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선경을 찾아가는 것을 주제 로 한 설화. ‘선경’은 인간의 손이 미치지 않는 불가사의한 세계를 말한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와는 다른 초인간적이고 신비한 세계가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종교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설화가 바로 선경 설화이다. 선경 설화는 중국·우리 나라·인도·유럽뿐만 아니라 시베리아 원주민과 북아메리카의 에스키모인들에게도 퍼져 있다.
중국의 선경 설화는 '신선 사상'과 관련이 있다. 춘추 전국 시대에 발달한 여러 사상들 중에는 공자의 유가 사상을 비롯하여 노자의 도가 사상이 있었다. 노자는 인간이 도(道)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은 자연적인 무위(無僞)에서 이루어진다고 주장하였다. 자연과 벗하며 마음을 비우는 것만이 자신을 구원하는 길이라는 것이었다. 도가 사상 은 다른 여러 사상을 낳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신선 사상이다. 신선 사상은 불로 장생을 추구하며, 이런 능력을 얻으려면 깊은 산 속에 들어가 신선들처럼 자연과 함께 생활하며 명상해야 한다는 사상이다. 중국에서는 신선 사상과 관련된 설화가 많이 전해지며,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선경 설화이다.
선경 설화는 여러 책에도 많이 나타나 있고, 오래 된 것은 진(晉)나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회가 쓴 《우회지림》에는 선경 설화의 대표적인 이야기가 전해진다.
어떤 나무꾼이 산 속에서 나무를 캐다가 돌로 된 방 하나를 발견한다. 그 속에 들어가 보니 동자(童子) 두 명이 장기를 두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있는데, 승부가 나지 않았다. 무심코 자신이 가지고 온 도끼를 돌아보았더니 도끼 자루가 이미 썩어 있었다. 황급히 돌방을 나와 마을 로 돌아갔으나, 마을은 이미 없어진 뒤였다.
선경 설화의 배경은 깊은 산 속이나 동굴 속이고, 그 곳에는 나이를 먹지 않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리고 선경에서의 시간은 인간 세계에서와는 다르다. 인간 세계에서보다 시간이 느리기 때문에 주인공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자신이 가져간 물건에 변화가 일어난 것을 보고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선경 설화의 또 다른 특징은 선경에 지나간 시대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에 전하는 '도원경 설화'와 비슷하다. 도원경 설화는 속세와 떨어져 있고 평화로운 '무릉 도원'에 얽힌 이야기이다.
《태평광기》에 나오는 《신선감우전》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449년 남조 송나라 시대의 일이다. 주인공은 멧돼지가 곡식을 먹는 것을 보고 돌화살을 쏘았다. 멧돼지는 피를 흘리며 달아났는데, 그 뒤를 쫓던 주인공은 멧돼지가 어느 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갔다. 굴을 다 빠져 나가자 그 곳에 어떤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은 집이 수백 호에 이르렀다. 자세히 보니 그 곳에는 전한(前漢) 문제(文帝) 때쯤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무심코 자신이 가져간 돌화살을 보니 이미 썩어 있었고, 12년의 세월이 흘러 있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도 《우회지림》과 비슷한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선경이 바다인 경우도 있는데, 《심청전》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선경이 바다로 나오는 이야기는 타이완의 고산족에게도 전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것을 '신선 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하는데, 이는 선경 설화에서 온 속담이다.
영국에도 이러한 이야기가 퍼져 있다. 영국의 전설적인 왕 헤룰라의 이야기가 문헌에 전한다.
헤룰라는 산 속 동굴 안에 있는 난쟁이 나라를 찾아가 3일을 지냈는데, 밖으로 나오니 200년 이상이 지나 있었다고 한다.
영국 외의 유럽 지역에도 이와 비슷한 것으로, 선경에서 수백 년 동안 계속 잠만 잤다는 이야기도 많다.
미국의 W. 어빙이 쓴 《스케치북》에도 이러한 이야기가 나온다. 《스케치북》에 나오는 《립 반 윙클》에는 어떤 사람들이 선경에 들어가서 20년 동안 잠을 자고 나오니 부인은 죽고, 딸은 결혼하였고, 미국은 독립 국가가 되어 있었으며, 총은 썩어 있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