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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 달아 밝은 달아. 청천(淸天)에 떠 있는 달아. 얼굴은 언제 나며 밝기는 뉘 삼기뇨. 서산에 해 숨고 긴 밤이 침침한 때 청렴을 열어 놓고 보경(寶鏡)을 닦아 내니 일편광휘(一片光輝)에 팔방(八方)이 다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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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찬바람에 눈이 온가 서리 온가. 어이 한 천하가 백옥경이 되었는고. 동방이 채 밝거늘 수정렴을 걸어 놓고 거문고를 비껴 안아 봉황곡을 타 짚으니 소리마다 맑고 널리 퍼져 태공(太空)에 들어가니 달나라 계수나무 밑에 옥토끼도 돌아본다. 유리 호박주를 가득 부어 권하고자 하니 유정한 상아도 잔 밑에 빛난다. 청광(淸光)을 머금으니 폐부에 흘러들어 호호(浩浩)한 흉중(胸中)이 아니 비친 구멍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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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가슴 헤쳐 내어 광한전에 돌아앉아 마음에 먹은 뜻을 다 사뢰려 하였더니 마음 나쁜 부운(浮雲)이 어디서 와 가리었는고. 천지가 캄캄하여 온갖 사물을 다 못 보니 상하 사방에 갈 길을 모르겠다. 우뚝 선 산봉우리 끝에 달빛이 비치는 듯 운간(雲間)에 나왔더니 떼구름이 미친 듯 나오니 희미한 한 빛이 점점 아득하여 온다. 중문을 닫아 놓고 뜰에 따로 서서 매화 한 가지 계수나무 그림자인가 돌아보니 처량한 암향(暗香)이 날 좇아 근심한다. 소렴(疏簾)을 걷어 놓고 동방(洞房)에 혼자 앉아 금작경 닦아 내어 벽 위에 걸어 두니 제 몸만 밝히고 남 비칠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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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비단 부채로 긴 바람 부쳐 내어 이 구름 다 걷고자. 기원 녹죽(綠竹)으로 일천(一千) 장(丈) 비를 매어 저 구름 다 쓸고자. 장공(長空)은 만 리오 이 몸은 진토(塵土)니 엉성한 이내 뜻이 헤아려 보니 허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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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 근심 많은데 긴 밤이 어떠한고. 뒤척이며 잠 못 이뤄 다시금 생각하니 달이 차고 지며 초목이 자라고 스러짐이 천지도 무궁하니 풍운이 변화한들 본색(本色)이 어디 가료. 우리도 단심(丹心)을 지켜서 명월(明月) 볼 날 기다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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