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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유당관북유람일기 (意幽堂關北遊覽日記) ◈

◇ 춘일소홍(春日消興) ◇

해설목차  1권  2권  3권  4권

1. 춘일소홍(春日消興)

1.1. 김득신(金得臣)

1
김득신은 감사(監司) 치(緻)의 자(子)이라. 위인이 소탕(疎 )하고 오활( 滑)하여 세간 사정을 일체 모르고 글 읽기만 종하하되, 천만 번 읽어도 외지 못하고, <사기>를 더욱 좋아하여 <백이전>을 읽어 1억 2만 8천 번을 읽되, 성품이 심히 노둔(魯鈍)하여 비록 많이 읽기를 이렇듯이 하되, 책을 덮으면 문득 잊는지라.
 
2
만년에 사람이 시험하여<백이전>문자를 물은대, 망연(茫然)히 알지 못하고 가로되, "그 문자가 어느 글에 있느뇨?"
 
3
그 사람이 가로되, "이것은 <백이전>문자라". 한 대, 오히려 깨닫지 못하고 이예 그 책을 펴 보고 크게 놀라 가로되 "옳다, 이라, 이라". 하니, 그 둔함이 이렇듯 하더라.
 
4
녹천(鹿川) 이상국(理想國)계모는 김득신 여(女)라. 그 딸이 죽어 상행(喪行)하여 성문에 이르러 관을 머무르고 문 열기를 기다리더니 그 부친이 또한 수구(隨柩)하여 이르러 횃불 분답(紛沓)한 가운데 한 책권을 놓고 대독하니, 모든 사람이 본즉 <백이전>이라.
 
5
그 오활함이 이 같고, 그 후 상처(喪妻)하매, 그 조카가 가서 조상하매 더불어 한가지로 울더니, 그 조카가 울음을 그치고 들으니, 아자비 바야흐로<백이전>을 그치지 않았는지라 듣는 자가 웃더라.
 
 

1.2. 남호곡(南壺谷)

1
남호곡은 아시(兒時)로 부너 시재(詩才)무리에 뛰어나, 하루는 한 어른이 운(韻)을 불러 누에를 두고 글을 지으라 한 대, 응구(應口)첩대(輒對)하니, 시를 읊기를,
 
2
어려서 검은 입시욹을 인하여 푸른 잎을 맞고
3
늙어서는 누른 배를 끌고 푸른 다리로 오르는도다.
4
짐짓 형상을 잃고 인하여 나비 화하니
5
다시 장수의 몽혼이 희미한가 의심하노라
 
6
그 어른이 아름다이 여겨 상을 주고 가로되, "척구로서 보면, 이 아이 반드시 일찍이 청요(淸要)하고 벼슬을 벌고 늙어서 큰 벼슬을 할 것이요, 말세 구로 보면 마침내 부귀를 보전하지 못할 상이니, 가히 흠이로다." 하더니 공(公)이 21세에 등제하여 현도(玄道)에 출입하고 이미 늙으매 극품(極品)에 올라 종백(宗伯)과 태재(太宰)와 판금오(判金吾)와 전문형(典文衡)에 지나니 '노타황복상청제(老拖黃腹上靑梯)'글귀 징험(徵驗)이 되었더니, 후에 간당(奸黨)에 얽힌 바 되어 관함(官銜)을 삭(削)하고 북새(北塞)에 귀양가 적소(謫所)에서 죽으니 '실각진형잉화접(失却眞形仍化蝶)'의 글귀 징험이 되었더라.
 
 

1.3. 정유악(鄭維岳)

1
정유악이란 사람은 서인(西人)으로서 갑인(甲寅)후에 남인(南人)에 붙어 아첨하는 태도를 사람이 차마 바로 보지 못할러니, 그 때 남인이 새로 득지(得志)하여 허목(許穆)을 추존(推尊)하여 와주(窩主)를 삼아, 하루는 모든 남인이 유악으로 더불어 궐중(闕中)에 모여 유악이 또한 좇아 미수야(眉 爺)를 찬칭하니(미수야는 허목의 별호라) 청성(淸城)이 마침 죄상객(座上客)으로 참례하여 계시더니, 희롱하여 웃으며 가로되. "길보(吉甫)는 가히 환야(喚爺)를 임종인아위(任從隣兒爲)랄 이르리로다(아비 부르기를 임의대로 이웃집 아이 따라 한단 말이라)."
 
2
유악이 대참(大慚)하여 얼굴을 숙이고, 모든 남이니 다 실색 대경(失色大驚)하고, 듣는 자가 다 앙앙히 여기더라.
 
 

1.4. 정탁(鄭琢)

1
정탁은 예천인(醴泉人)인, 가세 한미(寒微)하여 조남명(曺南冥) 문하에 놀아 사우간(師友間) 자못 지명(知名)하더니, 명묘(名廟朝)에 등제하여 고서 분관(校書分館)을 하였더니, 이 때는 사람 쓰기를 다만 재주와 명망을 보고 문벌을 보지 아니하는고로, 정탁이 옥당(玉堂)과 이조 좌랑(吏曹佐郞)을 지내과, 마침내 지위 좌의정(左議政)에 오르고 서원 부원군(西原府院君)을 봉하고 향년 80에 치사(致仕)하고 죽으니, 자손이 또한 번성하니, 짐짓 희세한 팔자이러라.
 
2
일찍 교서 분관에 있을 제, 고제봉(高霽峰) 경명(敬命)이 바야흐로 조당(朝堂)에 번(番)들어 제붕(諸朋)으로 더불어 논명(論名)(사주(四柱)풀라는 말이니, 고제봉이 사주 풀기를 묘히 하니)하거늘, 정공(鄭公)이 지필(紙筆)을 취하여 사주를 써 고제봉으로 하여금 보아 달라 하니, 제봉이 크게 화를 내어 가로되, "군(君)이 어찌 감히 청하느뇨?"
 
3
정공이 빌어 공순함을 마지아니하는지라. 고제봉이 곁눈으로 그 사주를 가만히 보니, 극귀(極貴)할 명(命)이라 크게 놀라 가로되 "그대 명이 지위는 인신(人臣)에 극진(極盡)하고 수(壽)는 기이(장수한단 말이라)에 이르리니, 우리 모든 벗이 다 따르기 어렵다. "하고, 또 가로되 " 이 재자(才子)이라. 영남(嶺南) 풍속이 향족(鄕族)으로써 제일 양반을 삼거늘, 이에 정공이 한미(寒微)한 사람으로 귀히 되리로라." 하더라
 
4
후에 과연 정공이 상국(相國)이 된 후 그 형이 본군(本郡) 좌수(座首)되었더니, 왜란(倭亂)에 감사가 군량을 이으지 못하므로 좌수를 중형할새,그 나이를 물으니 70여(餘)라. 감사가 꾸짖어 가로되, "나이 저리 많고 대사를 어찌 소활(疎闊) 히 하여 죄를 범하느뇨?"
 
5
좌수가 대하여 가로되, "시임 정승(時任政丞) 정탁의 형이니 나이 어찌 많지 아니리이까?"
 
6
감사가 청필(聽畢)에 크게 놀라 즉시 놓으니라.
 
 

1.5. 정인홍(鄭仁弘)

1
정인홍은 대(代)로 합천(陜川)서 살더니, 그 아비 본군 좌수(本郡座首) 되었더니, 하루는 해인사 중이 꿈꾸니, 정 좌수(鄭座首) 집의 불빛이 하늘에 닿고 가야산(伽倻山) 호(虎), 표(豹), 시(豺), 낭(狼), 웅(熊), 시(豕)의 무리가 그 집에 무수히 들어가니 이상히 여겨 즉시 가 보니, 그 날 밤에 정 좌수 아들을 낳으니, 곧 인홍(仁弘)이라.
 
2
인홍이 산림 발천(山林發闡)으로 광해조에 이르러 영의정이 되어 흉당(凶黨)중에 들어 성품이 가장 경한(勁悍)하여, 마침내 대역으로서 도시(都市)에서 복형(服形)하니, 중의 꿈을 보건대 악수(惡獸)의 사오나온 기운을 품득(稟得)하여 난 연고이러라.
 

1.6. 김승평(金昇平)

1
선조(宣祖) 말년에 제궁(諸宮) 왕손을 모두어 그림도 그리이시고 글씨도 쓰이시더니 인조(仁祖) 아시(兒時)에 말을 그리오시니, 선조가 그림을 백사(白沙) 이공(李公)에게 주시니라.
 
2
백사 북천(北遷)할 때 문생(門生), 부곡(部曲)이 따라와 도방(道傍)에 보내는 자가 심히 많더니, 홀로 김 승평 유( )를 데리고 역려(驛旅)에 와 자고 그 그림을 맡겨 가로되, "이는 선왕이 주신 바로되 그 뜻을 아옵지 못하더니, 군(君)이 다만 이 그림 그린 자를 살펴보라."
 
3
승평(昇平)이 또한 망연하여 그 소유(所由)를 알지 못하고 돌아와 벽상에 붙였더니, 인조(仁祖) 잠저(潛邸) 때 나가 계시다가 급한 비를 만나서 길갓집 문에 들으셔 피하시더니, 한참 있다가 차환(叉 )이 안으로 나와 고(告)하되, "어찌한 손님을 알지 못하나, 비 심하니 오래 섰지 못할지라. 원컨대 잠깐 외사(外舍)에 앉으소서."
 
4
주인 없음을 인조가 사양하신대 차환이 여러 번 청하거늘, 인조가 마지못하여 말에서 내려 외사에 들으신대 벽상에 그린 말이 잇거늘 살펴보시니, 곧 아시 때에 그리신 바이라. 마음에 이상히 여기시더니, 주인이 이르니 곧 승평이라. 서로 알지 못하더니, 인조가 피우(避雨)한 연고를 여러 번 이르시고 인하여 물어 가로되, "그림을 어이 벽에 붙였나뇨?"
 
5
승평이 가로되, "백사가 일찍이 그림을 주시되, 뉘 그림인 줄 알지 못하는 고로 벽에 붙여 구할 이를 기다리나이다." 한대, 인조가 가로되, "이는 내 아시 때 그린 바이로다."
 
6
이윽하여 안으로서 크게 음식을 하여 나오거늘, 승평이 이상히 여기되 인조 돌아가신 후에 들어가 부인께 물어 가로되, "지나가는 종실(宗室)이 우연히 비를 피하거늘 성찬을 대접함은 어찌오?"
 
7
부인이 가로되, "밤 꿈에 대가(大駕)가 우리 집 문에 들으셔 위의(威儀) 심히 성하거늘, 깨어 이상히 여기더니 낮에 종이 전하되 한 관인이 비를 피하여 문에 들어 말을 세웠다 하거늘, 내 문틈으로 엿보니 얼굴이 심히 준수(俊秀)하여 완연히 몽중에 본 바와 같은지라. 고로 놀라 성히 대접함이로소이다."
 
8
승평이 일로부터 인조께 왕래 친밀(往來親密)하여 흥왕(興王之事)를 하니라
 
 

1.7. 조안렴(趙按廉)

1
조안렴은 개국 원훈(開國元勳) 문충공(文忠公) 준(浚)의 아이라, 매양 그 형을 절간(切諫)하여 고자(告者)치 아니하더니 혁명(革命)한 후 문충공이 그 화를 면치 못할까 하여 태조(太祖)께 아뢰고, 공의 이름을 국적에 올리고 호조전서(戶曹典書)를 하이니 나지 아니하거늘, 태조가 그 집에 친림(親臨)하셔 개유(改諭)코자 하신대, 공이 이불로 낯을 싸고 누워 대답하여 가로되, "오히려 여조(麗朝) 섬기던 일을 생각하는다?" 하거늘, 상(上)이 굴하지 아니할 줄 아시고 창연하여 돌아가시더라.
 
2
백운산(白雲山)에 숨어 종신하니, 자손ㅇ르 유언하여 3대를 과환(科宦)을 다 폐하고 아조(我朝)관작을 명정(銘旌)에 쓰지 말라 하였더니, 졸(卒)하매 태종(太宗)이 시호를 평간공(平簡公)이라 하시니, 제자(諸子)가 유언을 좇지 아니하고 표석(標石)에 아조 관함(我朝官銜)을 새겼더니, 이미 세움에 비(碑) 홀연 절로 넘어져 부러지고, 조공지묘(趙公之墓) 4자(字)만 남았으니, 보는 자가 정충(貞忠)에 감동함이라 하더라.
 
 

1.8. 유부인(柳夫人)

1
홍학곡(洪鶴谷)의 모부인(母夫人)은 유몽인(柳夢寅)의 누이라. 글을 능히 하고 식감(識鑑)이 있으되 성이 투흔(鬪 )하더니, 학곡의 대인이 그 벗을 대하여, 그 투흔하여 난감한 뜻을 이른대, 벗이 가로되, "이러한 자를 어찌 가히 아내를 삼아 스스로 괴로우리요? 어찌 내쫓지 아니하나뇨?" 하니, "내 어찌 모르리요마는, 바야흐로 유신(有娠)하니 아들을 낳을까 하여 참을 뿐이로다."
 
2
벗이 가로되, "이 같은 사람이 생자(生子)한들 무엇에 쓰리요?"
 
3
부인이 창 사이로 가만히 듣고 사람을 시켜 막대에 똥을 묻혀 손 앉은 편 창문을 뚫고 뺨을 치더라.
 
4
생자하니 곧 학곡이라. 자소(自小)로 친히 과독(課讀)하여 문장을 이루니라. 유부인 식감이 있더니, 학곡 아들 감사 명일(命一)이 감시(監試), 회시(會試)로 나오니, 학곡이 그 글을 보고 반드시 하지 못하리라 하거늘, 부인이 가로되, 이 넉넉히 장원을 하리라 하고 가인(家人)을 재촉하여 술을 빚어 응방(鷹枋)할 차림을 하더니, 방(枋)이 나니 장원을 과연 하니라. 이 밖에, 후생(後生)의 글을 한번 보매, 문득 수요궁달(壽夭窮達)을 결단하여 점(占)한 듯하니, 가히 다 기록치 못하리라.
 
5
하루는 학곡이 뫼셔 앉았더니, 멀리 말소리를 듣고 부인이 말하기를, 이는 명마(名馬)라 하고 데리고 오라 하니 여위어 죽게 된 말이거늘, 명하여 먹여 기르니, 과연 절족(絶足)이 되니라.
 
6
유 부인이 이 같을 뿐 아니라, 곤범( 範)이 많아 이제까지 숙덕(淑德)으로 이르니, 투흔하기를 의론할 사람이 아니라.
 
7
막대에 똥 묻힌 이는 감사의 후부인(後夫人) 구씨(具氏)의 일이라 하더라. 구부인도 결렬 결열(潔烈)하고 영기(英機) 있더니, 감사가 혼인날 밤에 그 복착(服着)을 자랑하여 가로되, "총갓과 도홍(桃紅)띠와 옥관자(玉貫子)가 어떠하뇨?"
 
8
부인이 응성(應聲)하여 가로되, "황초립(黃草笠)에 대모 관자(玳瑁貫子)에 세초(細草) 띠야." 하니, 감사가 말이 막히더라.
 
9
감사가 새로 남대단(藍大緞) 단령(團領)을 입고 조회(朝會)에 갔다가 귀로에 첩의 집에 다녀오니 부인이 알고 바로 관대를 거름동이에 담더라.
 
 

1.9. 이번(李蕃)

1
이번은 율곡(栗谷) 형이라. 파주에 있더니, 서울 들어와 율곡을 보니, 이 때 상(上)이 표피(豹皮) 요를 사송(賜送)하시니, 이는 외방에서 진상(進上)한 바라. 장광(長廣)이 크고 화미하더니, 전상(殿上)에 어(御)하시는 것이라. 율곡을 권우(眷遇)하사 주심이러라.
 
2
번이 명일(明日)에 파주로 돌아가더니 도로 오거늘 율곡이 물으신대 답하여 가로되, "몇 리(里)를 가더니 군(君)응ㄹ 생각하여 다시 보고 가려 하노라."
 
3
율곡이 가로되, "어제 은사(恩賜)하신 표피 요를 형에게 드림즉하되, 임금이 주신 것을 감히 깔지 아니코 보내지 못하여 수일 후 기다려 보내고자 하더니, 이미 깔아 밤이 지났으니 감히 드리노라."
 
4
한대, 번이 가지고 가더라.
 
 

1.10. 이탁(李鐸)

1
이 상국(李相國) 탁은 성종조(成宗朝) 명신이라. 갓나며 이불로 덮어 오래 소리 없으니, 그 모부인이 열어 보매 작은 용이 머리와 뿔이 우뚝하고 몸이 서려 길이 자거늘, 드디어 도로 덮고 가만히 기다리더니, 이윽고 깨어 우는 소리 있거늘 열어 보니 아이러라.
 
2
자라 급제하여 성균 학유(成均學諭)로 시골 갈새, 한강 건너로 10여 리의 물가에서 말ㅇ르 먹이더니, 월산 대군(月山大君)이 남으로 놀아 돌아올새, 또한 물가에 앉아 점심을 은기(銀器)에 드리거늘, 이공(李公)이 은기를 들어 보고 도로 놓은대, 대군(大君)이 가로되 "그 그릇을 가지고자 하는다? 마땅히 받들어 주리라."
 
3
이공이 웃어 가로되, "내 평생 은가란 것을 보지 아녔는 고로 집어 보았을 뿐이거늘 문득 가지라 하니, 어찌 사태후의 대접을 그리 박(薄)히 하시나이까?" 하고 인하여 떠나가거늘, 대군이 와 상(上)께 보옵고 그 말씀을 여쭈온대, 상이 내구마(內廐馬)를 명하여 따르라 하여 더불어 말씀하시고, 대열(大悅)하셔 즉시 홍문 수찬(弘文修撰)을 제수(除授)하시고, 불차 탁용(不次擢用) 초천(超遷)하여 정승에 이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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