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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던 걸음 멈추고 서서도 얼컥 생각키는 것 죽음이로다.
3
그 죽임이사 서른살 적에 벌써 다 잊어버리고 살아왔는듸
4
웬 노릇인지 요즘 자주 그 죽음, 바로 닥쳐온 듯만 싶어져
5
항용 주춤 서서 행길을 호기로이 달리는 행상(行喪)을 보고 있느니.
6
내 가버린 뒤도 세월이야 그대로 흘러가면 그뿐이오라.
7
나를 안아 기르든 산천도 만년 하냥 그 모습 아름다워라.
8
영영 가버린 날과 이 세상 아무 가겔 것 없으매
9
다시 찾고 부를 인들 있으랴 억만영겁이 아득할 뿐.
10
산천이 아름다워도 노래가 고왔드래도 사랑과 예술이 쓰고 달끔하여도
11
그저 허무한 노릇이여라 모든 산다는 것 다 허무하오라.
12
짧은 그 동안이 행복했던들 참다웠던들 무어 얼마나 다를라드냐
13
다 마찬가지 아니 남만 나을려나? 다 허무하오라
14
그 날 빛나던 두 눈 딱 감기어 명상한대도 눈물은 흐르고
16
더구나 총칼 사이 헤매다 죽는 태어난 비운의 겨레이어든
17
죽음이 무서웁다 새삼스레 뉘 비겁할소냐만은 비겁할소냐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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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다―고만이라―이 허망한 생각 내 마음을 왜 꼭 붙잡고 놓질 않느냐
19
망각하자―해본다 지난날을 아니라 닥쳐오는 내 죽음을
21
허나 어디 죽음이사 망각해질 수 있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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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먼 세기는 그 죽음 다 망각하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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