터, 사진기 ─ 이런 것에 대한 애정에 비하여 엄청나게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시계와 사진기는 당신의, 아니 당신만의 소유, 그렇지요, 완전한 소유가 될 수 있었지마는 당신 자신이 아닌 그 어떤 인간도 당신의 완전한 소유가 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말이 억설은 아니겠지요? 첫째 당신과 일생을 같이하기로 한 아내인 나도 당신의 완전한 소유물이 못 되고 말지 않았습니까.
 
 

2. 2

 
11
이 편지를 당신이 읽게 되는 시간은 아마 자정이 지나서거나 그렇지 않으면 필시 내일 아침일 것입니다. 어쨌든 당신은 이 편지를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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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년! 하필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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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노하실 줄도 잘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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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신이 왜 하필 오늘이냐는 노여움을 나도 솔직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오늘이야말로 당신의 일생을 통해서 가장 찬란한 날이요, 가장 빛나는 날이요, 기쁜 날일 것이니까 그렇게 노하실 만도 한 것입니다. 오늘이야말로 당신의 인생이 가장 호화로운 ─ 무지개 같은 희망에 오른 날임을 나도 압니다. 그 오매불망하던 미국 유학을 마치고 금의 환향한 날! 아니 일년간 통계학을 연구하고 돌아오신 오성근 씨의 위대한 업적을 찬양하고 휘황찬란할 앞날의 위대한 출세를 축복해주는 환영회날 밤이 아니 오니까? 오늘 밤부터의 당신의 인생은 지금까지 당신의 꿈꾸어온 것 이상으로 찬란한 것일 것입니다. 당신은 늘 과장 소리를 면하고 싶어하셨습니다. 미국 유학을 떠난 그날부터 당신은 벌써 일개 과장은 아니십니다. 미국까지 가서 우리 나라에서는 찾아 보려야 찾아볼 수 없던 통계학자가 되어 돌아오셨으니 과장은커녕 국장이 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또 반드시 국장만 되란 법도 없겠습지요. 인재는 적고 일은 많은 오늘이니 그보다도 더 훌륭한 벼슬을 하실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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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경사스러운 날 하필 요망스럽게도 계집이 튀어나와서 절연장을 메어다쳤으니 당신이 노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노염이 풀리실 때까지 노하시고 노염을 풀어주십시오. 내가 오늘을 택한 데는 정말 아무런 타의도 없었습니다. 다만 과장 영감의 사모님이 되기에도 여러 가지 미흡한 내가 국장 각하의 사모님이 된다는 것이 무서웠을 뿐입니다. 고관과 실업가와 학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축복을 받으셨겠습니다. 당신의 인덕을 찬양하고 겸손을 추대하여 탁월한 재주를 칭송도 했을 것이요, 당신의 연구가 이 나라에 위대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단정도 했을 것입니다. 집에 와서 술턱을 받아 자신 친구들 중에는 오성근 씨의 이러한 출세는 당자의 덕과 천재에도 있었지만 부인의 내조의 힘도 컸더니라고 나를 끌어낸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오늘처럼 영광스러운 날 같이 가야 하지 않느냐고 당신이 권했을 때 내가 가지 않은 이유를 인제는 아셨겠습니다만 그때도 난 그것이 싫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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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 환영회 청첩장을 받았을 때는 나도 따라갈까도 해보았었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이렇게 당신으로부터 떠날 것을 결정짓지 못해서는 아닙니다. 모인 사람들이 다 당신과 나와의 인생을 축복해주든 말든 결혼식장처럼 휘황찬란하게 꾸며진 식장에 신랑 신부처럼 나란히 앉아서 축복도 받고 아무리 흔한 요새 돈이라고는 하지마는 일인당 십만원씩이나 되는 음식이나 먹으면서 나는 나대로 당신으로부터 영원히 떠나가는 마음의 기념식으로나 삼을까 했었던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한편 통쾌하기도 했습니다. 금의환향한 당신과 나의 사진이 신문에 난 바로 그 이튿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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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진 원앙몽… 오성근 씨 부인 환영회날 돌연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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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사가 날 것을 생각하니 오성근이가 어떤 인간인 줄도 모르고 덕이 있느니 천재니 하고 거짓말 내기나 하듯 떠들어대던 친구들의 어이없어해하는 얼굴을 보는 것도 통쾌하다 싶었습니다. 당신이 같이 가야 한다고 권했을 때 내가 망설인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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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말고 옷을 장만해요. 남의 파티에도 부부가 동반키로 되어 있는데 주빈의 부인이 안 온다면 어떻게들 생각하겠소. 더욱이 그날은 외국 손님들도 많이 올테니 꼭 가게 해요. 여 보구려. ‘통계학을 연구하고 돌아오신 오성근씨 부부를 초청하여 ─ ’라고 되어 있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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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말도 옳았고 또 그렇게 했어야만 할 것이었어요. 허지만 그때는 벌써 나의 태도는 결정지어져 있었던 때였으니 내게 반응이 있을 리 있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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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리 망설이오, 가자면 갈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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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남편으로서의 위엄으로 이렇게 내게 명령하듯 했었습니다. 당신으로 본다면 어디까지나 박선희란 오성근의 소유물인 아내라고 생각하고 계셨으니까 그런 말씀도 할 수 있었고 그렇게 함으로써만 남편의 권위가 선다고도 생각하셨겠지만 그때는 이미 박선희는 오성근의 아내도 그의 자식들인 남매의 어미도 아니라고 결정짓고 있었던 내게다 동문서답이었지 다른 반응이 있었을 리 없지 않습니까. 당신이 지워준‘아내’라는 짐을 벗기로 결심한 것은 당신이 그 갖은 추잡과 그 갖은 모략 중상으로 경쟁자들을 쓰러뜨리고 미국 유학이 결정된 바로 그날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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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좀더 엄밀히 따진다면 훨씬 더 오래전부터일지도 모르지요. 아니, 아니, 정말 위로 거슬러올라가면서 차근차근 따진다면 오성근과 박선희는 부부가 되지 않았을는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당신과 나는 A박사가 소개하기 전대로의 W중학교 수학 교원대로요. 전 B여학교의 자수 선생인 데서 그치었어야 했던 것일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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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랬어야 했을 것이었어요.
 
 

3. 3

 
26
“윗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아래 단추는 아무리 잘 끼워도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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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씨.
 
28
기억이 나십니까? A박사의 말씀이었습니다. 당신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A박사는 당신과 나와의 맞선을 보이고 돌아가시던 길에 바로 종로 종각 앞을 지나시면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나는 평범하면서도 명언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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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때의 나는 나이 어렸었습니다. 스물둘이라면 여자로서는 어리다고만 할 수도 없었겠지만 역시 나는 풋내기였습니다. 당신에게 관한 지식을 얻으려 수소문을 하던 끝에 당신이 중학시대에 동맹휴학을 약속하고서 그 사실을 밀고하여 봉변을 한 일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비록 견식도 비판력도 없기는 했습니다만 도리어 그랬기 때문에 순수했었다고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말에 난 그 자리서 가슴이 서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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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를 배반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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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박사한테서 그의 장점만 들어온 내게는 청천의 벽력이었었습니다. 물론 A박사도 나를 속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런 사실을 몰랐었을 뿐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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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만 단점쯤이야 뉘겐들 없으랴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더 추궁도 하지 않았습니다. 잊기로 했었습니다. 그럴 경우가 되니까 그랬겠거니 했습니다. 나는 박사한테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고 나는 당신과 약혼을 했었습니다. 이것이 내가 잘못 끼운 인생의 첫 단추였습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당신과 나와의 약혼 기간은 퍽 짧은 동안이었었지요. 달 반 가량이었어요. 이것은 당신보다도 나의 주장이었습니다. 약혼 기간은 짧을수록 좋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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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달 반 동안에 우리는 단 세 번 만났었습니다. 한번은 창경원이었지요. 벚꽃이 질무렵이었어요. 당신과 나는 연못가 큰 바위에 나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땝니다. 어린아이가 담배와 과자를 팔러 왔었습니다. 붉은 잉어를 준다고 과자도 샀고 캐러멜인가도 샀었다고 기억됩니다. 물론 당신이 돈을 내었었습니다. 그때 거스름돈이 십전 더 왔었던 것을 기억하시는지요? 물론 기억에 없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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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어딜 갔노. 손해 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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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꼭 이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었습니다. 또 그것을 기대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말은 정반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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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재수가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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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렇게 말했었습니다. 분명히! 그리고 아이 속여먹은 어른인 당신은 거꾸로 어른 속여먹은 아이들처럼 재미있게 웃고 계셨습니다. 나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십전이 커서가 아니었습니다. 값싼 양심도 아니었어요. 나와 여학교 동창이었던 진순이가 당신과 중학 동창이었다는 그의 오빠한테서 들었다던 동맹휴학 사건이 이 십전과 연결이 되어 뼈아프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나는 선의로 해석하기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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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버린 아이를 찾아다니는 것도 일종의 선(善)의 과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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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하고 말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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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내가 두번째 잘못 끼운 인생의 단추였던 것입니다. 첫 단추와 둘째 단추가 잘못 끼워진 줄 안 채로 나는 당신과 결혼식을 했습니다. 그날 밤, 온양 온천서 나는 당신의 아내가 되었었습니다. 십 일간의 신혼여행에서 나는 나의 인생의 단추가 세번째 잘못 끼워진 것을 발견했었어요. 정말 그때는 슬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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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경주를 구경하고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기차 안에서입니다. 찻간은 몹시 붐볐습니다. 마침 이등이 만원이어서 우리는 삼등에 탔었습니다. 삼등도 만원이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자리를 잡았습니다. 변소 옆이기는 했으나 두 걸상을 잡아 짐도 놓고 마주앉아 있을 때 칠십 노인 부부가 자리를 못 잡고는 우리 옆 길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어딘지 몹시 아파하시는 기색이었습니다. 나는 몇 번이나 자리를 비켜줄라고 애를 썼지만 당신이 옆구리를 찔러 말리는 통에 어쩌지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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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치우고 자리를 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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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본말로 이렇게 속삭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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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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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렇게 말합니다. 눈을 껌벅하고서. 아니 그 눈은 명령적이었습니다. 노인은 몹시 앓는 소리를 했습니다. 할머니는 영감을 붙들고 울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의 끙끙 앓는 소리에 나도 아팠습니다. 가슴이 메어지는 듯했었어요. 그래도 나는 이기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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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없는 감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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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나 자신을 나무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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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값싼 인도주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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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덧낀 단추가 맞아들어 갈 리는 만무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래도 그것이 맞을 때가 있겠거니 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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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 온 사촌 시동생에게 대한 상식을 벗어난 학대. 이해 없는 친척과 친구간에는 일전 한푼에 발발 떨면서도 자기의 교장과 교무주임한테 아첨하기 위해서는 약혼반지까지도 빼어다 잡히어 술을 사다가 진상을 하는 것이며 한번 교무주임인 일인을 집에 청해다가 이십여원어치나 청요리에 맥주에 먹이고는 같은 조선사람인 수학교사를 모해하던 일 ─ 이런 일에 내가 뭐라고 의견을 말하면,
 
51
“네까짓 것이 뭘 안다구 나서? 세상은 요령이 있게 살아야 하는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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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욕하는 게 요령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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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뮛이? 너 그 윤가놈하구 사돈의 팔촌이 되느냐? 아니면 옛날 애인인 게로구나!”
 
54
당신은 이런 일들을 기억이나 하고 계시는지요?
 
 

4. 4

 
56
해방되던 날입니다. 그날 밤 당신은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돌아왔지요. 나는 어쨌든 기뻤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술을 마신 그 심정도 알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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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 날은 나두 술 한잔 사주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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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당신을 맞았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하셨지요? 물론 잘 기억하시겠습니다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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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긴 개뿔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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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함을 쳤었습니다. 아니 그뿐이었다면 또 좋았게요! 이 호통과 함께 당신은 나의 뺨을 후려쳤던 것입니다! 당신이 그날 나를 때린 그 동기는 나중에서야 알았었지만. 그것은 알지 않았더니만도 못한 동기였었습니다. 일인들이 모조리 전쟁에 끌려가는 것을 기화로 당신이 시학 자리를 노리고 술에 과자에 사가지고 다니던 것이 그날 아침에야 겨우 탁방이 났던 것을 해방이 되어 깨빡을 쳤다는 것이 나를 때린 동기였다고 보니 모르니만도 못하지 않았겠습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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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나라 이 민족의 해방이 확실해지고 군정 세상이 되어 영어가 한 몫을 보게 된다는 것이 확정적인 사실이 되자 당신은 신이 나서 좋아했었습니다. 당신은 영어가 통했었습니다. 당신은 신성한 교단에서 통역이 되었었지요. 외국 군인과 같이 다니는 것이 큰 자랑이었습니다. 나는 영어는 모릅니다만 외국 군인을 청해다가 놀면서 주고받는 대화의 뜻만은 짐작이 되기는 했습니다. 교육자이신 당신이 이 나라 이 민족의 철없는 딸들을 몇 개의 깡통과 바꾸는 것도 나는 짐작을 했었고 당신 이외의 모든 이 나라 백성이 거짓말쟁이요 사기꾼이요 모리배라고 일깨워주는 것도 나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일약 군정 정치의 과장이 되었었고 국장을 빨갱이로 음모하여 몰아낸 것이 되레 탄로가 되어 그나마도 쫓겨나지 않았었습니까? 나는 여기서 당신은 자기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는 신의도 없고 국가도 민족도 없다는 것을 눈으로 역력히 보았던 것입니다. 당신이 중학시대에 일년간 월사금 면제라는 조건에 매수되어 악질 교원을 배척하여 교규를 바로잡자던 동지들을 배반한 그 어릴 때의 사건도 결코 그때로서 그친 것이 아님을 발견했던 것입니다. 일년간의 월사금 면제를 위해서는 학교도 동지도 신의도 없듯이 한낱 시학 앞에서는 민족의 해방도 저주하였고 지프차를 타고 양담배를 얻어 피우고 껌을 씹는 허영 앞에서는 민족의 명예는커녕 한개의 깡통을 위해서는 오천 년간 준수해온 민족의 피를 더럽히는 것도 오히려 사양치 않는 내 남편임을 알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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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남편이시던 O씨시여. 여기까지 읽는 것도 당신의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오리라는 것도 십이 년 동안이나 당신과 살을 섞어온 나는 짐작을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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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응당 이렇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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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잖은 년! 제년이 가장 무슨 큰 애국자인 체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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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입니다. 사실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황차 내게 애국이니 애족이니 하는 거룩한 사상이 있을 리 만무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체의 잘못은 물욕에서 생긴다고요? 그럴진대 나는 오직 하루 세 끼 맨밥으로 족한 여성이요 광목 당목으로 조촐히 살만 가리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여성이라는 것을 십이 년간이나 같이 살아왔으니 당신만은 믿어주실 수 있으시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나는 당신의 월급으로 근근 목숨을 이어가는 깨끗한 생활에 만족했었고 그렇기 때문에만 당신한테 핀잔과 주장질을 받아가면서도 당신이 시학 자리를 뗄랴고 같은 동포를 중상하고 심지어 사상이 불온하다고까지 모함을 해서 경찰까지를 동케 했을 때 굳이 만류를 했던 것이요 외국 군인한테 깡통과 레이션 통 때문에 남의 처녀를 제물로 바치게 하는 데도 반대를 했던 것이요 내가 뭣이 두드러지게 잘났다고 민족을 쳐들었겠습니까? 내가 당신을 만류할 때도 내가 민족이니 민족의 피니 하는 말을 합디까? 없습니다.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나는, 오직 이렇게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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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고수머리에 노랑눈들이 자꾸 늘면 어쩌겠수?”
 
67
아닙니까, 남편이시던 O씨?
 
 

5. 5

 
69
당신이 군정청 과장으로 계실 때입니다. 당신은 내게다 시간과 내용까지를 지적해서 전화를 걸도록 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신도 기억하시겠지마는 해방되던 이듬해 바로 크리스마스 날 밤이었습니다.
 
70
당신이 지정한 시간은 밤 열시였습니다. 보통 전화가 안 될 때라 당신은 미군 전화를 이용하는 방법까지를 내게 일러주었었습니다. 열흘 전부터 당신은 대구에 가서 계시었었습니다.
 
71
“대구에다 어떻게 전화를 해요?”
 
72
“누가 당신더러 직접 하라나. 크리스마스 날 밤 아홉시 반쯤 미스 김한테 전화만 걸란 말이지. 그러면 미스 김이 오죽 잘해줄까봐서 그래. 미스 김한테다 부탁을 해두었다니까.”
 
73
“뭐라구 전활 해요?”
 
74
“순산했으니 안심하라고만 하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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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산? 그게 무슨 소리우?”
 
76
“순산이 순산이지 무슨 소린 무슨 소리여. 글쎄, 잔말 말구 그렇게 미스 김한테 연락만 하라니까 그래.”
 
77
나는 통 무슨 영문인지 정말 몰랐었어요. 그래서 의아하면서도 나는 미스 김이란 여자한테 지시한 대로 연락을 하지 않았었습니까? 그러나 그 전화 한 번이 오백 달러가 될 줄은 몰랐었습니다.
 
78
그것도 당신이 술이 취해서 얘기했으니까 알았었지 안 그랬더면 지금까지도 전화의 이유를 모르고 말았었을지도 모르지요.
 
79
그날 밤 당신이 기고만장해서 설명한 이야기란 이랬습니다.
 
80
당신은 열흘 동안 미국에서 온 실업가들과 함께 몇몇 공장과 지하자원 안내를 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 아마 그 마지막 날 대구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게 스케줄이 짜여져 있는 것을 미리 알았던 터라, 그 기회를 이용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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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술이 취해서 흥겨울 때 보이가 와서 날 찾았거든! ‘서울 댁에서 급한 전화입니다 ─ ’자, 그러니까 놀던 실업가들이 눈이 뚱그래져서 날 쳐다볼밖에. 나도 쓰윽 상을 찌푸려 보였겠다! 그러고는 뛰어가서 전화를 받았더니 미스 김일밖에. ‘순산했으니 안심하라고!’ 그래서 빙글빙글 웃으며 다시 홀로 나갔더니만 이 얼간 실업가들이‘와 ─ ’몰켜들어서 날 에워싸고는 제각기 무슨 무슨 일이냐고 눈이 뚱그렇지 않던가베! 그래 쓰윽 한마디 했겠다. ‘아닙니다, 기쁜 소식입니다!’그랬더니 이치들이 더 몸이 달아서 캐어묻기에 그제서야 못이기는 체하구서 ‘기실은 내 아내가 순산을 했으니 안심하라는 전화올시다 ─ ’해두었거든. 그랬더니만‘와 ─ ’함성이 일어나면서 뭘 낳았느냐고 따지잖나? 그래, 아들이라고 그랬더니만 축배가 날르고 ‘미스터 오 브라보 ─ ’소리가 홀 안을 뒤집어엎으면서 푸레센트가 금세 날아들잖나. 한 친구가 ─ 텍사스 주에서 온 광업왕이야. 이치가 우리는 코리아 풍속을 모르니 미스터 오의 새 아들을 위해서 선물을 사주게 하자고 돈을 한줌 꺼내니까‘와 ─ 나두 나두!’금세 오백여 불이라. 어때, 내 수완이? 전화 한 통에 일금 오백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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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던 남편 미스터 O씨시어! 그날 밤 이 이야기에 내가 얼마나 슬퍼했던지를 당신은 모르시리이다. 레이션 한 통을 헐어놓으니까 아이들이야 좋아할밖에 있겠습니까? 어미가 마음이 아파서 눈을 흘기는 것을 힐끔힐끔 치어다보면서도 그 죄의 초콜릿을 좋아라고 먹는 어린것을 보는 나의 가슴은 정말 아팠습니다. 이것은 조금도 과장이 아닙니다. 어린것이 철도 모르고 독약을 먹는 것처럼 가슴이 아팠습니다. 양심이니 정직이니 그런 종류가 아닙니다. 뭔지도 모르나 아팠습니다!
 
83
당신이어! 그때 둘째아이인 경희가 네 살이었고 내 뱃속은 비었었는데 순산을 팔고 그런 사기를 해서 그뒤 그 사람들을 무슨 낯으로 보셨던가요? 내가 잘났대서는 아닙니다. 정말 이 점 오해치 말아주십시오! 가장 정직해서도 아닙니다. 난 그것이 오직 싫었고 무서웠을 뿐입니다. 당신처럼 기쁘지 않았다 뿐입니다.
 
84
그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가슴이 서먹했었습니다. 당신이란 사람은 어디서 어디까지가 참이요 진실이요 어디서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난 통 분간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때까지는 당신이 남의 궂은일에 잘 쫓아다니는 것을 퍽 좋게 보았고 존경도 해오기도 했었습니다. 사실 초상이 났을 때나 혼사 같은 큰일을 치를 때 돌보아주는 일처럼 고마운 일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초상이 났을 때는 며칠씩 가서 밤새임을 해주는 것을 볼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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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편도 저런 좋은 데가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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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뻐도 했고 존경도 해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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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같은 큰일이라도 혼인에는 별로 안 가는 것이 이상은 했었습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기쁠 때는 먹을 것도 많고 하니까 다 모여서 일을 보아주었지만 궂은일에야 누가 가기를 좋아하랴. 우리집 양반은 남이 가기 싫어하는 궂은일만 보아주노니 얼마나 고마운 사람이냐 ─ 이렇게 감탄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88
사실 또 당신은 당신의 입으로 그런 말을 한 적도 여러 번이었으리다.
 
89
그러나 나는 거짓이라고 단안을 내렸습니다. 오직 남의 기억에 남도록 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시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에만 해도 그랬지요. 당신은 사람을 이십여 명이나 풀고 지프차를 네 대나 대어서 부고를 일일이 전인해서 보내지 않으셨댔나요? 그럴 필요가 어디 있었습니까? 그때만 해도 우편이 제대로 갈 때였으니 시내는 아침에 부치면 늦어도 이튿날 아침에는 배달이 되었었고 오일장이었으니 시골도 웬만한 데는 우편으로 족했었을 것이 아니어요? 사람이 부고를 들고 가노니 그대로 보낼 수가 있습니까? 당신은 친절이라구 변명하십디다만 그것은 부의금의 강요였습니다. 조상이나 하고 말 사람이 그래서 부의금을 빼앗겼다면,
 
90
“그 자식 제 어미 송장까지 팔아먹지 않나?”
 
91
이렇게 욕했을 사람도 없지 않아 있었을는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무서운 일입니다.
 
92
이런 것을 십이 년 동안이나 옆에서 보아오는 동안에 나는 밤에 내 품에 기어드는 당신이 정말 사람인지 도깨비인지 헛갈려서 어리둥절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입술을 요구하고 나와 살을 섞기를 요구할 때도 이 양반이 정말 나를 사랑하고 아내로 아는 것인지 술집 계집으로 생각하고 덤비는 것인지 의심한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거짓말하는 도깨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버썩 들면서 소름이 쪽 끼친 일도 있었습니다. 화를 내도 정말 화가 난 것인지 슬퍼해도 정말 슬퍼하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갔고 나를 품에 안고서 행행거릴 때도 이렇게 귀엽다고 하고서는 목을 졸라 죽이려는 것이나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일본에서 어떤 계집이 자기 남편을 토막토막 쳐서 죽여서 고리짝에 넣었다가 강물에 띄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로는 당신이 나를 꼭 그렇게 죽일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당신을 꼭 그런 사람으로만 여겼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벌써 달리 요정을 냈을 것이지요.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가끔 그런 생각이 피뜩 들면 품안에 들었다가도 진저리가 치어지고 했었다는 말입니다. 나뿐이 아닙니다. 어린애들을 당신이 귀여워하는 것을 옆에서 볼 때마다.
 
93
‘저 양반이 저게 정말일까?’
 
94
이런 생각이 불현듯이 들 때가 있습니다. 경희를 끌어안고 뒹굴기도 하고 입도 맞추고 할 때는 마치 경희를 데리고 노는 것이 아버지가 아니고 당신의 탈을 쓴 호랑이가 잡아먹기 전에 강아지를 놀리는 희롱을 하는 것이 아닌가 ─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 내가 죽일 년이기는 합니다만 그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95
내가 만일 당신으로부터 떠난다면 자식들까지도 내가 싹도 모르게 어디로고 데리고 가리라 결심한 것도 그때입니다. 더욱이 이번 당신이 미국 유학을 가기 위해서 경쟁자인 S씨와 M한테 갖은 모략을 꾸미어 모해를 하고 가장 유력한 후보자가 M이라는 것을 여러사람이 인정하는 공기를 눈치채자 사람을 결정할 고 임시에 M씨가 막대한 돈을 공산당에 제공한 것처럼 꾸미어 기어코 두 달 동안이나 고생을 시키는 것을 보았을 때는 정말 진저리가 치어졌습니다. S나 M은 또 덜하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A박사로 말한다면 우리를 중매해주셨을 뿐 아니라 끝내 당신의 뒤를 돌보아주고 뒤를 받쳐주신 선배요 은인이 아니십니까? 본인은 생각지도 않았지만 그 A박사가 물망에 오르자 미국 유학을 가기 위해서만 그 생불 같으신 어른을 요로에 다니면서 얼마나 중상을 하셨던가요? A박사가 아니었더라면 6·25 때 기술가 동맹인을 그만큼이나 하고서도 당신이 무사했을 줄 아십니까? 그 A박사를 되레 6·25 때 부역이나 하신 듯이 비방을 하다니 정말 당신은 어디서 어디까지가 참이요 어디서 어디까지가 거짓입니까? 그 맑게 생긴 당신의 얼굴이나 후리후리한 키, 성큼한 코 ─ 어디로 뜯어보아야 당신이 그런 거짓의 화신은 아닐 겐데 아마 그 야불야불 잘 노는 입술 때문인가보군요? 계집 이야기만 해도 그렇지요. 당신은 아주 가장 성현인 듯이 내게는 얘기하셨지요? 그렇게 요릿집에를 다니고 나가 자고 해도 여태껏 나 이외의 여성과 입술 한번 대어본 적이 없노라, ‘정말 나도 다른 여성과 일생에 한 번은 경험해보아야겠다 ─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당신이 끔찍해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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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오성근이란 내 남편이 아니라 여우가 도섭을 한 것을 내 눈에는 남편처럼 보여지는 것이 아닌가.’
 
97
이런 생각이 들구 들구 했었더랍니다.
 
98
십이 년간 믿고 살아온 인생의 반역자이시여!
 
99
기억하십니까? 언젠가 ─ 왜정 땝니다. 황국 신문은 피를 나라에 바쳐야 한다고 우리의 피의 형(型)을 검사했을 때 당신은 B형일 게라고 말하셨지요? 그 말을 듣고 내가 당신은 B형이 아니라 O형일 게라고 말한 일이 있었는데 기억하시는지요? 당신은 그때 못 알아들으시는가 봅디다만 내딴엔 O형이라고 말은 했지만, 알파벳으로는 오 ─ 지만 숫자로는 영(零)으로도 읽을 수 있겠고 보니 인간성 내지 진실성이나 참이 영이라는 뜻이 대부분 있었던 것이요 당신의 해석대로 아무리 내가 무식하기로니 성이 오씨라서 O형이리라고 한 줄만 아셨습디까?
 
100
O형의 인간이시여.
 
101
이만하면 내가 어째서 당신으로부터 떠나가게 되었는지를 알아주실 줄 믿습니다. 아니. 또 한 가지 믿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이렇게 당신으로부터 떠나가는 것은 당신이 미국 유학을 가 있는 일년 동안에 바람이 나서 그런 것이라고 선전하리라는 것도 말씀입니다. 아니 선전뿐이 아니라 당신 자신 그렇게 믿을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당신은 거짓 속에서만 살아온 사람이니까.
 
102
그러나 당신이 뭐라고 생각하든, 믿든, 또 세상에 전하든, 내게는 조금도 관심이 없습니다. 나는 오직 당신으로부터 떠나고 싶을 뿐이요 천진난만한 경남이와 경희 남매를 당신의 거짓으로부터 지켜야겠다는 오직 일념뿐입니다.
 
103
그러면 O형의 인간이시어. 길이길이 복되소서. 거짓과 더불어 ─
 
104
길이길이 위대하소서. 거짓과 더불어 ─
 
105
그리고 길이길이 출세하소서. 거짓과 더불어 ─
 
 
106
<「신천지」53호, 1953년 6월>
【원문】O형의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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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형의 인간 [제목]
 
  이무영(李無影) [저자]
 
  1953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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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4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