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9】개혁개방 후 동북 전략적 중심지 부상해 '북방의 홍콩' 불러...조선업과 패션 산업 발전 황금평으로 가는 길
비사성을 출발한 관광버스는 동네 과수원을 지나 진푸(金普)신구 도심을 통과하여 단둥으로 가는 G11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유리창에 멋진 바다가 보여 도저히 눈을 감고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다롄은 중국에서 가장 긴 2,211km 해안선이 있어 푸른 바다를 보다가 식당에서 가져온 다롄 신문을 보았다.
▲ 비사성의 꽃(사진:궁인창)
랴오닝(遼寧)성 항구도시 다롄은 중국 동북의 전략적 중심지로 1978년 개혁 개방 이후 대외 개방도시로 지정돼 꾸준한 발전을 해왔다. 현재 랴오닝성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크며 조선산업, 정보기술(IT), 석유화학, 금융산업을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무역 화물 물동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다롄시의 무역 상대국은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러시아, 미국, 싱가포르 순이다. 다롄시는 GDP 기준 동북 3성 도시 중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지난해 다롄시 주민 1인당 GDP는 11만 1,268위안으로 베이징 9만 3,213위안보다도 높았다. 중국인들은 다롄을 천혜의 좋은 항구를 가진 풍요로운 북방의 홍콩이라고 말한다.
▲ 다롄(大連) 진푸(金普)신구(사진:컬쳐마니아)
다롄의 로컬기업인 완다그룹(万达集团)은 1988년에 설립되어 부동산 개발, 상업용지 거래, 호텔 건축 및 운영, 백화점 운영, 문화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사업을 확장했다. 2010년 이후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유동성 위기 조짐이 발생해 상하이 호텔과 대형 쇼핑몰 10개를 긴급 처분하며 경영 정상화를 이룩했다.
▲ 슈퍼 요트(사진:Sunseeker)
완다그룹은 2013년에 영국에서 가장 큰 고급 요트 제조업체인 선시커(Sunseeker, 1969년 설립)를 인수하여 중국 중산층의 요트 수요를 만족시키고 있다.
중국에서는 ‘광저우에서 먹고, 상하이에서 놀고, 다롄에서 옷을 입는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패션이 유명하다. 2025년 6월 27일부터 7월 3일까지 예술과 기술의 융합된 44개 패션쇼가 열리며 패션쇼, 전시회, 퍼레이드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2025 제34회 중국(다롄) 국제 의류 및 방직 박람회(中国(大连)国际服装纺织博览会)와 2025 다롄 패션위크가 함께 개최된다.
▲ 2024第三十三届中国(大连)国际服装纺织博览会(사진:중국일보)
다롄에는 다롄조선소, 코스코조선소가 있다. 1898년에 설립된 다롄조선소는 1998년 우쿠라이나에서 인수한 쿠즈네초프급 항공모함을 개조하기 시작하여 2012년 취역시켰다. 다롄조선소는 2017년 4월 26일 첫 중국산 항공모함(5만 톤)을 진수하고 2020년에 취항했다. 중국 항모 이름은 랴오닝함, 산둥함, 푸젠함이며 네 번째 항모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최근 뉴스가 있었다. 다롄조선소는 지금까지 850여 척의 군함을 건조했다.
▲ 중국 항공모함(사진:VOA)
다롄 코스코 카와사키 조선소 (Dalian COSCO KHI Ship Engineering Co., Ltd., DACKS)는 2007년 COSCO와 일본 카와사키중공업이 합작하여 설립했다. 1992년 설립된 코스코조선소는 선박, 해양플랜트, LPG선박 등 설계, 건조, 수리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주요 설비로 30만톤급 드라이 도크, 15만톤급 플로팅 도크, 8만톤급 드라이 도크, 8개의 수리 조선 도크를 보유하고 있다. 초대형 원유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수주하여 건조한다.
다롄은 장비제조, 바이오, 석유화학공업 산업이 대단히 발달해 기계설비, 차량, 지하철 기관차, 회로기판 제조 회사가 있고 도시바, 캐논, 야마자키마자크 공작기계, 화이자제약 등 진출하고, 태평양석유화학, 헝리석유화학 등이 있다.
다롄하이테크산업구(大连高新区)는 국가급 소프트웨어 산업기지로 다롄시 인민 정부와 공산당 시위원회가 1998년부터 소프트웨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하여 특히 ITO(IT Outsourcing)와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를 중심으로 IT산업 발전을 이끌어 현재 아이비엠(IBM), 인텔(Intel), 액센츄어(Accenture), 델(Dell),NHN, LINE CHINA, 에릭슨, 에이치피(HP) 등 다국적기업 소재 기업이 입주해 있다.
다롄은 중국 동북지역의 최대 항구도시로 물류 및 교통이 편리하고 한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가공무역 및 생산공장형 투자가 많지만, 인건비 상승, 현지 업체와의 경쟁 심화,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정 등 요인으로 점차 투자 진출이 감소하고 있다.
한국기업이 다롄에 진출한 것은 1991년에 연안텐트를 비롯하여 현대LCD(1996년), LS산전(2000년), 맥선금속(2003년), 한온시스템(2004년), 두산선기(2006년, 現HSD엔진)이다.
최근에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텔레칩스(자동차용반도체), 2021년에는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플래시 공장인수를 인수했다.
KOTRA 다롄무역관 2023년 기업 자료에 한국 기업이 업종별로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전자(현대LCD, 우전전자, 우리전자, 세광전자, 텔레칩스, SK하이닉스). 기계 부품(LS일렉트릭한온시스템삼일엘텍, 신라공), 조선·선박(HSD엔진, 삼영두산, 배이산업), 금속·전선(고려용접봉맥선금속, 송현TMC), IT·건설(한양건설, 포스코건설), 금융(우리은행, 하나은행), 항공(대한항공, 아시아나) 섬유·의류(장천제화, 반도복장), 물류(유수로지스틱, 한진, 국보, 삼통해운), 해운(고려해운, 장금상선, 두우해운, 대인페리), 기관(한국농수산유통공사, 한국선급), 기타(연안텐트, 콜텍, SPC) 등
다롄시는 2선급 도시로 지하철이 1호선, 2호선, 3호선(경전철), 5호선, 12호선, 13호선 운행 중이다. 2012년 다롄에 한국영사사무소가 개설되었다. 개발 초기에는 1,200개의 한국 기업이 활동하고 교민도 과거 3만 명이었지만, 지금은 500개로 축소되고 교민이 만 명 이하로 줄었다. 다롄은 자연환경이 좋고 관광인프라가 뛰어나다.
4월 벚꽃축제, 5월 국제마라톤 및 걷기대회, 5월 아카시아 축제, 6월 진푸신구 앵두축제, 7월 국제맥주축제, 국제패션페스티벌 등 다양한 관광축제 개최가 개최된다. 2025년 5월 11일 오전 10시에 개최된 2025년 제35회 다롄 국제마라톤 대회에는 3만 명의 선수가 참여했다.
▲ Dalian International Marathon(사진:바이두백과)
고구려의 비사산성 아래쪽에 따롄(大連)시 경제기술개발구에는 한국 연안텐트 다롄법인이 있다. 이 회사는 매출액은 1,400만 달러로 생산품을 전량 해외로 수출한다. 미국 80%, 한국 15%, 독일 5% 등이다. 미국의 고급텐트 시장점유율이 10%에 이를 정도로 알찬 기업이다. 이 기업의 전신은 1991년 8월에 설립된 대우다롄텐트이다.
대우가 2007년 텐트사업을 정리하기로 하고 매각을 추진할 때 현지 책임자인 류대성이 회사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인수를 생각했다. 자금이 없던 류 씨는 평소 텐트용 폴(Pole)을 생산해 납품하며 인연이 있는 한국 연안텐트에 인수를 제의했다. 한국 회사는 30억 원을 투자하여 회사를 인수하고 이름을 연안다롄텐트로 정했다.
회사는 미국 아웃도어 매장인 알이아이(REI)와 알프스마운티어링, 일본의 콜맨저팬 및 유럽의 바우데 등에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과 ODM(개발업자 설계 생산)을 통해 공급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고 특수부대용 텐트를 개발해 미군에 납품한다. 바이어와 오랜 거래 관계를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한 것이 연안다롄텐트의 성장의 바탕이다. 350명 중 한국인은 3명이며 중국인 40명이 근속 20주년을 맞이할 정도로 성실하다. 디자인 경쟁력과 직원들의 장인정신, 해외 바이어와 꾸준한 소통이 성공으로 이끌었다.
버스가 2시간을 달려 주하 고속도로 휴게소로 들어섰다.
▲ 고속도로 휴게소 전경(사진:궁인창)
고속도로 안내판을 보니 단둥까지 가려면 한참 남았다. 다롄에서 단둥까지 고속버스로는 4시간 걸리고, 기차는 하루에 약 10편의 열차가 운행하는데 소요 시간은 1시간 54분이다. 버스로 걸어오며 서울역에서 고속열차를 타면 단둥에 몇 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AI에게 “서울역에서 최신 고속열차를 타고 파주, 개성, 평양, 신의주를 거쳐 단둥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릴까?”라고 질문했더니 1초도 안 돼 답을 주었다.
▲ 고속도로 휴게소 위치(사진:궁인창)
AI는 “서울에서 개성을 거쳐 신의주 구간 450.5km는 북한의 철도 사정이 나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 구간에 평균속도 300km/h 고속철도가 신설되면 소요 시간이 2시간 30분으로 줄어든다. 북한철도 현대화와 신의주에서 중국 고속철도와 바로 연결이 된다면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라고 대답했다.
▲ KTX-청룡(사진:코레일)
서울 신의주 구간에 무정차 고속철도가 생기기를 염원하며 새로운 길이 열리면 철도역은 《열하일기》 답사단을 태운 승객으로 연일 만원이 될 것이라고 상상했다. 코레일은 2024년 5월 1일 신형 고속열차 KTX-청룡이 운행을 시작했다.
고속열차는 최고 시속 320km로 가장 빠르다. 각 차량 하부마다 동력 장치를 탑재한 ‘동력 분산식’으로 힘이 좋고 가속과 감속 능력이 뛰어나 우리나라 지형에 가장 적합해 하루속히 남북협력사업으로 철도길이 다시 추진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버스는 달리는데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사방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저녁 8시가 넘어 압록강 제방 도로에서 북한 지역의 황금평을 바라보았다. 국경선 앞에 서서 암흑으로 변한 북한 땅을 바라보았다.
▲ 조업하는 어선(사진:이효웅)
해양탐험가 이효웅 대원은 몇 년 전에 단둥을 가면서 동항시(東港市)와 인접한 북한 신도(薪島)를 보면서 어민이 고기를 잡는 사진을 촬영했다, 신도 지역은 1958년 간척 사업으로 만들어진 비단섬(緋緞島), 황금평(黃金坪: 옛 이름 黃草坪), 서호섬 등 압록강 하구의 섬들로 구성되었다. 우리나라 북서 최서단의 섬은 비단섬에 합류된 마안도(馬鞍島)이다.
그는 0.5톤급 배를 직접 만들어 한반도 남쪽 바다 8,000km를 항해하며 해식동굴 사진을 찍었다.
▲ 압록강 어선과 신도(사진:이효웅)
버스는 저녁 9시경 압록강 철교가 보이는 중련인터내셔널 호텔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이 어두워 조심조심 걸어 호텔 뒷문으로 들어갔다. 호텔은 압록강 단교 풍경구와 아주 가까워 교각이 바로 보였다. 여행사에서 한 달 전에 예약한 호텔을 하루 전에 압록강 단교를 볼 수 있는 호텔로 바꾸어 주었다. 여행객을 위해 세심하게 배려하여 감사하다고 문자를 보냈다.
▲ 압록강 단교(사진:궁인창)
가이드는 “먼길 오시느라 정말 고생하셨다.”라고 말하며 2층 식당에 식사가 잘 준비되어 있으니 빠짐없이 식사하라고 권했다. 식당에 들어서니 식사가 한 상 잘 차려져 있었다. 주방장은 퇴근하고 식당 직원이 늦게까지 남아 음식을 잘 챙겨주었다. 한편으로 고맙지만, 우리 일행 때문에 퇴근하지 못했을까 싶어 미안했다.
새벽 2시에 일어나 인천공항에서 오전 비행기를 타고 다롄 저우수이쯔 국제공항에 내려 뤼순 감옥을 견학하고, 고구려 비사성을 바라보고 압록강까지 왔다. 정말 힘들게 멀리 돌아왔지만, 압록강의 끊어진 다리를 보는 순간 모든 피로가 사라지고 힘이 솟아 났다.
▲ 中聯大飯店 저녁 만찬(사진;궁인창)
호텔 방에 들어와 유리창에 설치된 무겁고 두꺼운 커튼을 걷으니 신비하게도 압록강 단교가 나타났다. 첫날 찍은 사진을 정리하며 압록강 야경을 보았다. 야경은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색상으로 변해 자꾸 밖을 내다봤다.
어두운 밤이 지나고 여명이 시작되면 압록강의 일출이 어떨지 궁금해하며 자정이 넘어 잠을 청했다.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생활문화아카데미 대표 궁인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