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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민담(朝鮮民譚)의 세계적(世界的) 배경(背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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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7월
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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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民譚[조선민담]의 世界的[세계적] 背景[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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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세계에 있는 이 套式[투식]의 이야기 ── 곧 天上[천상]이나 他界[타계]의 여성이 인간으로 나타나서 그 허물이나 날개 돋친 꺼풀을 벗고 사람의 여자 형체가 되어 물에서 멱을 감는데, 인간의 어느 남자가 그 벗어놓은 것을 훔쳐서 飛行[비행]하는 능력을 잃게 하고 억지로 아내를 삼았더니, 뒤에 허물이나 꺼풀을 발견하여 그것을 도로 입고 날아갔다, 하는 민담은 가장 널리 세계 각지에 유포하여 있는 것인 만큼, 그 잔사설과 이야기거리에는 진실로 복잡 다양의 변화가 있읍니다. 이를테면 이야기의 여주인공이 조선 · 日本[일본] · 琉球[유구] · 支那[지나] · 시베리아 · 緬甸[면전](버어마)·뉴우헤브리데스 등에서는 天上仙女[천상선녀], 蒙古[몽고]· 露西亞[로서아] · 瑞典[서전] · 독일 등에서는 白鳥[백조](고니), 南[남] 소말릴란드· 凶牙利[흉아리](헝가리) · 보히미아 · 西班牙[서반아] · 波斯[파사](페르시아)에서는 비둘기, 蘇格蘭[소격란](스코틀란드)에서는 海豹[해표], 불란서에서는 蛇[사], 크로아치아에서는 승냥이, 셀레베스에서는 게, 加拿蛇[가나사] (카나다)에서는 매, 에스키모에서는 갈매기로 나오고, 남주인공이 조선에서는 椎夫[추부], 日本[일본]에서는 어부, 琉球[유구]에서는 농부, 몽고에서는 獵夫[엽부], 크로아치아에서는 군인, 波斯[파사]에서는 상인의 자식, 인도에서는 왕 혹 牧羊者[목양자]로 나오고, 어떤 데서는 부부가 되기도 하고 아니 되기도 하고, 어떤 데서는 자식을 낳기도 하고 아니 낳기도 하고, 어떤 데서는 자식이 하나도 되고, 여럿도 되고, 어떤 데서는 나중에 本處[본처]로 가기도 하고 아니 가기도 하고, 어떤 데서는 本處[본처]로 갔다가 도로 오기도 하고 아니 오기도 하는 등 차이가 갖가지로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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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것들은 지방적 사정과 또 原始母型[원시모형]으로부터 발전 변화된 정도 여하에 말미암는 것일 따름이요, 이 모든 것이 죄다 동일한 근본 골자를 가지고 있는 것만은 明白[명백] 的實[적실]하여 의심이 없는 바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처음 서양 학자의 손에서 서양의 재료를 주로 하여 비교 연구가 행한 때에 서양의 類話[유화]에는 여주인공이 흔히 물에 뜬 白鳥[백조](고니)로 나오므로 이 套式[투식]의 설화를 「白鳥處女型[백조처녀형]」(Swan-maiden type)이라고 이름하였던 關係[관계]로 天上[천상] 仙女[선녀] 기타 여러 가지 다른 동물도 여주인공되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습관상 依然[의연]히 白鳥處女說話[백조처녀설화]란 말을 사용합니다. 또 동양에는 옛부터 羽衣[우의]란 문자가 있고 天上[천상] 仙女[선녀]는 羽衣[우의]를 입고 비행한다는 관념이 있음으로써 동방 나라의 학자 간에는 일변 羽衣傳說[우의전설]이란 말도 통용되고 있읍니다. 이 白鳥處女型[백조처녀형] 說話[설화]의 내용에 대하여는 학자들이 여러 방면으로부터 종종의 解說[해설]을 시험하여 그 중에는 재미있는 학설도 있지요마는, 여기서는 말할 것 아니요, 다만 조선에 행하는 이 套式[투식]의 이야기로 세계에 있는 백조처녀형 설화의 비교연구상 자못 중요한 一[일] 材料[재료]가 되는 것만을 붙여 말씀해 두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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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처녀형 설화란 것은 신화학상으로 말하면 이른바 神婚說話[신혼설화] ── 사람과 초자연적의 異性[이성] ── 사람과 신령과라든지, 사람과 동물과라든지의 사이에 남녀 관계를 맺는 옛날 이야기 중의 하나입니다. 조선의 신화· 전설· 민담의 중에도 이 神婚說話[신혼설화]에 붙이는 것이 적지 않겠읍니다. 조선의 最古[최고] 문헌을 떠들면 첫머리에 나오는 天帝子[천제자] 桓雄[환웅]이 熊女[웅녀]로 더불어 假婚[가혼]하여 단군을 낳는 대문이 이미 그 一例[일례]도 되지요마는, 이것은 이미 신화 이야기를 할 때에 약간 말씀한 바와 같으며, 이 밖에서 비교 연구상 재미있는 一例[일례]를 들춘다 하면, 무엇보다도 〈삼국유사〉(卷二[권이] 後百濟[후백제])에 보인 後百濟[후백제] 시조 甄萱[견훤]의 탄생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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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光州[광주] 北村[북촌]에 사는 長者[장자] 한 사람이 딸 하나를 두니 인물이 絶等[절등]하였다. 하루는 부친더러 하는 말이, 밤마다 붉은 옷 입은 사나이가 와서 같이 자고 간다 하거늘, 부친이 이르기를 「그러면 긴 실을 바늘에 꿰어 두었다가 그 옷에 찌르라」하여, 그대로 하고 이튿날 실 간 곳을 찾아가니, 바늘이 큰 지렁이의 허리에 꽂혀 있었다. 인하여 태기가 있어 아들을 낳으니 이 이가 甄萱[견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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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입니다. 또 이와 같은 이야기가 靑太祖[청태조] 奴兒哈赤[노아합적]의 誕生談[탄생담]으로 함경도 지방에 행하기도 하고, 달리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민간에 유포하거니와, 조선뿐 아니라 외국에도 이러한 이야기가 있고, 가까운 日本[일본]에는 특별히 이 套式[투식]의 이야기가 많고, 더욱 古神道上[고신도상]에 중요한 地位[지위]를 가지는 三輪山[삼륜산] 神[신]의 사적이라 하여서 매우 유명한 神話[신화]의 하나가 되어 있읍니다. 〈古事記[고사기]〉(卷中[권중]), 崇神天皇條[숭신천황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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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田田根子命[대전전근자명]은 후세의 三輪氏[삼륜씨]의 조상이니, 그의 출생한 내력이 이러하다. 陶津耳命[도진이명]의 따님 活玉依姬[활옥의희]가 인물이 絶等[절등]하더니, 大物主神[대물주신]이 少年丈夫[소년장부]가 되어서 이 색시에게로 다니셨다. 이 소년 장부가 낮에는 보이지 않고 밤중에만 몰래 왔다가 가는데, 용모· 풍채가 어찌도 잘났던지 뜻이 서로 감동하여 친밀히 지내는 동안에 어느덧 색시가 아기를 배었다. 그 부모가 괴이하게 여겨서 시집도 아니 가서 아이를 가졌으니 웬 일이냐고 힐문하매, 색시가 대답하기를 「신수 잘난 少年[소년]이 이름도 이르지 않고 어디서 온 것도 말하지 않고 밤마다 와서 자고 가는 동안에 자연 배가 불렀읍니다」고 하였다. 그 부모가 소년의 蹤跡[종적]을 알고자하여 「그렇거든 黃土[황토]를 자리 가장이에 펴고 청올치를 바늘에 꿰어 두었다가 그 소년이 나갈 때에 그 옷깃에다가 꽂아 놓아라」고 가르쳐서 그날 밤에 부모의 이르시는 대로 하고 밤이 샌 뒤에 보매, 청올치 실이 덧문의 열쇠 구멍으로 나가고 겨우 세 둘레만 남았다. 이것을 보고 그 少年[소년]이 열쇠 구멍으로 出入[출입]하는 줄을 알고, 그 실을 따라서 찾아가매 三輪山[삼륜산]에 이르러 大神[대신]의 사당으로 들어갔는지라, 이 때문에 三輪山[삼륜산]의 大物主神[대물주신]님의 다니시던 것임을 알았다. 이 뒤에 活玉依姬[활옥의희]가 奇御名命[기어명명]을 낳고, 그 자손에서 大田田根子命[대전전근자명]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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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日本[일본]에서는 三輪山式 [삼륜산식] 說話[설화]라고 하니 우리 쪽으로부터 말하자면 견훤식 설화라 할 것이겠지요. 무엇이라고 할 것이든지간에, 이러한 투의 이야기도 특히 동양 여러 국민의 사이에 두루 행하고 있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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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민담이 어떻게 세계적 배경을 가지고 인류 공통의 呼吸中[호흡중]에 있는 사실을 말하려 하면 얼마든지 재미있는 例證[예증]을 들출 수 있지마는 이번에는 이 이상의 시간을 가지지 못하였읍니다. 通俗講座[통속강좌]의 성질상 아무쪼록 구체적 사실을 들어 말씀하기를 주로 하여 그 이론적 방면, 그 법칙적 관계를 말씀하지 아니함을 혹 섭섭히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내 이번의 말씀은 조선과 세계와의 문화 교섭이 어떻게 오랜 옛날부터, 또 남 모르는 중에 깊고 큰 것이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함에 있어서 民譚[민담]·童話[동화] 이야기란 것이 어떻게 的確[적확]한 증명 재료됨을 이야기하려 한 것입니다. 이번에는 생각하는 바가 있어 세계 설화의 총본원이라 하고, 사실에 있어서도 조선 설화의 모태가 되는 인도 관계의 것을 일부러 빼고, 또 短話[단화] ── 토막 이야기, 笑話[소화] ── 우스개 이야기에 관한 재미있는 연락 사실을 하나도 이야기 못합니다마는, 이상에 얼마 말씀한 것만 하여도 이야기를 통하여 조선과 세계가 어떻게 넌지시 긴밀한 교섭을 가진 것, 이야기라는 재산에서 세계와 조선과의 사이에 네것 내것할 것이 없는 것, 세계가 조선 속에 있고 조선이 세계 안에 있는 정당한 문화 의식을 붙잡을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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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九三八年[일구삼팔년] 七月[칠월] 一日[일일]∼七月[칠월] 二一日[이일일] 每日申報[매일신보]〉
【원문】조선민담(朝鮮民譚)의 세계적(世界的) 배경(背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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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남선(崔南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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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8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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