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큰 길에 넘치는 백의의 물결 속에서 울음 소리 일어난다.
3
총검이 번득이고 군병의 말굽소리 소란한 곳에
5
땅에 엎디어 마지막 비명(悲鳴)을 지른다.
7
외오치는 소리 느껴 우는 소리 구소(九 )에 사무친다.
16
어찌하여 너희는 벌써 기쁨의 노래를 잊어버렸는가?
17
천진한 너희의 행복마저 차마 어떤 사람이 빼앗아 가던가?
19
오직 무덤 속의 안식밖에 희망이 끊긴 노인네여!
20
조팝에 주름잡힌 얼굴은 누르렀고 세고(世苦)에 등은 굽었거늘
21
장자(腸子)를 쥐어 짜며 애통(哀痛)하시는 양은 차마 뵙기 어렵소이다.
23
당신네의 쇠잔한 백골이나마 편안히 묻히고자 하던 이 땅은
24
남의 <호미>가 샅샅이 파헤친 지 이미 오래거늘
25
지금에 피나게 우신들 한번 간 옛날이 다시 돌아올 줄 아십니까?
27
인정전(仁政殿) <벗꽃> 그늘에 잔치를 베풀고
29
티끌만 날리는 폐허(廢墟)를 굴러 다녀도
30
일후(日後)란 뉘 있어 길이 설어나 하랴마는……
32
쓰러져버린 한낱 우상(偶像)앞에 무릎을 끓지 말라!
33
덧없는 인생 죽고야 마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어니
34
한 사람의 돌아오지 못함을 굳이 설워하지 말라.
36
철천(徹天)의 한을 품은 청상(靑孀)의 설움이로되
37
이웃집 제단(祭壇)조차 무너져 하소연 할 곳이 없으니
39
억색(抑塞)한 가슴을 이 한날에 두드리며 울자!
40
이마로 흙을 비비며 눈으로 피를 뿜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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