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굽은 할미 앞에 가고 절뚝이는 늙은이는 뒤에 간다
7
십리 길을 하루에 가니 몇 리 가서 엎어지리
10
자네 또한 도망가면 일국일토 다 같은 인심에
11
근본 숨겨 살려한들 어디 간들 면할 것인가
12
차라리 네 살던 곳에 아무렇게나 뿌리 박혀
13
칠 팔월에 삼을 캐고 구시월에 담비 가죽 잡아
14
공채 신역 갚은 후에 그 나머지 두었다가
16
후한 값 받고 팔아서 살기 좋은 넒은 곳에
18
부모처자 보전하고 새 즐거움을 누리려므나
21
그대 말씀 그만두고 이 내 말을 들어보소
23
이 땅에서 성장하니 이 땅 일을 모를쏘냐
26
시기한 이의 참소를 입어 집안이 변방으로 귀양한 후에
27
나라의 맨 끝 변방 이 땅에서 칠 팔월을 살아오니
28
선조의 숨은 은덕을 이어하는 일이 읍중구실 첫째로다
30
유사장의 지나지 않으면 체면 보아 사양터니
32
군사로 강등되었단 말인가 내 한 몸이 헐어나니
33
좌우전후 많은 집안 차츰차츰 군역을 채웠구나
36
여러 사람 모든 노역 내 한 몸에 모두 물어내니
37
한 몸 노역 삼냥 오전 돈피 이장이 의법 이라
39
해마다 맞추어 물어내니 석숭인들 당할쏘냐
42
인삼 싹은 전혀 없고 오갈피 잎이 날 속인다
43
할 수 없이 빈손으로 되돌아와 팔 구월 고추바람
45
백두산 등에 지고 경계의 강 아래로 내려가서
46
싸리 꺽어 누대 치고 이깔나무 우등 놓고
47
하나님께 축수(祝手)하며 산신님께 발원하여
48
물 채 줄을 갖추어 꽂아놓고 사망하기 원하고 바라되
49
내 정성이 미치지 못하는지 사망함이 붙지 않네
51
입동 지난 삼일 후에 일야설이 사뭇 오니
52
다섯 자 깊이 이미 넘어 네 다섯 보를 못 옮기네
53
식량이 다하고 의복이 얇으니 앞에 근심을 다 떨치고
54
목숨을 살려 욕심 내어 지사위한 길을 헤아려
55
인가가 있는 곳을 찾아오니 검천거리 첫눈에 보인다
56
첫 닭 울음소리 이윽하고 인가가 적적한 것이 아직 잠들어 있는 것 같네
58
아무 말 못하고 넘어지니 더운 구들 아랫목에
59
송장 같이 누웠다가 산란한 정신을 가라앉힌 후에
60
두 발 끝을 굽어보니 열 개의 발가락이 간 곳 없네
61
간신이 몸조리로 목숨을 부지하여 소에게 실려 돌아오니
62
팔십 되신 우리 노모 마중 나와 하시던 말씀
64
모든 신역 걱정할 소냐 논밭과 세간살림 모두 팔아
67
각 초군의 모든 신역을 담비가죽 외에는 받지마라
68
관가의 명령이 이와 같이 매우 엄하니 할 수 없이 물러나는구나
69
돈 가지고 물러 나와 사정할 것을 지어서 하소연하니
70
번잡한 소송이나 판결에 이르지 말라 하고 군노장교 파견하여
72
팔 승 네 필 두었더니 팔 양돈을 빌어서 받고
74
삼수각진 두루 돌아 이십 육 장 담비가죽 사니
75
십 여 일이 가까이 왔네 성화같은 관가분부에
76
아내를 잡아 가두었네 불쌍하다 병든 아내는
77
감옥 안에 갇히어서 목을 매어 죽었단 말인가
78
내 집 문 앞 돌아드니 어미 불러 우는소리
81
여러 신역 바친 후에 시체 찾아 장사지내고
83
무지미물 뭇 참새가 저도 또한 슬피 운다
84
변방 가운데 있는 우리 인생 나라의 백성 되어서
85
군사되기 싫다고 도망하면 화외민이 되려나와
87
또 금년이 돌아오니 정할 곳 없이 떠돌아다니는 것이라
88
나라님께 아뢰자니 아홉 겹의 대궐문은 멀어 있고
89
요순임금 같은 우리 성군 해와 달같이 밝으신들
90
임금의 교화가 더하지 못하는 이 극한 변방의 엎은 동이 아래에 있으니 비칠쏘냐
91
그대 또한 내말 들어보소 타관소식 들어보게
92
북청부사 누구인고 성명은 잠깐 잊고 있네
93
매우 많은 군정 편히 보장하고 죽어 없어진 이의 원한을 풀어주네
94
각 부대 초관 여러 신역을 크고 작은 민가에서 나누어 부담하니
95
많으면 닷 돈 푼 정도, 적으면 세 돈이라
96
이웃 마을 사람 이말 듣고 남부여대 모여드니
98
나도 또한 이 말 듣고 우리고을 군정신역
99
북청의 예를 들어 관아에 상소를 바쳤으니
100
본 고을에 제사를 맡아 본 관아에 부치 온즉
101
옳고 그름은 묻지 않고 올려서 매어 놓고 곤장 한번 맞는단 말인가
102
천신만고 끝에 풀려나서 고향생애 다 떨치고
103
이웃 친구에게 하직인사 없이 노부모 잡고 어린아이 끌고 밤중에
104
후치령길 비켜두고 금창령을 허우적 애를 쓰며 넘어
105
단천 땅을 바로 지나 성대산을 넘어서면
106
북청 땅이 거기 아닌가 좋고 나쁜 거처 다 떨치고
107
모든 집안살림 편히 하고 신역 없는 군사 되세
108
네 사는 곳의 군역이 이러하면 이친기묘 하겠느냐
111
군정의 도탄함을 그려다가 헌폐위에 올리리라
112
그대 또한 내년 이때 처자동생 거느리고
113
이 고갯길로 접어들 때 그 때 내말 깨치리라
115
내일 이 때 다 지나도 반정도 모자라니
116
해 저물어 바삐 갈 길 머니 하직하고 가노라
117
(오른쪽은 청성공(성대중)이 북청부사 재직 때에 갑산 고을의 백성이 지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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