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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교육적 임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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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11
김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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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교육적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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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교육적 가치라든가 문학에 있어서의 교육적 의미라든가 하는 문제는 문학의 도덕성이나 윤리성이나 그런 등속의 문제와 함께 본시 문학의 본질론에 속하는 것으로서, 예술이 예술자체를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고 생을 위하여 있다는 톨스토이의 인도주의 시대에 벌써 해결되어 있는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오늘 여기에서 문학의 교육적 임무라는 것이 조선민족의 해방과 더불어 발생하는 새로운 문학의 건설에 있어서 가장 시급하고 또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로 토의되게 되는 까닭은, 문학의 본질론으로서보다도 오히려 앞으로 조선문학이 전개하고 투쟁하여야 할 기본적인 방향과 과제로서, 다시 말하면 가장 원칙적인 문예정책의 하나로서 제출된다고 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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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조선문학의 교육적 임무를 밝히는 것이 문학활동의 기본적인 과제로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조선문학의 기본적 활동방책의 중심이 그 교육적 임무에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문제제출의 중요성은 무엇으로부터 원인되는 것일까 ― 이것은실로과거삼십육년간조선민족을 정치적으로 억압하고 경제적으로 착취하고 문화적으로 말살하기 위하여, 가장 야만적이고 기만적으로 계획되고 실시된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주의적 문화 정책과 교육정책으로부터 유래되는 것으로서, 오늘날 우리를 겹겹이 휘감았던 철쇄를 끊어버리고 우리의 정신생활과 교양생활과 심리생활의 속 깊이 좀먹고 있는 제국주의적 문화반동의 요소와 잔재를 깨끗이 몰아낼 커다란 임무를 짊어진 문학의 활동이, 총독정치의 문화교육 정책이 남긴 영향과 투쟁함이 없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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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삼십 육 년간 제국주의 일본이 역대의 총독정치를 통해서 실시한 문화교육 정책 가운데서 우리가 이곳에 지적치 않아서는 안될 것으로 다음 세가지를 들 수 있겠습니다. 제 일로 문맹정책, 제 이로 조선문화 말살정책, 제 삼으로 건전한 민족생활의 파괴정책이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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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 신문에서 이야기되는 바에 의하면 동양척식회사를 위시한 일본인 소유의 토지는 조선이 가지고 있는 경작면적의 약 8할이 된다고 합니다. 이 토지는 약 사십 년 동안 그들의 교묘한 정책에 의해서 우리들로부터 수탈한 것들입니다. 간도로 쫓기고 만주벌판으로 밀리고 열하(熱河)로흘러가고 품팔이를 목적하여, 현해탄으로 건너간, 토지로부터 이탈된 무수한 농민들의 행렬은, 여러분, 이 땅의 하나의 고유한 풍경이 아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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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를 빼앗고 경영을 독차지하고 헐값으로 노동자의 품을 사기 위해서는 조선인민의 다대수가 각성하여서는 안됩니다. 눈 뜬 장님 ― 위성과도 과학과도 지식과도 모든 문명과도 격리되어, 어떠한 억압이나 착취나 탄압에도 짹짹 소리 못하고 노예와 같이 순종하여 무지와 몽매와 미신과 악습과 비위생의 토글 속에서 원시생활을 달게 받고 있는, 그런 인민생활의 상태가 절대로 필요하였던 것입니다. 실로 문맹정책 ― 삼천만의다대수를문맹채로 파묻어 두고, 방학을 이용하여 부녀자와 농민들에게 한 자의 가갸거겨를 가르치려는 순진한 학생들의 야학까지를 금지하고 폐쇄시켜 그들을 감방 속에 처박으면서까지 문맹정책이 철저히 실행된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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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그들은 조선역사와 민족문화를 말살하지 않으면 그들의 권력과 착취가 유지될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교육기관으로부터 조선말을 몰아내고 조선역사를 없애버리고, 그 대신 일본말과 얼토당토않은 만세일계(萬世一系)의 일본역사와 내용 없는 공허한 일본정신을 쓸어 넣었습니다. 육칠 세의 어린 아기가 조선말을 했다고 벌금과 채찍으로 욕을 주고 삼사인의 중학생이 조선 소설을 둘러앉아 읽었다고 감옥 속에 집어넣고, 그것으로도 부족하여 문학자와 어학가와 역사가의 집단을 송두리째 투옥하여 치안유지법의 어마어마한 쇠사슬로 얽어매어 놈들은 어떠한 민족문화의 싹이라도 잘라버리고 짓밟아버리려 했습니다.(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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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든 건전한 문화교육 활동을 총칼로 위협하고 이에 종사하는 모든 문화인과 종사자를 감옥 속에 몰아넣는 반면에 청년의 건전한 기상을 좀먹게 하고 민족생활의 건강성을 파괴해 들어가는 향락사상이나 비속하고 저열한 상업적 문화나 아편 같은 퇴폐적 문화와 군국주의 정신의 흐린 조류는 관대하게 방임하여 흐를 대로 내맡겼고 때로는 조장·옹호까지 하였으니 한편으로는 누르고 한쪽으로는 병들게 하여 우리 민족생활의 핵심을 완전히 거세해버리려 들었던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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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문화의 기본적 활동의 중심은 이러한 가운데서 출발하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총독정치의 오랜 문화교육의 야만적·기만적정책에침윤된탁류속에서 그 출발의 정초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문맹의 퇴치, 진정한 민족문화의 발굴과 고전의 유산 상속, 불건전한 악조류(惡潮流)와의투쟁― 이것을 통하여 문학을 인민의 다대수에게 보급시킬 뿐 아니라, 그들의 각성을 촉(促)하는 모든 계몽적 활동의 중심으로서 문학활동의 중요임무를 삼지 않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진실로 조선문학의 교육적 임무의 중요성은 이러한 맹렬한 정치성과 문화성을 띠고 제출되는 것이라 생각지 않으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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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군국주의의 식민지적 문화교육 정책을 이야기하는 이 기회에 꼭 한마디 해야 할 것은, 문맹정책과 조선문화 말살정책과 파괴정책이 일본 제국주의의 권려과 착취 유지에 필요하였을 뿐 아니라, 조선의 특권계급, 봉건세력, 토착지주, 자본가, 은행가에서도 이익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조선 인민의 다대수가 문맹에서 벗어나서 각성하면, 특권계급은 물려 가진 재산과 특권의식을 향유할 수 없고, 토착지주는 소작인의 고혈로 된 타작 낟가리 위에서 뜨뜻이 자빠져 누워 축첩질을 할 수 없으며 자본가는 노동자의 피땀을 헐값으로 살 수 없고, 은행가는 토지의 경영을 고리대금으로 얽어매는데 안전성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공동이익에 의하여 그들과 일본 제국주의는 서로 결탁하고 음모하고 상호 보조하면서 권세와 착취를 오늘날까지 유지해온 것입니다.(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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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인민의 다대수로 하여금 문학을 향유케 하고 또 그들 자신으로 하여금 문학의 창조자가 될 수 있게 하는 모든 계몽사업과 문맹퇴치 사업속으로 우리 문학이 돌진해 나아가는 데 이들 특권계급과 토착지주와 자본가들이 방해물이 된다면, 일본 제국주의를 대신하는 존재로서 우리 문학은 이들과도 또한 가차없는 투쟁을 전개하지 않아서는 안될 것입니다.(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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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은 교육적 임무를 다하기 위하여 구체적으로 우선 시작하지 않아서는 안될 것으로 대충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 일로 문학의 계몽운동에서 적극적 참가, 제 이로 문학의 교육사업에의 적극적 참가, 제 삼으로 문학의 어학자와의 긴밀한 협동, 제 사로 문학의 학술원과의 협동, 특히 지식보급과 비과학사상 박멸운동 부분과의 협동 ― 이런 것을 이야기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이 네 가지 사업은 서로서로가 딴 것이 아니라 상호관련된 하나의 큰 사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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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일의 계몽운동에의 참가로 말하면, 종래의 문학이나 문학자들처럼 고답적이고 고립적인 데서 떠나 어떻게 해서든간에 대중의 가운데로 문학을 가지고 들어가려고 노력하는 한편, 이들을 깨우치고 이끌기 위하여 과학적인 모든 활동을 이 문맹퇴치와 대중계몽 사업에 종속시킬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인민의 생활이 향상되고 삼천만의 대다수의 민족의 성원이 예술문학을 즐길 수 있고 또 스스로 창조할 수 있도록 모든 운동은 조직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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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 교육사업에의 참가로 말하면, 어제까지 조선의 교육기관의 어느 곳에든지 조선말이 사용되지 않았고 조선어문의 과목이 없었고 조선 역사가 구축되었던 현상으로 미루어, 문학과 문학자의 이 방면 사업에의 적극적인 참가는 가장 시급하고 또 요망되고 있다고 믿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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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삼으로 어학자와의 긴밀한 협동인데, 이것은 문학이 언어를 가지고 이루어져 있는 예술인 만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선 문학이란 무엇이냐 ― 이것을규정하는여러가지조건이있으리라믿지만 가장 큰 조건의 하나는 조선말로 된 문학이라는 데 있다고 생각됩니다. 조선 인민의 대다수의 생활감정을 바르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 문학의 목적일 뿐 아니라 아름다운 조선말을 찾아내고 정리하고 만들어내고 하는 것도 본시 어학자의 일이라기보다는 문학자, 시인의 일인 것인데, 한글의 맞춤법 한가지도 통일되어 있지 않은 현재 상태로 보아 어학자들이 해야 할 성역에까지 문학은 적극적으로 참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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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과거를 잠깐 돌이켜 살펴보면, 총독정치는 문자가 통일되고 빨리 보급되면 그만큼 자신의 착취정책의 방해가 되는 까닭에 철자법의 통일까지를 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문자혼란 정책을 적극적으로 진척시켰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요는 총독정치만이 문자혼란 정책을 쓴 것이 아니라 조선의 상류 부르주아 기업가들도 실상에 있어서는 이것을 조장하였다는 사실입니다.(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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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가아직살아있을때 우리글쓰는 사람은 적어도 네다섯 가지의 철자법을 알아야 원고를 실을 수 있었습니다. 「조선어학회」와「조선어연구회」의것이다를뿐아니라『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신보』가각각다르고교과서에사용한총독부 학무국의 철자법이 또 이것과 달랐습니다. 문단에서는 과거에 「조선어학회」를절대지지하고나왔는데 만약한글의통일문제중미해결의것이 있다면 하루바삐 광범위한 위원회를 조직하여 이것의 통일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선문학과 문학자가 이 가운데서 중요한 역할을 다 해야 할 것은 노노(呶呶)할필요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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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사는 학술원과의 협동문제인데, 우리가 이 학술가와 협동하는 데는 두가지 방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역사와 고전연구에의 협력이요, 다른 하나는 학술보급 다시 말하면 비과학사상의 박멸, 지식보급, 학문의 대중화, 등등의 계몽사업에의 협력이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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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혼잡하게나마 네 조목으로 나누어 구체적 사업을 이야기하고 보면 다음에 일어나는 문제는 , 이러한 사업을 진척시켜 나가는 데서 응당 생겨날 수 있는 좇지 못한 편견, 경계 내지는 투쟁을 필요로 하는 악경향과 악조류 등등입니다. 이것은 문학 자체 내의 것과 문학 밖에서 일어날 것의 양쪽을 생각할 수 있을까 하는데, 우선 자체 내의 것으로는 언어의 마술주의, 내용 없는 언어상의 유희, 문학상의 지방주의, 복고 전통주의, 난잡한 심리주의, 향락 퇴폐적 경향, 비속한 상업적 문화와 출판물의 범람 등을 들 수 있고, 자체 외의 것으로 가면 어학자의 일부에서 간혹 볼수 있는 일상어로부터의 복고주의적 이탈, 이론적 근거가 희박한 한자사용의 배격론 ― 일례를 들면, 학관, 학교, 학당, 학원, 사숙 등 완전히 조선말로 된 좋은 말을 한자라고 해서 없애버리고 배움집이라던가, 글집으로 통일해버려야 한다는 퇴보적이고 완고한 망론, 또 자연과학자나 인문과학 연구가들이 범하기 쉬운 상아탑적 환상과 학문의 보급화를 잘못 생각한 결과로서 생기는 학문의 비속화 같은 것 등등인데, 이러한 모든 조류와 경향과 우리 문학은 싸움이 없이 그 교육적 임무를 다할 수 없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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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서 말한 것과 관련하여 따로 여러분의 주의를 환기해야 할 것은 우리 문학의 교육적 임무의 가장 중요한 대상의 하나가 우리 아동이어야 한다는 그것입니다. 아동에 대한 중요성이나 아동문학에 대한 중요성에 관해서는 일반은 물론 우리 문학자체로서도 너무 등한시해 온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과거의 유치원이나 소학교에서 취해 온 아동에 대한 태도나 또는 아동문학에서 떠나 정확한 지식과 새로운 경험과 바른 영웅주의를 가지고 우리들의 아동을 키워나가는 한편, 그들의 창조력을 계발하고 육성하여 장래 우리 새로운 조선을 바르게 떠메고 나갈 역군을 기르지 않으면 아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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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아동문학에 관해서는 제 일로 아동을 취급해 쓴 문학, 제 이로 아동에게 읽히기 위한 문학, 제 삼으로 아동의 문학적 창조성의 계발·육성을 위한 활동 등으로 나누어서 생각하고 또 계획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데, 특히 과거의 유치원 교육에서 범했던 공허한 무내용의 언어적 작란(作亂), 지도성을 확립치 못한 채 아이들의 취미에 영합되어 버린 추종주의적 경향, 생활을 위조하는 반(半)과학적저속한모험문학 착오된영웅심과공포심에서 출발한 옛 이야기 등등에서 떠나 바른 과학지식과 옳은 체험과 리얼리즘과 로맨티시즘이 완전히 종합된 과감하고 재미난 옛말, 동요, 동극(童劇), 동화의 창조 등등이 요망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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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조선문학의 교육적 임무에 관련하는 것으로 특히 본격적인 대작품의 집필을 거쳐서 이루어져야 할 과제에 대하여 말하고자 하는데, 주지하는 바 우리 조선사람은 우리들의 바른 역사를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국수주의적인 조선 역사가 아니고 실로 인민적인 인민의 역사를 짜는 사업은 무엇보다도 긴급히 요청되고 있으므로 서상(敍上) 학술원과의협동에서도역사편집에 협력할 것을 말해왔으나, 그것과는 달리 조선의 대장편소설이 걸어가야 할 방향의 하나로 우리는 이 인민의 역사를 생각하고 싶은 것입니다. 더구나 인민의 착취의 역사, 인민의 해방의 역사, 인민의 수난의 역사 등을 대장편소설로 완성하는 실은 조선문학의 교육적 임무를 위해서나 또는 조선적 장편소설의 방향의 탐구를 위해서나 가장 활발히 논의되어야 할 문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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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전선』1호 1945년11월)
【원문】문학의 교육적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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