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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을 찾으러 ◈
◇ 7 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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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01~10
방정환
1
동생을 찾으러
2
(7)
 
 
3
‘금야 급행 경성 발’
 
4
전보용지에 쓰인 것을 몇 번이나 입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창호는 무엇에 쫓기는 사람처럼 두근두근하면서 기차 시간표를 보고 보고 하였습니다.
 
5
경성을 떠나 중국 봉천을 향하는 급행차로는 저녁 7시 20분에 특별급행차가 있고, 10시 50분에 떠나는 보통 급행차가 있습니다.
 
6
저녁 7시 20분과 밤 10시 50분 그때까지에는 아직도 7,8시간이나 남아 있었으나 마음을 졸이고 있는 창호는 지금 이 길로 바로 정거장으로 나아가 지키고 있자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경찰서 사람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듣지 아니하였습니다. 첫째 그 전보지에 씌어 있는 것이 쓰레기통에서 얻은 것이니 분명히 순희를 데리고 간다는 것인지 아닌지 그것이 분명치 못한 일이고, 기차 시간도 이따가 저녁 일곱 시인즉 지금 오정도 치기 전부터 나갈 것이 없은즉, 지금은 정거장 앞에 순사에게 주의하라고 전화로 일러두고 이따 5시쯤 지나서 형사순사 세 사람을 내어 보내겠다, 하는 말이었습니다.
 
7
창호와 창호의 아버지는 낙심이 되어서 지금부터 같이 나가 지켜 주기를 애걸애걸하였으나 그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또 억지로 어찌하는 수도 없었습니다.
 
8
하는 수 없이 자기네들끼리만 돌아서서 정거장을 향할 때에 어린 창호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9
여러 날의 고생과 피곤은 사실 어린 몸에 너무도 지나친 고생이었지만, 이제 정거장에서 설사 순희를 데리고 도망하는 청국 놈들을 붙잡는다 하더라도 어떻게 할 힘이 부족한 것을 생각할 때에 어린 창호는 이 세상이 너무도 야속한 것을 느끼었습니다.
 
10
정거장에 이르렀습니다. 낮의 정거장은 퍽 한산하고 쓸쓸하였습니다. 창호는 아버지와 외삼촌 두 분으로 하여금 정거장 목을 지키게 하였으나, 그러나 모두 늙어가시는 어른들이라 미덥지가 못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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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기차가 떠날 때 복잡한 사람 중에서 그놈들을 만나 싸울 생각을 하니, 가슴은 점점 더 두근거려 오고 눈은 샛별같이 빛나오지만, 정작 그놈들을 만나면 어떻게 싸워서 순희를 빼앗을까 생각할 때에 가슴이 답답하였습니다. 사실 이대로 있다가는 그들을 만난다 하여도 도리어 뻔히 보면서 놓쳐 버릴 염려밖에 다른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12
‘오냐, 학교로 전화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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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창호는 소리치며, 정거장 밖으로 뛰어나가 자동 전화를 찾아가서 학교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14
사랑해 주시는 선생님과 걱정해 주는 동무들을 만나지 못한 지 벌써 여러 날, 이제 전화로 나마 학교에 소식을 전하게 되니, 갑자기 시골에 있던 어린 색시가 본가에 돌아온 것 같은 기쁨이 가슴을 뻐근하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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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최 선생님 좀 여쭈어 주세요. 급한 일입니다. 네, 네, 최 선생님이십니까? 저는 창호올시다. 예, 창호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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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시는 주임 선생님은 창호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리고 죽었던 동생이나 조카나 만난 것처럼 기껍고 반가워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기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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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냐? 정말 창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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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되짚어 묻는 소리를 들을 때 창호의 가슴은 메어 뻐개지는 것 같고 눈물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직접 만난 것 같으면 선생님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쳐 울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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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학교에 못 가는 그 동안에 몇 번이나 죽을 고생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순희가 갇혀 있는 곳과 또 그놈들이 오늘 저녁 급행차로 도망하는 걸 탐지해 알고, 지금 남대문 정거장에 나와서 지키고 있습니다. 네네, 그런데 경찰서에서는 나오기는 나올 터인데 저녁에 나온다고 지금은 아무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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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둥허둥하는 소리도 뒤끝은 거의 울음 소리였습니다. 저쪽에서도 선생님은 몹시 걱정하시는 눈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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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고만 그치겠습니다. 우리 반 동무들에게도 제가 잘 살아 있다고 일러 주세요. 네,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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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고 나니 정작 하려던 말은 잊어버린 것 같았으나, 그냥 그길로 다시 정거장으로 뛰어갔습니다.
 
 
23
점심때의 정거장은 몹시 한산하였습니다. 푸른 모자 쓴 역부 두 사람이 대합실에 앉아서 낮잠을 잘 뿐이고, 심심하기가 그지없었습니다. 그러나 점심 때가 지나고 오후2시가 지나니까 정거장에는 차차로 사람이 모여들고 부산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남녀 학생, 갓 쓴 늙은이, 양복쟁이 신사, 촌색시, 신여성, 그런 사람들 틈에는 간간이 보기에도 징그러운 생각이 나는 청국 놈들이 누더기 잘 이은 이부자리를 짊어지고 차표를 사는 것도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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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는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놈들이나 아닌가 하여 가슴이 성큼성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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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로 정거장 안은 더욱 더욱 복잡하여져서, 여간 하여서는 아는 사람도 찾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수상한 놈들의 수효도 차차 늘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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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의 가슴은 겁을 먹어 방망이질 치듯 두근거렸습니다. 그놈들 청국 놈이 지금이라도 오는 듯 오는 듯싶은데, 이런 때 경찰서에서라도 나와 주어야지 우리끼리만 있다가 맞닥뜨리면 어떻게 하나 하여 얼굴이 누렇게 되고 정신이 아득한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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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언뜻 창호의 눈에 비추인 것! 창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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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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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하면서, 그 많은 사람의 사이를 헤치고 제비같이 뛰어나갔습니다. 아아, 반가워라! 감사해라! 뜻도 하지 아니한 최 선생님이 머리 굵은 학생 10여명을 데리고 경관이나 군대의 일대(一隊)처럼 급한 걸음으로 정거장 안을 향하여 들어오지 않습니까!
 
30
거룩한 일이었습니다. 말할 수 없이 거룩한 일이었습니다. 창호는 기쁜지 감사한지 어찌할 길을 모르고 그의 전신의 피가 내어 뻗쳐 나올 것 같이 끓어오를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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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창호야!”
 
32
그를 보자마자 일제히 부르며 달려드는 그들의 창호의 예쁘던 얼굴이 몹시 상한 것을 보면서 그이 마른 손목을 잡을 때에는 모두가 손이 떨리면서 눈물이 글썰글썽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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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학종을 치자마자 교장에게 이야기도 아니하고 넌즈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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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최 선생님의 말씀은 깊이 없고 한이 없는 힘과 감격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35
최 선생님은 물론이고 십여 명 추리고 추린 민활한 학생이 한 사람도 순희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또 오기 전에 최 선생님에게 여러 가지로 탐색하는 방법까지 자상히 듣고 물 부어 샐 틈 없이 짜여 가지고 온지라, 1조, 2조, 3조로 나뉘어 그 넓은 정거장 구석구석과 모퉁이 모퉁이를 지키고 있으면서 이상한 청국인을 주목하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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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각각 미리 사 가지고 온 호각을 손에 쥐고, 여차할 때 불면 일시에 그리로 모여 달려들기까지 약속이 작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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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 이리하여 그 넓은 정거장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들끓어도 쥐 한마리 빠져 나갈 수 없이 거미줄이 쳐지게 되었습니다. 3, 4, 5시가 지나도록 아무런 변동이 없었으나 차차 7시가 가까워 오는지라 모든 사람의 가슴은 새삼스럽게 두근거리기 시작하면서 눈은 더욱 더욱 빛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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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별안간 정거장 한 귀퉁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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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륵!”
 
40
하고, 귀를 찌르는 호각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41
“어딘가, 어딘가!”
 
42
하고, 일동은 호각 소리가 난 곳을 뛰어갔습니다. 맞닥뜨려 싸울 때가 온 것이었습니다.
 
43
때는 5시 15분!
 
 
44
-《어린이》 3권7호 (1925년7월호).
【원문】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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