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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네번 돌아 물을 거듭 안고있는, 아늑한 곳 협소한 집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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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훤하게 드는 남쪽을 향하여 창문이 났는데, 집이름은 불우헌이로다.
11
왼쪽에는 거문고와 서책이오 오른쪽에는 바둑과 장기요, 뜻에 좇아 거니노니,
12
아! 즐거움으로 걱정을 잊는 광경, 어떻습니까.
13
평생에 뜻을 세운 바, 스승과 벗 그리고 성인과 현인들의,
22
늦게 29세에 생원이 되고, 늙마인 53세에 급제하매, 천명을 즐거워할 줄 알았으니,
23
두번의 훈도와 세번의 교수를 지내며, 남을 가르치기에 지치지 않았도다.
24
삼간짜리 작은 글방에다 어린아이들을 모아놓고, 句讀點(구두점)을 찍어가며 상세히 설명하느니,
25
아! 선생님께서 말로 타이르는 모습에서 다정스럽고도 친절하게 잘 인도해 주는 광경, 어떻습니까.
26
매우 즐겁지 아니한가, 타향으로 공부하러 떠나는 서생들이여,
27
아!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는 광경, 어떻습니까.
35
두번의 상소에서 이단을 폐하게 하고, 중용에 의하게 하였느니,
36
예로써 나아가고 의로써 물러남에 자기몸을 지킴으로써, 불의에 빠지잖게 하는 것이 중대한 일이로다.
37
인원을 잘 정비한 사헌부와 직위나 채우는 신하로 있은 사간원에서, 나이가 많아 벼슬을 사양하고 물러나니,
38
아! 무거운 짐을 푼 듯한 광경, 어떻습니까.
39
일개의 외로운 신하한테, 이어 임금님께서 내리시는 은총이 넘치느니,
40
아! 原從功臣(원종공신)으로 두번이나 참여하는 광경, 어떻습니까.
48
堯(요)임금때 늙은 농부가 부른 <擊壤歌(격양가)>에, 밭갈아 밥먹고 샘파서 물마심에, 임금님의 힘임을 알지 못하랴.
49
아름다운 시절에 손님위한 연석을 차리매 형제붕우들이로다.
50
이야기하고 웃고 하는 동안 다른데 미칠 겨를없이, 어버이에 효도요 형제간의 우애요 임금에게 충성이오 붕우간의 신의뿐이니,
51
아! 즐기면서도 또한 법도있는 광경, 어떻습니까.
52
춤추면서 임금님의 거룩한 덕을 노래하고 읊조리느니,
53
아! 길이 오래 살라고 하늘에 비는 광경, 어떻습니까.
61
商(상)나라 伊尹(이윤)은 성인으로서 사명을 自任(자임)하였고 춘추때 柳下惠(류하혜)는 성인으로서 온화한 성품을 지녔으나, 나는 그것을 행하지 못하였느니,
62
공자는 성인으로서 때를 알아서 일했고 顔回(안회)는 안빈낙도의 즐거움을 알았느니, 이것이 원하는 바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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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는 하늘을 원망치 않고 아래로는 사람을 탓하지 않으면서도, 마음이 넓고 너그러우면 몸도 편안하여지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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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두려워 하지 않고 근심하지 않는 광경,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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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지도 않고 탐내지도 않으니, 어찌 훌륭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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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적의 밝은 가르침을 본받는 광경,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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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 사월초에 억눌러야 할 기이한 일이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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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가 내려 누추한 문앞에 다닫게 되자, 이를 여항사람들이 구경하려 모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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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결백한 가운데 스스로 분수를 지키며, 이름이 세상에 드날리길 구하지 않고, 어린아이들을 잘 가르쳐 깨우쳐 주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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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칭찬과 장려함을 지나치게 입는 광경,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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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加資三品(가자삼품)과, 때맞추어 은혜로운 양로가 이르게 되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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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임금님의 은혜가 깊고도 무거운 광경,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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偉 作此好歌 消遣世慮 景 何叱多(景긔엇더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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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구나! 불우헌이여! 즐겁구나! 불우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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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좋은 노래(불우헌곡)을 지어 부르매, 세상의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광경,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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