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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동화작가 잠바 다시던득
몽골의 자연은 오랜 세월 동안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아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고 국토 면적이 한반도보다 7.5배나 크다. 수도인 울란바토르에는 몽골 인구 350만 명 중 150만 명이 살고 있다. 몽골의 행정구역은 21개의 아이막(аймаг, aimag, 州), 330개의 솜(сум, sum, 郡), 박(Bag :面) 1,568개로 되어있다. 몽골은 중앙아시아 고원지대 북방에 있는 내륙국가로 국경선 총길이는 8,162km이다. 러시아와 3,485km를 접하고 있고 중국과는 4,677km에 걸쳐 국경선이 있다. 평균 고도는 1,580m이며, 전 국토의 약 절반이 사막지대이다. 필자는 몽골의 바얀고비 사막, 고비 사막, 아르웨이 훼에르, 바얀홍고르, 알타이, 올리아스타이, 체체르렉 도시와 어머니의 바다 홉스굴 호수를 방문했다. 내륙 산악지대를 지나며 밤하늘의 별과 은하수를 보아 몽골이 아주 그립다.
동화작가 잠바 다시던득(J. Dashdondogt)(사진;EBS TV)
동화작가 잠바 다시던득(Жамбын ДАШДОНДОГ, J. Dashdondogt, 1941~2017)은 몽골 북부 볼강 아이막 부르그항가이 솜에서 태어나 17세에 시인으로 데뷔했다. 그는 1958년 몽골국립대학교에 입학해 언어학을 공부했다. 몽골 어린이 청소년 신문 잡지 ‘잘루 페’의 편집장으로 근무하고 신문 ‘개척자의 진실’에서 편집장을 역임했다. 그는 몽골 아동문학협의회 회장, 아동영화 제작사 편집자를 거쳐 라디오 방송국장, 어린이문화재단의 책임자로 일했다. 그는 몽골 전통문화를 빛낸 인물로 전통 복장인 델(deel)을 입고, 전통 서사시인 〈툴리〉를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 민속악기 마두금을 켜고는 “사탕을 먹으면 입안에서 녹고, 책을 읽으면 머리에 남는다. 아! 냠, 냠, 냠, 맛있는 책! 책! 책!”하고 노래를 불렀다.
동화작가의 친할머니는 만담가로 작가가 어렸을 때 몽골의 전설과 별과 산 이야기를 매일 들려주었다. 할머니의 《조드의 흰색 말》 동화에 깊은 감명을 받은 작가는 50세가 되던 해 1991년부터 몽골 어린이 이동도서관(Children's Mobile Library)을 운영하며 오지를 방문했다. 이런 선행이 세상에 알려져 2006년 I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일본 아사히 ‘독서 진흥상’을 수상하고, 2016년 몽골국가상(State Prize)을 수상했다.
몽골국가상 수상(사진;MONTSAMEEBS)
잠바 다시던득의 아내 ‘한드쑤랭’은 직업이 소아과 의사로 병원에서 근무하다 남편을 돕고 싶어 일찍 퇴직하고 많은 도움을 주었다. 부부는 시골 오지를 함께 방문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전해주고 읽어준다. 때로는 악기를 연주하였다. 동화작가는 많은 동화책을 발간하여 인세를 받았다. 교통수단으로 사막에서 쌍봉낙타를 타고, 어떤 때는 말을 타고, 때로는 그냥 걸어서 숲속과 높은 산에 있는 아이들을 찾아갔다.
동화작가와 낙타(사진;EBS TV)
험지나 큰 산을 오를 때는 푸르공을 타고 갔다. 초원의 아이들은 처음 보는 동화책을 보고 신기해하며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게르에 있는 유목민들은 온 가족이 나와 친척이 온 것처럼 좋아하며 부부를 반갑게 맞이했다. 동화작가가 다닌 거리는 약 20만 km가 넘어 지구를 세 바퀴 돈 거리와 비슷하다.
동화작가와 사슴돌(사진;EBS TV)
잠바 다시던득 동화작가는 볼강 아이막 중학교 때 《꽤 있는 아들》이라는 시집을 발간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100여 권의 책을 펴냈다. 1972년 《아버지, 어머니, 나(Dad, Mom and I)》, 《북쪽 타이가의 소년》 저서로 몽골작가협회상을 받았다. 1978년 국제아동 동요대회에서 〈오색의 가축〉 시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1991년 오페라 <테무진>를 하고 동시로 발표해 몽골 아동작가로서는 처음 세계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1998년 동시, 동화, 동요를 담은 저서 《아랑잘 제에르드(아름다운 붉은 말)》로 데 나착도르찌상을 수상했다.
몽골 낙타와 이동도서관(사진;EBS TV)
2007년에 발표한 《말을 타고 가는 이야기》는 몽골의 대초원이 간직한 전설과 설화를 바탕으로 유목민 특유의 감성과 지혜가 담겨 있다. 작가의 동화책은 말과 초원, 이슬과 바람이 만든 동화로 독특한 몽골의 민속적인 삽화들이 함께 곁들여져 있다. 몽골 사람들은 오랜 세월을 가축을 따라 이동하며 그들만의 이야기를 구전으로 전승해 왔다. “낙타와 말의 발걸음에 맞춰 짤막하게 지어서 빗방울처럼 뿌려 후손들에게 남겨준 이야기이다.”라는 작가의 말이 너무 인상적이라 지금도 기억한다. 동화작가는 세계의 우수한 아동 문학작품을 몽골어로 번역했다.
잠바 다시던득 작가의 동화는 20개 나라에 30권 이상의 책이 세계 언어로 번역되었다. 한국에서 7권, 일본에서 5권이 출간되었다. 그의 동화는 영국과 러시아 칼미크 공화국의 교과서에도 실려있다. 동화작가의 작품으로 《말의 동화(Horse Tales)》, 《돌의 전설(Legend of the Stone)》, 《궁전(The Palace)》, 《오리온의 세 개의 빛나는 별(Three Bright Stars of Orion)》 등이 있다. 올리볼리 그림동화(ollybolly.org)에는 《봉이 일곱 개인 낙타》 몽골동화를 비롯하여 14개국의 창작 동화를 볼 수 있다. 《용감한 마못(The Brave Marmot)》 책은 마못이 독수리와 용감하게 대결하는 몽골의 우화를 적은 책이다.
《용감한 마못(The Brave Marmot)》(사진;EBS TV)
2015년 12월 22일 한국교육방송 EBS TV 〈길 위의 인생, 낙타 할아버지의 선물〉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몽골 동화작가의 고귀한 정신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에 끌렸다. 이후 밤마다 몽골에 가는 꿈을 꾸고, 친구들과 함께 몽골을 자주 방문했다. 신비로운 이야기에 이끌려 몽골 홉스굴 호수를 2019년 4월과 2024년 6월에 방문했다.
어머니의 바다 홉스굴 호수(사진:궁인창, 2024)
어머니의 바다라 불리는 홉스굴 호수는 199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훕스굴은 무릉(Murun) 도시에서 약 100㎞ 북쪽에 위치한다. 호수는 남북 길이 136㎞, 동서 폭 36.5㎞ 넓이 2,760㎢의 거대한 호수로 사이안(Sayan nuruu) 산맥 해발 1,645m의 높이에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깊은 수심 262.4m인 호수는 몽골의 웁스 노르(Uvs nuur)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호수다. 호수 면적은 제주도의 1.5배가 되며, 99개 강이 흘러 모인 홉스굴의 맑은 물은 ‘에끄인 골’을 통해 1,500㎞를 돌아 러시아 바이칼호로 흘러간다.
몽골 홉스굴 차탕족 5세 어린이와 순록(사진:궁인창, 2024)
동화작가는 까마귀와 대화하는 할머니가 있다는 희한한 소식을 듣고 할머니가 사는 홉스굴을 찾아갔다. 할머니는 어느 날 다리가 부러진 까마귀를 발견하고 정성껏 다리를 치료해 주었다. 그런데 까마귀가 유목 생활을 하는 할머니를 60년 동안 찾아다니며 보답했다. 신기하게도 까마귀는 길을 잃어버린 양 떼를 몰아 오고, 할아버지가 들판에 흘린 동물 다리를 묶는 끈을 물어오기도 했다.
까마귀와 대화하는 붐불리 할머니(사진;EBS TV)
할머니가 중병이 들어 울란바토르의 큰 병원에 입원했을 때 까마귀는 병원 창문에 나타나기도 했다. 홉스굴에서 울란바토르까지는 700km가 훨씬 넘는데, 어떻게 왔을까 싶어 할머니는 창문을 열어 반갑게 맞아주었다. 까마귀와 대화를 했던 붐불리 할머니는 작가가 방문하기 3년 전인 2009년에 82세로 돌아가셨다. 동화작가는 할머니가 자식들 집을 골고루 방문하여 머물고 생활했다는 이야기를 둘째 딸에게 듣고 할머니 자식들을 찾아가 모두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동화작가는 붐불리 할머니를 주제로 《까마귀와 대화하는 여인》 동화를 발표했다.
몽골 홉스굴 리조트(사진:궁인창)
동화작가 알기르마(Algirma, 43歲)는 몽골국립교육대학교에서 예술교육을 전공했다. 작가는 무역회사에 근무하다 한국에 여행을 왔다. 여행 중에 우연히 한국인 남편을 만나 2006년 한국에 왔다. 그녀는 경인교육대에서 공부를 마치고 초등학교에서 이중언어 강사로 근무하며 인하대 대학원에서 다문화교육을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받았다. 작가는 몽골의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동화 《아기 얼룩말의 모험》을 2015년에 출간했다.
《아기 얼룩말의 모험》(사진:교보문고)
볼강타미링 바트체첵 (Bolgangtaming Batchecek)은 2012년 대학에서 사회복지와 교육학을 전공하고 2013년에 몽골 몽소다르 출판사에 입사하여 편집자로 활동하며 몽골 풍습과 전통에 관한 글을 쓰며 수십 권의 번역서를 편집했다. 작가는 2020년 《우리 아기 어디 있지》를 출간했다. 이 책은 이평래 교수가 번역했다.
《우리 아기 어디 있지》(사진: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즈자르갈(Azjargal) 동화작가는 몽골에서 내려오는 12간지 등 많은 전래동화를 한국에 있는 다문화 학생들에게 소개하며 전래동화 속 다양성과 문화적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아즈자르갈(Azjargal) 동화작가(사진:KBS)
광주광역시에 있는 사단법인 아시아밝음공동체(이사장 도제)는 2010년부터 아시아 각 나라의 동화책을 출판하며 전래동화 삽화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현재 다문화가정의 구성원이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노력하여 지역의 예술 작가와 교사들이 희망 나눔 프로젝트로 뜻깊은 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
몽골 종단철도 기차여행(사진;궁인창)
2026년 1월에 푸근하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몽골의 겨울 날씨 온도가 영하 34도까지 떨어지는 기상이변이 일어났다. 몇 년에 한 번씩 나타나는 자연재해 조드(Dzud)가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하고, 몽골의 가축들이 봄까지 잘 견디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필자는 몽골의 여러 곳을 탐방하고 높은 산에 올라 하늘에 제사도 지냈다. 종단철도 열차를 타보고, 빙하도 구경하고, 야크와 낙타를 보았다. 고비사막을 힘들게 통과하고, 몽골 무속인을 만나 대화하고, 밤하늘에 은하수를 바라보았다. 몽골에서 본 많은 별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보따리에서 하나씩 꺼내 적어볼 생각이다. 위대한 몽골제국의 동화작가 잠바 다시던득 할아버지를 추모한다.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생활문화아카데미 대표 궁인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