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냐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말라가주(州)의 주도. 태양의 해안이라는 뜻을 가진 코스타 델 솔의 중심을 흐르고 있는 과달메디나강 어귀와 지중해에 속한 넓은 말라가만이 만나는 곳에 자리잡은 항구 도시이다. 과달메디나강은 이 도시의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고 있는데, 이 강에 아구헤로 댐이 건설되기 전에는 큰 비만 오면 이 곳은 홍수로 인한 물난리를 겪곤 하였다. 그래서 이 도시의 자랑거리인 옛 아라비아 성채는 해발 170m의 히브랄파로 산꼭대기에 세워져 있다. 이 곳은 고대부터 항구를 중심으로 상업이 발달하였으며, 기원전 12세기에는 페니키아인들이 정착하여 촌락을 세우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곳은 로마와 서고트족에게 정복되었다가 다시 기원전 711년에는 무어인의 지배하에 들어갔다. 이슬람 교도인 무어인들은 이 곳을 지배하는 동안에 페니키아인이 만든 요새를 재건하여 이슬람교도의 성채인 알카사바를 세우는 등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로 가꾸었다. 하지만 곧 무어인이 세운 코르도바 칼리프의 통치는 붕괴되고, 이 지역에는 말라가 왕국이 세워지면서 이 곳을 '지상 낙원'이라고 이름을 붙인 아미르들의 통치를 받게 되었다. 이 아미르들 역시 이슬람 교도로서 이 지역은 아주 오랫동안 이슬람의 세력하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슬람의 지배는 1487년 8월 19일 크리스천들이 이 지역을 탈환함으로써 끝이 났으며, 이 도시는 에스파냐의 두 왕 카스티야의 이사벨과 아라곤의 페르난도 2세의 영지가 되었다. 또한 1810년부터 1812년 동안에는 프랑스에게 점령되어 프랑스인들의 지배를 받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 때부터 말라가에는 본격적으로 르네상스식 건축물이 세워지는 등 기독교식의 문화가 들어와 기존에 있던 이슬람식 건축물과 함께 도시를 한층 아름답게 만들었다. 도시의 한가운데에는 1528년부터 건축하기 시작한 르네상스 양식의 대성당이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대성당은 약 254년이나 걸려서 1782년에 완성되었는데,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건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설계 당시에 있었던 두 번째 탑은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다. 이 밖의 기독교식 건축물로는 섬뜩할 정도로 괴기스러운 묘지 장식 으로 유명한 빅토리아 교회가 있고, 사그라리오 교회와 산토크리스토데라살루드 교회 등이 있다. 한편 이슬람의 건축물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건축물도 있는데, 무어인들의 성이었던 알카사바가 재건되어 박물관과 정원 으로 이용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슬람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라고 하는 히브랄파로 성채는 원형을 그대로 유지 하고 있어 이 도시의 가치를 더해 주고 있다. 이 도시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금세기 최대의 화가라고 일컬어지는 파블로 피카소의 탄생지라는 것이다. 말라가 미술관에는 이 도시의 메르세드 광장 16번가에서 태어난 파블로 피카소 의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또한 이 미술관에는 17세기를 대표하는 미술가들의 작품도 여러 점 소장되어 있어 이 도시가 문화적으로 얼마나 융성하였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상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발전을 이룬 말라가는 에스파냐에서 지중해 연안의 항구들 가운데 바르셀로나 다음 가는 중요한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지역은 지중해성 기후의 온난한 성질을 이용하여 포도와 올리브· 오렌지 · 레몬·아몬드 같은 농작물을 주로 생산하며, 이러한 과일들과 함께 그 가공품들의 수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곳에서 수출되고 있는 식품 가공물로는 말라가의 단 포도주와 올리브유, 마른 과일 등이 있다. 그리고 이 밖의 수출품으로는 철광석, 멸치류와 같은 생선 통조림 등이 있다. 한편 이 곳의 주요 수입품으로는 석유· 옥수수· 화학 제품·철· 강철 등이 있다. 또한 항구에서 푸에르토야노에 있는 정유 공장까지 원유를 운반할 수 있는 송유관이 설치되어 있어서 이를 이용한 공업의 발전도 이 지역 산업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 곳의 주요 공업으로는 건축 자재·식품류·양조· 비료· 섬유 등의 제조업이 있다. 그리고 산맥들로 둘러싸여 있는 이 도시는 온화한 기후 덕분에 알려져 있다. 이 지역 이 휴양지로 널리 알려지게 된 요건으로는 온난한 기후 외에도 유난히 넓게 펼쳐진 모래톱 해변과 해변을 따라 울창하게 뻗어 있는 소나무 숲을 들 수 있다. 또한 북쪽으로 몇 ㎞ 들어간 핑카델라콘셉시온에 있는 로마의 유적지와 열대적 정원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현재는 라틴 아메리카 음악이라고 알려져 있는 말라게냐는 바로 이 도시를 중심으로 전해 내려오던 판딩고 음악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