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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성의 산과 삶의 자취
201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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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스쳐간…
◈ 워카(군화)에 얽힌 옛 기억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때, 당시 우리의 등산화·암벽화는 군용 워카였다.
을지로 송림 화점에서 크레타라는(Kletterschuh 독일어) 등산화를 맞춤 제작으로 판매하였는데,
주머니가 가벼운 고등학생으로는 그림의 떡이고 군용 워카를 구해서 적당히 목을 잘라 신던 시절이다.
 
그래도 행운이 따랐던 나는
해병대 장교로 근무하던 작은아버지께 청을 드려 해병대원에게 지급하는 워카를 한 켤레 얻을 수 있었다.
 
당시 해병 워카는 육군 워카에 비해 장점이 많았다.
소위 세무(섀미 chamois)라고 부르는 가죽으로 만들어 바위에 긁혀도 표면이 벗겨질 염려가 없었고,
또한 구두 코에 덧댄 가죽이 없어 크랙 재밍에 유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한동안 신고 다니던 세무워카는 1년도 안 되어 낡아 버렸고
이번엔 월남전에 참전하고 돌아온 외삼촌에게 정글화를 한 켤레 얻을 수 있었다.
정글화의 강점은 대단했다. 우선 가벼웠으며 요즈음 시판하는 등산화와 비슷한 요철 있는 바닥 창이라 등반에 무척 유리했다.
 
 
70년 여름, 어센트 산악회의 설악산 등반 훈련에서 나는 그 정글화를 신었다.
폭우 속에서 계곡을 등반할 때 정글화는 그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신발에 물이 들어차도 쉽게 빠지고 계곡의 젖은 바위도 그리 미끄럽지 않았다.
 
일주일가량 종주 등반을 끝내고 설악동에 베이스캠프를 쳤다.
그리고 선배를 뒤따라 오른 울산바위 암벽등반에서도 정글화는 능력을 충실히 발휘하였다.
 
 
등반을 마친 후 나는 별도의 여행 계획이 있어 팀과 작별하고 혼자 설악동을 떠나야 했다.
그때 함께 등반했던 H라는 선배가 외진 곳에서 나를 은근하게 불렀다.
본인은 계속 남아 등반을 해야 하니 신발을 잠시 빌리자고 부탁하는 것이다.
선배의 신발은 밑창이 모두 닮아 헤어지고 가죽은 낡아 너덜거리는 지저분한 워카였다.
 
 
당시 나는 고등학교 2학년, 선배는 대학 2학년이다.
지금이야 선배 대접받기가 그리 쉽지 않지만, 그때만 해도 선배는 하늘 같은 존재였다.
하느님 H씨 성을 가진 선배가 협박 비슷한 부탁을 하는데 후배가 어찌 항명하겠는가?
눈물을 머금고 천금 같은 내 정글화를 낡은 워카와 바꿔 신었다.
그리고 나는 그 정글화를 영영 찾을 수 없었다.
바람처럼 스쳐간…
• 천화대 암릉, 74년 겨울 개척등반의 기록
• 워카(군화)에 얽힌 옛 기억
• 토왕의 추억(2)
(2018.06.13. 00:53) 
【작성】 전두성의 산과 삶의 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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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일: 2021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