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신선의 옥피리 소리가 선경으로 사라진 후에,
4
규방에 남은 인연이 한 가지 꽃에 머물렀으니,
5
연약한 푸른 잎은 봉의 꼬리가 넘노는 듯하며,
6
아름다운 붉은 꽃은 신선의 옷을 펼쳐 놓은 듯하다.
7
고운 섬돌 깨끗한 흙에 촘촘히 심어 내니,
8
봄 삼월이 지난 후에 향기가 없다고 비웃지 마시오.
9
취한 나비와 미친 벌들이 따라올까 두려워서라네.
10
정숙하고 조용한 저 기상을 여자 외에 누가 벗하겠는가?
11
긴긴 날 옥난간에서 보아도 다 못 보아,
13
다 핀 봉선화 꽃을 따서 수상자에 담아 놓고,
16
차츰차츰 꼿꼿이 앉아 흰 백반을 갈아 바수어,
17
옥같이 고운 손 가운데 흐무러지게 개어 내니,
18
페르시아 제후가 좋아하는 붉은 산호궁을 헤쳐 놓은 듯하며,
19
깊은 궁궐에서 절구에 붉은 도마뱀을 빻아 놓은 듯하다.
20
가늘고 고운 열 손가락에 수실로 감아 내니,
21
종이 위에 붉은 물이 희미하게 스며드는 모양은,
23
단단히 묶은 모양은 비단에 옥으로 쓴 편지를
25
봄잠을 늦게 깨어 열 손가락을 차례로 풀어 놓고,
27
난데없이 붉은 꽃이 가지에 붙어 있는 듯하여,
28
그것을 손으로 잡으려 하니 어지럽게 흩어지고
29
입으로 불려고 하니 입김에 가리워 보이지 않는다.
31
봉선화 앞에 가서 꽃과 손톱을 비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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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잎에서 나온 푸른 물이 쪽빛보다 푸르단 말, 이것이 아니 옳겠는가?
34
푸른 저고리와 붉은 치마를 입은 한 여자가 홀연히 내 앞에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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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듯, 찡그리는 듯, 사례하는 듯, 하직하는 듯하다.
37
아마도 꽃귀신이 내게 와서 하직을 고한 것이다.
39
땅 위에 붉은 꽃이 떨어져서 가득히 수를 놓았다.
40
마음이 상해서 슬퍼하고 낱낱이 주워 담으며
43
더구나 그대[봉선화] 자취가 내 손톱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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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의 도리화는 잠깐 지나가는 봄을 자랑하지 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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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사 번 꽃바람에 그대들[도리화]이 적막하게 떨어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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