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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로원야화기(要路院夜話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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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8년(숙종 4년)
박두세
1
요로원야화기(要路院夜話記)
 
 
2
조선 숙종(肅宗) 무오년간(戊午年間 : 1678) 충청도에 사는 한 선비가 이름을 숨긴 채 한강을 건너서 고향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병든 말 한 필에 짐도 싣고 사람도 탄데다 어린 마부마저 너덜너덜한 옷을 걸치고 있었기 때문에 여관에 투숙할 때마다 업신여김을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3
정오에 소사(素沙)를 출발하여 해질 무렵 요로원(要路院)에 당도하였다. 절룩거리는 말을 탔기 때문에 멀리 가지 못한 것이다. 선비는 곰곰이 생각하였다. '여관마다 길손이 이미 꽉 찼을 터인데 이처럼 초라한 행색으로는 주인을 불러서 길손을 내쫓게 할 수 없으니 차라리 사대부가 든 여관에 들어가면 묵을 수가 있겠지.'
 
4
생각 끝에 선비는 드디어 한 여관을 찾아들었다. 토청(土廳) 위에 호화스럽게 보이는 한 젊은 손님이 비스듬히 반쯤 누워 있다가 큰 소리로 불렀다.
 
5
"너희들 어디에 있느냐? 행인이 들어오는 것을 금하지 않고 무엇들 하느냐?"
 
6
두 하인이 대답하며 튀어나왔다. 그러나 그때 선비는 이미 말에서 뛰어내린 뒤였다. 한 하인이 마부를 끌어당기고 말을 채찍질하면서 나가라고 꾸짖었다.
 
7
"너는 눈이 멀었느냐? 행차가 이미 들어와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느냐?"
 
8
또 한 하인도 선비를 떠밀며 나가주기를 권하였다. 선비는 나가면서 말했다.
 
9
"날이 이미 어두워졌으니 우선 여기서 쉬었다가 다른 집을 정해 나갈 생각이다. 너희 양반이 저기 계시는데 어찌 이렇게까지 막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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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웃으면서 말했다.
 
11
"얘들아, 놔둬라 놔둬."
 
12
선비가 도로 들어가서 옷자락을 거머쥐고 조심스럽게 토청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도 손님은 태연하게 누워 있었다. 드디어 마루로 올라가 서서 배알(拜謁)하려고 하였지만 오히려 벌떡 누워서 움직이지 아니하였다.
 
13
'저 사람이 서울 양반으로서 옷도 화려한 옷을 입고 말도 좋은 말을 탔다고 나를 깔보는 모양이니, 그 미련하고 교만한 버릇을 꾀로 꺾어야 하겠구나.' 선비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매우 공손하게 절을 하였다. 손님은 베개를 어루만지며 고개만 끄덕이고 늘어지게 말하였다.
 
14
"존좌[尊:尊座] 어디 사시오?"
 
15
선비는 꿇어 앉아서 대답했다.
 
16
"충청도 홍주(洪州) 금곡(金谷)마을 안에 거주합니다."
 
17
손님은 선비가 너무도 자세하게 대답한 것을 비웃으면서 대꾸했다.
 
18
"내 언제 호적단자를 외우라 하였소?"
 
19
선비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20
"행차께서 하문(下問)하시는데 자세하게 말씀드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21
그리고는 다시 청하였다.
 
22
"처음에는 여관을 얻어 옮겨가려 하였는데 날이 이미 어두웠고 여관도 사람이 찼을 것입니다. 이곳에 공간이 있으니 여기에 앉아서 새벽을 기다리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23
"처음에는 가겠다고 하고 이제는 머무르겠다고 하니 이것은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것이외다."
 
24
"처음에는 쫓아내라 하고 이제는 놔두어라 하였으니. 이것은 한 입으로 한 말을 한 것이외까?"
 
25
손님은 할 수 없이 허락하고야 말았다.
 
26
"존좌도 양반인데 양반과 양반이 함께 자는 것이 무엇이 불가하겠소?"
 
27
"후한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28
선비는 곧 자기 하인을 불러서 일렀다.
 
29
"마소[馬牛]를 들여매고 양식쌀[粮米]을 내주도록 하라."
 
30
그러자 손님이 말했다.
 
31
"어찌 말과 소를 끌고 왔소? 쌀이라 말하지 않으면 하인이 양식이라는 것을 모르오?"
 
32
"행차께서는 서울 손님이시군요? 나는 소를 끌고 오지 않았고 하인도 양식이 쌀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으나 말을 말할 때는 반드시 소까지 아울러 들고 양식을 말할 때에는 반드시 쌀까지 아울러 드는 것은 시골 사람들이 늘 하는 말투입니다. 시골 사람은 듣고 보통으로 생각하는데 행차께서만은 웃으시니 서울 손님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33
"군(君)의 말이 역시 가상하네."
 
34
손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35
"무슨 일로 어디를 가는가?"
 
36
"일가사람을 위하여 정역(丁役)을 탈면(췸免)시키려고 서울 친구의 집에 머물다가 돌아오는 길입니다."
 
37
"친구는 누구며, 볼일은 잘 되었는가?"
 
38
"전에 상경하여 육조(六曹) 앞에 있는 김승(金丞)의 집에 주인을 정하였었는데 이 사람은 내 옛친구입니다. 볼일은 베 50필 값을 허비하고도 오히려 부족해서 잘 안 된 채로 내려오는 중입니다."
 
39
"김승은 어떠한 사람인가?"
 
40
"벼슬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스스로 '병조(兵曹)에 벼슬하여 승(丞)이 되었는데 나갈 경우 먼 거리는 말을 타고 가까운 거리는 걷는다.' 하고 또한 사모관대(紗帽冠帶)를 착용하고서 나에게 '후일에 일이 있어 상경하여 우리 집에 주인을 정하면 내가 도와 주겠다.' 하였습니다."
 
41
손님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42
"군은 서리(書吏)에게 속임을 당하였네. 승(丞)은 서리의 칭호이고 관원(官員)이 아니네. 관원에 어찌 도보로 걷는 자가 있겠는가? 쓴 것은 사모가 아니고 이른바 승두(蠅頭)라는 것이며, 착용한 것은 관대가 아니고 곧 단령(團領)이란 것일세. 군은 그자의 술수에 빠져 공연히 돈만 허비하였구려."
 
43
손님은 이내 선비를 업신여겨 다시는 '존좌'라 칭하지 않고 곧 '군'이라 불렀다. 선비가 물었다.
 
44
"서리와 관원은 본디 이처럼 현격하게 구별됩니까?"
 
45
"군의 향암(鄕暗)이 참으로 심하구나! 군이 사는 금곡은 주성(州城:군소재지)에서 몇 리나 떨어졌는가?"
 
46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새벽에 출발하여 저녁에 당도한다고만 들었습니다."
 
47
"군이 사는 곳이 그처럼 궁벽하니 서리와 관원의 구별을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네. 군의 고을에서 백성들이 우러러보고 존경하는 자는 누구인가?"
 
48
"서원아전(書員衙前)입니다."
 
49
"또 이보다 더한 자가 있는가?"
 
50
"별감(別監)과 좌수(座首)입니다."
 
51
"또 이보다 높은 자가 있는가?"
 
52
"없습니다."
 
53
"목사(牧使)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가?"
 
54
"목사는 고을의 왕인데 어떻게 아전배와 동등하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55
"군의 말이 옳네. 군이 사는 고을의 목사는 바로 서울의 관원이고, 서울의 서리는 바로 고을 아전일세."
 
56
"그렇다면 내가 아는 김승도 양반이 아니군요?"
 
57
손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58
"이제야 양반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가? 군은 양반의 칭호를 알고 싶은가? 벼슬길에는 동반직(東班職)과 서반직(西班職)이 있는데 동반과 서반을 지낸 자를 양반이라 칭하네. 저 승(丞)은 곧 양반이 부리는 자인데 어떻게 참람되게 양반에 비길 수 있겠는가?"
 
59
"나는 시골 사람이라 승이 바로 서리의 호칭인 줄 모르고 한갓 승두 · 단령을 사모 · 관대와 같은 것으로만 보고 양반이라 생각하여 교제를 하였구나!"
 
60
선비는 손님의 말에 혀를 끌끌 차며 분한 듯 탄식하는 것이었다. 손님이 물었다.
 
61
"왜 분하게 여기는가? 베 50필 값을 버린 것이 아까워서인가?"
 
62
"아닙니다. 비록 백필을 허비하더라도 일가를 위하여 정역을 탈면시키려던 것인데 어찌 아깝겠습니까? 전일에 김승이 나의 자(字)를 묻더니 그 뒤에 김승은 매번 나를 부를 때마다 자를 불러 나도 김승을 부를 적에는 자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하니 그는 아전배로서 양반의 자를 불렀으니 또한 참람하지 않습니까? 어찌 분하고 한스럽지 않겠습니까? 행차를 만나지 않았으면 영원히 큰 욕을 받을 뻔했습니다."
 
63
손님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64
"행차의 덕이 적지 않구먼."
 
65
그리고는 또 물었다.
 
66
"군은 고을에서 어떤 양반인고?"
 
67
"나도 상등양반이지요."
 
68
"군이 상등양반이면 족속이 어찌하여 군보(軍保)에 들어가 있는가?"
 
69
"속담에 귀인에게도 보쌈당한 족속이 있다 하는데 이런 일이 어찌 족히 나를 더럽힐 수 있겠습니까?"
 
70
"군의 마을에 다른 양반도 살고 있는가?"
 
71
"있습니다."
 
72
"누군고?"
 
73
"북쪽 마을에는 예좌수(倪座首)가 살고 있고 동쪽 이웃에는 모별감(牟別監)이 살고 있습니다."
 
74
"이들도 역시 상등양반인가?"
 
75
"그렇습니다. 그 양반들은 나와는 백중이나 위세와 권력은 내가 감히 바랄 바가 아닙니다. 옛날 예공(倪公)이 미천할 때에 아내는 채마밭을 매고 아들은 소를 쳤습니다. 여름에는 삽을 메고 도랑에 서서 양반이라 칭하며 먼저 물을 대고, 겨울에는 베를 팔러 시장에 가서 상놈들의 자를 부르면서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권농(勸農:농사를 권면하는 사람)이 와서 절을 하면 입을 다물고 응하고, 서원(書員)이 지나면서 절을 하면 갓을 낮추고 답배하였습니다. 항간에 엎드려 있을 적에는 보통 사람과 같았는데 하루 아침에 추천을 받아 별감이 되고 오래지 않아서 좌수에 이르렀습니다. 나가면 으레 향청(鄕廳)에 앉는데 향청에 앉으면 아전들이 뜰 아래에 늘어서서 절을 하고, 들어오면 으레 사또를 대하게 되는데 사또를 대하면 추종들이 문 밖에서 대기합니다. 전일에는 죽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갑자기 하얀 쌀밥을 배불리 먹고, 옛날에는 송아지도 제대로 타지 못하였는데 갑자기 살찐 말을 타며, 기녀(妓女)가 잠자리를 모시고 공생(貢生:향교의 심부름꾼)이 자리에서 모십니다. 기분이 좋으면 환자(還子:백성에게 봄에 꾸어주었다가 가을에 받아 들이든 곡식)를 주고 성이 나면 형장(刑杖)을 가하며 손님이 오면 술을 내오고 입이 마르면 차를 마십니다. 그리고 평소에 동등하게 지내던 친구들도 활발하게 쳐다보지 못하고 상놈들은 깍듯이 인사하고 무서워하며 몸을 굽히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호령과 위풍이 한 경내를 진동하고 뇌물과 선물꾸러미가 사방에 줄을 잇습니다. 이 어찌 장부의 일이 아니겠습니까? 하루는 예공이 환자를 나누어 주는 일로 해창(海倉)에 나가 있기에 말이나 후하게 받고 싶어서 찾아가 절을 하였더니, 나에게 술을 서너 잔 대접하고 나서 '참 훌륭하구먼. 공(公)이 알뜰한 집강(執綱:면장이나 이장)노릇을 하는 것을 보니.' 하고 칭찬을 마구 하더군요."
 
76
손님은 크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77
"참으로 상등양반이구먼."
 
78
조금 후에 선비의 하인이 저녁밥을 들기를 청하자 선비는 하인에게 명하였다.
 
79
"관솔불을 붙여 올려라."
 
80
"군은 상등양반으로서 행장에 초를 준비하지 않았는가?"
 
81
선비는 거짓으로 대답하였다.
 
82
"행장에 준비한 초는 간밤에 다 써버렸습니다."
 
83
남의 호화함을 보고 자기의 초라함이 부끄러워서 없어도 있는 체하며 손님을 대하여 허풍을 치니, 본시 시골 사람의 태도인 것이다. 손님은 선비가 거짓으로 대답한 것을 알아채고 한참 동안 빙긋이 웃다가 자기의 하인을 불렀다.
 
84
"관솔연기가 매워서 못 견디겠다."
 
85
그러자 하인이 나와서 두드려 꺼버렸다. 선비가 식사를 멈추고 말했다.
 
86
"밤눈이 밝지 않아 숟갈이 입을 찾기 어렵습니다."
 
87
"장님도 어둔 데서 식사를 하네."
 
88
"장님은 오랫동안 습성이 되어서 소반을 어루만지며 스스로 먹을 수 있으나 나는 장님이 아닌지라 갑자기 장님이 되니 실제로 밥이 어디에 있는 줄 모르겠습니다. 가령 행차가 식사한다면 낮에처럼 찾아 먹을 수 있습니까? 올빼미에게서 눈을 빌지 않고 박쥐에게서 눈동자를 바꾸지 않고서도 정말 떠다가 입에 넣을 수 있습니까?"
 
89
이윽고 선비는 자기의 하인을 불러서 일렀다.
 
90
"다시 불을 밝히도록 하라."
 
91
손님은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92
"군이 어떻게 비상시를 대처하는가 보려고 장난을 좀 쳤을 뿐이네."
 
93
그리고는 이내 하인을 시켜서 촛불을 밝히게 하니 눈이 부시게 밝았다.
 
94
선비의 밥상에는 초장(焦醬) 몇 덩이와 청어(靑魚) 반 마리만이 놓였을 뿐이었다. 선비가 찬합을 꺼내어 반쯤 열고 먹는 폼이 손님에게 보이고 싶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자 손님은 얼른 팔뚝을 뻗어서 찬합뚜껑을 벗기고 보며 놀렸다.
 
95
"상등양반의 반찬이 좋지 않구먼."
 
96
선비는 일부러 부끄러운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97
"오랫동안 객지생활 끝에 장차 떨어져가는 반찬이 양반의 높낮이에 무슨 상관이 있겠소?"
 
98
밥상이 치워진 뒤에 선비가 손님의 담뱃대를 가져다가 담배를 담으려고 하였다. 손님이 얼른 담뱃대를 빼앗으며 화를 냈다.
 
99
"어른 앞에서는 감히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것이거늘 하물며 내 담뱃대를 더럽히는가?"
 
100
선비는 얼굴빛을 바꾸며 대들었다.
 
101
"예좌수와 모별감의 앞에서도 담배를 피웠는데 어찌 행차 앞이라고 해서 못 피우겠소?"
 
102
그리고는 손님의 입을 가리키며,
 
103
"이 입도 입이고."
 
104
자기의 입을 가리키며,
 
105
"내 입도 입인데 어찌 더럽힐 리가 있겠소?"
 
106
라고 말했다. 그러자 손님은 크게 웃으며 도로 담뱃대를 돌려주면서 떠보았다.
 
107
"군은 당돌한 사람이라 할 만하네. 예좌수와 모별감은 참으로 높구먼. 나는 좌수와 별감만 못한가?"
 
108
"행차가 살고 있는 고을에서는 혹시 좌수가 될 수 있으나 홍주 좌수는 절대로 될 수 없을 것입니다."
 
109
"나는 서울에 사는데 서울에 좌수가 어찌 있는가?"
 
110
"좌수는 고을에서 최고의 직위입니다. 서울에는 우두머리가는 직위가 없습니까?"
 
111
"영의정(領議政)이 우두머리 지위이네."
 
112
"그렇다면 행차는 혹시 영의정은 될 수 있어도 우리 고을의 좌수는 쉽게 될 수 없습니다."
 
113
손님은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114
"높구나. 아름답구나. 좌수의 직임이여!"
 
115
그리고는 또 말했다.
 
116
"군의 고을의 좌수는 쉽게 못 얻어도 군의 고을의 목사야 될 수 없겠는가?"
 
117
"목사는 서울에서 나오는 것이니 그야 쉽겠지요. 그러나 목사 중에는 귀대받을 사람이 있고 귀대받지 못할 사람이 있습니다."
 
118
"한 고을의 왕이 어찌 귀대받지 못하는가?"
 
119
"아무 때에 아무 목사가 왔는데, 그 마음이 기린처럼 인자하니 고을 사람들이 「인자지가(麟子之歌)」를 불렀습니다. 그 노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120
子兮子兮其父麟 아들이여! 아들이여! 그 아버지가 기린이로다
121
父兮父兮其子麟 아버지여! 아버지여! 그 아들이 기린이로다
122
有是父有是子胡不萬春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니 어찌 장수하지 않으리오
 
123
이것은 귀대받을 만한 사람입니다.
 
124
아무 해에 아무 목사가 왔는데 그 욕심이 이리처럼 탐욕스러웠습니다. 그런 까닭에 고을 사람들이 「낭자지가(狼子之歌)」를 불렀는데 그 노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125
子兮子兮其父狼 아들이여! 아들이여! 그 아버지가 이리로다
126
父兮父兮其子狼 아버지여! 아버지여! 그 아들이 이리로다
127
有是父有是子胡不促亡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니 어찌 빨리 망하지 않으리오
 
128
이것은 귀대받지 못할 사람입니다. 행차는 당연히 우리 고을의 목사가 될 터인데 백성으로 하여금 「낭자지가」를 부르지 않고 「인자지가」를 부르게 할 수 있겠습니까?"
 
129
손님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130
"내가 군의 고을의 목사가 되면 당연히 백성으로 하여금 나를 부모처럼 여기게 하겠네."
 
131
선비는 웃으면서 다시 물었다.
 
132
"그것이 쉽겠습니까?"
 
133
또 말했다.
 
134
"서울의 우두머리 직위에도 귀대받을 만한 분이 있고 귀대받지 못할 분이 있으며 또한 「인자지가」와 「낭자지가」를 부르게 할 만한 분이 있습니까?"
 
135
"현재상(賢宰相)과 진재상(眞宰相)과 청백재상(淸白宰相)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분들은 귀대할 만한 분이니 귀대할 만한 분은 또한 「인자지가」를 부를 만하고, 치재상(癡宰相)과 맹재상(盲宰相)과 방문재상(坊門宰相)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들은 귀대받지 못할 사람이니, 또한 「낭자지가」를 부를 만하네."
 
136
"나는 글을 모릅니다. 무슨 말씀입니까?"
 
137
"이것은 다 옛 전고로 책에 있는 것일세."
 
138
이어서 손님이 물었다.
 
139
"군은 장가들었는가?"
 
140
"아직 안 들었습니다."
 
141
"나이는 몇인고?"
 
142
"한 살 모자라는 서른입니다."
 
143
"늦지 않았는걸. 명년에 들어도 '서른 살이 되면 아내를 맞이한다.'는 《소학(小學)》의 도리에 어긋나지 않겠네. 그러나 군은 상등양반으로서 어찌 지금까지 장가들지 못하였는가?"
 
144
선비는 탄식하며 말했다.
 
145
"양반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장가들지 못한 것입니다. 저쪽에서 하고 싶어하면 내가 싫고 내가 요구하면 저쪽에서 마음이 없다 합니다. 시골 양반으로는 나 같은 자가 적으므로 나 같은 자를 반드시 얻으려고 하겠지만 좋은 인연이 있지 않아 마침내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146
"군은 한탄하지 말게. 군의 키가 작고 크지 않으며 군의 턱은 판판하여 수염이 없으니 키가 크고 수염이 날 때가 되면 어찌 장가들 날이 없겠는가?"
 
147
"행차는 남을 조롱하는 말을 하지 마십시오. 옛말에 '불효가 세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후사가 없는 것이 가장 크다.' 하였습니다. 그런데 서른이 되도록 장가를 들지 못하였으니 어찌 크게 고민할 만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148
"예좌수와 모별감에게 구하지 않았는가? 그 집에 처자가 없는가?"
 
149
"처자는 있지요. 나이도 몇 살 떨어졌으니 매우 적당하지요."
 
150
"그렇다면 그도 노처녀이니 노도령(老道令)으로 노처녀에게 장가들면 이른바 정말 찰떡 궁합인데 어찌 서로 혼인하지 않는가?"
 
151
"쉽지 않습니다."
 
152
"무슨 일이 쉽지 않은고?"
 
153
"그것이 바로 내가 구하면 저쪽에서 마음이 없어 한다는 것입니다."
 
154
"군이 상등양반으로 그에게 내려서 구하는데 그가 어찌 감히 그러는가?"
 
155
"다름이 아니라 나의 양반은 옛날에 용이었던 것이 자벌레처럼 움츠러졌고 저들 양반은 옛날에 뱁새였던 것이 고니처럼 솟아올랐기 때문이지요. 왕후장상(王侯將相)이 어찌 따로 종자가 있답니까? 참으로 속담에 이른바 '변화한 양반이다.'란 것입니다."
 
156
손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157
"좌수와 별감은 양반이 변화한 것이구먼."
 
158
"양반은 한층뿐이 아닙니다. 약정(約正)이 되어 양반이라 칭하는 자가 있고, 풍헌(風憲)이 되어 양반이라 칭하는 자가 있고 창감관(倉監官)이면서 양반이라 칭하는 자가 있습니다. 여기를 거치면 별감이 되는데 그 층이 또 더해지고, 여기를 거치면 좌수가 되는데 그 층은 더욱 높습니다. 고을에서 좌수의 칭호를 얻었으니 과연 양반으로 잘 변화한 자가 아니겠습니까?"
 
159
"군은 용모가 단아하고 언변이 민첩하니 비록 시골에 있더라도 반드시 헛되이 늙지 않을 걸세. 현명한 목사가 군을 보면 별감과 좌수를 맡길 것이니 군이 양반으로 변화할 날도 머지않았네. 내가 군을 위하여 혼인할 곳을 가리켜줄까?"
 
160
선비는 농으로 하는 말이라는 것을 모르는 체하면서 갑자기 희색이 만면하여 말했다.
 
161
"좋은 일이 아니다말다요?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행차의 문중에 규수가 있습니까?"
 
162
손님은 한참 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문자로써 혼자말로 말했다.
 
163
"무여애하 무여애하(無如 何 無如 何 : 미련하니 어찌할꼬 미련하니 어찌할꼬)"
 
164
그리고는 다시 말하는 것이었다.
 
165
"우리 문중에는 없고 내가 아는 곳이 있으니 돌아가거든 말해보겠네."
 
166
선비가 말했다.
 
167
"비록 혼인을 허락한다 한들 행차의 주소를 모르니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168
"군은 나의 주소를 모르나 나는 이미 군의 주소를 알고 있으니 통지하는 것이 뭐 어렵겠는가? 즉시 사람을 시켜서 충청도 홍주 금곡 노도령댁에 통보하겠네."
 
169
"그렇다면 몹시 다행이겠습니다."
 
170
이때부터 손님은 선비를 노도령이라 부르며 웃음거리로 삼았다. 선비가 몇 차례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171
"밤이 깊어갑니다. 말 위에서 시달렸더니 잠이 오는군요."
 
172
그러자 손님이 말했다.
 
173
"나는 호남으로부터 내포(內浦)에 들어왔는데 말 위에서 한 달을 보냈으나 조금도 피곤하지 않은데, 군은 며칠 다니고서 나보다 먼저 자려고 하는가? 노인이 길을 걸으면 기운이 쉽게 피곤하고 눈이 쉽게 감기기 마련인데, 오라, 노도령이기 때문이로군."
 
174
"그렇고말고요. 나는 이미 늙은 도령이고 행차는 한참 젊은 글방도령인데 이미 늙은 자가 눕고 한참 젊은 자가 앉아 있는 것은 당연한 예의지요."
 
175
선비는 드디어 갓을 벗고 누웠다. 손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176
"군은 해학을 잘하는 사람이구먼. 그러나 일어나게, 일어나."
 
177
선비도 웃으면서 일어났다. 손님이 고문(古文)을 외기도 하고 혹은 싯귀를 읊기도 하자 선비가 물었다.
 
178
"행차가 읽는 것은 무슨 글인가요?"
 
179
외는 것을 읽는다고 하는 것은 역시 시골말이다. 손님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180
"풍월(風月)일세."
 
181
그리고 또 물었다.
 
182
"군의 몸매나 손을 보니 활을 쏘는 일이나 말을 타는 일이나 칼을 쓰는 일은 반드시 못할 것 같은데 유자(儒者)의 학업을 하는가?"
 
183
"나는 비록 시골에 살지만 무사(武士)의 일을 배우기 부끄러워하고 유자의 학업은 잘하지 못하나 글줄은 약간 압니다. 그런데 14줄(한글 '가'줄에서 '하'줄까지) 가운데에 두 글자의 획을 더하여 음이 변하는 것은 매우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것에 정성을 쏟아 반복 연습하느라 입이 뒤틀리고 혀가 뻣뻣해졌으나 지금까지도 환하게 알지 못합니다."
 
184
"언문(諺文)말인가? 그것은 반절(反切)이지 진서(眞書:한문)가 아닐세."
 
185
"시골 사람은 반절을 아는 자도 적은데 더구나 진서야 말할 것 있겠습니까? 능히 진서를 알면 집이 가난한 것이 뭐 걱정이며 또한 가히 놀지 못하는 것이 뭐 걱정이겠습니까? 아무 마을 아무는 《천자(千字)》를 배워서 서원(書員)이 되어 치부를 하니 온 동네 사람들이 우대하고, 아무 마을 아무는 《사략(史略)》을 읽어서 교생(校生)이 되어 정역(丁役)을 면하니 온 고을 사람들이 아름답게 여깁니다. 또한 두세 사람은 명지(名紙:試紙)를 메고 과장(科場)에 드나들며 선배의 학업을 하여 소지(所志)와 의송(議訟)을 비필(飛筆)로 쓰니 마을 사람들이 존경하고 이웃 사람들이 선물을 바칩니다. 닭고기나 물고기를 자신은 물론 친족들까지도 배불리 먹으니 이것은 진서의 덕분인데 사람마다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김호주(金戶主)라는 자는 글을 꽤 알아서 호주(戶主:반장)가 된 지 10여 년에 역시 살림이 풍족합니다. 남자라면 비록 진서는 잘 못하더라도 언문을 배워 알면 또한 족히 결복(結卜:토지)을 마련할 수 있고, 고담책(古談冊)을 읽으면 한 마을에서 떵떵거립니다."
 
186
"군도 반절을 배워 호주가 되고 싶은가?"
 
187
"그렇습니다. 상사람이 호주가 되면 스스로 다니나 양반이 호주가 되면 하인더러 다니게 하는데 호주가 뭐 해롭겠습니까?"
 
188
"그렇다면 군을 호주로 칭해도 되겠는가?"
 
189
"뭐 안 될 것 있겠습니까?"
 
190
"사람으로서 글을 모르면 사람이라 할 수 없다네."
 
191
"나는 비록 글은 모르지만 사람입니다."
 
192
"군은 사람이 사람되는 까닭을 아는가? 얼굴만 가진 사람이 있고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는데, 한갓 얼굴만 가지고 마음을 가지지 않으면 사람이 아닐세. 글은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인데 군은 도통 글을 알지 못하니 어떻게 사람이 될 수 있겠는가?"
 
193
"얼굴로 말하면 행차도 얼굴을 가진 사람이고 나도 얼굴을 가진 사람이며, 마음으로 말하면 행차는 진서를 아니 행차도 마음을 가진 사람이고 나는 언문을 아니 나도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누가 사람이 아니라 하겠습니까?"
 
194
손님은 웃고 또 물었다.
 
195
"옛날 사람 중에 부자(夫子)라는 분을 아는가?"
 
196
"모릅니다."
 
197
"각 고을에 모두 향교(鄕校)가 있는데 향교에서 윗자리에 앉아서 봄가을로 석전제(釋奠祭)를 자시는 분은 누구인가?"
 
198
"공자(孔子)입니다."
 
199
"공자가 바로 부자일세."
 
200
"시골 사람은 지식이 적어서 단지 공자만 알고 공자의 별호에 또 부자가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201
손님은 껄껄 웃고 또 물었다.
 
202
"군은 도척(盜跖)이 있음을 아는가?"
 
203
"들었습니다."
 
204
"공자와 도척은 누가 더 어진 사람인가?"
 
205
"행차는 나를 무시하는군요. 내 비록 어리석으나 어찌 공자와 도척의 옳고 그름을 모르겠습니까?"
 
206
"갠 하늘의 밝은 날은 하인배들도 청명하다는 것을 알고 칠흑 같은 밤은 금수들도 모두 어둡다는 것을 아네. 공자와 도척은 모두 사람이나, 성(聖)·광(狂)과 현(賢)·우(愚)는 하늘과 땅 차이인데 아울러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사람으로서 글을 알면 공자의 무리이고, 사람으로서 글을 모르면 도척의 무리일세."
 
207
"진정 행차의 말씀대로라면 행차는 문인(文人)이니 바로 공자의 무리요, 나도 능히 언문을 아니 도척의 무리는 면하였습니다."
 
208
손님은 웃으면서 말했다.
 
209
"누가 도척이 언문을 모른다고 하던가?"
 
210
"언문은 우리 나라에서 나온 것이니, 도척이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211
손님은 껄껄대면서 말했다.
 
212
"군의 말이 옳네. 옛날 중황자(中黃子)가 사람을 5등급으로 나누었는데, 내가 생각건대 나는 상5등에 해당하고 군은 하5등에 해당한다고 여기네. 상5등은 진인(眞人)·신인(神人)·도인(道人)·지인(至人)·성인(聖人)이고 그 다음 5등은 덕인(德人)·현인(賢人)·선인(善人)·지인(智人)·변인(辯人)이네. 중5인에는 공인(公人)·충인(忠人)·신인(信人)·미인(美人)·예인(禮人)이 있고 그 다음 5등에는 사인(士人)·공인(工人)·우인(虞人)·농인(農人)·상인(商人)이 있네. 또한 하5등은 바로 중인(衆人)·노인(奴人)·우인(愚人)·육인(肉人)·소인(小人)이니 상5등과 하5등의 차이는 사람과 마소 같네."
 
213
"행차가 자신은 사람에 해당시키고 나는 마소에 해당시키니 그저 웃음이 나올 뿐입니다. 가령 공자가 도척을 보러 갔을 때 도척이 이 이야기를 공자에게 한다면 바로 도척도 자신은 상5등의 사람에 해당시키고 공자는 하5등의 마소에 해당시킬 것이니 공자가 어찌 도척과 이러쿵저러쿵 논쟁할 수 있겠습니까? 역시 꼭 한 번 웃고 말 것입니다."
 
214
손님은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다.
 
215
"옳네. 군의 변론이."
 
216
그리고는 곧 문자로써 혼자말로 말했다.
 
217
"소할대치(小黠大癡:조금 영리한 척하네. 되게 멍청한 것이)"
 
218
선비는 문자를 모르는 척하면서 손님이 풍월을 왼 것으로 여기고 물었다.
 
219
"행차는 또 풍월을 읽습니까? 무슨 뜻입니까?"
 
220
손님은 웃으며 대답했다.
 
221
"풍월을 읊는 것은 흥겹게 보내고 뜻을 표현하기 위함이네. 풍월의 뜻은 그 체계가 오언(五言)·칠언(七言)의 구별이 있네. 나와 풍월을 창화(唱和)하겠는가?"
 
222
선비는 하하 웃으면서 말했다.
 
223
"진서를 모르는 자도 풍월을 합니까?"
 
224
"풍월은 일정한 것이 아닐세. 글을 아는 사람은 진서풍월을 하고 글을 모르는 사람은 육담풍월을 하는 걸세."
 
225
"비록 육담은 잘하지만 다섯 글자 일곱 글자를 모아내는 것은 나의 일이 아닙니다."
 
226
"자네는 어벽(語癖)이 있는 사람이니 육담풍월을 잘할 것이네. 시험삼아 지어보게나."
 
227
선비는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228
"성성이가 말을 잘한다 하여 싯귀를 짓게 하고 공공이가 짐을 잘 진다 하여 돌절구를 지게 한다면 할 수 있겠습니까?"
 
229
"어렵지 않으니 나의 체를 본받아 해보게."
 
230
손님은 두세 차례 손가락을 튀기고 나서 두 글귀를 불렀다.
 
231
"아견향지도 괴저형체조(我見鄕之賭 底形體條 : 내가 시골나기를 보니 몸 가짐이 괴상하다.)
232
부지언문신 의기진서소(不知諺文辛宜其眞書沼 : 언문도 제대로 쓸 줄 모르니 진서는 도통 모르리라.)"
 
233
"무슨 뜻입니까?"
 
234
선비가 묻자 손님은 글자마다 풀이를 하였다.
 
235
"아(我)는 나[吾]를 말하고 견(見)은 봄[看]을 말하고 향(鄕)은 시골[谷]을 말하고 지(之)는 어조사(語助辭)이고 도(賭)는 나기[落伊]를 말하고 괴저( 底)는 괴상함[ ]을 말하고 형체(形體)는 몸[身]을 말하고 조(條)는 곧 지(枝)이니 가짐[持]을 말한 것일세."
 
236
"사람의 몸에도 가지가 있습니까?"
 
237
"둔하구나. 군의 재주여! 변하지 못할 것은 당연하구먼. 글줄 중의 글자들은 대략 '시골 사람 몸가짐이 괴상함'을 이른 것일세."
 
238
선비는 대뜸 화를 냈다.
 
239
"행차는 나를 기롱합니까?"
 
240
"시골 사람이 어찌 군뿐인가? 내가 시골에서 오면서 이같은 사람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말한 것이지 군을 가리킨 건 아닐세. 군 같은 자는 시골의 수재(秀才)라 쉽게 얻을 수 있는 자가 아닐세."
 
241
선비는 화를 거두고 약간 기뻐하는 척하였다. 손님은 계속 글을 풀이해 주었다.
 
242
"신(辛:씀)의 해석은 쓸 사(寫)자에 가깝고 소(沼:못)의 해석은 못할 불(不)자에 가까우므로 '언문도 제대로 쓸 줄 모르니 진서는 도통 모르리라.'라고 이른 것이네."
 
243
손님이 드디어 선비에게 화답하기를 부탁하자 선비는 두세 차례 굳이 사양하였다.
 
244
손님이 말했다.
 
245
"나는 호주를 위해서 풍월을 지었는데 호주는 화답하지 않으니 이것은 나에게 거만을 부리는 것이다. 어찌 내가 호주를 몰아내지 않겠느냐?"
 
246
"내쫓을 테면 내쫓을 것이지 왜 겁을 줍니까? 시골놈이 비록 글은 모르지만 그같은 말에는 겁을 내지 않습니다."
 
247
"군은 그야말로 담이 큰 사람일세. 내가 실은 농담을 한 것이네. 그러나 속히 화답을 하게."
 
248
손님이 웃으면서 말하자 선비는 머리를 긁으면서 대꾸했다.
 
249
"큰일났구나. 화답하자니 뱃속에 글이 없고 화답하지 않자니 욕을 보겠고……."
 
250
"무슨 욕이 있는가?"
 
251
"밤에 쫓겨나면 욕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252
"화답하면 쫓겨나지 않을 걸세."
 
253
선비는 손님을 뚫어지게 보면서 한 마디 했다.
 
254
"이 집이 어찌 대대로 전하는 행차의 집인가? 내가 스스로 여관에 들었는데 누가 감히 나를 쫓아내?"
 
255
"먼저 들어온 사람이 주인인데 주인이 손님을 내쫓을 수 없는가?"
 
256
손님은 화를 내고는 곧 자기 하인을 불러 말했다.
 
257
"이 양반을 쫓아내라."
 
258
선비는 사과하며 빌었다.
 
259
"촌놈이 망발하였습니다. 청컨대 화답하여 속죄하겠습니다."
 
260
손님의 하인 두 사람이 이미 마루 아래에 서서 선비를 막 끌어내리려 하자 손님이 말했다.
 
261
"시골 태생이라 미련하니 놔 두라."
 
262
그리고는 이내 선비에게 재촉했다.
 
263
"내쫓기지 않으려거든 속히 화답을 하게."
 
264
선비는 벌벌 떨며 곤혹스런 형상을 하고 한참 동안 있다가 말했다.
 
265
"겨우 글자를 모았습니다."
 
266
"말해 보게."
 
267
"졸연히 본받으려 하니 말이 되질 않습니다."
 
268
선비는 곧 두 글귀를 불렀다.
 
269
"아견경지표 과연거동융(我見京之表果然擧動戎 : 내가 서울 사람을 보니 과연 행동이 거만하구나.)
270
대저인물대 불과의관몽(大抵人物貸不過衣冠夢 : 인물이 방기를 뀌니, 즉 사람이 시건방지니 의관을 꾸미는 데 불과하구나.)"
 
271
손님이 물었다.
 
272
"무슨 뜻인가?"
 
273
선비는 손님과 같이 해석해 주고 표(表)자에 이르러서는 해석할 수 없는 것처럼 하면서 다만 '위는 주(主)자 같고 아래는 의(衣)자 같습니다.'라고 했다. 손님이 다시 물었다.
 
274
"표(表)자인가? 상경하여 《동인표책(東人表冊)》을 본 모양이구먼?"
 
275
그러자 선비는 말했다.
 
276
"진서를 모르는데 어떻게 《표책》을 알겠습니까? 시골 사람이 누에고치로 짠 명주를 시장에 내다 팔면 시장 사람이 가늘게 짜진 것을 가리켜 '표주(表紬)'라 하니 나는 이것으로 '표'자가 물건으로 해석됨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의심하다가 나중에 믿는 것을 '과연(果然)'이라 말하고, 위의동작(威儀動作)이 올량합(兀良哈:오랑캐)인 것을 융(戎:오랑캐)이라 하는데, 또한 별도의 뜻이 있으니 중이 사람에게 《천자(千字)》를 가르칠 때에 융(戎)을 '되'라고 해석합니다. 그러니 대략 '서울 사대부의 거동이 교만함'을 가리킨 것입니다. 물건을 남에게서 비는 것을 '꾸다'라 하고 사람의 방기(放氣)도 '꾸다'라고 이릅니다. 몽(夢:꿈)은 '꾸미다[飾]'로 해석합니다."
 
277
손님은 벌떡 일어나 앉아서 선비의 손을 잡고 주목하며 말했다.
 
278
"존좌는 어찌 이렇게까지 사람을 속이십니까? 치우(蚩尤)의 안개 속에 떨어지고 후예(后 )의 사정거리에 들어갔군요. 전신이 푹 빠져서 스스로 헤어날 수가 없습니다."
 
279
또 한탄하면서 말하였다.
 
280
"과연 객기(客氣)가 있어 여행 중에 이런 행동을 자주 했으나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가 이제 결국 참패를 당했으니 이것이 바로 이른바 '이기기를 좋아하는 자는 반드시 상대를 만난다.'는 것이군요. 그러나 존좌는 너무 심하게 사람을 욕보이셨습니다."
 
281
선비가 말했다.
 
282
"서울의 사대부가 어찌 존좌뿐이겠습니까? 내가 서울에서 오면서 이같은 자를 많이 보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지 존좌를 가리킨 것이 아닙니다. 존좌 같은 분은 서울의 후덕한 큰 그릇이라 쉽게 얻지 못할 분입니다."
 
283
"내가 한 말을 존좌는 어찌 그렇게도 빨리 써먹습니까?"
 
284
"원숭이는 거만을 부리다가 화살을 부르고 꿩은 교만을 떨다가 죽음을 취하니 교만떨고 거만부리다가 곤욕을 받지 않은 자를 존좌는 보셨습니까?"
 
285
선비가 매양 행차라고 손님을 칭하다가 갑자기 '존좌'라는 존칭을 쓰니 손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286
"행차는 어디 갔소?"
 
287
"군은 어디 갔기에 나를 존좌라 칭합니까? 나는 땅을 가진 임금이 아니고 존대받을 집안도 아니니 '군'이니 '존좌'이니 하는 말로 나를 칭하는 것은 또한 주제에 벗어난 것이 아니겠습니까? 호주와 노도령의 호칭은 내가 자초한 것입니다."
 
288
선비는 또 말했다.
 
289
"말씀한 혼사는 노도령을 위하여 식언하지 마오. 식언하면 참으로 자네[子]가 이른바 '한 입으로 두 말을 한다.'는 것이 되네."
 
290
"다시 꺼내지 마오. 노도령을 위하여 혼인을 말한 것이 뭐 괴상할 것이 있겠소?"
 
291
"나는 반드시 자네 문중의 규수에게 장가들고 싶네."
 
292
선비가 웃으면서 말하자 손님은 손뼉을 치고 크게 웃었다.
 
293
"우리 문중에 비록 규수가 있다 하더라도 예좌수와 모별감이 싫어하는 사람을 내가 하겠소?"
 
294
그리고 이내 선비를 흘겨보며 말했다.
 
295
"능청스러운 꾀를 헤아릴 수 없군. 나는 처음에 자네[子]의 '마소'니 '양식쌀'이니 하는 말에서 조금 업신여기고 중간에 자네의 '김승이 자를 부른다.'는 말에서 크게 얕보았으며, 마침내 자네의 '부자(夫子) 별호'라는 말에서 아예 업신여기게 되었네. 그러나 시골말투가 아니면서 일부러 촌티를 내고 서사(書史)에 대한 지식을 숨기고 거짓으로 글을 모르는 체하였으니 자네도 사위(詐僞:거짓) 두 글자를 면하지 못할 것이네."
 
296
"자네는 병서(兵書)를 모르는가? 송골매가 새를 덮칠 적에는 그 발톱을 숨기고 맹수가 먹이를 잡을 적에는 그 목을 움츠리네. 그러므로 명장(名將)이 적을 제어할 적에는 강하면서도 겁장이로 보이는 것이네. 처음 자네를 볼 때에 이미 자네가 나를 업신여기는 의사와 나에게 거만을 부리는 기세가 있음을 살폈네. 그래서 장차 교만한 뜻을 꺾어버리려고 했기 때문에 부득불 나의 발톱을 숨기어 약함을 보였고 장차 호기를 꺾어버리려고 했기 때문에 부득불 나의 목을 움츠리어 겁쟁이로 보였던 것이니 이것은 병법에 있는 것이네. 자네가 그것을 살피지 않고서 도리어 나를 '사위'라고 지적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옛날 노(魯)나라 계씨(季氏)의 가신(家臣)인 양 화(陽貨)가 꾀로 공자를 대하자 공자도 속이는 방법으로 양 화를 대하였고, 이 지(夷之)가 진실하지 못했기 때문에 맹자는 '아직 병중'이라 핑계하고 만나주지 않았으니 이 또한 도리라 할 수 있겠는가?"
 
297
"나는 자네의 언변이 이렇게까지 달변인 줄은 미처 몰랐네. 그러나 '꾸다'는 바로 상스런 욕이니 양반의 말이 아니네."
 
298
"미처사(彌處士)가 좌중에 있는 사람을 꾸짖기를 '거전마비(車前馬비● : 수레 앞의 말 방귀)'라 하였으니 비(●)는 방귀인 것이네. 내가 '방귀'라 하지 않고 '꾸다'라 하였으니 또한 깨끗하다는 것을 알 것이네."
 
299
"내가 먼저 시작하였는데 누구를 탓하겠는가?"
 
300
손님은 이내 자기 옷을 들어 선비에게 보이면서 스스로 탄식하였다.
 
301
"부끄럽네."
 
302
선비는 객지생활 끝에 다 해진 의복을 들어서 손님에게 보이며 말했다.
 
303
"이같은 것이 부끄럽지. 자네의 가볍고 따스한 의복이 역시 좋지 않겠는가?"
 
304
"그렇다면 자네는 중유(仲由:子路)의 해진 도포를 부끄러워하고 자화(子華 : 公西赤)의 가벼운 갖옷을 부러워하겠구려. 내가 수모를 너무 심하게 당했네. 자네는 궤담(詭談)을 그만두는 것이 어떻겠는가?"
 
305
손님은 이내 자기의 글귀를 먼저 외고 그 다음 선비의 글귀를 읊으며 말했다.
 
306
"말 뜻이 나의 글보다 낫네."
 
307
손님은 또 말했다.
 
308
"자네는 왜 운(韻)을 달지 않았는가? 융(戎)은 평성(平聲)이고 몽(夢)은 거성(去聲)인 걸."
 
309
"자네가 '나의 체를 본받으라.' 하지 않았는가? 조(條)는 평성이고 소(沼)는 거성이네. 자네의 풍월이 참으로 교묘하나 아주 썩 좋지는 못하네. 왜 쉽게 지(枝)·지(池)로 달지 않고 조(條)·소(沼)를 찾았는가?"
 
310
"과연 그렇네. 내 자네에게 한 발 양보해야겠네."
 
311
손님은 이에 스스로 촛불의 밑뿌리를 잘라 들고 선비의 얼굴을 다시 보고는 입을 벌려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312
"여태까지 한 말들을 생각하매 구구절절이 속임을 당했으니 사람을 크게 부끄럽게 하는구려. 내가 처음 자네를 만났을 때 단지 의관의 더럽고 낡은 것과 언어의 사투리만 보고 끌어당겨 속이고, 수중에 넣어 마음대로 놀리는 줄은 깨닫지 못하고 드디어 전신이 푹 빠져버렸구려. 가령 환한 낮에 만났다면 어찌 이렇게까지 되었겠는가? 처음 자네가 '두 말을 하느냐?'라는 것에 답하는 말과 '도척……'에 답하는 말에서 자못 의심하였으나 끝내 퍼뜩 깨닫지 못했구려."
 
313
선비는 웃으며 물었다.
 
314
"'작게 어리석고 크게 교활하다.'고 말씀할 때 말인가?"
 
315
손님은 말했다.
 
316
"이제 와서 생각하니 나는 정말 여우에게 홀렸는지 이목이 혼미할 뿐만 아니라 정신이 멍하구려. '올빼미에게 눈을 빈다.'느니 '성성이더러 시를 짓게 한다.'느니 '공자가 가서 도척을 본다.'느니 하는 말과 같은 것들은 모두 글하는 사람의 말인데 대충 데면데면 들어 넘기고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던 것이네."
 
317
선비가 웃으면서 말했다.
 
318
"자네는 이제 올빼미에게 비유한 것을 깨닫고 여우에게 홀렸다는 말을 하니 참으로 이른바 '종로에서 뺨 맞고 사평(沙坪)에서 눈 흘긴다.'는 격일세."
 
319
"적절한 비유구려."
 
320
손님도 크게 웃으며 또 말했다.
 
321
"이제 이미 서로 친해졌는데 어찌 후일의 기억을 위해 통성명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322
"자네가 먼저 말하게."
 
323
손님은 말하려고 하다가 갑자기 멈추었다.
 
324
"객지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뭐 통성명할 필요까지 있겠는가?"
 
325
선비가 강요하자 손님은 마지못해,
 
326
"집이 장흥방동(長興坊洞)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네."
 
327
라고 할 뿐 끝내 그 성명은 말하지 아니하였다. 아마 손님은 호기를 자부하다가 속임을 당하고 소문이 날까 부끄러워 도리어 그 자취를 숨기려 했던 것이리라. 손님은 또 말했다.
 
328
"자네 술 마시는가?"
 
329
"마시네."
 
330
얼마 안 가서 손님은,
 
331
"내가 실언했네. 자네는 해창에 가서 술 석 잔을 마셨다고 하였었지."
 
332
하고 또 말했다.
 
333
"교묘하게 속이는 솜씨가 이처럼 노련하니 내가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비록 지혜 있는 사람으로 당하게 하더라도 속지 않을 수 없을 것일세."
 
334
"지혜 있는 사람은 당초에 자네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 걸세."
 
335
손님은 하인을 불러서 명하였다.
 
336
"술을 가져 오너라."
 
337
술병과 안주 그릇이 모두 사치스럽고 아름다왔다. 두 사람은 전복 안주에 앵무배(鸚鵡盃)로 권커니 잣거니 하며 실컷 마셨다.
 
338
손님이 말했다.
 
339
"이제는 진서풍월을 화답할 수 있겠지?"
 
340
그리고는 곧 절구 한 수를 지어 직접 써 내려갔다.
 
341
蜀州不識韓爲魏  촉주(蜀州)에서는 한 기(韓琦)가 바로 위공(魏公)임을 알지 못하였는데
342
魏使安知范是張  위(魏) 사신(使臣)이 범 수(范 )가 장 녹(張祿)임을 어떻게 알았겠는가
343
自古名賢多見賣  옛부터 명현은 대부분 속임을 당했으니
344
莫닝今日受君罔  오늘 그대에게 속은 것 비웃지 말게
 
345
"쌍운(雙韻)이구먼."
 
346
선비는 곧 그 운에 차운하였다.
 
347
由來餓隸全齊王  굶주리던 한 신(韓信) 제왕이 되었고
348
畢竟傭耕大楚張  품팔이하던 진 승(陳勝) 초를 넓히려 했네
349
休將王웝輕林   옥으로 임망(林 )을 얕보지 말게
350
未有驕人不見罔  교만한 사람 속지 않는 일 없었네
 
351
그리고 선비는 연구(聯句)를 짓자고 청하고 불렀다.
 
352
逆旅相逢逆旅別  객지에서 만나고 객지에서 이별하니
353
故人心事故人知  친구의 마음은 친구가 알리라
 
354
손님은 이어서 지었다.
 
355
他時 億今宵否  후일에 오늘밤을 생각하려는가
356
明月分明照在  밝은 달이 분명 여기에 비추고 있네
 
357
이번에는 손님이 사운시(四韻詩)을 짓자고 청하고 먼저 적었다.
 
358
宿鳥初飛古院邊  자는 새 옛 뒤안가를 처음으로 나는데
359
偶然傾盖겹佳緣  우연히 만난 길손 좋은 인연이구나
360
南州遺逸珍藏璞  남쪽 고을 숨은 선비 훌륭한 학덕 지녔는데
361
東洛 庸管窺天  서울 사는 못난 사람 좁은 소견 가졌구나
362
穿柳黃 春暮後  버들 넘나드는 꾀꼬리 늦은 봄에 노닐고
363
盈樽綠蟻月明前  동이 가득한 동동주 밝은 달빛에 출렁인다
364
篇章留作他時面  시편 남기어 후일 상면을 대신하니
365
不必相逢姓字傳  서로 만나서 통성명할 필요 없어라
 
366
선비는 화답했다.
 
367
淸風明月興無邊  청풍명월 호시절 흥취가 한량 없는데
368
此地相逢信有緣  이 땅에서 만남은 인연이 있어서라오
369
憂樂君能都付酒  그대는 걱정과 즐거움 모두 술에 붙이고
370
窮通吾自一聽天  나는 빈궁과 영달 모두 하늘에 맡기네
371
黃金然諾論交後  우정을 논한 뒤 신중히 교의를 맺고
372
靑竹功名未老前  늙기 전에 공명이 청사에 오르리
373
直遣兒童司馬誦  아동의 칭송 받는 사마 광이 된다면
374
何嫌今日姓名傳  어찌 오늘에 이름 전하는 걸 꺼리랴
 
375
선비는 또 육언시(六言詩)를 짓자고 청하고 다음과 같이 적었다.
 
376
秦京綠樹君住  그대는 서울의 푸른 나무 속에 살고
377
湖海靑山我家  나는 호서의 푸른 산 아래에 산다
378
大醉狂歌浩蕩  잔뜩 취해 노래 하며 호탕하게 노니
379
茫茫俗物誰何  야비한 속물이 그 누구인고
 
380
손님이 이어 화답하였다.
 
381
良辰皓月千里  좋은 때 밝은 달은 천리를 비추고
382
美景桃花萬家  아름다운 경치 이룬 복사꽃 집집마다 피었다
383
樽酒佳肴未已  동이 술 좋은 안주 아직 다하지 않았는데
384
明朝別意如何  내일 아침 이별할 생각 그 어떠하겠나
 
385
선비는 삼오칠언시(三五七言詩)를 짓자고 제의하고 다음과 같이 썼다.
 
386
手停끎      손으로는 잔을 쥐고
387
口詠詩      입으로는 시를 읊네
388
花送風前雪    꽃은 바람 앞에 눈을 보내고
389
柳迎雨後絲    버들은 비 뒤에 실을 맞이한다
390
要路院逢要路客  요로원서 요로 손님을 만나니
391
洛陽人去洛陽時  낙양 사람이 낙양 가는 때러라
 
392
손님이 답했다.
 
393
盡君끎      그대의 술을 마시고
394
聽我詩      나의 시를 듣는다
395
今日顔如玉    오늘은 얼굴이 옥과 같으나
396
明朝髮若絲    내일 아침엔 귀밑털이 실처럼 희리라
397
웁忽光陰眞過客  홀연히 흐르는 세월 과객과 같으니
398
冶遊須及少年時  풍류는 소년시절에 해야 하느니
 
399
선비는 말했다.
 
400
"아름답구려! 자네는 분명 낙양재자(洛陽才子)일세. 소년시인이 어찌 그리도 말이 화려하고 재주가 민첩한가? 나는 문부(文賦)로 과거에 응시하였고 사장(詞章)은 아예 본색이 아닐세. 비록 남의 강권에 따라 때로는 화답시를 지었으나 말이 졸렬하고 뜻이 얕아서 장딴지나 덮는 휴지 조각이 될 뿐일세……."
 
401
"자네는 너무 겸사하지 말게. 이 세상에 글로 울리는 것으로 말하면 서울에서도 자네를 대적할 자가 적은데 하물며 시골에서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나는 어릴 때부터 시를 배웠으나 워낙 재주가 둔하여 사람을 놀라게 할 만한 시를 짓지 못하네……."
 
402
손님은 또 말했다.
 
403
"시는 이것으로 족하니 한담설화나 하세."
 
404
"천리를 가는 자가 천리마를 타면 하루에 가고 노둔한 말을 타면 열흘에 가니 노둔한 말과 건장한 말이 비록 다르나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은 마찬가질세."
 
405
"물이 평지를 지나갈 때는 흐름이 유연하고 모양이 담담하나 바위에 부딪치면 물방울이 튀기고 여울이 형성되며 준마 이상으로 빨리 달리네. 자네는 쉬운 운자에는 수염을 쓰다듬고 까다로운 운자에서는 조급하게 서두르니 마치 물과 같군. 그렇지 않으면 이것도 역시 자네가 거짓으로 어려운 체하며 나를 속이는 것이겠지. 모를 것은 글짓는 일이로세."
 
406
손님은 또 물었다.
 
407
"자네는 필시 과거에 급제하였겠지?"
 
408
"과거를 본다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일세. 일찍이 동당시(東堂試)에서 한 번, 감시(監試)에서 두 번 1등을 하고 증광시(增廣試)에서 세 번 합격하였으나 매번 회시(會試)에서 떨어졌다네. 나는 이 경험으로 시골에서 보이는 향시(鄕試)는 쉽고 서울에서 보이는 한시(漢試:京試)는 어려운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네."
 
409
손님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410
"자네의 재주로서 아직도 과거에 급제를 하지 못하다니!"
 
411
"나는 사실 재주가 없네. 참으로 글을 잘한다면 어찌 급제를 하지 못하겠는가?"
 
412
"그렇지 않네. 과장(科場)에서 사정(私情)을 따르는 것이 이때보다 심한 적이 없네. 벼슬아치 집안의 자제는 젖내나는 초학이라도 모두 과거에 높이 합격되고 시골의 유생은 호호백발의 큰 문장도 과거에 떨어지네. 그렇지 않으면 자네의 단리(短李:李紳) 같은 시와 소두(小杜:杜牧) 같은 문장으로써 비록 대과(大科)는 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소과(小科)야 못 얻겠는가?"
 
413
"소과는 벌써 했지."
 
414
"그렇다면 필시 정사년(丁巳年) 시골 선비가 많이 합격될 때였을 것이네. 갑인년(甲寅年) 이후로 지체가 좋은 집의 형제나 문벌이 높은 집안의 자질들은 글의 고하나 글씨의 미추를 막론하고 마치 버들가지로 물고기를 꿰듯 줄줄이 합격되었고 정사년의 과거에는 전일에 유고하여 과거를 보지 못한 자 및 신출내기 아동 몇 명 외엔 모두 형세 없는 시골사람이었네."
 
415
"나는 과연 그 과거에서 합격하였네. 다른 도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같은 도의 동년(同年:같은 때에 과거에 급제함)이 근 40여 명이었으므로 사람들은 근고에 드문 일이라 하였네. 자네는 필시 나보다 먼저 사마시(司馬試:일종의 자격시험으로 생원과와 진사과가 있음)에 합격하였을 것이네."
 
416
"나는 갑인년 증광시에 합격하였네. 자네는 어떻게 내가 자네보다 먼저 했다는 것을 아는가?"
 
417
"자네는 빈왕(賓王:駱賓王)같은 뛰어난 재주와 승유(僧孺:牛僧孺)와 같은 높은 기예를 가졌을 뿐 아니라, 필시 요로에 있는 귀족의 자손이요 지위를 갖춘 훌륭한 자제일 것인데 내 앞에 차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418
"자네가 이끌어 비유한 것에는 깊은 뜻이 있는 것 같네. 빈말로 사람을 칭찬하려고 한다면 시에는 이태백(李太白)이 있고 문에는 한퇴지(韓退之)가 있는데 하필 빈왕을 말하고 승유를 말하는가?"
 
419
선비는 웃으며 말했다.
 
420
"자네가 비유한 것에 맞춘 걸세. 시로 일컬어진 자가 여럿인데 굳이 단리를 들고, 문으로 이름난 사람이 많은데 역시 소두를 인용하니, 이는 나의 단소함을 기롱한 것일세. 내가 일부러 빈왕을 든 것은 그 성의 마(馬:말)를 취한 것이고, 승유를 인용한 것은 그 성의 우(牛:소)를 취할 것일세."
 
421
손님은 웃으며 말했다.
 
422
"말을 말이라 하고 소를 소라 하고 단소함을 단소하다 하는 것이 뭐 괴이할 게 있겠는가?"
 
423
선비도 웃었다.
 
424
"자네의 말이 옳네. 자네가 과연 단소함을 단소하다 하였으니 나는 변명하지 않겠네. 나는 과연 마소를 마소라 하였으니 자네도 할 말이 없을 걸세."
 
425
손님은 껄껄웃었다.
 
426
"나의 비유를 증명하려고 하다가 도리어 자신을 욕하는 결과를 범하는군."
 
427
선비는 말했다.
 
428
"나는 서울에서 생장하여 낙향한 지 얼마 안 되네. 그나마 요즘은 과거를 자주 시행함으로 인하여 서울에 있을 때가 많으니 사림(士林)간의 일을 대략 열에 두세 가지 얻었네. 과거보러 간 유생들이 과거에 임하여 서로 말하기를 '이번에 괴속(塊束)을 얻었는가?' 하니 괴속이란 묘리(猫裏)인데 묘리는 묘리(妙理)이네. 시관의 물망에 오른 자가 과거 볼 자들과 약속하고 사표(私標)를 받아 주머니 속에 넣으니 주머니의 배가 터질 지경이네. 그리고 낙점을 받아 원(院)에 들어오면 사표를 증거로 하여 취한다네. 이 밖에 또 밀사(密事) · 암산(暗峯) · 휼계(譎計) · 궤술(詭術) 등 많은 것이 있는데 다 들 수 없으니, 이것을 괴속이라 하네. 지금 자네는 재주와 학문이 훌륭하니 비록 지름길이 아니라도 높이 합격하기에 충분하네. 그러나 천운은 믿기 어렵고 인간의 일은 혹 이길 수 있는 것일세. 온 세상이 다 취하였는데 혼자만 맑은 정신을 갖기는 쉽지 않으니 자네도 물들 것은 분명하네."
 
429
그러자 손님은 웃으며 말했다.
 
430
"가령 공자의 제자가 이때에 과거를 보러 간다면 안 회(顔回)·증 삼(曾參)·염 옹( 雍)·민 손(閔損) 이외에 물들지 않을 자가 몇 사람이나 되겠는가? 자네도 서울에 이미 현달한 친구가 있으니 더위에 맑은 물에 가면 함께 목욕하지 않겠는가?"
 
431
"나는 정도를 지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또한 과거에 대한 욕심도 없지 않네. 가령 평원군(平原君)이 앞에 있다면 어찌 주머니 속에 처해 있다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만 한스러운 것은 공자(公子)인 승(勝)을 알지 못하는 것이네."
 
432
"그래! 참으로 옳은 말이네."
 
433
손님이 물었다.
 
434
"아들이 있는가?"
 
435
"있네"
 
436
"학문을 받을 수 있는가? 먼저 《소학(小學)》을 가르쳐주게."
 
437
"《소학》은 가르쳐주어야겠네만 방위(方位)의 이름은 가르치고 싶지 않네."
 
438
"왜 그런가?"
 
439
"세상이 분분하므로 아이는 동서남북을 너무도 분명하게 아네. 나는 이 아이가 가르치지 않아도 세속에 물들까 염려되는데 하물며 가르쳐야만 하겠는가?"
 
440
손님이 말했다.
 
441
"아! 붕당의 폐단을 이루 말할 수 있겠는가? 지금 서·남·북 세 당파가 있는데 누가 군자이고 누가 소인인가?"
 
442
선비가 말했다.
 
443
"지금의 당파는 원우(元祐:송(宋)나라 철종(哲宗)의 연호, 1086~1093) 때의 당파와 같아 사(邪)와 정(正)을 판별할 수 없으니 동일한 당파일세. 들으매 이덕유(李德裕)의 당에는 군자가 많고 우승유(牛僧孺)의 당에는 소인이 많았다 하니 그도 혹 이와 비슷했지?"
 
444
"서(西)와 남(南)에 누가 우(牛)이고 누가 이(李)인가?"
 
445
"나는 일찍이 조정에 서보지 못하여 이미 어떤 것이 서고 어떤 것이 남인지 분별하지 못하는데 또 어떻게 어떤 사람이 이고 어떤 사람이 우인 줄 알겠는가?"
 
446
손님이 말했다.
 
447
"나는 서인에 군자가 많고 남인에 소인이 많다고 생각하네."
 
448
"자네는 필시 남론(南論)을 하는 자구먼."
 
449
"내가 남론을 하면 서인에 군자가 많다고 칭하겠는가?"
 
450
"거꾸로 말하여 나의 마음을 떠보려 한 것이지."
 
451
손님이 웃으며 말했다.
 
452
"자네는 어떤 쪽을 주장하는가?"
 
453
"내가 주장하는 것은 남맥(南陌)·서천(西阡)·동치(東끗)·북롱(北샘)일세."
 
454
"좋은 말씀이네! 가령 만조백관들의 주장하는 바가 모두 이와 같다면 어찌 국가를 망쳐 사필(史筆)의 주토(誅討)를 받을 일이 있겠는가?"
 
455
손님은 혀를 차며 또 말했다.
 
456
"세 당파에 대하여 누가 숨김없이 다 말할 수 있겠는가?"
 
457
"자네가 먼저 말해보게. 내가 그 옳고 그름을 말하겠네."
 
458
"서인(西人)은 예장(豫樟)과 같으니 집을 버틸 재목이 많고, 남인(南人)은 교목(喬木)과 같으니 사람을 덮을 그늘이 많고 소북(小北)은 환라(頃蘿)와 같으니 우뚝 설 양상이 적을 것이네."
 
459
"서인은 장강(長江)과 같으니 그 형세는 웅장하나 선박을 패멸할 격랑이 없지 않고, 남인은 태행(太行)과 같으니 그 형세는 높으나 수레바퀴를 꺾을 양장(羊쿨:꼬불꼬불한 길)이 없지 않고, 소북은 대륙(大陸)과 같으니 비록 볼 만한 기승(奇勝:좋은 경치)은 없으나 또한 평탄하여 좋네."
 
460
"자네는 북인이구먼. 깎아내리지 않고 추켜올리는 걸 보니. 자네는 오늘날 청론(淸論) · 탁론(濁論)이 결국에는 성패가 어떻다 생각하는가?"
 
461
"나는 모르겠네. 다만 글자상으로 말하면 탁으로 이름을 한 자는 반드시 권세를 따르는 사람이고 청으로 이름을 한 자는 반드시 절개를 지키는 사람이네. 청한 자는 물러가기를 쉽게 하고 탁한 자는 떠나기를 어렵게 하네. 그러나 물러가기를 쉽게 하는 자는 실수하는 일이 적고 떠나기를 어렵게 하는 자는 몸을 멸망하고야 마니 청의 해는 깊은 데 이르지 않고 탁의 화는 이루 말할 수 없네."
 
462
"자연의 이치이네. 그러나 붕당을 없앨 수 있는 대책이 있는가? 당나라가 중엽부터 하북(河北)의 적(賊)에게 곤욕을 받기 시작하여 여러 세대에 걸쳐 제거할 수 없었으나 문종(文宗)은 오히려 '하북의 적은 없애기 쉬워도 붕당을 없애기는 어렵다.' 하였으니, 옛날부터 붕당을 없애는 어려움이 과연 그처럼 심하였던 모양이네."
 
463
"어려울 것 없네. 문종 이후 무종(武宗)이 이덕유를 정승으로 앉히자 사당(私黨)이 배척되고, 무종 이후 선종(宣宗)이 영호 도(令狐붚)를 정승으로 삼으니 음붕(避朋)이 위축되었네. 지금 우리 성상의 지혜와 용단은 무종과 선종에 비할 바가 아니니 의당 큰 처분이 있어야 하겠네."
 
464
"갑(甲)을 수용하고 을(乙)을 팽개치며 저 사람을 내치고 이 사람을 올리면 이른바 전진해도 한쪽에서 퇴보하는 것이라 그 원망이 더욱 깊고 그 해가 더욱 혹독하니 제거하게 된 것이 아니네. 반드시 공경하고 협심하여 서로 구제하고 격의없이 함께 어울려 한통속이 되어 덕양(德讓)의 미(美)가 있고 분질(忿疾)의 환(患)이 없게 된 연후에야 편당을 없앨 수 있는데, 능히 이렇게 하려면 과연 무슨 방법을 써야 되겠는가?"
 
465
선비가 말했다.
 
466
"매우 쉬운 방법이 있네. 성스러운 임금이 위에 계시니 요순시대의 기(夔)·용(龍)·직(稷)·설(契) 같은 훌륭한 사람을 정승·판서로 앉히면 고을 방백들이 화목하지 않겠는가? 모든 관리들이 서로 장점을 배우며 일하지 아니할 자가 있겠는가?"
 
467
"말인즉 옳네."
 
468
손님은 이내 술을 따르며 한숨을 쉬었다.
 
469
"국가가 끝내는 이것으로 편치 못할 것인데 그 누가 이것을 임금에게 말씀드릴까?"
 
470
선비가 말했다.
 
471
"자네는 참으로 지사(志士)일세. 저 화옥(華屋)에 거처하는 자는 그것이 허황된 신기루(蜃氣樓:空中樓閣)임을 알지 못하고 요진(要津)으로 달려가는 자는 그것이 구당(瞿塘:지대가 가파라 물살이 센 곳을 말함)임을 알지 못하네. 남들은 장막 위에 위험하게 깃들어 사는 제비처럼 보는데 자신은 화평한 시대의 의젓한 봉새로 자처하고, 세상 사람들은 솥 속의 물고기로 보는데 자신은 구름 위에 오른 용으로 과시하며, 재앙이 조석간에 닥쳤는데도 단잠에서 깨지 못하고, 위험이 지척에 있는데도 술에 취해 깨닫지 못하네. 그 재앙을 다행으로 여기고 염려하지 않는 자가 있고 그 패망을 고소하게 여기고 걱정하지 않는 자가 있는데, 시대를 상심해 하는 뜻과 세상을 민망해 하는 말은 오직 자네에게서만 보겠네."
 
472
손님이 말했다.
 
473
"나는 평생 불만스런 마음을 가졌으니 질정하겠네. 우리 나라는 예의지국이라 예의로써 대국을 섬기고 도리를 가지고 이웃나라와 교제하니 북적(北狄)·남만(南蠻)·서강(西羌)의 지역과 같지 않네. 적(狄)자는 개 견(犬)변에 쓰고 만(蠻)자는 벌레 충(따)변에 쓰고 강(羌)자는 양 양(羊)변에 쓰나, 오직 이(夷)자만은 대(大)자와 궁(弓)자가 합해진 글자이니 '큰 활을 당긴다'는 말이네. 천하에서 동이(東夷)를 '군자국(君子國)'이라 칭하고 또는 '소중화(小中華)'라 칭하는데, 나라로 말하면 예악문물(禮樂文物)이 찬란하고 사대부로 말하면 도덕예의(道德禮義)가 풍성하고, 풍속으로 말하면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하고 친족과 외척간에 화목하는 풍습이 아름다우니, 나는 온 천하의 도리가 있는 나라 중에 우리 나라가 최고라고 생각하네. 요즘에 간혹 원수를 갚고 부끄러움을 씻자는 의논과 은덕을 갚자는 논의가 있는데, 원수가 있으면 보답하려 하고 수치가 있으면 씻으려 하고 은덕이 있으면 갚으려 하는 것은 참으로 의리인 것이네. 그러나 나라의 원수와 수치는 단검으로 갚거나 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황제의 은덕은 소국이 갚을 수 있는 것이 아니네. 우리의 세력은 저들의 터럭 하나를 손상하거나 저들의 무기 반조각를 잠재울 수 없고 도리어 그 원한을 심화시키고 그 수치를 가중시킬 뿐이네. 자국을 수호하기도 힘이 부족하니 은덕을 갚는 일은 돌볼 겨를이 없네. 이와 같음을 알고서도 이런 말을 하면 이는 빈 말일 뿐이네. 진실로 월(越)나라 치이자(꿜夷子:伍子胥)가 왕에게 와신상담(臥薪嘗膽)하게 하고 전국시대 조(趙)나라 무령왕(武靈王)이 백성들에게 오랑캐의 옷을 입혀 말타기와 활쏘기를 가르쳐서 복수하던 일과 같이 한다면 혹 해볼 수도 있네. 그러나 천운에 매인 것이므로 제갈 무후(諸葛武侯:諸葛亮)는 천운의 만회할 수 없는 것을 알고 군사를 내어 심혈을 기울이다가 죽은 뒤에야 그만두었으니 다만 추후에 복수하기를 원했을 뿐이네. 아! 때에 있어서는 순(順)·역(逆)을 구분하지 않고 형세에 있어서는 강(强)·약(弱)을 헤아리지 않고 일에 있어서는 성(成)·패(敗)를 논하지 않고 힘써 빈 말만 할 뿐이라면 어떻게 의리를 밝힐 수 있겠는가?"
 
474
선비가 말했다.
 
475
"나에게도 하나 괴이하게 여기는 것이 있으니 질정을 바라네. 병자호란은 모욕은 크고 수모는 작으며 임진왜란은 모욕은 작고 수모는 크네. 진실로 복수하여 수치를 씻을 만한 세력이 있다면 먼저 왜적이 두 능(陵:宣陵·靖陵)을 파헤친 데 대한 복수는 생각지 않고 부질없이 남한산성에서 겪은 모욕만을 빨리 씻으려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476
손님이 말했다.
 
477
"알기 쉬운 일일세. 땅이 좁고 백성이 적어 형세가 약하니 사면을 지키기도 힘드는데 하물며 남을 칠 꾀를 할 수 있겠는가? 남쪽에나 북쪽에나 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이미 알았기 때문에 한갓 원수를 갚느니 은덕을 갚느니 하는 말만을 하여 곤욕당했던 일을 잊지 말 것을 내세워 반드시 명나라를 존중하는 의리를 지키려는 것일세. 만일 국가가 진짜 이 일을 거행한다면 어찌 천하에 길이 큰 소리칠 일이 없겠는가?"
 
478
손님은 또 한 잔을 들고 말했다.
 
479
"자네는 시골에서 가난하게 사는가? 어찌 그리도 옷이 해지고 마필이 파리한가?"
 
480
선비가 말했다.
 
481
"그렇네. 양 웅(揚雄)의 가난은 내쫓아도 가지 않고 한 퇴지(韓退之)의 빈궁은 절하고 보내도 오히려 머물러 있었네."
 
482
손님이 말했다.
 
483
"자네는 반드시 인의(仁義)를 말하기 좋아하고 길이 빈천(貧賤)할 자일세. 나는 일찍이 생각하기를 '남자가 이 세상에 태어나 행할 만한 것이 세 가지 계책이 있으니 글을 읽고 이치를 궁구하여 세상에 유명한 선비가 되는 것이 하나의 계책이고 과거에 급제하여 이름을 드날려서 부모를 나타나게 하는 것이 두 가지 계책인데, 이 두 가지 중에 한 가지도 할 수 없다면 힘껏 농사를 지어 돈과 곡식을 쌓아 놓고 좋은 의복과 맛있는 음식을 마음대로 누린다면, 오히려 궁하여 생활을 꾸려갈 계책이 없어 위로 부모를 봉양할 수 없고 아래로 처자를 거느릴 수 없는 자보다 낫지 않겠는가?' 하였네.
 
484
공자께서는 '집에 들어오면 부모께 효도하고 밖에 나가면 어른께 공경하며 남은 힘이 있거든 비로소 글을 배우라.'는 교훈을 남기셨고, 옛날 현인은 낮에는 농사 짓고 밤에는 공부한 일이 있었네. 공부에만 전심하고 가족의 생계를 도외시하는 것은 장구적인 계획이 아닐세. 원(元)나라 학자 허노재(許魯齋)는 '학문을 하되 먼저 생활방법을 강구해야 학문을 하는 데 방해되지 않는다.' 하였으니 이것은 뜻있는 의론일세."
 
485
선비가 말했다.
 
486
"《좌전(左傳)》에 '최상은 덕을 세우는 것이고 그 다음은 공을 세우는 것이며 그 다음은 말을 남겨 놓는 것이니 이것을 세 가지 썩지 않는 것이라 한다.' 하였는데 자네의 말은 아마 여기에 근거를 둔 모양이나 그 귀추는 장차 태사공(太史公:司馬遷)이 부리(富利)를 앞세우던 수단을 면치 못할 것일세. 근재지( 裁之:송나라 때 학자)가 '도덕(道德)에 뜻을 두면 공명(功名)이 족히 그 마음을 더럽히지 못하고 공명에 뜻을 두면 부귀(富貴)가 족히 그 마음을 더럽히지 못하나, 부귀에만 뜻을 두면 또한 못할 짓이 없다.' 하였으니 선비된 자는 마땅히 이 말을 철칙으로 삼아야 할 것이네. 또 자네가 말한 '글을 읽어 이치를 궁구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말하는 이학(理學)이 아닌가?"
 
487
"그렇다네. 이학을 하는 자는 반드시 두 손을 맞잡고 두 무릎을 꿇고서 종일 단정히 앉아 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그렇게 하지 아니하면 이학을 하지 못하는가? 옛날의 이학은 공자 때보다 성한 적이 없었는데, 공자께서 반드시 두 손을 맞잡고 두 무릎을 꿇고서 종일 단정히 앉아 계셨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네."
 
488
선비가 말했다.
 
489
"공자께서 '손은 공손히 놀리고 발은 무겁게 옮기라.'고 사람에게 가르치셨으니 이것이 두 손을 맞잡고 두 무릎을 꿇는 근거가 아닌가? 또한 《논어》 헌문편에 보면 공자가 원 양(原壤:공자의 친구)이 걸터앉아서 기다리는 것을 보시고 지팡이로 그의 정강이를 치셨으니 이것은 평상시에 단정히 앉으신 증거가 아닌가? 단정히 앉으면 뜻이 온전하고 뜻이 온전하면 마음이 방종하지 않네. 정자(程子)는 조용히 앉아 있는 사람을 볼 때마다 그 바르게 배움을 찬탄하였으니, 이러므로 유자(儒者)는 반드시 단정하게 앉아야 하는 것일세."
 
490
손님이 말했다.
 
491
"체모(體貌)는 밖에 있고 심지(心志)는 안에 있으니 비록 그 체모를 밖에서 아무리 꾸미더라도 그 심지를 안에서 바르게 하지 않으면 이것은 겉은 옥이지만 속은 자갈이며 얼굴은 향내가 나지만 창자는 악취가 나는 것일세. 나는 한 가지도 의리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고 한 가지도 부정한 행동을 한 적이 없으며 아무도 없는 빈 방에서 하는 일이라도 하늘을 대하여 부끄럼이 없고 혼자 있을 때의 행실이 귀신에 질정해도 부끄러움이 없으면, 비록 쑥대머리에 맨발을 하고서 옷을 풀어헤치고 다니고 두 다리를 뻗고 기대어 앉으며 옷을 벗어 알몸을 드러내고 눕는다 하더라도 불가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네."
 
492
선비가 말했다.
 
493
"그 말씀은 아마 판단한 바가 있어 하신 말씀일걸세. 고금의 학자를 볼 때 이름과 실상이 서로 틀리지 않고 말과 행실이 서로 어긋나지 않은 자가 몇 명이나 되는가? 임시 은자(隱者)가 되는 자, 은자를 가탁하는 자, 거짓 학자로 행세하는 자, 허위로 명예를 도둑질하는 자가 있으니, 집에 있어서 흐린 풍속을 바로잡아 맑게 하지 못하고 세상에 나가도 도를 행하여 시대를 구제하지 못하는 것일세. 한갓 선비들로 하여금 정결하지 못하게 하고 조정대신으로 하여금 화합하지 못하게 하여 세도(世道)를 상하게 하고 나라를 병들게 할 뿐이네. 그러므로 상군(商君:公孫 )은 여섯 가지 이[蝨]에 비유하고 한자(韓子:韓非子)는 다섯 가지 좀[뷕]에 비유하였네. 만일 이와 같은 따위라면 비록 증자(曾子)와 자사(子思)같은 용의(容儀)와 정자(程子)·주자(朱子) 같은 체모(體貌)를 갖추었다 하더라도 또한 무엇을 취하겠는가? 공손 앙이나 한비자 같은 자는 그 말투에는 세상을 분개하고 시속을 증오하는 뜻과 어진 사람을 질시하고 유능한 사람을 투기하는 생각이 없지 않으나, 주공(周公)이 무왕(武王)의 물음에 대한 답변에서도 '사람 중에는 사실을 숨기고 거짓을 꾸미어 그 이름을 변조하는 자가 많다. 인현(仁賢)에 숨기는 자도 있고 지리(智理)에 숨기는 자도 있고 문예(文藝)에 숨기는 자도 있고 염용(廉勇)에 숨기는 자도 있고 교우(交友)에 숨기는 자도 있으니 이와 같은 따위는 살피지 않을 수 없다.' 하였네. 이른바 '인현에 숨긴다'는 것은 사실을 인의(仁義)의 방법과 성현(聖賢)의 일에 숨기어 세상을 속이는 것이고, 이른바 '지리에 숨긴다'는 것은 사실을 지모(智謀)의 책과 성리(性理)의 학문에 숨기어 사람을 속이는 것일세. 이른바 '문예에 숨긴다'는 것은 문한(文翰)의 장내와 예술(藝術)의 범주에 숨기어 이름을 도둑질하는 것이네. 이른바 '염용에 숨긴다'는 것은 사실을 염결(廉潔)의 행실과 용건(勇健)의 자취에 숨기어 명성을 파는 것이네. 이른바 '교우에 숨긴다'는 것은 사실을 교유(交遊)의 사이와 제우( 友)의 가운데 숨기어 명예를 바라는 것일세. 주공은 큰 성인이시면서도 그 무왕에게 아뢴 말씀에서 '사람은 그 마음을 살피지 않고 전연 외모만 가지고 취할 수 있는 것인가?' 하였으니 자네의 말씀은 참으로 소견이 있는 말씀이네. 근래의 사대부들은 비록 은일(隱逸)로 자처하지 않는 자가 없으나 조행이 있는 자가 적네. 자네가 하는 몸가짐의 방법을 듣기 원하네."
 
494
"대개 '가진다'는 조(操)자는 하나의 반성하는 뜻을 담고 있는 글자일세. 내가 일어설 때 머리가 천장에 부딪치거든 천장이 낮은 것을 탓하지 않고 나의 머리를 '너는 왜 숙이지 않았느냐?' 하고 나무라고, 내가 다닐 때 발이 길에서 미끄러지거든 길이 험한 것을 나무라지 않고 나의 발을 나무라기를 '너는 왜 삼가 피하지 않았느냐?' 하네. 무릇 악경(惡境)·역계(逆界)를 만나거나 또는 위급할 때나 곤혹스러울 때나 시비를 구분하지 않고 사리의 옳고 그름을 논하지 않고서 일체 몸에 돌이켜 스스로를 나무라니 이것이 평소 내가 하는 몸가짐일세."
 
495
"몸가짐이 이와 같으니 행하는 바를 상상할 수 있네. 나는 이와 다르네. 일동일정(一動一靜)을 오직 천군(天君:마음)의 명에 따라 행하네. 천군이 나에게 '너는 의리[義]를 지키도록 하라. 의리는 이욕[利]을 이기는 것이니라.' 하고 명령하면 나는 이에 이 명령을 받들어 오직 의리만을 지키니 이욕이 감히 유인하지 못하네. 또 '너는 공경[敬]을 지키도록 하라. 공경은 게으름[怠]을 이기는 것이니라.' 하고 명령하면 나는 이에 이 명령을 받들어 오직 공경만을 지키니 게으름이 감히 나타나지 못하네. 또 '너는 너그러움[寬]을 지키도록 하라. 너그러움은 울분[忿]을 이기는 것이니라.' 하고 명령하면 나는 이에 이 명령을 받들어 오직 너그러움만을 지키니 울분이 감히 자행하지 못하네. 또 '사악(邪惡)한 생각을 제거하려고 하거든 오직 올바름[正]이 최고이니라.' 하고 명령하면 이에 그 명령을 받들어 올바르게 실천하니 사악한 생각이 발붙일 곳이 없네. 또 '교만(驕慢)한 기습을 제거하려거든 오직 공손함[恭]이 으뜸이니라.' 하고 명령하면 이에 그 명령을 받들어 공손히 행하니 교만이 생길 틈이 없네. 또 '속임[欺詐]의 습성을 지식시키려거든 오직 성실[誠]이 근본이 되느니라.' 하고 명령하면 이에 그 명령을 받들어 성실하게 하니 거짓이 행해질 데가 없네. 이것이 나의 평소 몸가짐일세."
 
496
손님이 말했다.
 
497
"선유(先儒)가 '사람은 마땅히 자기의 마음으로 엄한 스승을 삼아야 한다.' 하였는데 자네의 몸가짐은 여기에서 나온 것인가? 그러나 자네는 한갓 말만 잘하고 행실은 잘하지 못하는 자일세. 나를 속일 때는 왜 천군의 명령을 받들어 그 마음을 성실하게 하지 못하였는가?"
 
498
"그렇다면 자네의 몸가짐도 허사일세. 나를 업신여기고 나를 쫓아낼 때는 왜 자신을 반성하며 자책할 도리를 생각하지 않았는가?"
 
499
"천하에 대(對)가 아닌 것이 없네."
 
500
손님은 대꾸하고는 크게 웃었다.
 
501
조금 후에 새벽닭이 우니 손님은 깜짝 놀라 일어나서 하인에게 명했다.
 
502
"오늘은 갈 길이 머니 서둘러 말을 먹이도록 하라."
 
503
그리고 나서 선비에게 말했다.
 
504
"나는 자네를 위하여 별장(別章)을 하겠네."
 
505
"연구(聯句)인가?"
 
506
"각각 운자를 달기로 하세."
 
507
손님은 담배를 한 대 피우고 곧 시를 읊었다.
 
508
客中多過客  손님 중에는 과객이 많은데
509
人內少斯人  사람 중에는 이 같은 이가 적네
510
接話初當夕  초저녁부터 대화하기 시작하여
511
論文直至晨  새벽까지 글이야기로 일관하였네
512
不分千里相  천리마를 알아보지 못하였으니
513
深愧九方闇  구방 인(九方闇)이 몹시 부끄럽네
514
莫播今宵事  오늘 밤의 일을 퍼뜨리지 마오
515
應添笑語新  남의 비웃음이 더해지리라
 
516
선비가 화답하였다.
 
517
美景春三月  아름다운 춘삼월에
518
高談夜五更  고상한 이야기로 밤을 지새웠네
519
偶然今邂逅  우연히 오늘 서로 만났는데
520
何處更逢迎  어디에서 다시 만날런지
521
共詠詩留別  함께 시를 지어 이별을 아쉬워하며
522
相酬酒送行  서로 술을 권하여 떠나보내네
523
此會眞堪笑  이 만남 참으로 즐거운데
524
知心不記名  마음만 알고 이름 알지 못하네
 
525
선비가 뜻을 적어 이별을 기념할 것을 청하고 곧 불렀다.
 
526
且留征盖聽離詞  다시 걸음을 멈추고 이별가를 들으니
527
萍水浮生此遇奇  떠도는 인생 오늘 이 만남 기특하여라
528
等待百年休問卜  백년 기다리며 점 치지 아니하고
529
掃除餘事任從師  남은 일 쓸고 마음대로 스승 따르네
530
可辭一介何曾受  거절할 만한 건 한 개도 받지 않고
531
宜受千鍾亦不辭  받아야 할 건 천종록도 사양치 않으리
532
未必詩人偏冷落  시인의 냉락한 편성 필요치 않으니
533
也從先後허文治  선후로 좇아 문치(文治)를 도우리
 
534
손님이 말했다.
 
535
"자네의 스승은 누구인가? 산수 좋은 곳에 살며 성리학(性理學)을 하는 분인가?"
 
536
"아닐세. 나는 선성선사(先聖先師)를 따르네. 성리학은 책 속에 있고 또 내 뱃속에도 갖추어져 있는데 어찌 남에게 구하리오?"
 
537
손님은 그 정련(頂聯:첫 연구)을 외우며 말했다.
 
538
"하기 어려운 건 말이구려. 백년을 기다리면 사생영욕(死生榮辱)은 묻지 아니하여도 알 수 있는데 점을 치는 것은 참으로 가소로운 일일세. 남은 일을 쓸면 나가나 들어오나 서나 앉으나 오직 책만을 대하니 스승을 따르는 것은 그 가운데 있네."
 
539
손님은 또 미련(尾聯:끝 연구)을 외우며 덧붙였다.
 
540
"뜻인즉 옳으니 나의 상대가 아니구려."
 
541
그리고 나서 다음과 같이 화답하였다.
 
542
落落曉星欲曙天  새벽별 듬성듬성 날이 새려 하니
543
臨岐分手更依然  갈림길에 서서 서로 작별을 하노라
544
劇談河決前言戱  농담 섞인 담론은 물 흐르듯 하였고
545
浩唱雲停後調姸  우정 어린 노래 소린 곱기도 하여라
546
逸氣每憑詞翰寫  초탈한 기상은 매번 글에 비겨 쏟고
547
幽懷都付酒盃傳  그윽한 회포는 술에 부쳐 전하노라
548
何嫌不識名誰某  이름이 누군지 모름을 어찌 혐의하랴
549
異日應開夢裏筵  후일에 응당 꿈 속의 자리를 열리라
 
550
선비가 말했다.
 
551
"아름다운 시구려."
 
552
이에 말을 꺼내 각각 타고 말머리를 마주 대하고 서로 이야기를 하였다.
 
553
손님이 웃으며 말했다.
 
554
"자네는 어찌 걸터 앉아서 어른을 보는가?"
 
555
선비가 짐을 싣고 그 위에 앉아 있기 때문에 기롱한 것이었다.
 
556
선비가 말했다.
 
557
"서서 하는 말은 뜻을 다 전달하지 못한다네."
 
558
손님이 등자를 밟고 앉아 있기 때문이었다.
 
559
"마상별곡(馬上別曲)을 하세."
 
560
손님은 말하고 나서 곧 읊었다.
 
561
門前攬 少遲留   문전에서 말고삐 잡고 잠깐 머무르니
562
欲別無言更注眸  이별의 말은 없고 다시 바라보네
563
步步靑山流水裏  푸른 산 흐르는 물 속을 걷고 걸으며
564
뀌吟竟夕各回頭  시상에 잠기다가 저녁에야 머리 돌리네
 
565
선비가 화답했다.
 
566
詩逢勁敵古稱難  시의 대적 만남은 옛적에도 어려웠네
567
今日分携幾日看  오늘 작별하면 언제 서로 만나랴
568
雁塔題名知不遠  대과에 급제할 날이 머지 않으니
569
朝班野次更相歡  조야에서 다시 기쁘게 만나리
 
570
그들은 드디어 말머리를 돌려 각각 동쪽과 서쪽으로 향하였는데 동방이 비로소 밝으려 하였다. 선비는 손님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손님도 선비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였다.
 
 
571
《동야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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