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메인화면 (다빈치!지식놀이터)  
지식놀이터
지식자료
▷지식자료 구독
▷구독 내역
게시판
▷게시판
▷작업요청
최근 작업 현황
지식창고
▷지식창고 개설 현황
자료실
▷사용자메뉴얼
about 지식놀이터

▣ 운영자 노트 【 필아저씨의 지식창고 】 2026.10.10. 14:44 (2026.10.10. 14:36)

그럴듯한 설명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  
『난중일기』의 번역 오류를 독자의 지적으로 바로잡은 사례를 통해, 그럴듯한 설명의 위험성과 원문·출처 검증의 중요성을 돌아본다. AI의 자료 생산과 사람의 검증·승인, 독자의 참여가 지식의 정확성을 높여 가는 과정을 살펴본다.
그럴듯한 설명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 『난중일기』의 번역 오류를 바로잡으며
 
 
다빈치지식지도에 수록된 『난중일기』의 한 구절에 댓글이 달렸다. 갑오년(1594년) 4월 초1일의 기록에 관한 것이었다.
 
당시 게재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4월 초1일 (기유) 맑다. [양력 5월 20일]
 
매일 먹는 밥인데도 밥을 먹지 못했다.
 
장흥부사(황세득) ∙ 진도 군수(김만수) ∙ 녹도만호(송여종)이 여제(악질병에 걸려 죽은 귀신에게 지내는 제사)를 지내려고 아뢰고 돌아갔다. 충청수사가 와서 봤다.
 
 
댓글을 남긴 독자는 첫 문장의 번역이 다른 자료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원문인 ‘日當食不食’을 다른 번역에서는 ‘일식이 있을 때인데 일어나지 않았다’ 또는 ‘해가 마땅히 먹혀야 했으나 먹히지 않았다’라고 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삼국사기』 신라본기에도 같은 표현이 등장하며, 801년 애장왕 때의 기록 역시 일식에 관한 내용으로 해석된다는 근거까지 제시했다.
 
단순히 번역이 다르다는 지적이 아니라, 다른 문헌의 용례까지 제시한 것이어서 충분히 검토할 만한 내용이었다.
 
 
그럴듯했던 인터넷의 설명
 
댓글을 확인하고 인터넷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검색 과정에서 기존 번역을 뒷받침하는 듯한 설명을 발견했다. 출처와 정확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내용은 상당히 그럴듯했다.
 
당시 한산도 일대에는 역병이 돌고 있었고, 많은 군사와 백성들이 질병과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순신 장군은 지휘관으로서 깊은 고뇌에 빠져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바로 뒤에 여제(厲祭)를 지내겠다는 보고가 나오는 점도 그 설명에 설득력을 더했다. 여제는 제사를 받지 못하는 원혼을 위로하고 재앙과 역병을 막기 위해 지내는 제사이기 때문이다.
 
전쟁 중인 이순신 장군의 고뇌, 역병으로 고통받는 군사와 백성들, 그리고 여제를 지내겠다는 장수들의 보고까지 이어지니 하나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이 정도 설명이라면 기존 번역에도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이 내용을 바탕으로 댓글에 답변하려고 했다.
 
그런데 문득 원문의 뜻을 다시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문을 다시 확인하다
 
챗GPT에 원문 ‘日當食不食’의 의미를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앞서 인터넷에서 접한 설명과 전혀 다른 답변이 나왔다.
 
‘日當食不食’은 ‘일식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日’은 해를 가리키고, ‘食’은 해가 가려지는 일식(日食)을 뜻한다. ‘먹는다’는 글자가 들어 있다고 해서 일상적인 식사에 관한 기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는 문장이었다.
 
독자가 제시한 다른 번역들과 『삼국사기』의 용례도 이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여제에 관한 설명은 역사적 근거가 있지만, 당시 역병의 구체적인 상황이나 이순신 장군의 심경은 별도로 확인해야 할 문제다. 무엇보다 이러한 설명을 근거로 앞 문장을 이순신 장군이 밥을 먹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한 것은 잘못이었다.
 
결국 『난중일기』의 해당 내용을 다음과 같이 수정했다.
 
 
4월 초1일 (기유) 맑다. [양력 5월 20일]
 
일식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일어나지 않았다.(日當食不食)
 
장흥부사(황세득) ∙ 진도군수(김만수) ∙ 녹도만호(송여종)가 여제(厲祭)를 지내겠다고 아뢰고 돌아갔다. 충청수사가 찾아왔다.
 
* 여제(厲祭) : 제사를 받지 못하는 원혼을 위로하고 재앙과 역병을 막기 위해 지내는 제사
 
 
독자의 지적 덕분에 잘못된 번역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자료 검증과 승인 절차를 다시 생각하다
 
수정을 마치고 나니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만일 인터넷에서 찾은 설명을 그대로 믿고 댓글에 답변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잘못된 번역을 수정하기는커녕, 그 번역을 뒷받침하는 그럴듯한 이야기를 덧붙여 오류를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번 사례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잘못된 설명이 전혀 엉뚱한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당시의 전쟁 상황에 역병에 관한 설명과 여제라는 기록을 연결하여 상당히 설득력 있는 해석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아무리 설명이 자연스럽고 그럴듯해도 원문의 뜻과 다르면 올바른 해석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그럴듯한 설명일수록 의심 없이 받아들이기 쉽다는 점에서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생성형 AI도 마찬가지다. AI는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빠르게 설명을 만들어 내지만, 그 설명이 언제나 정확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잘못된 전제를 바탕으로도 매우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운 답변을 제시한다.
 
더욱이 설명이 자세하고 논리적일수록 이용자는 그 내용을 신뢰하기 쉽다. 그러나 설명의 설득력과 사실의 정확성은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 다빈치지식지도에서는 AI를 활용한 자료 생산과 사람에 의한 검증·승인 절차를 구분하려고 한다.
 
AI가 만든 초안은 아직 확정된 지식이 아니다. 원문과 출처를 확인하고, 다른 자료와 비교하며,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 그렇게 검증된 내용을 확정하고 축적하는 것이 지식지도의 중요한 역할이다.
 
물론 사람이 검증하고 승인했다고 해서 모든 오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게재된 자료에서도 잘못된 부분이 발견될 수 있다. 그럴 때는 오류를 인정하고 수정하며, 변경된 내용을 기록하고 다시 검증해야 한다.
 
검증과 승인은 한 번으로 끝나는 절차가 아니라, 새로운 자료와 지적이 나올 때마다 계속 이루어져야 하는 과정이다.
 
이번 『난중일기』의 한 구절은 그런 운영 원칙이 왜 필요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해 주었다.
 
무엇보다 잘못된 내용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지적해 준 독자에게 감사드린다.
 
이번 경험은 지식의 검증이 자료를 작성하고 승인하는 사람만의 역할은 아니라는 사실도 일깨워 주었다. 자료를 이용하는 독자들의 질문과 지적 역시 지식을 더욱 정확하게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다.
 
지식은 한 번 작성했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확인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더욱 정확해진다.
 
다빈치지식지도 역시 그런 과정을 통해 조금씩 더 신뢰할 수 있는 지식의 공간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
 
 
2026.10.10
다빈치지식지도 운영자
▣ 참조 지식지도
▣ 다큐먼트
▣ 참조 정보 (쪽별)
▣ 스토리 연결
©2004 General Libraries

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