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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발레리노 전민철
2017년 SBS-TV 영재발굴단은 100회 특집으로 〈빌리 엘리어트〉 뮤지컬 제작진과 함께 〈대한민국 빌리를 찾아라〉 창작 오디션을 진행하며 2016년 4월부터 1년간 전 과정을 기록했다.
당시 영국 현지 제작진이 내한하여 어린이 후보를 직접 뽑았고, 후보들은 1년간 빌리 스쿨에서 매일 오후 2시부터 저녁 9시까지 선생님에게 발레 교육을 받았다. 200:1의 높은 경쟁을 뚫고 빌리 후보 7명과 그의 친구 마이클 역의 9명, 최종 후보 16명이 선발되었다. 빌리 예비후보 7명은 발레 황태자 이승민, 섬세하고 우아한 전민철(13살), 가장 어린 11살 심현서, 김현준, 신이 내린 텝 댄서 천우진, 태권 체조를 잘하는 성지환, 에릭 테일러 7명이었다.
〈빌리 엘리어트〉 훈련(사진:신시컴퍼니. 2017.1.20.)
빌리 후보로 뽑힌 전민철(全民澈, Jeon Minchul, 2004~ )은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 뮤지컬을 꿈꾸며 한국무용을 배우다 우연히 발레를 접했다. 발레를 시작한 지 2년 후 극단 신시컴퍼니에서 한국의 빌리 엘리어트 공모가 있어 1, 2차 오디션에 참여했다. 〈빌리 엘리어트〉 훈련이 진행하면서 소년들은 매일같이 키를 쟀다. 진로를 두고 아버지(전재용)가 “남자가 무슨 발레를 하느냐?”라는 계속되는 질책과 반대로 마음이 많이 상해 울기도 많이 했다. 어린 소년은 마음을 울리는 무용수가 되어 춤을 통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전민철(사진:SBS-TV)
“아버지! 제가 얼마나 춤을 좋아하는지 아세요? 아빠 눈에는 내 행복한 모습이 안 보여요!”라고 눈물을 흘리며 울먹이며 말했다. 아이는 키가 덜 자랐으면 했다. 〈빌리 엘리어트〉 선발은 키가 150cm 이하, 만 8세~12세 소년, 변성기가 오지 않은 목소리로 되어 있어 5명만 선발했다. 아크로바틱 수업하다 부상한 이승민과 키가 너무 자란 맏형 전민철이 탈락했다.
천우진(13), 심현서(10), 성지환(11), 김현준(12)(사진:신시컴퍼니. 2017.3.30.)
뮤지컬에 선발되지 못한 전민철은 실망했지만, 안무 선생님의 설득으로 마음을 다잡고 발레에 전념해 선화예술학교에 진학했다. 2019년 ‘서울 한국 국제 발레 콩쿠르’에서 2등 하고, 18살에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 조기 입학했다. 19살(2023년)에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 시니어 부문 클래식 댄스 파드뫼 부문에서 1위, 시니어 솔로 부문에서 3위를 차지했다. 우승 소식을 접한 국내 전문가들은 전민철 군이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갖추고 우아하여 장차 세계적인 무용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크게 기대감을 표시했다. 발레를 반대하던 전민철 아버지는 “아들이 무대에서 춤출 때 가장 빛이 난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전민철은 20세에 유니버설발레단 등 여러 공연단체에 참가하여 <라 바야데르> <지젤>에서 주역을 맡아 완성도 높은 기술을 선보였다.
한러수교 20주년 기념 내한공연, 2010년(사진:마린스키 발레단)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은 공개 오디션이 없어 입단하기가 어렵다. 매년 바가노나 발레학교에서 수석 졸업한 1명만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전민철이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하게 된 것은 무용원 2학년 때 블라디미르 류토브(Vladimir Lioutov/Liutov) 지도교수가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한 김기민에게 도움을 청하자고 말하고 동영상을 마린스키 발레단 단장 앞으로 보냈다. 동영상을 받아 본 유리 파테예프 예술 감독은 직접 신진 발레리노를 만나보고 싶다고 연락을 했다. 전민철은 여름에 러시아로 가서 7일간 지도받고 오디션을 보았다. 마지막 날 발레단 예술 감독은 전민철에게 “민철은 발레를 위한 모든 신체 조건을 갖고 있다. 진정으로 춤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솔리스트로 입단을 허락한다.”라고 말했다.
2024년 10월 24일 마린스키 발레단은 언론에 “전민철 발레리노를 발탁한다. 그는 파격적인 기술과 표현력을 인정받아 이미 세계 무대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전민철은 기자들에게 “클래식 발레에 깊이 매료되어 있어 컨템퍼러리 발레도 흥미롭지만, 클래식 발레의 스토리텔링에 더 끌린다고 말한다. 클래식 발레의 본고장인 마린스키 발레단에 들어가는 것이 항상 꿈이었는데, 많은 분의 응원 덕분에 빨리 꿈을 이룰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하고 더 성장하고 싶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한예종 영재교육원에서 발레 실기와 캐릭터 댄스 (Character Dance)를 가르치는 블라디미르 류토브(Vladimir Lioutov/Liutov) 교수는 러시아 발레 정통 방식(바가노바 메소드)을 기반으로 발레를 지도하여 좋은 춤꾼을 양성하는 데 기여했다. 캐릭터 댄스는 발레 무대에서 민속춤을 클래식 발레 기술과 결합하여 표현하는 무용으로,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 등 유명 클래식 발레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민철 유스 아메리카 대회 그랑프리 우승(사진:YAGP)
2000년부터 시작된 미국 플로리다 탬파에서 개최되는 세계적인 발레 콩쿠르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국제 대회에는 9~19세 청소년들이 클래식 발레, 클래식 파듀(2인), 군용 및 현대 발레에 참가한다. 전민철(20)은 2025년 4월 27일 남자 시니어 부문에 872번으로 참가하여 클래식 발레 부문에서 알브레히트의 2막 〈지젤〉의 변주곡을 연주하고, 두 번째 공연에서는 새로운 버전의 '에스메랄다'를 추어 대상과 그랑프리(YAGP) 전체 대상을 받았다.
〈라 바야데르〉(사진:유니버설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은 창립 40주년 기념공연으로 2024년 인도를 배경으로 한 마리우스 프티파(Marius Petipa)가 안무하고 루드비히 밍쿠스가 작곡한 1877년 러시아에서 4막으로 초연한 고전 발레 〈라 바야데르(La Bayadere, 인도의 무희〉를 선정했다. 전민철은 키가 184cm로 성장해 첫 전막 주연 데뷔작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2025년 〈지젤〉 알브레히트 역을 하였다.
〈라 바야데르〉(사진:위키백과)
‘인도의 무희’라는 뜻의 〈라 바야데르〉 작품은 인도 황금 제국을 배경으로 힌두 사원의 무희 니키아(Nikia)와 젊은 전사 솔로르(Solor)의 신분과 의무를 초월하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솔로르와 사랑을 맹세한 니키아는 솔로르가 왕의 명령으로 감자티 공주의 결혼을 하게 된다는 소식에 혼란해진다. 공주의 계략으로 독사에게 물려 숨지고, 솔로르는 죄책감에 환각 속에서 망령이 된 니키아와 재회하며 사랑을 이룬다. 이 작품은 대작으로 2m 높이의 코끼리가 등장하며 120명의 무용수와 200벌 넘는 의상, 화려한 무대와 32명의 군무가 만드는 ‘망령의 왕국’ 장면이 유명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발레 작품이다.
시놉시스 1막: 사랑과 질투 힌두 사원의 무희 니키아와 용맹한 전사 솔로르가 서로 사랑을 맹세한다. 니키아를 몰래 짝사랑하는 최고 승려 브라만은 이 사실을 알고 질투에 빠진다. 라자 왕은 솔로르를 딸 감자티의 약혼자로 정하자, 니키아는 슬픔에 빠진다.
2막: 춤과 죽음 감자티와 솔로르의 결혼식 연회에서 니키아는 슬픔 속에서 춤을 춘다. 공주 감자티가 보낸 꽃바구니 속 독사에 물린 니키아는 애인 솔로르의 변심을 원망하며 죽음을 맞는다.
3막: 망령들의 왕국과 구원 죄책감에 시달리던 솔로르는 물담배를 피우다 환각 속에서 망령들의 공간에 이르러 그곳에서 연인 니키아의 영혼과 재회하여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얼마 후 니키아를 죽인 공주 일당에게 신의 분노가 내려 힌두 사원이 무너지고 모든 것이 파멸하며 비극적인 끝을 맺는다.
〈라 바야데르〉 김기민 & 박세은(사진:국립발레단)
전민철은 〈라 바야데르〉 작품을 본 적이 없어 마린스키 발레단의 공연 영상을 보면서 공부하고 김기민 형에게 각별한 개인 지도를 받았다. 전민철은 당시를 회상하며 형이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모든 동작에 다 이유가 있다. 그 동작을 왜 하는지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해서 말한 것을 기억했다. 대한민국 국립발레단은 2024년 10월 30일~11월 3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라 바야데르〉 공연을 개최하여 대성황을 이뤘다. 주역에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기민과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박세은을 캐스팅했다.
전민철(사진:김윤식 사진가. 2025.1.12., 서울)
전민철은 마린스키 극장 〈백조의 호수〉 데뷔 무대에서 파드 두루아(3인무)를 하였다. 모스크바 발레 전문가들은 전민철 발레리노에 대한 기량을 높게 평가했다. 무엇보다도 완벽한 기본기를 갖추어 고난도 기술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기초 능력이 탁월하고 비교적 큰 키에 비해 몸이 가볍고 부드러우면서도 높은 도약(Jumps)과 우아한 춤 선이 장점으로 꼽았다. 정교한 회전과 공중에서 멈춘 듯한 안정적인 체공 시간과 뱅글뱅글 도는 회전 기술, 꺾이지 않는 완벽한 아라베스크 라인 등을 독보적인 실력을 보여주었다. 기술적인 면뿐만 아니라, 작품의 맥락을 이해하고 섬세한 감정 연기로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Expression)이 뛰어나다고 평했다.
마린스키 극장(사진:마린스키 발레단)
2025년 2월 공연 후, 4분간의 솔로 춤에서 깊은 애절함과 고뇌를 춤으로 승화시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무대에서 파트너와의 호흡을 맞추는 유연한 파트너링 실력도 좋았다. 모든 면에서 안정적이며, 춤과 연기에서 정교한 세공이 가능하다는 고급적인 평가를 받았다.
마린스키 발레단의 단원 등급은 처음에 입단하면 코르드발레(군무)를 하고 다음에 코리페(군무 리더)로 선발된다. 그리고 심사를 거쳐 세컨드 솔로이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무용수 중에 아주 뛰어난 사람만이 퍼스트 솔로이스트를 거쳐 최종 단계 프린시펄(수석무용수)이 된다. 5단계 중 4단계인 퍼스트 솔로이스트는 고난도 주역급 레퍼토리를 소화할 수 있는 최상위 직급이다.
전민철 발레리노(사진;연합뉴스)
전민철은 선배 무용수 김기민의 많은 도움을 받아 2025년 2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솔리스트 등급으로 입단하고 6월에 게스트 아티스트 자격으로 무대에 올랐다. 서울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하고 10월에 취업 비자를 발급받았다. 그는 비록 신입 단원이지만, 실력이 높게 인정되어 페르비(퍼스트 솔리스트)로 임명되었다. 그리고 2025년 12월 12일 표트르 차이콥스키 음악을 배경으로 한 마린스키의 대표작 적인 레퍼토리 〈백조의 호수〉의 남자 주인공 지크프리트 왕자로 무대에 섰다. 전민철 발레리노가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출연한 작품으로는 〈지젤, Giselle〉의 알브레히트 백작(Count Albrecht) 役으로 장 코랄리(Jean Coralli,) 줄 페로(Jules Perrot), 마리우스 페티파(Marius Petipa)의 안무(choreography)이다.
〈지젤(Giselle)〉 전민철(사진:마린스키 발레단, 2025.12.23)
〈라 바야데르〉에서 솔로르 역을 하였다. 이 작품은 마리우스 페티파의 안무, 블라디미르 포노마레프(Vladimir Ponomarev)와 바흐탕 차부키아니(Vakhtang Chabukiani)의 개정판이다. 〈백조의 호수〉에서 왕자 지그프리트(Prince Siegfried) 역과 왕자의 친구들 역을 하였다. 이 작품은 마리우스 페티파와 레프 이바노프(Lev Ivanov)의 안무, 콘스탄틴 세르게예프(Konstantin Sergeyev)의 개정판이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전민철(사진:마린스키 발레단)
전민철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The Sleeping Beauty)〉에서 데지레 왕자(Prince Désiré) 역을 맡았다. 이 작품은 마리우스 페티파의 안무, 콘스탄틴 세르게예프의 개정판이다. 그는 바실리 바이노넨(Vasily Vainonen)의 안무 작품 〈호두까기 인형(The Nutcracker)〉에서 호두까기 인형 왕자로 출연했다.
전민철 발레리노(사진:성남예술센터)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한 전민철은 마린스키에 입단한 두 번째 한국인 무용수로 김기민처럼 높은 잠재력을 가졌다. 탄탄한 테크닉, 우아한 신체 조건, 깊이 있는 감정 표현을 고루 갖춘 차세대 무용수로 성장하고 있다.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생활문화아카데미 대표 궁인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