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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시집 > 2부

◈ 갑판 우 ◈
《카탈로그》 본문	1930 정지용

1. 갑판 우

2

나지익 한 하늘은 백금빛으로 빛나고

3

물결은 유리판처럼 부서지며 끓어오른다.

4

동글동글 굴러오는 짠바람에

5

뺨마다 고운 피가 고이고

6

배는 화려한 김승처럼 짓으면 달려나간다.

7

문득 앞을 가리는 검은 해적 같은 외딴섬이

8

흩어져 날으는 갈매기떼 날개 뒤로

9

문짓 문짓 물러나가고,

10

어디로 돌아다보든지 하이얀

11

큰 팔구비에 안기여

12

지구덩이가 동그랗다는 것이 길겁구나.

13

넥타이는 시원스럽게 날리고 서로 기대슨

14

어깨에 유월 볕이 스며들고

15

한없이 나가는 눈ㅅ길은

16

수평선 저쪽까지 기폭처럼 퍼덕인다.

17

*

18

바다 바람이 그대 머리에 아른대는구료,

19

그대 머리는 슬픈 듯 하늘거리고.

20

바다 바람이 그대 치마폭에 니치대는구료,

21

그대 치마는 부끄러운 듯 나부끼고.

22

그대는 바람보고 꾸짖는구료.

23

*

24

별안간 뛰여들삼어도 설마 죽을라구요

25

빠나나 껍질로 바다를 놀려대노니,

26

젊은 마음 꼬이는 구비도는 물구비

27

둘이 함께 굽어보며 가비얍게 웃노니.

【원문】갑판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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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 2021년 09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