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메인화면 (다빈치!지식놀이터)  
지식놀이터
지식자료
지식자료 구독
구독 내역
게시판
게시판
작업요청
최근 작업 현황
지식창고
지식창고 개설 현황
자료실
사용자메뉴얼
about 지식놀이터

고전에서 찾은 삶의 질문덕이야기의 지식창고 2026.07.03. 22:27 (2026.07.03. 22:27)

누구를 위한 승리인가 – 《아가멤논》을 읽고

 
트로이 전쟁은 그리스군의 승리로 끝났다. 십 년 동안 이어진 전쟁은 막을 내렸고,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고향 미케네로 돌아온다. 그러나 아이스퀼로스의 《아가멤논》은 개선장군의 영광을 노래하지 않는다. 오히려 승리를 위해 무엇을 희생했는지, 그리고 그 승리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묻는다. 이 작품은 전쟁의 승리보다 그 뒤에 남겨진 인간의 상처를 바라보게 만드는 그리스 비극의 걸작이다.
누구를 위한 승리인가
- 《아가멤논》을 읽고
 
 
트로이 전쟁은 그리스군의 승리로 끝났다. 십 년 동안 이어진 전쟁은 막을 내렸고,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고향 미케네로 돌아온다. 그러나 아이스퀼로스의 《아가멤논》은 개선장군의 영광을 노래하지 않는다. 오히려 승리를 위해 무엇을 희생했는지, 그리고 그 승리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묻는다. 이 작품은 전쟁의 승리보다 그 뒤에 남겨진 인간의 상처를 바라보게 만드는 그리스 비극의 걸작이다.
 
아가멤논은 자신의 욕망 때문에 전쟁을 시작한 인물이 아니었다. 동생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가 트로이로 떠나자, 틴다레오스의 맹세에 따라 그리스의 왕들은 모두 원정에 참여해야 했다. 미케네의 왕이었던 그는 자연스럽게 연합군의 총사령관이 되었고, 수많은 병사와 여러 나라의 운명을 책임지는 위치에 섰다. 그에게 전쟁은 영웅이 되기 위한 기회가 아니라 왕으로서 감당해야 할 의무였다.
 
그러나 전쟁은 시작도 하기 전에 가장 잔인한 선택을 요구했다. 아울리스 항구에서 바람이 멈추자 예언자는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말한다. 한 사람의 아버지라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한 나라의 왕으로서는 수많은 병사와 동맹국의 운명을 외면할 수도 없었다. 딸을 살리면 전쟁은 시작조차 할 수 없고, 딸을 희생하면 평생 씻을 수 없는 죄를 안게 된다. 그는 결국 왕의 책임을 선택한다. 제단으로 걸어가는 딸을 바라보는 순간, 총사령관은 살아남았지만 한 아버지의 마음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트로이를 향한 승리는 그렇게 한 가족의 희생 위에서 시작되었다.
 
십 년의 전쟁이 끝나고 트로이는 함락된다. 그러나 아가멤논은 승리에 취한 영웅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화려한 개선을 자랑하지도 않고, 자신이 이룬 전공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오랜 세월 짊어졌던 책임을 겨우 내려놓은 사람처럼 조용히 왕궁으로 돌아온다. 그의 마음속에는 승리의 희열보다 전쟁을 끝냈다는 안도감과 이제 가족 곁으로 돌아왔다는 평온함이 더 컸을 것이다. 왕으로서 맡은 책임을 다했으니 이제는 남은 삶을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왕궁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평화가 아니었다.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십 년이라는 시간은 남편을 기다린 세월이 아니라, 사랑하는 딸을 잃은 어머니로서 하루도 잊을 수 없는 슬픔을 견디며 살아온 시간이었다. 나라를 위한 희생이라는 명분은 어머니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했고, 전쟁의 승리는 딸을 다시 돌려주지 못했다. 그녀에게 아가멤논은 위대한 영웅이 아니라 자신의 아이를 제단으로 보낸 사람이었다. 따뜻한 미소로 남편을 맞이하는 모습 뒤에는 오랜 세월 쌓여 온 슬픔과 분노가 숨겨져 있었고, 결국 그 감정은 복수가 되어 아가멤논의 생을 끝낸다.
 
《아가멤논》이 위대한 비극인 이유는 누구 한 사람을 악인으로 그리지 않기 때문이다. 아가멤논은 왕으로서 공동체를 선택했고,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어머니로서 딸을 잃은 슬픔을 끝내 용서하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긴 것을 지키려 했지만, 그 선택은 또 다른 비극을 낳았다. 아가멤논의 죽음은 다시 오레스테스의 복수를 불러오고, 복수는 또 다른 복수로 이어진다. 트로이 전쟁은 끝났지만, 한 가문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된 것이다.
 
《일리아스》는 전쟁터에서 영웅들의 용기를 이야기하고, 《트로이의 여인들》은 패배한 사람들이 감당해야 하는 상실을 보여 준다. 그리고 《아가멤논》은 승리한 사람들조차 전쟁의 대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말한다. 패자는 조국을 잃었고, 승자는 가족을 잃었다. 전쟁은 승패를 결정할 수는 있어도 누구에게도 완전한 행복을 안겨 주지 못했다.
 
오늘날에도 전쟁은 승리와 패배로 기록되지만, 그 뒤에는 가족을 잃은 부모와 배우자,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남는다. 전쟁은 국가의 승리로 끝날 수 있지만, 한 사람의 상처는 끝나지 않는다. 아이스퀼로스는 승리의 화려함보다 그 뒤에 남겨진 희생을 먼저 바라보라고 말한다.
 
《아가멤논》은 승리를 부정하는 작품이 아니다. 다만 어떤 승리도 희생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 준다. 나라를 위해 딸을 희생해야 했던 아버지의 고통도, 그 희생을 끝내 받아들일 수 없었던 어머니의 슬픔도 모두 인간의 진실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누가 옳고 누가 그르냐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 마지막까지 하나의 질문을 우리 앞에 남긴다. 수많은 생명과 한 가족의 행복까지 희생하며 얻은 그 승리는 과연 누구를 위한 승리였는가.
 
- 2026. 5. 26
▣ 참조 지식지도
▣ 다큐먼트
▣ 참조 정보 (쪽별)
◈ 소유
◈ 참조
▣ 스토리 연결
◈ 이전 이야기
◈ 이후 이야기
◈ 연결 이야기
©2004 General Libraries

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