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른 보면 비슷한 한국의 종이지만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오대산 상원사 동종을 보면서 수많은 범종들이 만들어져 남아 있거나 사라졌는데 그중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범종을 찾아 정리합니다.
현재 국보로 지정된 5개 범종은 ①경주 성덕대왕 신종, ②오대산 상원사 동종, ③천안 성거산 천흥사 동종, ④경기 화성시 용주사 동종, ⑤전북 부안 내소사 동종이 있습니다.
▣ 경주 성덕대왕 신종 (국보)
• 경북 경주시 국립 경주박물관 전시 • 771年(신라 혜공왕 惠恭王 7) 제작(소요 기간 34년) • 높이 366cm, 입지름 227cm, 두께 11∼25㎝, 무게 18.9톤 • 봉덕사에 있던 종으로 에밀레 종이라고도 불림 • 무릎을 꿇고 앉은 궤좌(跪坐)로 합장 공양(合掌供養)하는 비천상(飛天像)과 명문을 몸통에 양각함 • 현존하는 종 가운데 가장 크고 울림이 좋은 종으로 중생을 깨우는 부처의 원만한 소리를 냄 • 낮게 내려앉는 저음이지만 그 맑은 여운은 긴 파장을 이루며 한없이 퍼 져나간다. 세상에 이런 악기가 다시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장중하면 맑기 어렵고, 맑으면 장중하기 힘든 법이건만, 그 모두를 갖추었다. -유홍준 문화유산 답사기-
▣ 평창 오대산 상원사 종 (국보)
•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 상원사 소유(1468년 안동 문루에서 상원사로 옮김) • 725年(신라 성덕왕 24) 제작 • 높이 167cm, 입지름 91cm • 명문을 천판에 양각 • 현존하는 한국 종 가운데 가장 오래된 종으로 한국 범종의 전형적인 양식
▣ 천안 성거산 천흥사 동종 (국보)
• 서울 용산 국립 중앙박물관 소장 • 1010年 (고려 현종 1)에 만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고려 범종 • 높이 174.2cm, 입지름 96.4cm • 종신에 비천상과 당좌를 번갈아 배치 • 위패형 곽(廓) 안에 명문이 있음 • 고려 태조(太祖) 왕건이 천안의 산위(山上)에 5색(色)의 구름이 걸쳐있는 것을 바라보고 성거산(聖居山)이라 이름을 지었고, 그 성거산 밑에 천흥사(天興寺)를 세웠다 함
▣ 수원 용주사 범종 (국보)
• 경기도 화성시 태안면 송산리 용주사 소유 • 고려 초기 • 높이 144cm, 입지름 87cm, 무게 827kg • 상대와 하대 무늬가 서로 다름 • 당좌 위치가 연곽 아래쪽에 있고, 보통 천인상과 당좌가 비슷한 높이였으나 천인상이 당좌 위치 보다 높은 곳에 있음 • 2구의 비천상과 2구의 삼존상을 교대로 배치
▣ 청녕 4년 동종 (보물)
• 1058년 제작(여주 출토) • 국립 중앙박물관 소장 • 높이 83.2cm, 지름 62cm • 천판과 상대(上帶)가 만나는 곳에 입상화문대(立狀花文帶)를 장식 • 천인상(天人像)이 아닌 보살상(菩薩像)을 배치 • 하대 위에 배치된 당좌가 4개(기존은 2개)로 늘어나고 점차 하대 쪽으로 내려감 • 위패형의 명문곽이 하대에 붙음
▣ 내소사 동종 (국보)
• 1222년 만듦 • 높이 103cm, 입지름 67cm • 원래 변산의 청림사에 있었던 종으로 사찰이 폐사된 이후 1850년 부안 내소사로 옮김 • 단룡(單龍)의 종뉴와 음통 있음 • 천판에는 입상화문대가 있고 상대와 하대는 당초문으로 장식 • 상대 아래에 4개 연곽과 각 연곽 안에 9개의 연뢰가 있고 그 하단에 당좌를 배치 • 당좌는 뾰족한 꽃잎을 이중으로 둘러싼 형태로 화려하게 표현 • 중심에 삼존불좌상이 4곳에 부조됨
▣ 흥천사 종 (보물)
• 서울 경복궁 보관 • 1462年(세조 7) 제작 • 높이 282cm, 입지름 171.2㎝, 두께 29.6㎝, 무게 1036kg • 용뉴는 쌍용, 당좌는 없음 • 세조 때 양주 회암사의 사리 분신(舍利分身)을 흥천사 사리각에 봉안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제작된 것으로 화재로 광화문으로 옮겨졌고 다시 창경궁, 덕수궁을 거쳐 경복궁으로 옮겨진 떠돌이 종 • 원래 흥천사는 조선시대 도성 안에 세워진 첫 사찰로 태조 이성계가 사랑한 부인 신덕왕후를 먼저 떠나보낸 후 그녀를 곁에 두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 덕수궁이 있는 정동(貞洞) 부근에 무덤인 정릉과 흥천사를 짓고 왕후의 명복을 비는 능침사찰로 삼았다. 그러나 태종은 자신의 반대편에 섰던 신덕왕후의 묘를 한양도성 안에 둘 수 없다고 현재 위치인 정릉동(현재 흥천사는 돈암동에 있음)으로 옮겼고, 또한 왕릉의 석물(石物)들을 청계천 광통교 아래 다리 공사에 사용하여 지금도 볼 수 있음
▣ 보신각 종 (보물)
• 서울 용산 국립 중앙박물관 야외 전시 • 1468年(세조 14) 만듦 • 높이 318cm, 입 지름 228cm, 무게 19.66톤 • 용뉴는 쌍룡, 하대 무늬와 당좌 없음 • 보신각종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다. 보신각종은 흥천사에 있던 두 개의 종 가운데 하나로, 그 절이 없어지면서 원각사(현재 탑골공원)로 옮겨졌고 임진왜란 이후 종루에 보관하여 오전 4시에 33번(파루罷漏), 오후 10시에 28번(인정人定) 울려 도성 문을 여닫는 시간을 알리는 시보종(時報鐘)으로 쓰임 • 1895년(고종 32) 종루에 보신각이라는 현판을 걸게 되면서 보신각 종이라 함 • 1985년까지 새해를 알리는 제야에 보신각 종을 타종했으나, 옛 종의 보존을 위해 신라 성덕대왕 신종의 모양의 새로운 종을 만들어 종로 보신각에 걸고 옛 종은 용산 국립 중앙박물관으로 옮겨 야외 전시 중
▣ 홍천 수타사(壽陀寺) 동종 (보물)
• 1670년(현종 11) 승려 사인(思印)과 태행(太行)이 제작한 신라 종 모양으로 용뉴와 음통 있음 • 높이 110㎝, 입지름 74㎝ • 전체적으로 짙은 갈색 • 천판 위에 한 마리 용이 음통(音筒)을 꼬리로 감싸는 전통형의 종 고리(종뉴鍾紐)가 부착되어 있고, 천판 바로 밑에는 육자대명왕진언(六字大明王眞言)과 파지옥진언(破地獄眞言)을 새긴 원권(圓圈)의 범자(梵字)를 한 줄로 둘렀음 • 범자 아래에는 굵은 당초문 띠에 9개의 만개한 납작한 별 모양의 연꽃을 장식한 정사각형 연곽(蓮廓) 4개를 배치하였으며, 연곽 사이에는 연꽃 가지를 들고 구름 위에 선 아름다운 보살 입상 4구를 부조함 • 몸통(종신)에 있는 명문은 2단으로 1670년에 공작산(孔雀山) 수타사(水墮寺) 종으로 만들었다는 명문이 양각되었는데, 지금의 수타사(壽陀寺)란 명칭과 달리 당시에는 수타사(水墮寺)란 표기로 기록됨 • 종신의 빈 공간 각 면에는 총 4개의 당좌를 배치하였는데, 당좌는 중앙에 8개의 활짝 핀 연꽃잎이 있고 그 외곽에 화염 문양과 굴곡진 당초문양을 추가로 장식하여 독특한 느낌을 줌 • 하대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연화 당초문(蓮花唐草文)과 용문(龍文)으로 둘렀음
▣ 보물로 지정된 종 34개 (가나다순)
▣ 마무리 지금도 큰 범종은 만들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과거에는 거푸집을 만들어 쇳물을 부어 종을 만들었지만(鑄造法), 지금은 첨단 장비를 이용하면 과거보다 어려운 것 같지 않네요 통일 신라시대를 지나 고려 때는 국가(왕)에서 제작 비용을 마련하고 범종을 만드는 장인(匠人)을 섭외해 주어 어렵지 않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의 숭유억불로 점점 사찰은 없어지고 왕(실)이나 높은 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민간 백성의 시주로만 범종을 만드는 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범종의 제작비용이 적으니 범종은 심플해지고 화려한 문양도 생략하고 작게 만들었다. 또한 폐사된 사찰의 종은 이전하여 도성의 문을 열고 닫는 시각을 알리는 시보종(時報鐘)으로 사용하였거나 다른 절로 옮겼다.(예 : 상원사 동종, 부안 내소사 동종)
앞으로 사찰의 큰 범종을 만들기 보다 작은 범종을 활용하면 웅장한 소리는 줄지만, 사찰에서 초파일 외에 큰 행사가 드물고 성덕대왕 신종처럼 좋은 종소리는 언제, 어디서든 재생이 가능하며 고품질 마이크나 스피커 등을 활용하면 굳이 범종을 크게 만들 까닭이 점점 사라질 것이다.
아무튼 선조들이 물러준 크고 아름다운 소리의 범종들이 잘 유지 관리하여 후손에게 물려줍시다.
또한
은은하고 아름다운 종소리에 귀를 열어 마음의 눈을 떠 보고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一切唯心造)
출처 : 국가유산청, 국립중앙 박물관, 민족문화 대백과
※ 원문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