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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시집 > 4부

◈ 나무 ◈
《카탈로그》 본문	1934.3 정지용

1. 나무

2

얼골이 바로 푸른 한울을 우러렀기에

3

발이 항시 검은 흙을 향하기 욕되지 않도다.

4

곡식알이 거꾸로 떨어져도 싹은 반듯이 우로!

5

어느 모양으로 심기어졌더뇨?

6

이상스런 나무 나의 몸이여!

7

오오 알맞는 위치! 좋은 우아래!

8

아담의 슬픈 유산도 그대로 받었노라.

9

나의 적은 연륜으로 이스라엘의

10

이천년을 헤였노라.

11

나의 존재는 우주의 한낱 초조한

12

오점이었도다.

13

목마른 사슴이 샘을 찾어 입을 잠그듯이

14

이제 그리스도의 못박히신 발의

15

聖血성혈에 이마를 적시며 ─

16

오오! 新約신약의 태양을 한아름 안다.

【원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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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 2021년 09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