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의 고전 소설. 1권 1책, 활자본이다. 한글 소설로, 작자와 쓰여진 때는 알 수 없다. '정도령전'이라는 제목의 다른 판본도 있다.
소설의 전체는 12 회로 구성되어 있고, 크게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 있다. 전반부는 남녀 주인공이 혼인하게 되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고, 후반부는 본부인과 첩 사이의 다툼을 그리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충청도 괴산에 정 진사가 살고 있었다. 정 진사는 아들·딸 남매를 두었는데, 둘은 얼굴과 목소리가 매우 비슷하였다. 이웃에는 박공과 최공이 살고 있는데, 이들에게는 각기 딸이 하나씩 있었다. 어느 날 박 소저와 최 소저가 정 소저를 자기네 집으로 놀러 오라고 하였다. 정 소저가 몸이 불편하여 가지 못하겠다고 하자, 정 공자가 여자로 변장을 하고 정 소저 흉내를 내면서 놀러 갔다. 가서 두 소저와 놀았는데, 결국은 들통이 났다. 그러나 박공과 최공은 이것도 인연이라고 하며, 딸들을 정 공자와 약혼시켰다. 박 소저가 이종 사촌인 김 공자에게 이 일을 이야기하자, 김 공자도 같은 장난을 치기로 하였다. 박 소저는 김 공자를 여자로 변장시키고 정진사 집에 보냈다. 그리고 정 소저와 김 공자도 이를 인연으로 약혼하게 되었다. 정 공자와 김 공자는 과거 시험을 보아 합격하자 각기 자기의 약혼녀와 혼인하였다. 정 공자는 벼슬길에 올라 이조 판서가 되었고, 박 부인은 아들을 낳고 최 부인은 딸을 낳았다. 여기까지가 전반부의 이야기이다.
후반부는 판서가 된 정 공자의 첩인 일지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정 판서에게는 일지라는 첩이 있었는데, 일지는 성격이 못 되어 박 부인과 최 부인을 시기하고 질투하였다. 그러던 중 정 판서가 사신으로 청나라에 가게 되었다. 일지는 방탕한 차돌을 만나 사귀어 그와 짜고 최 부인을 모함하여 정 진사가 내쫓도록 하였다. 집에서 내쫓긴 최 부인은 피신해서 절로 들어 갔다. 일지는 또 불량배인 봉돌에게 박 부인을 납치하여 아내로 삼게 하고, 거지를 시켜 박 부인의 아들을 죽이게 하였다. 이를 눈치챈 박부인은 미리 다른 곳으로 피하였다. 그러나 아들은 늙은 중에게 팔아 넘겨졌다. 한편, 일지는 자기가 봉돌에게 납치가 되어 그와 함께 살게 되었다. 일지는 봉돌과 술 장사를 하며 구박을 받으면서 살았는데, 그러던 중 떠돌이와 눈이 맞아 함께 도망치려고 하였다. 봉돌은 이를 알아차리고 떠돌이를 살해하였다. 일지와 봉돌은 결국 살인죄로 붙잡히게 되었다. 정 판서가 청나라에서 돌아오자, 일지는 기생들을 정 판서에게 보내 자신을 구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자기가 없는 동안 집에 큰 일이 있어났음을 알게 된 정 판서는 노비들을 고문하여 사건의 내막을 밝혀 내고, 관련자들을 모조리 잡아들여 처형하고, 일지를 내쫓고, 절에 피신해 있던 두 부인을 찾아서 데리고 왔다.
이 소설은 애정 소설이며, 가정 소설 에 속한다. 전체의 3분의 1이 전반부를 차지하고 있고, 3분의 2는 후반부를 차지하고 있는데, 전반부는 경쾌하고 희극적인 내용이며, 후반부는 본부인과 첩의 갈등으로 인해서 음모·살인·처형 등이 있어나는 비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 소설에는 사건이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고, 인물들의 성격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