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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키 발레단 수석 무용수 김기민 1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 무용수인 김기민(金基珉, Kimin Kim, 1992~ )은 2011년 19살에 마린스키 발레단에 견습생으로 입단했다. 당시 약 270명의 단원이 있었는데, 외국인은 영국인 1명만 있었다. 2012년 퍼스트 솔리스트가 되고, 2015년 수석 무용수로 승급했다.
수석 무용수 김기민(사진:마린스키 발레단)
발레리노 김기민은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뛰어난 점프력과 공중 동작으로 유명해 발레단 사람들에게 ‘플라잉 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공중에서 두 다리를 180도로 벌려 뛰는 그랑 제떼(grand jete)는 발레의 대표적인 점프이다. 위로 도약하는 몸통, 옆으로 뻗어 나가는 발, 삼각형이 각 꼭짓점을 늘려나가듯 팽팽하게 힘의 균형이 이뤄져야 이 점프가 더 아름다운데, 그는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해 기량이 더 발전했다.
수석 무용수 김기민(사진: 사진가 박귀섭)
마린스키 발레단에는 무용수가 대단히 많지만, 수석 무용수는 15명 내외이다. 김기민은 만 23세에 수석 무용수가 되어 완벽한 테크닉과 풍부한 표현력을 바탕으로 클래식 발레뿐만 아니라 현대 발레에서도 역량을 발휘하며 발레단 일과 전에 1시간씩 먼저 몸을 풀고 루틴을 철저히 지키며, 정신력 관리 및 부상 방지에 노력한다. 그는 2016년에 발레계의 아카데미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상을 받았다. 이 상은 ‘춤의 영예’라는 뜻으로 프랑스 발레 안무가 프랑스의 장 조르주 노베르(Jean-Georges Noverre, 1727~1810)를 기리기 위해 국제무용협회 러시아 본부가 1991년 제정했다.
〈셰헤라자데〉 김기민(사진:Alexander Neff, 2016)
장 조르주 노베르는 파리 태생의 스위스인이며 당시의 가장 뛰어난 무용가였던 뒤프레(1697-1774)의 제자가 되어 16세 때 파리의 오페라 코믹 극장에 데뷔해 4년 뒤인 20세 때는 안무가가 되었다. 1760년에 프랑스의 리옹에서 발행한 저서 《무용과 발레에 관한 편지》는 무용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편지 형식으로 쓰인 논문에 “발레를 자연으로 돌려야 하고, 발레는 춤을 출 수 있는 드라마여야 한다. 발레에서의 춤은 극적인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무언극을 중요시해서 추는 연극이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무언극의 기법을 처음 발레에 도입한 사람으로 발레 닥시옹(ballet d'action)의 창시자가 되었다.
김기민은 2017년 11월 9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마린스키 발레단 내한공연 〈백조의 호수〉 공연을 하였다. 2019년과 2021년에는 마린스키 극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단독 공연을 개최하였다. 이 제도는 수석 무용수라고 해서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티켓 Power가 있는 수석 무용수만이 할 수 있다. 단독 공연을 할 때는 캐스팅과 레퍼토리를 모두 김기민이 결정할 수 있고 오케스트라와 동료들이 그를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
발레리노 김기민 〈파키타〉(사진:Alexander Neff, 2016)
〈파키타(Paquita)〉는 19세기 초 프랑스 나폴레옹 시대의 점령하에 스페인 동부 지방 아라곤 왕국의 수도였던 사라고사(Zaragoza)를 배경으로 한 2막 3장의 클래식 발레로 조셉 마질리에가 안무하고 에두아르 델레베스가 음악을 맡아 1846년 파리오페라에서 초연되었다. 어린 시절 납치되어 집시로 자란 소녀 파키타가 프랑스 장교 루시앙의 목숨을 구하고, 우여곡절 끝에 귀족 출신임이 밝혀져 결혼하게 되는 이야기로 정교하고 빠른 발놀림, 스페인 풍의 춤이 특징이다. 파키타와 루시앙의 파드되(2인무)와 군무(코르 드 발레)가 돋보이며, 특히 3막의 파키타 그랑 파(Grand Pas)는 갈라 공연에서도 자주 선보인다.
사라고사(Zaragoza)(사진:위키백과)
발레를 무척 좋아하는 프랑스 할머니는 마린스키 발레단 김기민의 발레에 매료되어 미국에서 공연할 때 목발을 짚고 극장을 찾아가 감상했다. 할머니는 상당한 재력가로 운명 직전에 엄청나게 많은 돈을 김기민에게 상속했다. 김기민은 할머니가 물려주신 돈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뜻깊고 좋은 일에 사용하려고 기부를 결심했다.
김기민 〈La Fille du Pharaon〉(사진:마린스키 발레단, 2023)
2023년에는 발레 〈파라오의 딸, La Fille du Pharaon, The Pharaoh's Daughter〉에서 타-호르(Ta-Hor) 역으로 최고의 남성 발레(Best male role in ballet) 부문 골든 소피트 상(the Golden Sofit)을 수상했다. 〈파라오의 딸〉은 1862년 마리우스 페티파(Marius Petipa)가 안무하고 체사레 푸니(Cesare Pugni)가 음악을 맡은 3막 5장의 거대한 발레 명작으로 1862년 상트페테르부르크 볼쇼이(Kamen)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파라오의 딸 아스피시아(Aspicia)가 남자와 사랑에 빠져 이집트 무덤과 나일강 등 몽환적인 배경을 여행한다. 프랑스 안무가 피에르 라코트(Pierre Lacotte, 1932~2023)가 마리우스 페티파의 원작을 바탕으로 2000년에 볼쇼이 발레단을 위해 화려한 고전 발레로 복원하였다. 특히 2003년 영상이 유명하다. 〈파라오의 딸〉은 경쾌하고 화려한 음악 속에 웅장한 세트와 의상, 화려한 군무가 돋보이며, 러시아 발레의 화려함을 보여준다.
우정 깊은 발레리노 형제(사진:SBS, 2024)
김기완은 춘천에서 발레를 시작하여 서울로 이사한 후 예원학교 2학년에 편입하고 서울예고를 거쳐 한예종에 입학했다. 키가 188cm인 성장한 무용수는 2011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2012년 정단원이 되고 2019년 수석 무용수로 승급했다.
〈마타하리〉 김기완(사진:국립발레단)
김기완과 김기민 두 형제는 한국 국립발레단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들어가면서 몸은 비록 떨어져 있지만, 더욱 상대방의 발레를 봐주고, 챙겨주고, 밀접하게 더 많은 대화를 하였다. 형은 동생을 믿고 동생은 형이 있어 지금의 이 자리까지 왔다고 생각했다. 거리상으로는 멀리 있지만, 항상 서로 의지했다. 동생 김기민은 러시아 발레가 탄생한 유서 깊은 극장에서 젊은 예술가로 인정받으며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매일 연습하며 공연하며 세계적인 안무가들의 철학과 예술혼을 배우며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두 형제는 공연이 끝날 때마다 나날이 발전했다. 김기민은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인 친형 김기완에게 매일 대화하며 안부를 묻고 새로운 러시아 발레 소식과 예술적 정보를 자주 교환했다.
〈마타하리〉 김기완(사진:국립발레단)
두 아들의 어머니인 작곡가 서난현은 아들이 발레 학원을 다녀오면 발을 돌보며 연습할 때 부상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격려했다. 작곡가는 2000년 12월 29일 오후 7시 성남시민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된 ‘제1회 성남시창작동요제’에서 작사 이슬기, 노래 유민선, 제목 〈봄 들판〉 동요를 작곡해 금상을 받았다. 동요는 활기차고 풍성한 봄의 느낌을 담은 곡으로 지금까지도 널리 불리고 있다.
〈봄 들판〉 작사 이슬기, 작곡 서난현
꽃샘바람 다녀간 연둣빛 잔디 위에 따사로운 봄 햇살이 속살속살 내려앉아요 꽃샘바람 다녀간 연둣빛 잔디 위에 따사로운 봄 햇살이 속살속살 내려앉아요 몽실몽실 부풀어 오른 민들레 작은 꽃망울 지나가던 아기방울 톡톡 건드린다 까르르 터져 나오는 연둣빛 작은 웃음 실비봄비 지나간 연초록 잔디 위에 아지랑이 아물아물 안개처럼 피어올라요 실비봄비 지나간 연초록 잔디 위에 아지랑이 아물아물 안개처럼 피어올라요 토실토실 부풀어 오른 냉이꽃 작은 꽃망울 지나가던 아기방울 톡톡 건드린다 까르르 터져 나오는 연초록 작은 웃음
나데즈다 바토예바 & 김기민 in Rubies (사진:Mariinsky Theatre)
나데즈다 바토예바(Nadezhda Batoeva)는 네륄리 출생으로 2008년 러시아의 희망상을 수상했다. 2009년 바가노바 발레 아카데미 졸업 (류드밀라 사프로노바 교수 사사)하고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했다. 나데즈다 바토예바 발레리나는 2021년 발레 잡지 〈스피릿 오브 댄스〉 ‘발레 스타’ 부문상을 수상하고 2022년에 수석 무용수로 승격되었다.
김기민은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부지런하게 많은 작품을 소화하며 외국 공연에 적극 참여하였다. 2019년 10월 24일 마린스키 극장의 조지 발란신(1904~1983)이 안무한 추상 발레 〈주얼스(Jewels)〉를 미국 로스앤젤러스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Dorothy Chandler Pavilion)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 속에 파트너 나데즈다 바토예바와 함께 공연했다. 이 작품은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라는 세 개의 막으로 구성하여 각 막의 음악은 가브리엘 포레(Gabriel Fore)의 펠레아스(Pelleas)와 멜리상드(Melisand), 사일록(Shylock)을 사용하고, 루비 막에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카프리치오(Capricio for Piano and Orchestra)를 사용했다. 다이아몬드 막에는 차이코프스키(Pyotr Tchaikovsky)의 교향곡 3번 D장조의 음악을 사용했다.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 공연장은 3,197명을 수용하는 거대한 극장으로 로스앤젤레스의 자선가(慈善家, philanthropist) 도로시 버핌 챈들러(Dorothy Buffum Chandler, 1901~1997) 여사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그녀는 로스앤젤레스 문화센터 공연장을 짓기 위해 모금 행사를 10여 년 동안 개최하여 막대한 자금을 기부했다. 완성된 공연장에서 1964년 12월 6일 첫 공연을 열고, 복합 시설은 1967년 완공되었다.
월트 디즈니 홀(사진:박영우 건축가)
이런 자선 영향으로 1987년 릴리안 디즈니(1899~1997)가 남편 월트 디즈니(1901~1966)를 기리기 위해 5천만 달러를 기증하여 새로운 문화센터 건축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1989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 프랑크 게리(Frank Gehry, 1929~2025)는 돛단배 형상의 건물을 설계했다. 프랑크 게리는 스페인 구겐하임 빌바오미술관을 설계하여 1997년에 개관했다. 문화센터 건물은 총 2억 7400만 달러를 투입하여 2,265석 규모의 공연장을 2003년에 완공하였다. 2005년 9월 17일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도로시 챈들러 추모 콘서트〉가 열렸다.
모리스 베자르의 〈볼레로〉(사진:BBL)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 무용수 김기민은 2026년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서울 GS아트센터에서 프랑스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Maurice Béjart, 1927~2007)가 창단한 베자르 발레 로잔 (Béjart Ballet Lausanne, BBL)의 내한공연 〈볼레로(Boléro)〉에 동참해 4월 23일과 4월 25일 스페셜 아티스트로 무대에 선다. 모리스 베자르는 고전 발레의 틀을 깨고 강렬한 관능미와 역동적인 군무를 선보인 20세기 현대 발레의 거장으로 김기민은 대규모 군무를 활용한 남성 무용수의 발레를 좋아해 캐스팅되었다. 그가 출연한 많은 작품을 대부분 감상했지만, 2026년 온갖 꽃이 만개하기 시작하는 봄에 〈볼레로〉는 어떤 모습일지 무척 궁금하다.
발레리노 김기민(사진:Mariinsky Theatre)
무용수로 정상에 오른 김기민은 자기를 본받으려고 하는 청소년들에게 “많은 경험을 통해 몸이 스스로 느끼게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하고 도전하는 게 필요하다. 용기를 내어 한 번 더 도전하자.”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생활문화아카데미 대표 궁인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