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동생을 찾으러 ◈
◇ 9 회 ◇
카탈로그   목차 (총 : 9권)     이전 9권 ▶마지막
1925.01~10
방정환
1
동생을 찾으러
2
(9)
 
 
3
인천 바닷가 산언덕의 어두운 밤!
 
4
순희인 듯싶은 소녀의 울음소리를 듣고 뛰어 들어가려는 최 선생과 외삼촌과 학생의 세 사람에게 먼저 달려든 놈은 낌새를 채고 몰래 뒤로 돌아온 흉악한 청국 놈들이었습니다.
 
5
마귀 같은 놈들이 쇠뭉치 같은 팔로 뒤에서 꼭 껴안고 달려들었으니, 세 사람도 꼼짝없이 붙들리게 되었으나, 그런 불쌍한 소녀의 울며 부르짖는 소리를 들은 그들도 전신의 피가 끓어오르는 판이었습니다. 죽으면 죽었지 어쩐들 질 수가 있겠습니까?
 
6
“에잇”
 
7
소리치면서 뒤로 덤빈 놈의 팔을 낚아 앞으로 넘겨 치고 불끈 솟으며,
 
8
“덤벼라!”
 
9
소리를 치는 사람은 운동으로 몸을 단련한 우리 최 선생이었습니다. 나는 새같이 몸을 빼쳤다가 번개같이 다시 달려들면서 풋볼 차던 발길로 불두덩을 차면서 주먹으로 코와 눈을 얼러 때리는 사람은 운동 선수인 학생이었습니다. 눈이 캄캄하여 뒤로 몇 걸음 물러서다가, 다시 호랑이 발톱 같은 두 손을 벌리고 덤벼든 청국 놈은 학생의 가늘은 목을 한 줌에 움켜쥐려 들었습니다. 그러나,
 
10
“아차!”
 
11
할 틈에 어느 틈에 몸을 빼친 학생은 다시 한번 아랫배를 퍽 들이지르자, 뒤로 비틀비틀 하는 놈을 발로 딴 쪽을 걸어 잡아당기면서 두 주먹으로 가슴을 질러 그냥 깔고 엎드러졌습니다. 엎치락뒤치락 위로 가고 아래로 가고 한참이나 끼고 뒹굴더니, 청국 놈은 학생의 목을 휘어잡고 학생은 그놈의 멱줄띠를 잡고, 한 손으로 그놈의 얼굴을 들이지르고 있었습니다.
 
12
그때 최 선생은 벌써 한 놈을 깔아 누이고 한 발로 그놈의 목을 짓밟고 서서 보니까, 저 쪽 컴컴한 나무 밑에서 끼룩끼룩 신음하는 소리가 나는데, 흰옷 입은 이가 밑에 눌린 것을 보니 창호의 외삼촌이 청국 놈에게 죽게 된 모양이리라,
 
13
“음!”
 
14
소리를 지르면서 맹호와 같이 뛰어가서 외삼촌을 깔고 앉은 청국 놈을 끌어 당겼습니다. 어떻게 몹시 맞았는지 창호의 외삼촌은 일어나지도 못하고 그냥 끼륵끼륵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15
외삼촌에게서 최 선생에게로 옮겨 붙은 청국 놈은 힘이 세었습니다. 서로 맞붙들고 차고 때리고 밀고 끌고 한참이나 겨루다가 별안간,
 
16
“엥!”
 
17
하는 소리가 나더니 그놈을 안고 넘어진 최 선생이 드러누운 채로 청국 놈을 저 밖으로 차던지고, 후다닥 번개같이 날아서 자빠진 청국 놈의 배 위에 올라앉았습니다.
 
18
아아! 그러나 수효가 부족하였습니다. 형세가 위태한 것을 보고 집을 지키고 있던 두 놈까지 몽둥이와 식칼을 들고 나오더니 먼저 학생의 어깨를 두들겼습니다. 그것을 보고 거의 눈 뒤집힌 최 선생이
 
19
“에랏!”
 
20
하고, 달려들어 그놈의 몽둥이를 빼앗았으나, 바로 그때 칼을 든 놈이 최 선생의 가슴을 겨냥하고 들이덤비었습니다.
 
21
“악!”
 
22
소리가 나자 칼을 막으려던 최 선생의 왼팔이 시퍼런 칼에 푹 찔렸습니다. 아아, 불행! 절망! 세 사람도 기어코 잡히는 몸이 되고 말았습니다.
 
 
23
맞고 채고 찔리고 송장같이 늘어진 세 사람이 굴속 같은 벽돌집으로 끌려 들어간 후에, 그 동안에 그렇게 무서운 전쟁이 있었던 줄은 모르고, 우편국에 갔던 학생과 신문 지국에 갔던 학생이 길에서 만나서 함께 돌아왔습니다. 숨소리도 안 내고 쥐를 노리는 고양이 걸음처럼 사뿐사뿐 기어 걸어서 집 뒤 나무숲에 와 보니까,
 
24
“아! 아무도 없다!”
 
25
“웬일인가?”
 
26
벌써 가슴이 뛰노는 것을 억지로 참으면서 귀를 기울이니까, 그때 집 속에서 여러 사람이 끼룩끼룩 앓는 소리, 이놈 저놈하고 부르짖는 소리가 들리었습니다.
 
27
“모두 붙잡혔구나!”
 
28
두 사람이 똑같이 생각할 때 가슴이 덜컥하였습니다. 그래 두 학생은 나무 숲 저 뒤로 깊숙이 물러서서 속살속살 공론을 하였습니다.
 
29
“큰일 났으니, 네가 여기서 망을 보고 있거라. 내가 서울 창호에게 또 전보 놓고 신문 지국에 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서울패가 오거든 데리고 올 것이니…….”
 
30
“그래. 여기는 내가 지킬 터이니 얼른 갔다 오너라. 올 때에는 경찰서도 들려 오너라.”
 
31
“오냐, 잘 지키고 있거라.”
 
32
한 사람이 족제비같이 달음질하여 가고 한 사람만 남아서 무서운 줄도 모르고 나무숲에서 별 같은 눈을 뜨고 마귀 같은 그 집의 동정을 살피로 있었습니다.
 
33
무서운 밤이 차차로 깊어가는데, 어느 틈엔지 둥근 달이 꽤 높이 솟았습니다. 한참이나 아무 일이 없더니, 8시 6분!
 
34
그때 난데없는 자동차 한 대가 조용히 굴러 오더니 ‘뚜루루루’ 마귀의 집 앞에 와서 우뚝 서자, 안에서 청국 놈들이 다섯 놈이 나와서 사방을 휘휘 둘러보더니 커다란 보퉁이를 받쳐 들고 올라탔습니다.
 
35
그 집에 있기가 위태한 것을 알고 놈들이 소녀를 데리고 넌지시 도망을 가는 것이었습니다.
 
36
“큰일 났구나! 아주 놓치는구나!”
 
37
나무숲에서 샛별 같은 눈을 굴리면서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이 나오던 학생은 자동차가 뚜루루루 굴러 나갈 때,
 
38
“에라, 나 혼자라도 쫓아가자.”
 
39
하고, 화닥닥 뛰어서 푸른 연기를 뿜고 달아나는 차 뒤에 다람쥐같이 매달렸습니다.
 
40
달 밝은 밤, 바닷가의 행인 없는 신작로도 자동차는 총알같이 달음질쳤습니다. 시가를 꿰뚫고 신작로 고개를 지나 철로 둑을 넘어서 초가집 많은 동네로 들어가더니, 목욕탕 같은 높은 굴뚝이 있는 뒷집 역시 야트막한 벽돌 집 앞에 우뚝 서자, 놈들은 수군수군하며 내려서 그 집으로 기어 들어가 버렸습니다.
 
41
들킬까 겁나서 숨을 죽이고 차 뒤에 매달렸던 학생은 놈들이 다 들어간 후에 잠깐 내려서서, 자동차 운수도 모르게 그 집 모양을 똑똑히 둘러보고 다시 돌아오는 차에 매달렸습니다.
 
42
점점 밝아가는 달밤에 자동차는 오던 길을 그대로 돌아 달아나는데, 학생은 청국 놈 시가 근처에서 휘딱 뛰어내렸습니다.
 
43
그러나 차가 하도 속히 가는 바람에 떨어져서도 한참이나 데굴데굴 굴러갔습니다.
 
44
얼떨떨한 정신을 한참이나 후에 수습해가지고 부스스 일어나서,
 
45
“에에, 엔간히 아프군!”
 
46
하면서 아픈 어깨와 궁둥이를 주무를 때, 그때! 저쪽 길에서 화살같이 달려오는 자동차 한대! 학생의 옆에까지 오더니, 차 속에서 소리를 버럭 지르며, 차가 우뚝 섰습니다. 학생은,
 
47
“어!”
 
48
하고, 미친 사람처럼 소리쳤습니다.
 
49
아아, 화살같이 달려온 그 자동차에는 창호와 동무 학생들이 가득 타고 있지 아니합니까?
 
50
반갑다는 말도 못하고 놀랍다는 말도 못하고 또 한 번 두 손을 들고 ‘어!’하고 소리쳤습니다.
 
51
창호와 그 일행은 경성역에서 8시 5분전에 전보를 받고 8시 35분 차를 기다릴 새 없어서 자동차를 빌려 타고 한숨에 인천까지 달려와서, ○○신문 지국에 들려서 거기서 기다리고 있던 학생의 안내로 지금 달려드는 판이었습니다.
 
52
“어서 올라타게, 어서 가세. 선생님도 붙들려 갇혔다니?”
 
53
“응, 그런데, 또 큰일 났네. 그 동안에 그놈들이 자동차에 순희를 태워 가지고 딴 곳으로 도망을 하…….”
 
54
헐떡헐떡하는 말이 채 그치기도 전에,
 
55
“어디로? 어디로?”
 
56
하고, 재차 물었습니다.
 
57
“큰일이 났네 그려, 놓쳤으면…….”
 
58
“아니, 내가 그 자동차에 달려서 거기까지 쫓아갔단 온 길이야!”
 
59
듣고 있던 일동은 춤을 출 듯이 기뻐하면서,
 
60
‘응, 그럼 선생님들은 나중에 구원해도……, 그놈들은 또 다른 데로 도망하기 전에 그리로 먼저 가세."
 
61
학생이 궁둥이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휘딱 올라타자 자동차는 지시하는 신작로로 총알같이 닫기 시작하였습니다.
 
62
자동차에는 열매 열리듯 옹기종기 매달려 탄 일행이 창호와 창호의 아버지와 학생까지 총11명, 흥분된 기운이 하늘이라도 찌를 것처럼 뻗쳐났습니다.
 
63
아까처럼 시가를 꿰뚫고 고개를 지나 철로 둑을 넘어 초가집 동네의 굴뚝집 뒤에 이르러, 와르르 내리는 길로 가지고 온 아령 방망이들을 들고 벽돌집 대문을 두드리니, 벌써 청국 놈들은 손에 손에 몽둥이를 들고 뛰어나왔습니다.
 
64
“오냐, 덤벼라”
 
65
좁은 문으로 나오는 놈마다 방망이로 두들겨대니, 놈들도 얼떨떨하여 한풀 꺾이고 덤비었습니다.
 
66
접전! 대접전! 차고 때리고 깔고 안고 머리가 깨지고 쓰러지고 부르짖고……. 달밤의 싸움이 피 속에 엉클어졌습니다.
 
67
그때! 창호는 약삭빠르게 자동차 운전수에게 자동차를 가지고 골목밖에서 기다리라고 이르고 제비같이 날아서 벽돌집 뒤로 돌아 뒷밭으로 뚫린 유리창을 깨뜨리고 뛰어 들어갔습니다.
 
68
모두 싸움하러 대문 밖에서 나간 틈이라 집 속은 텅 빈 것 같았습니다. 어둠침침한 집 속에 방은 어찌 그리 많은지 갈피를 찾기 어려운지라 여기저기 허둥지둥 들여다보며,
 
69
“순희야, 순희야!”
 
70
소리를 질러 자꾸 불렀습니다.
 
71
“예, 여기 있…….”
 
72
두근거리는 가슴에 언뜻 듣고 모기 소리같이 나는 방으로 문을 차고 뛰어 들어가니까, 아아, 거기는 광 속 같은 거기에 두 발 두 손을 묶인 순희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73
무섭고 겁나는 중에도 오랜간만에 순희를 보는 창호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 하였습니다.
 
74
오오, 아무 소리도 못하고 와락 달려들어 순희의 손발 묶인 것을 풀어 주는 때, 아차 큰일 났습니다. 어디서 낌새를 챘었는지 급히 뛰어 들어오는 무서운 청국 놈!
 
75
창호는 벌떡 일어서서, 방문 뒤에 숨어 있었습니다. 그때 방 안으로 들어 온 청국 놈이 순희를 잡아 안으려 할 때 창호는 약삭빠르게 그 옆에 있는 도끼를 번쩍 들어,
 
76
“엥!”
 
77
하고, 놈의 머리를 기운을 다하여 후려 때렸습니다.
 
78
“끽!”
 
79
외마다 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청국 놈을 본 체 만 체하고 순희의 묶인 것을 마저 끊어 가지고, 급급히 참말 급급히 다시 뒤 들창을 넘어 나왔습니다.
 
80
청국놈 여덟 놈, 이편이 열 사람 아직 피투성이가 되어 싸움이 한창인 틈을 타서, 순희를 데리고 창호는 밭고랑으로 엎드려 기어서 골목 밖에 나와 기다리고 있던 차에 올라 앉아 차가 달아나기 시작한 후에야 이제야 숨을 휘 둘러 쉬었습니다.
 
81
자동차는 총알 총알 총알같이 달려서 인천의 자동차부에 가서 알아 가지고 즉시 ○○정(동)에 있는 소년 회관으로 달려갔습니다. 마침 그곳 소년회에서는 그 밤에 동화회가 있어 소년 회원들은 물론이고, 그 외에도 300여 명 소년이 모여 있었습니다.
 
82
창호의 급급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동화회는 중지되고, 소년회 간부와 회원 중의 큰 사람20여 명이 죽 나섰습니다. 한 패는 창호가 타고 온 차로, 또한 패는 새로 부른 자동차로 구원의 길을 떠났습니다. 구원병인 소년대와 합하여 30여명 조선 학생의 손에 9명의 중국 놈은 차곡차곡 묶이었습니다.
 
83
그리고 소년 회원의 전화를 받고 인천 경찰서에서는 자동차 두 대로 청국 놈들을 담으러 갔습니다.
 
84
그런데 놀랍고 반가운 일은 소년 회원들이 굴뚝집 뒤의 벽돌집을 수색한 결과, 순희처럼 잡혀 와서 갇형 있던 다른 소녀(9살 한 사람, 11살 한 사람) 두 사람까지 찾아내 온 것이었습니다.
 
 
85
달 밝은 밤이었습니다. 무섭게 시꺼멓던 구름이 활짝 벗겨지고 평화한 둥근 둥근 달이 시원하게 아름답게 빛나는 밤이었습니다.
 
86
10시 40분! 인천 정거장을 떠나는 경성행 막차에는 창호와 순희와 피묻고 갈갈이 찢긴 옷에 머리를 싸맨 최 선생과 외삼촌 이하 여러 학생들이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기쁨을 참지 못하여 벙글벙글 웃고 있었습니다.
 
87
이들이 경성역에 내릴 제, 그 할머니, 어머니와 친척들이 얼마나 즐거워할는지, 그것은 여러분의 짐작에 맡겨두기로 하고 이 차가 경성역에 닿아서 가족과 친척들이 순희를 껴안고 춤추게 될 시간은 11시 40분인 것만 말씀해두지요.
 
88
기차가 ‘뛰’ 소리를 지르고 천천히 인천 정거장을 떠나기 시작할 때 정거장 밖에는 300여 명 소년 회원이 기쁨을 다하여 만세를 부르면서 천천히 떠났습니다. 끊어지지 않는 기쁨의 만세 소리! 둥근 달이 낮같이 밝았습니다.
 
 
89
-《어린이》 3권10호 (1925년10월호, 북극성).
【원문】9 회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소설〕
▪ 분류 : 근/현대 소설
▪ 최근 3개월 조회수 : 25
- 전체 순위 : 1946 위 (2 등급)
- 분류 순위 : 241 위 / 880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동생을 찾으러 [제목]
 
  방정환(方定煥) [저자]
 
  어린이(-) [출처]
 
  1925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 탐정소설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소설 카탈로그   목차 (총 : 9권)     이전 9권 ▶마지막 한글 
◈ 동생을 찾으러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1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