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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母)된 감상기(感想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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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1
나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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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된 感想記[감상기]
 
 
 

1.

 
3
이러한 深夜[심야] 악가처럼 萬事[만사]를 잇고 因[곤]한 春夢[춘몽]에 잠겻슬  突然[돌연]히 엽흐로서 잠잠한 밤을 트리는 어린아이의 우룸 소리가 별악가티 난다. 이에 나의 靈魂[영혼]은 밧헤서 同侔[동모]들과 임업시 웃어가며 「平和[평화]」의 노래를 부르다가 慘酷[참혹]히 겨낫다. 나는 벌서 萬[만] 一個[일개] 年間[년간]을 두고 하로도 걸느지 안코 每日[매일] 밤에 이러한 困境[곤경]을 當[당]하야 옴으로 이러케 「으아」하는 첫소리가 들니자 「아이구, 」하는 말이 不知不覺中[부지불각중] 나오며 이마ㅅ 살이 푸려졋다. 나는 어서 速[속]히 免[면]하랴고 新式[신식] 차려 定[정]하는 規則[규칙]도 집어치우고 젓을 대주엇다. 幼兒[유아]는 몃 목음  넘기다가 젓지를 스르르 노코 쌕쌕하며 깁히 잠이 들엇다. 나는 비롯오 시원해서 도라누나 나의 잠은 벌서 西天西域國[서천서역국]으로 速去千里[속거천리]하얏다. 그리하야 다만 房[방] 한가운데애 늘어저 환히 켜 잇는 電燈[전등]을 向[향]하야 눈방울을 자조 굴닐 다름, 過去[과거]의 學窓時代[학창시대]로부터 現在[현재]의 家庭生活[가정생활],  未來[미래]는 어찌 될가! 이러케 人生[인생]에 對[대]한 큰 疑問[의문], 그거에 對[대]한 나의 無識[무식]한 對答[대답], 苦[고]로부터 始作[시작]하얏스나 畢竟[필경]은 滋味[자미]롭게 밤을 새우는 것이 病的[병적]으로 習慣性[습관성]이 되다십히 하얏다.
 
4
正直[정직]히 自白[자백]하면 내가 前[전]에 생각하든 바와 只今[지금][당]하는 事實中[사실중]에 矛盾[모순]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나 어느 틈에 내가 妻[처]가 되고 母[모]가 되엇나? 생각하면 確實[확실]히  속 일이다. 내가 로 말하는 「空想[공상]도 분수가 잇지!」하는 簡單[간단]한 驚嘆語[경탄어]가 滿二[만이] 個年間[개년간] 社會[사회]에 對[대]한 家庭[가정]에 對[대]한 多少[다소]의 쓴맛 단맛을 맛본 남어지의ㅅ 말이다. 實[실]로 나는 재릿재릿하고 부르를 이며 달고 熱[열]나는 所謂[소위] 사랑의 은 고 잇섯슬지언정 그 生活[생활]에 秘藏[비장]된 반찬 걱정, 옷 걱정, 쌀 걱정, 나무 걱정, 더럽고 게을느고 속이기 조하는 下人[하인]과 싸움으로부터 接客[접객]에 對[대]한 凡節[범절], 親戚[친척]에 對[대]한 義理[의리], 一言一動[일언일동]이 모다 남을 爲[위]하야 살아야 할 所謂[소위] 家庭[가정]이란 것이 잇는 줄 뉘 알앗겟스며 더구나 어대일 새 업시 적셔 내놋는 기저귀며 晝夜[주야] 不問[불문]하고 單調[단조]롭은 목소리로 우는 所謂[소위] 子息[자식]이라는 것이 생기어 내 몸이 衰弱[쇠약]해지고 내 精神[정신]이 昏迷[혼미]하야져서 「내 平生[평생] 所願[소원]은 잠이나 실컷 자 보앗스면」하게 될 줄이야 뉘라서 想像[상상]이나 하얏스랴. 그러나 不平[불평]을 말하고 십흔 것보다 人生[인생]에 對[대]하야 疑問[의문]이 자라가며, 後悔[후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남보다 더 한가지 맛을 봄을 幸福[행복]으로 안다. 그리하야 내 압헤는 將次[장차] 더한 苦痛[고통], 더한 希望[희망], 더한 落膽[낙담]이 잇기를 바라며 그것에 지지 안을 만한 修養[수양]과 努力[노력]을 일삼아 가랴는 同時[동시]에 晶月[정월]의 代名詞[대명사]인 『羅悅[나열]의 母[모]』는 「母[모] 될 때」로 「母[모] 되기」지의 잇는 듯 업는 듯한 異常[이상]한 心理[심리][중]에서 「잇섯든 것을」 차자 여 ― 러 新式[신식][모]님들 「그러치 안습데가 아니 그랫섯지요」라고 뭇고 십다.
 
5
再昨年[재작년][즉] 一千九百二十年[일천구백이십년] 九月[구월] 中旬[중순][경]이엇다. 그 나는 京城[경성] 人寺洞[인사동] 自宅[자택] 二層[이층]에 臥席[와석]하야 來客[내객]을 謝絶[사절]하얏섯다. 나는 元來[원래] 平時[평시]부터 呼吸不順[호흡불순]과 消化不良病[소화불량병]이 잇슴으로 別[별]로 걱정할 것도 업섯스나, 異常[이상]스럽게 嘔吐症[구토증]이 生[생]기고 觸感[촉감]이 銳敏[예민]해지며 食慾[식욕]이 不進[부진]할  아니라 실코 조흔 食物[식물] 選擇[선택] 區別[구별]이 넘우 精確[정확]해젓다. 그래서 언젠지 철업시 고만 불숙 症勢[증세]를 말햇더니 엽헤 잇든 經驗[경험] 잇는 夫人[부인]이 그것은 「胎氣[태기]요」 하는 말에 나는  놀나 내논 말을 다시 주어 드리고 십헛다. 그러나 내가 果然[과연] 붓그러워서 그랫든 것도 아니오 몰랏든 것을 그 비롯오 알게 된 것도 아니엇섯다. 그러나 일로부터 나는 먹을 수 업는 밥도 먹고 할 수 업는 일도 하야 참을 수 잇는 대로 참아가며 그 後[후]로는 「그 말」은 一切[일절] 입 밧게도 내지 안코 어찌하면 그네들로 疑心[의심]을 풀게 할가 하는 것이 唯一[유일]의 心慮[심려]이엇다. 그러나 症勢[증세]는 漸漸[점점][심]하야저서 인제는 참을 수도 업스려니와 참고 말 아니 하는 것으로마는 도저히 그녜들의 입을 트러막을 방패가 되지 못하얏다. 그러나 그래도 실타. 한 사람 더 알아질스록 정말 실타. 마치 내 마음으로 「그런 듯」하게 夢想[몽상]하는 것을 그녜들 입으로 「그러케」 具體化[구체화]하랴고 하는 듯 십헛다. 어쩌면 그다지도 몹시 미웁고 실코 怨罔[원망]스러웟섯든지! 그리하야 이것이 或是[혹시]  속 일이나 되엇스면! 언제나 速[속]히 이 이 반 어 「도모지 그런 일 업다」 하야질구? 아니 그럴 가  잇겟지 하며 바랄 아니라 밋고 십헛다. 그러나 未久[미구]에 밋든바 이 족음式[식] 어저왓다. 「도모지 그럴 리 업다」고 고집을 세울 勇氣[용기]는 업스면서도 아즉지도 兒孩[아해]다, 胎氣[태기]다, 姙娠[임신]이다, 라고  집어내기는 실엇다. 그런 中[중]에 배ㅅ 속에서는 어느덧 무엇이 움즈러거리기 始作[시작]하는 것을 다른 나는 몸이 읏슥해지고 가슴에서 무엇인지 어지는 소리가 宛然[완연]히 탕 하는 것 가티 들이엇다.
 
6
나는 무슨 닥인지 몰랏다. 모든 사람의 말은 나를 咀呪[저주]하는 것 갓고 바람에 날려 들니우는 웃음소리는 나를 비웃는 것 가타얏다. 탕탕 부딋고 엉엉 울고도 십헛고 내 살을 집어 어 줄줄 흐르는 간 피를 렷렷 보고도 십헛다. 아아, 깃기컨양 愁心[수심]에 싸힐 이오 우숩기커녕 부적부적 가슴을 태일 이엇다. 責任[책임][면]하랴고 시집가라 强勸[강권]하든 兄弟[형제]들의 所爲[소위]가 괘씸하고 甘言利說[감언이설]로 「너 아니면 죽겟다」 하야 結局[결국] 제 性慾[성욕]을 滿足[만족]케 하든 남편은 원망스럽고 한 사람이라도 어서 速[속]히 生活[생활]이 安定[안정]되기를 希望[희망]하든 親舊[친구]님네, 「내 몸 보니, 속 시원하겟소」하며 듸리대고 십흐니만치 惡[악]만 낫다. 그 에 나의 鈍[둔]한 腦[뇌]로 어 能[능]히 將次[장차] 닥쳐오는 苦痛[고통]과 束縛[속박]을 推測[추측]하얏슬가. 나는 다만 여러 夫人[부인]들게 이러한 말을 자조 들어왓슬 이엇다. 「女子[여자]가 工夫[공부]는 해서 무엇하겟소. 시집가서 아이 하나만 나면 볼 일 다 보앗지!」하는 말을 할 마다 나는 언제든지 코웃음으로 對答[대답]할 이오 드를 만한 말도 되지 못할  아니라 그럴 理[리] 萬無[만무]하다는 信念[신념]이 잇섯다. 이것은 空想[공상]이 아니라 歐米[구미] 各國[각국] 婦人[부인]들의 活動[활동]을 보던지,  第一[제일] 가운 日本[일본]에도 與謝野[여사야] 晶子[정자]는 十餘[십여][인]의 母[모]로서 每朔[매삭] 論文[논문]과 詩歌[시가] 創作[창작]으로부터 그의 讀書[독서]하는 것을 보면 確實[확실]히 「아니하랴니 그러치? 다 가튼 사람 다 가튼 女子[여자]로 何必[하필] 그 사람에게만 이런 能力[능력]이 잇스랴」 십흔 마음이 잇서 아모리 생각해 보아도 내가 잘 생각한 것 가탓다. 그리하야 그런 말을 하는 夫人[부인]들이 만흘수록 나는 더욱 絶對[절대]로 否認[부인]하고 結局[결국] 나는 그네들 以上[이상]의 能力[능력]이 잇는 者[자]로 自處[자처]하면서도 언제든지 림직한 宿題[숙제]가 내 腦[뇌] 속에 橫行[횡행]햇섯다. 그러나 그 夫人[부인]들은 異口同言[이구동언]으로, 네 생각은 結局[결국] 空想[공상]이다. 오냐 當[당]해 보아라. 너도 別[별] 수 업지 하며 나의 意見[의견]을 否認[부인]하얏다. 果然[과연] 年前[년전]지 나와 가티 안저서 夫人[부인]네들을 非難[비난]하며 「나는 그러케 아니 살 터이야」 하든 高等敎育[고등교육] 밧은 新女子[신여자]들을 보아도 別[별]다른 것 보이지 아닐 이라. 舊式[구식] 夫人[부인]들과 가튼 살림으로 一年[일년] 二年[이년] 例事[예사]로 보내고 잇다는 것을 보면 아모리 前[전]에 말하든 舊式[구식] 夫人[부인]들은 信用[신용]할 수 업드라도 이 新夫人[신부인]의 家庭[가정]마는 信用[신용]하고 십헛섯다. 그것은 決[결]코 改善[개선]할 만한 能力[능력]과 知識[지식]과 勇氣[용기]가 업지안타 그러면 누구든지 시집가고 아이 나면 그러케 되는 것인가 되지 안코는 아니 되나?
 
7
그러면 나는 그 苦惱[고뇌]에 지는 初步[초보]에 서 잇다. 마치 눈 고 물에 지는 格[격]이엇다. 實[실]로 압히 캄캄하야 올 에 하염업시 눈물이 흘넛다. 그리하야 世上[세상] 일을 잇고 단잠에 잠겻슬 라도 누가 겻헤서 바눌 으로 르는 것가티 별안間[간]  놀나 어젓다. 이러한 는 體溫[체온]이 차젓다 더워젓다 말넛다 이 흘넛다 하야 조바심이 나서 마치 저울에 物件[물건]을 달  접시에 담긴 것이 쑥 내려지고 錘[추]가 훨신 올느는 것가티 내 몸은 붓 空中[공중]으로 오르고 머리는 千斤萬斤[천근만근]으로 묵업어 축 처저버렷다.
 
8
넘우나 억울하얏다. 自然[자연]이 狂風[광풍]을 보내사 겨우 방긋한 봉우리를 慘酷[참혹]히 거버린다 하면 다시 뉘게 哀訴[애소]할 곳이 잇스리오마는 그래도 설마 「自然[자연]」만은 그럴 理[리] 업슬 듯하야! 哀願[애원]하고 십헛다. 「이러케 억울하고 원통한 일도  잇게느냐?」고.
 
9
나는 헐 일이 만핫다. 아니  해야만 할 일이 不知其數[부지기수]이다. 게다가 내 눈이 겨우 좀 우랴고 하는 이엇다. 藝術[예술]이 무엇이며 어한 것이 人生[인생]인지 朝鮮[조선]사람은 어케 해야 하겟고 朝鮮[조선] 女子[여자]는 이리해야만 하겟다는 것을, 이 모든 일이 決[결]코 他人[타인]에게 미룰 거시 아니다 내가  해야 할 일이엇다.
 
 
10
(『東明[동명]』, 1923. 1. 1)
 
 

 
 

2.

 
12
그것은 義務[의무]나 責任[책임] 問題[문제]가 아니라 사람으로 생겨난 本意[본의]라고지 나는 겨우 좀 알아왓다. 同時[동시]에 내 過去[과거] 二十餘[이십여][년] 生涯[생애]는 모든 것이 虛僞[허위]요 懶怠[나태]요 無識[무식]이요 不自由[부자유]요 虛榮[허영]의 行動[행동]이엇섯다고 생각햇다. 나는 果然[과연] 所謂[소위] 專門學校[전문학교]지 卒業[졸업]하얏다 하나 남이 알가 보아 겁나도록 事實[사실] 虛送歲月[허송세월]의 學窓時節[학창시절]이엇고 結局[결국] 有名無實[유명무실]의 沒常識[몰상식]한 데서 免[면]할 수 업는 몸이 되엇다. 人生[인생]을 悲觀[비관]하며 朝鮮[조선]사람을 咀呪[저주]하고 朝鮮[조선] 女子[여자]에게 失望[실망]하얏섯다. 쓸대업시 不自由[부자유]의 不平[불평]을 主唱[주창]하엿스며 오늘 할 일을 明日[명일]로 미루어 버리는 일이 만핫섯다. 나는 내게서 이런 모든 缺點[결점]을 차저낼  족음도 有望[유망]한 아모 長點[장점]이 보이지 안핫다. 그러나 내게는 唯一無二[유일무이]한 사랑의 힘이 엽헤 잇섯고  아즉 二十餘[이십여][세] 少女[소녀]로 前道[전도]의 遼遠[요원]한 歲月[세월]과 時間[시간]이 내 마음것 살아가기에 넘우나 넉넉하얏섯다. 이와 가티 내게서 넘칠 만한 希望[희망]이 생겻다. 터지지 안흘 듯한 한 緊張力[긴장력]이 發[발]햇다. 全人類[전인류]에게 愛着心[애착심]이 생기고 同胞[동포]에 對[대]한 義務心[의무심]이 나며 同類[동류]에 對[대]한 責任[책임]이 생겻다. 이와 가티 作品[작품]을 낸 적이 업섯고 이와 가티 讀書[독서]를 한 일이 은 生涯[생애]이나마 過去[과거]에 한 번도 업섯다. 나는 이 마음이 더 堅固[견고]는 하여질지언정 弱[약]해질 理[리]는 萬無[만무]하고 내 希望[희망]이 새로워질지언정 固定[고정]될 理[리] 萬無[만무]하리라  信仰[신앙]하고 잇섯다. 卽[즉] 내가 갈 길은 只今[지금]이 出發點[출발점]이라고 하얏다. 더구나 내게는 이러한 버리지 못할 空想[공상]이 잇서서 나를 만히 도아 주엇다. 내가 不幸[불행][중] 多幸[다행]으로 半年[반년] 監獄生活[감옥생활][중]에 더할 수 업는 拘束[구속]과 保護[보호]와 懲役[징역]과 刑罰[형벌]을 當[당]해가면서라도 옷자락을 더 손톱으로 片紙[편지]를 써서 運動時間[운동시간]에 내어 던지든 가진 奇妙[기묘]한 일이 만핫든 족으마한 經驗上[경험상]으로 보아 「사람이 하랴고 하는 마음만 잇스면 別[별] 힘이 생기고 못할 일이 없다고」 이것만은  맛보아어든 생각으로 이즐 수 업시 내 生活[생활] 全體[전체]를 支配[지배]하고 잇섯다. 내 獨身生活[독신생활]의 內容[내용]이 突變[돌변]함도 이 닭이 엇섯다.(只今[지금]지는 아즉 그 마음이 잇지만) 그와 가티 나는 希望[희망]과 勇氣[용기] 가운대서 펄펄 며 살아갈 이엇다.
 
13
여러분은 인제는 나를 公平正大[공평정대]히 審判[심판]하실 수 잇겟다. 참 正[정]말 억울햇다. 이 모든 希望[희망]이 업서지는 것이 怨痛[원통]하얏다. 이에 마음 는 世俗[세속] 自殺[자살]의 意味[의미]보다 以上[이상]의 齷齪[악착]하고 怨恨[원한]의 自殺[자살]을 決心[결심]하얏섯다. 어케 저를 죽이면 죽는 제 마음지 시원할가 하얏다.
 
14
[생]의 因緣[인연]이란 참 異常[이상]스러운 것이다. 나는 이 中[중]에서 다시 살어갈 되지 못한 希望[희망]이 낫다. 「설마 내 배ㅅ 속에 兒孩[아해]가 잇스랴. 只今[지금] 는 것은 心臟[심장]이 는 것이다. 나는 족음도 前[전]과 變[변]함업시 넉넉한 時間[시간]에 拘束[구속]업시 돌아다니며 寫生[사생]도 할 수 잇고 冊[책]도 볼 수 잇다」고 생각할 際[제] 나는 不滿[불만]하나마 光明[광명]이 족음 보엿다. 그러나 이와 가티 沈着[침착]하게 整理[정리]되엇든 내 속에서 어느듯 모든 것이 하나式[식] 둘式[식] 날아가 버리고 내 속은 마치 古木[고목]의 속 비이고 살아잇는 듯 나는 텅 비어 空中[공중]에  잇고 나의 生命[생명]은 다만 血液循環[혈액순환]에다가 제 목숨을 맛겨 버렷섯다.
 
15
只今[지금] 생각건대 하느님서는  나 하나만은 살려 보시랴고 퍽 苦生[고생]을 하신 것 갓다. 그리하야 내게는 前生[전생]에셔부터 너는 後生[후생]에 나가 그러케 살지 말라는 무슨 宿命[숙명]의 賞給[상급]을 바다가지고 나온 貌樣[모양] 갓다. 웨 그러냐 하면 나는 그 中[중]에서도 무슨 冊[책]을 보앗섯다. 그러나 어느날 深夜[심야]에 冊[책]을 읽다가  놀라서 엽헤 困[곤]히 자든 男便[남편]을 어 姙娠[임신] 以來[이래]의 내 心理[심리]를 말하고 나를 二朔間[이삭간]만 東京[동경]에 다시 보내주지 안흐면 나는 다시 살아날 方策[방책]이 업다고 한즉 고마운 그는 내게 快諾[쾌락]하야 주엇다. 快諾[쾌락]을 밧는 瞬間[순간]에 「저와 가티 고마운 사람과 아모록 잘 살아야지」라는 내게는 預想[예상]치 못햇든 二重[이중] 깃븜이 생겻다.
 
16
나는 異常[이상]스럽게도 夢想[몽상]의 世界[세계]에서 實際[실제]의 世界[세계]로 청 넘어  것 가탓다. 아니, 어젓섯다. 이 두 世界[세계]의 境界線[경계선]을 正確[정확]이 갈라 밟은 는 내가 會堂[회당]에서 牧師[목사] 압헤 서서 異性[이성]에 對[대]하야 共同[공동] 生涯[생애]를 言約[언약]할 보다 오히려 이 이엇섯다. 나는 비롯오 時間[시간] 經濟[경제]의 打算[타산]이 생겻다. 다른 것은 다 預想[예상]치 못하드라도 兒孩[아해]가 나면 적어도 제 時間[시간]의 半[반]은 그 兒孩[아해]에게 바치게 될 것이야 推測[추측]할 수 잇섯다. 그리하야 一分[일분]이라도 내게 足[족]할 에 前[전]에 虛送[허송]한 것을 족음이라도 補充[보충]할가 하는 動機[동기]이엇다. 그럼으로 내 東京行[동경행]은 比較的[비교적] 沈着[침착]하얏고 緊張[긴장]하야 一分一刻[일분일각]을 앗기어 專門[전문] 方面[방면]애 專心致志[전심치지]하얏섯다. 過去[과거][사], 五年[오년][간]의 留學[유학]은 全[전]혀 헛것이오 내가 東京[동경]에 가서 工夫[공부]를 하얏다고 말하랴면 오즉 이 二朔間[이삭간] 이엇다. 내게는 只今[지금]도 그의 印象[인상]밧게 남은 것이 업다. 그러나 나는 同窓生[동창생][중]에 未婚者[미혼자]를 보면 부러웟섯고 더구나 活氣[활기]잇고 健康[건강]한 그들의 顔色[안색], 그들의 體格[체격]을 볼  미웁고 심사가 낫다. 이러케 愁心[수심]에 싸힌 남 모르는 슯흠 中[중]에 어느 同侔[동모]는 아즉 내가 出嫁[출가]하지 안흔 줄 알고 「羅[라]さんも 戀人[연인]が 居[거]るでしょね」(라상도 애인이 있어야겠지요)하고 놀리었다. 나는 어물어물 「い — え」(아니요)하고 對答[대답]을 하면서 속으로 「나는 벌서 戀愛[연애]의 出發點[출발점]에서 子息[자식]의 標地[표지]에 到達[도달]한 者[자]다」라고 하얏다. 어지 저 處女[처녀]들과 坐席[좌석]을 가티 할 資格[자격]지 일흔 몸 갓기도 하얏다. 그들의 天眞爛漫[천진난만]한 것이 어 부럽고 탐이 나든지 무슨 物件[물건] 가트면 어한 刑罰[형벌]을 當[당]하든지 盜賊[도적]질을 할지 몰랏슬 것이다. 나는 이와 가티 내가 處女[처녀]ㅅ 에 旣婚[기혼]한 婦人[부인]을 실혀하고 미워하든 感情[감정]을 돌이어 내 自身[자신]이 밧게 되엇다. 그러나 그럭저럭 나는 벌서 姙娠[임신] 六個月[육개월]이 되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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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입으로는 사람이 무엇이든지 아니하려니. 그러치 안 될 것이 업다…… 고 하면서 兒孩[아해] 하나 생긴다고 무슨 그다지 걱정될 것이 잇나. 몃 子息[자식]이 주렁주렁 매어달릴스록 그 中[중]에서 남 못하는 일을 하는 것이 自己[자기] 말의 本意[본의]가 아닌가? 그러나 먼저 나는 어한 世界[세계]에서 살앗섯다는 것을 좀더 말할 必要[필요]가 잇다.
 
18
나는 實[실]로 空想[공상]과 理想[이상] 世界[세계]에 살아온 者[자]이엇다. 함으로 實世界[실세계]와는 마치 東西洋[동서양]이 懸殊[현수]한 것과 가티 아니 그보다도 더 멀고 멀어서 나와 가튼 者[자]는 到底[도저]히 거긔 지 가볼 것 갓지도 못하얏다. 그러나 남들 보기에는 내가 벌서 結婚[결혼] 世界[세계]로 들어설 가 곳 實際[실제] 世界[세계]의 半路[반로]지 온 것이엇다. 그러나 내 心理[심리]도 그러치 안핫고  結婚生活[결혼생활]의 內容[내용]도 亦是[역시][전]혀 空想[공상]과 理想[이상] 속에서 살아왓다. 元來[원래] 내가 남의 妻[처] 되기 前[전]에는 그 事實[사실]을 퍽도 무섭고 어렵게 생각하얏다. 그리하야 나가튼 者[자]는 도모지 사람의 妻[처]가 되어 볼 가 生前[생전] 잇슬 것 갓지 아니 하엿다. 그러든 것이 自覺[자각]이나 自願[자원]보다 偶然[우연]한 機會[기회]로 他人[타인]의 妻[처]가 되고 보니 結婚生活[결혼생활]이란 넘우나 쉬운 일가타엿다. 結婚生活[결혼생활]을 실혀하든 第一[제일]의 條件[조건]이든 空想世界[공상세계]에서 나기 실튼 것도 웬일인지 結婚[결혼]한 후는 그 世界[세계]의 範圍[범위]가 더 넓고 커질 이엇다. 그럼으로 獨身生活[독신생활]을 主唱[주창]하는 것이 넘우 쉽고도 어리석어 보엿다.  結婚生活[결혼생활]을 廻避[회피]하든 第二條[제이조]로 「拘束[구속]을 바들 터이니」 하든 것이 무슨 닭인지 별안간에 心神[심신]이 매우 沈着[침착]해지어 왼世界[세계] 萬物[만물]이 내 압헤서는 모다 屈服[굴복]을 하는 것 갓고 족음도 拘束[구속]될 것이 업섯다. 이는 내가 結婚生活[결혼생활][후] 三朔[삼삭][간]에 京城[경성] 市街[시가]를 一週[일주]한 것이며 兼[겸]하야 學校[학교]에 每日[매일] 出勤[출근]하얏고  熱[열]나고 情[정] 잇는 作品[작품]이 數十[수십][개] 된 것으로 充分[충분]히 証據[증거]를 삼을 수 잇다. 그러케 된 그 事實[사실]이 卽[즉] 實世界[실세계]이라 할는지 모르겟스나 나는 到底[도저]히 空想[공상]과 理想[이상] 世界[세계]를 나고서는 이러한 精力[정력]이 繼續[계속]될 수 업슬 줄 알며 이러한 神秘的[신비적] 生活[생활]을 할 수 업섯스리라고 確信[확신]하는 바이다. 그러나 여긔지 이르러서도 母[모]될 생각은 에도 업섯다. 或[혹] 생각해본 일이 잇섯다 하면 婦人[부인] 雜誌[잡지] 가튼 것을 보고 난 뒤에 暫間[잠간] 가티 그리어 보앗슬 이엇다. 그리하야 妻[처]가 되어볼 을  에는 하나에서 둘 둘에서 셋 그러케 힘들지 안케 요리조리 配置[배치]해 볼 수 잇섯스나 母[모]될 을  에는 하나가 나서고 한참 잇다 둘이 나서며 그 다음 셋부터는 決[결]코 나서지 안흐리라. 그리되면 더 생각해 볼 것도 아니하고 오르든 생각은 싹싹 지어버렷다. 그러나 다른 것으로 이러케 답답하고 알 수 업슬 에 내가 悲觀[비관]하야 몸부림하든 것에 比[비]하면 넘우 泰然[태연]하얏고 넘우 樂觀的[낙관적]이엇다. 이와 같이 나로부터 「母[모]」의 世界[세계]지는 數字[수자]로 計算[계산]할 수 업슬 만한 멀고 먼 世界[세계]이엇섯다. 實[실]로 나는 내 眼前[안전]의 無窮無盡[무궁무진]한 事物[사물]에 對[대]하야 배울 것이 하도 만코 알 것이 넘우 만핫다. 그리하야 그 멀고 먼  世界[세계]의 일을 只今[지금]부터 집어내는 것이 넘우 부럽고 廉恥[염치]업슬  아니라 不必要[불필요]로 알앗다. 그럼으로 행여 그런 쓸대업는 것이 나와 내 腦[뇌]에 害[해]롭게 할가하야 족음 눈치가 보이는 듯만 하야도 어서 速[속]히 집어치엇다. 그러면 내가 主張[주장]하는 그 말은 虛僞[허위]가 아니냐고 非難[비난]할 수 잇슬는지 모르겠다. 果然[과연] 矛盾[모순]된 일이엇다. 그러나 생각하야 보면 當然[당연]한 일이 아닐가도 십다. 卽[즉] 知識[지식]이나 想像[상상] 가지고서는 알아내일 수 업든 事實[사실]이 잇다. 다시 말하면 이것이 愛[애]의 必然[필연]이오 不任意[불임의][혹] 偶然[우연]의 結果[결과]로 치더라도 우리 夫婦[부부][간]에는 子息[자식]에 對[대]한 慾望[욕망], 父母[부모] 되고저 하는 慾[욕]이 업섯다. (未完[미완])
 
 
19
(『東明[동명]』, 1923. 1. 7)
 
 

 
 

3.

 
21
나는 分娩期[분만기]가 닥쳐올스록 이러한 생각이 낫다. 「내가 사람의 『母[모]』가 될 資格[자격]이 잇슬가? 그러나 잇기에 子息[자식]이 생기는 것이지」 하며 아모리 이리저리 잇슬 듯한 것을 어보니 生理上[생리상] 構造[구조]의 資格[자격][외]에는 謙辭[겸사]가 아니라 精神上[정신상]으로는 아모 자격이 업다고 하는 수밧게 업섯다. 性品[성품]이 躁急[조급]하야 족음족음式[식] 자라가는 것을 기다릴 수 업슬 듯도 십고 過敏[과민]한 神經[신경]이 늘 孤獨[고독]한 것을 찾기 문에 無時[무시]로  우는 소리를 참을 만한 忍耐性[인내성]이 잇슬 것 갓지 안핫다. 더구나 無知沒覺[무지몰각]하니 무엇으로 그 兒孩[아해]에게 숨어 잇는 天分[천분]과 才能[재능]을 틀림업시 열어 引導[인도]할 수 잇스며,  萬一[만일] 먹여 주는 男便[남편]에게 不幸[불행]이 잇다 하면 나와 그의 두 몸의 生命[생명]을 어 保存[보존]할 수 잇슬가. 그러고 나의 그림은 漸漸[점점] 不充實[불충실]해지고 讀書[독서]는 時間[시간]을 엇지 못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나는 내 自身[자신]을 敎養[교양]하야 사람답고 女性[여성]답게, 그리고 個性的[개성적]으로 살만한 內容[내용]을 準備[준비]하려면 썩 沈着[침착]한 思索[사색]과 工夫[공부]와 實行[실행]을 爲[위]한 許多[허다]한 時間[시간]이 必要[필요]하얏섯다. 그러나 子息[자식]이 생기고 보면 그러한 餘裕[여유]는 到底[도저]히 잇슬 것 갓지도 안하니 아모리 생각하야도 내게는 군일 가탓고 내 個人的[개인적] 發展上[발전상]에는 큰 妨害物[방해물]이 생긴 것 가타얏다. 理解[이해]와 自由[자유]의 幸福[행복]된 生活[생활]을 두 사람 사이에 하게 되고 다시 어들 수 업는 사랑의 創造[창조]요 具體化[구체화]요 解答[해답]인 줄 알면서도 마음에서 솟아오르는 幸福[행복]과 歡樂[환락]을 늣길 수 업는 것이 어나 슯헛는지 몰랏다.
 
22
나는 資格[자격] 업는 母[모] 노릇하기에는 넘우 良心[양심]이 許諾[허락]지 아니 하얏다. 마치 子息[자식]에게 罪惡[죄악]을 짓는 것 가타얏섯다. 그리고 人類[인류]에게 對[대]하야 面目[면목]이 업섯다. 그러케 생각다 못하야 畢竟[필경] 墮胎[타태]라고 하여 버리겟다고 생각하여 보앗다. 法律上[법률상] 道德上[도덕상]으로 나를 罪人[죄인]이라 하야 刑罰[형벌]하면 바들지라도 족음도 뉘우칠 것이 업을 듯 십헛다. 그러나 이것은 實際[실제]로 當[당]하얏슬 였을 때 瞬間的[순간적]으로 일어나는 醜惡感[추악감]에 不過[불과]하얏고 二個[이개]의 人格[인격]이 結合[결합]하얏고 사랑이 融化[융화]한 自他[자타]의 存在[존재]를 忘却[망각]할 만치 靈肉[영육]이 絶對[절대]의 苦境[고경][전]에 立[입]하얏슬  能[능]히 推測[추측]할 수 업는 妄想[망상]에 不過[불과]하얏섯다고 나는 精神[정신]을 收拾[수습]하는 同時[동시]에 달앗다. 이는 다만 내 自身[자신]을 侮蔑[모멸]하고 兩人[양인]에게 侮辱[모욕]을 줄 인 것을 眞實[진실]로 알고 痛哭[통곡]하얏다. 좀더 解剖的[해부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恒常[항상] 個人[개인]으로 살아가는 婦人[부인]도, 重大[중대]한 使命[사명]이 잇는 同時[동시]에 種族[종족]으로 사는 婦人[부인]의 能力[능력]도 偉大[위대]하다는 理智[이지]와 理想[이상]를 가젓섯스며 그리하야 性的[성적] 方面[방면]으로 먼저 婦人[부인]을 解放[해방]함으로 말미암아 婦人[부인]의 個性[개성]이 充分[충분]히 發現[발현]될 수 잇고  그것은 『眞[진]』이라고 말하든 것과는 넘우 矛盾[모순]이 크고 衝突[충돌]이 甚[심]하얏다.
 
23
내게 족음 自尊心[자존심]이 생기자 不安恐縮[불안공축]의 마음이 불일 듯 솟아올라 왓다. 同時[동시]에 絶對[절대]로 要求[요구]하는 條件[조건]이 생겻다. 已往[이왕] 子息[자식]을 날 지경이면 普通[보통]이나 或[혹] 普通[보통] 以下[이하]의 것을 나코는 십지 안핫다. 普通[보통] 以上[이상]의 美顔[미안]에 魔力[마력]을 가진 表情[표정]이며 어들 수 업는 天才[천재]이며 特出[특출]한 個性[개성]으로 猛進[맹진]할만한 勇敢[용감]을 가진 素質[소질]이 具備[구비]한 者[자]를 나코 십헛다. 그러면 아들이냐? 이냐? 무엇이든지 相關[상관]업다. 그러나 男子[남자]는 제 所謂[소위] 完成者[완성자]가 만타 하니 을 한아 나서 내가 못 해본 것을 한 시켜보고 십헛섯다. 한 여자라도 完成者[완성자]를 맨들어보고 십헛다. 그러하면 萬一[만일] 이 나오려거든 좀더 具備[구비]하야 가지고 나오너라고 心祝[심축]하얏다. 그러나 落心[낙심]일다, 失望[실망]일다 내 배ㅅ 속에 잇는 것은 普通[보통]은 姑捨[고사]하고 不具者[불구자]이다, 病身[병신]일다. 배ㅅ 속에서 노는 것은 지랄을 하는 것이오 나흐면 미친 짓하고 돌아다닐 것이 眼前[안전]에 암암하다. 이것은 全[전]혀 내 罪[죄]이다. 抱胎[포태][중]에는 웃고 깃버하여야 한다는데 恒常[항상] 울고 슯허햇스며 安心[안심]하고 熟眠[숙면]하여야 조타는데 不絶[불절]히 煩悶[번민][중]에서 不眠症[불면증]으로 지냇고, 滋養品[자양품]을 만히 먹어야 한다는데 食慾[식욕]이 不進[부진]하얏섯다. 그러케 가진 못된 胎敎[태교]만 모조리 햇스니 어 敢[감]히 完全[완전]한 兒孩[아해]가 나오기를 바랄 수 잇섯스리오. 눈이 빗두로 박혓든지 입이 세로 저젓든지 허리가 을어젓든지 그러한 惡魔[악마] 가튼 것이 나와서 「이것이 네 罪[죄]갑시다」라고 할 것 십헛다. 몸솔음이  치고 四肢[사지]가 벌벌 렸다. 이러한 생각이 깁허 갈스록 精神[정신]이 앗득하고 눈압히 캄캄하야 왓다. 아아, 내 몸은 사시나무  듯 렸다.
 
24
그러나 歲月[세월]은 速[속]하기도 하다. 한번도 眞心[진심]으로 希望[희망]과 깃븜을 늣겨 보지 못한 동안에 어느듯 滿朔[만삭]이 當到[당도]하얏다. 참 千萬[천만] 意外[의외]에 奇異[기이]한 일이 잇섯다. 이 事實[사실]만은  正[정]말로 알아주기를 바란다. 그 이듬해 四月[사월] 初旬頃[초순경]이엇다. 男便[남편]은 外出[외출]하야 업고 二間[이간][방] 中間壁[중간벽]에 느러저 잇는 電燈[전등]이 前[전]에 업시 밝게 비추인 왼 世上[세상]이 잠든 듯한 고요한 밤 十二時[십이시][경]이엇다. 나는 分娩[분만][후] 嬰兒[영아]에게 입힐 옷을 白雪[백설] 가튼 「 ― 제」로 두어 벌 말라서 미고 잇섯다. 대중을 할 수가 업서서 어림 조그마한 人形[인형]에게 입힐만하게 팔 들어갈 대 다리 들어갈 대를 맨들어서 방바닥에다 펴노코 보앗다. 나는 不知不覺中[부지불각중]에 문듯 깃븐 생각이 넘쳐 올랏다. 一種[일종]의 貪慾性[탐욕성]인 不可思議[불가사의]의 希望[희망]과 期待[기대]와 歡喜[환희]의 念[념]을 늣기게 되엇다. 어서 速[속]히 나와 이것을 입혀 보앗스면, 얼마나 고흘가 사랑스러울가. 곳 궁금症[증]이 나서 못 견디겟다. 眞情[진정]으로 그 얼굴이 보고 십헛다. 그러케 맨든 옷을 개켯다 폇다 노핫다 만젓다 하고 깃버 웃고 잇섯다. 男便[남편]이 돌아와 내 顔色[안색]을 보고 그는 가티 조하하고 깃버하얏다. 兩人間[양인간]에는 無言[무언][중]에 웃음이 밤새도록 繼續[계속]되엇다. 이는 決[결]코 내가 일부러 깃바하럇든 것이 아니라, 瞬間的[순간적] 感情[감정]이엇다. 이것만은 力說[역설]을 加[가]치 안코 自然性[자연성] 그리로를 오래 두고 십다. 姙娠[임신][중] 한번도 업섯고 分娩[분만][후] 한번도 업는 經驗[경험]이엇다.
 
25
그달 二十九日[이십구일] 午前[오전] 二時[이시] 二十五分[이십오분]이엇다. 내가 只今[지금]지 가진 病[병] 알아 보든 압흠에 比[비]할 수 업는 苦痛[고통]을 近[근] 十餘[십여] 時間[시간] 격거 거진 氣盡[기진]하얏슬 에 이 世上[세상]이 무슨 그다지 볼 만한 곳인지 구태라 긔어히 나와서 「으앙으앙」 울고 잇섯다. 그 나는 몃 번이나 울었는지 産婆[산파]가 어케 하며 看護婦[간호부]가 무엇을 하고 잇는지 도모지 모르고 시원한 것보다 압핫든 것보다 무슨 닭 업시 大聲痛哭[대성통곡]하얏다. 다만 설을 이고 怨痛[원통]할 다름이엇다. 그후는 病院[병원] 寢床[침상]에서 「스켓지」에 이러케 쓴 것이 잇다.
 
 
26
압흐데 압하
27
참 압하요 眞情[진정]
28
果然[과연] 압흐데
29
푹푹 쑤신다 할가
30
씨리씨리타 할가
31
 결린다 할가
32
쿡쿡 는다 할가
33
 집는다 할가
34
르르 저리다 할가
35
작작 겁다 할가
36
이러케 압흐다나 할가
37
아니라 이도 아니라
 
38
박박 를 극는 듯
39
 살을 는 듯
40
밧작밧작 힘줄을 옥이는 듯
41
쪽쪽 피줄을 아내는 듯
42
살금살금 살점을 점이는 듯
43
五臟[오장]이 뒤집혀 쏘다지는 듯
44
독기로 머리를 바스는 듯
45
이러케 압흐다나 할가
46
아니라 이도 한 아니라
 
47
조그마코 샛노란 하늘은 흔들리고
48
놉 하늘 나자지며
49
나진  놉하진다
50
[벽]도 업시 門[문]도 업시
51
[통]하야 廣野[광야] 되고
52
그 안에 잇는 物件[물건]
53
쌩쌩 돌다가는
54
어쩌면 잇는 듯
55
어쩌면 업는 듯
56
어느듯 맴돌다가
57
가진 빗 燦爛[찬란]하게
58
그리도 곱든 色[색]
59
매몰히 씨워주는
60
검은 帳幕[장막] 가리우니
 
61
이 내 작은 몸
62
空中[공중]에  잇는 듯
63
구석에 워 잇는 듯
64
寢床[침상] 알에 눌려 잇는 듯
65
오굴어졋다 펴젓다
66
 흘럿다 으스스 추엇다
67
그리도 괴롭든가!
68
그다지도 압흐든가!
 
69
차라리
70
펄펄 게 압흐거나
71
쾅쾅 부딋게 압흐거나
72
벅벅 氣絶[기절]하듯 압흐거나
73
햇스면
74
무어라 그다지
75
十分[십분][간]에 한 번
76
五分[오분][간]에 한 번
77
금새 목숨이 힐 듯이나
78
그러케 이상히 압흐다가
79
흐리든 날 해ㅅ 빗 나듯
80
반 精神[정신] 爽快[상쾌]하며
81
언제나 압핫는 듯
82
무어라 그러케
83
가진 양념 加[가]하는지
84
맛잇게도 압하야라
 
85
어머님 나 죽겟소,
86
여보 그대 나 살려주오
87
내 甚[심]히 哀乞[애걸]하니
88
엽헤 팔장 고 섯든 夫君[부군]
89
「참으시오」 하는 말에
90
이놈아 듯기 실타
91
내 악 쓰고 痛哭[통곡]하니
92
이 내 몸 어이타가
93
이다지 되엇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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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九二一年[일구이일년] 五月[오월] 八日[팔일] 産褥[산욕][중]에서)
 
 
95
(『東明[동명]』, 1923. 1. 14)
 
 

 
 

4.

 
97
 
98
分娩[분만][후] 二十四[이십사] 時間[시간]이 되자 産婆[산파]는 갓난 아이를 다른 寢臺[침대]에서 담숙 안아다가 例事[예사]로이 내 엽헤다가 살며시 뉘이며 「인젠 젓을 주어도 소」 한다. 나는  놀라 「응? 무엇?」 하며 무르니, 彼女[피녀]는 생긋 웃으며 「첫 애기지요? 아마」 한다. 부럽고 이상스러워서 아모 對答[대답]도 아니 햇다. 彼女[피녀]는 벌서 눈치를 채엇든지 自己[자기] 손으로 내 젓을 내서 주물러 풀고 나서는 「이러케 먹이라」고 내 팔 우에다가 갓난아이의 머리를 언저 그 입이  내 젓지에 달 만치 대어주며 젓 먹이는 方法[방법]을 가르처 주엇다. 나는 어지 몹시 선햇다. 冷水[냉수]를 등에다  치는 듯 하얏다. 나를 나코 길른 父母[부모]도,  骨肉[골육]을 가티 한 兄弟[형제]도, 죽자사자하든 親舊[친구]도 아즉 내 젓을 못 보앗고 勿論[물론] 누구의 눈에든지 울가 보아 퍽도 秘密[비밀]히 감초아 두엇섯다. 그 싸고 싸아둔 가슴을 大膽[대담]히 헤치우며 아즉 입김을 대어 못 보든 내 두 젓을 公衆[공중] 압헤 展開[전개]시키라는 命令者[명령자]는 어제야 겨우 世上[세상] 구경을 한 피ㅅ 덩어리엇다.
 
99
이게 웬일인가? 살은 分明[분명]히 내 몸에 부튼 살인데 絶對[절대]의 所有者[소유자]는 저 족으만 피ㅅ 덩이로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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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야 저 所有者[소유자]가 世上[세상]에 나오자마자 依例[의례] 제 物件[물건] 찻듯이 不問曲直[불문곡직]하고 찻는구나! 나는 웃음이 나왓다. 「世上[세상] 일이 이다지 虛荒[허황]된가」하고. 그리고 「에 ― 라 가저가거라」하는 툭명스럽은 생각으로 지금지 마타두엇든 두 젓을 족으만한 所有者[소유자]에게 바치엇다. 그리고 그 下回[하회]를 기다리고 앗젓섯다. 그 족음만 主人[주인]은 아주 例事[예사]롭게 젓지를 덥석 물더니 숼새업시 마음 힘 고 잇다. 내 큰 몸둥이는 그 족으마한 입을 向[향]하야 쏠리고 마치 許多[허다]한 任意[임의]의 點[점]과 點[점]을 連結[연결]하면 焦點[초점]에 達[달]하듯 내 全身[전신][각] 部分[부분]의 血脈[혈맥]을 그 족으마한 입술의 焦點[초점]으로 모아드는 듯 십헛다. 이와 가티 벌서 母[모]된 宣告[선고]를 바닷다.
 
101
그러나 雪上[설상]에 加霜[가상]일다. 六十日[육십일] 동안은 겨우 부지를 하야 가더니 그 後[후] 부터는 一切[일절] 젓이 나오지를 안는다. 이런 일은 貧血性[빈혈성]인 母體[모체]에 흔히 잇는 事實[사실]이지만 乳母[유모]를 求[구]하랴야 입애 맛는 으로 그리 쉅사리 어들 수도 업고 밤중 가튼 에는 自己[자기]의 젓으로 容易[용이]히 재울 수 잇슬 것도, 숫을 피운다 그릇을 가저온다 牛乳[우유]를 데운다 하는 동안에 어린애는 今方[금방] 죽을 듯이 파라케 질려서 亂家[난가]를 맨든다. 그러나 겨우 먹여 재어 노코 누으면 約[약][이] 時間[시간] 동안은 도모지 잠이 들지 안는 것이 普通[보통]이엇스나 어어해서 잠이 들 듯하게 되면 다시 바시시 일어나서 못살게 군다. 이러한 견딀 수 업는 苦痛[고통]이 幾月間[기월간] 繼續[계속]되더니 心身[심신]의 疲困[피곤]은 인젠 極度[극도]에 達[달]하야 精神[정신]엔 狂症[광증]이 發[발]하고 몸에는 腫氣[종기]가 힐 새가 업섯다. 내 눈은 恒常[항상] 체 쓴 눈이엇고 몸은 마치 독갑이 가타야 骸骨[해골]만 남앗섯다. 그러케 내가 前[전]에 希望[희망]하고 所願[소원]이든 모든 것보다 오즉 아츰부터 저녁지  終日[종일]만 아니 ― 그는 바라지 못하드라도  一[일] 時間[시간]만이라도 마음을 턱 노고 잠 좀 실컷 자 보앗스면 當場[당장] 죽어도 願[원]이 업슬 것 가탓다. 나도 前[전]에 잠잘 時間[시간]이 넘우 足[족]할 는 그다지 잠에 을 몰랏더니 「잠」처럼 意味[의미] 깁흔 것이 업는 줄 안다. 모든 成功[성공], 모든 理想[이상], 모든 工夫[공부], 모든 努力[노력], 모든 經濟[경제], 모든 樂觀[낙관]의 源泉[원천]은 오즉 이 「잠」이다. 熟眠[숙면]을 한 後[후]는 食慾[식욕]이 만코 食慾[식욕]이 잇스면 만흔 飯饌[반찬]이 無用[무용]이오 消化[소화] 잘 되니 健康[건강]할 것이오 健康[건강]한 身體[신체]는 健全[건전]한 精神[정신]의 基本[기본]일다. 이와 가티 어대로 보든지 「잠」 업고는 살 수 업는 것이다. 眞實[진실]로 잠은 寶物[보물]이요 貴物[귀물]일다. 그러한 것을 奪取[탈취]해 가는 子息[자식]이 생겻다 하면 이에 더한 怨讐[원수]는 다시 업슬 것 가탓다. 그럼으로 나는 「子息[자식]이란 母體[모체]의 살점을 어가는 惡魔[악마]라고」 定義[정의]를 發明[발명]하야 再三[재삼] 熟考[숙고]하여 볼 마다 이런 傑作[걸작]이 업슬 듯이 생각햇다. 나는 이러한 哀訴[애소]의 散文[산문]을 적어두엇든 일이 잇섯다.
 
 
102
世人[세인]들의 말이
103
失戀[실연]한 나처럼
104
불쌍하고 可憐[가련]하고
105
慘酷[참혹]하고 不幸[불행]한 者[자]
106
 업스리라고
107
아서라 말아라
108
호강에 겨운 말
109
여긔 나처럼
110
눈이  붓고
111
몸이 착 부터
112
어 수 업슬 
113
눈 라 몸 일크라
114
별악가튼 命令[명령] 바드니
115
네게 對[대]한 形容詞[형용사]
116
쓰기지 실흐어라.
 
 
117
잠오는  잠자지 못하는 者[자]처럼 不幸[불행] 苦痛[고통]은 업슬 터이다. 이것은 實[실]로 「이브」가 善惡果[선악과] 먹엇다는 罪[죄]갑스로 하느님의 분풀이보다 넘우 慘酷[참혹]한 呪詛[주저]일다. 나는 이러한 첫 經驗[경험]으로 因[인]하야 太古[태고]부터 只今[지금]지의 모 ― 든 母[모]가 불상한 줄을 알앗다. 더구나 朝鮮[조선] 女子[여자]는 말할 수 업다. 千辛萬苦[천신만고]로 養育[양육]하랴면 아들이 아니오 이라고 구박하야 그 罰[벌]로 蓄妾[축첩]지 한다. 이러한 野獸的[야수적] 蔑視下[멸시하]에서 살아갈  그 설음이 어할가. 그러나 不得已[부득이]하나마 그들의 몸에는 살이 잇고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잇다. 그들의 生活[생활]은 全[전]혀 現在[현재]를 犧牲[희생]하야 未來[미래]를 希望[희망]하는 수밧게 살 길이 바이 업섯다. 오죽하야 그런 生[생]을 繼續[계속]하여 오리오마는 그들의 眞情[진정]에서 울어나오는 戀愛心[연애심]이며, 이것을 어서 速[속]히 길러서 「그 德[덕]에 호강을 해야지」하는 希望[희망]과 歡樂[환락]을 생각할  實[실]로 그들에게는 잘 수 업고 먹을 수 업는 苦痛[고통]도 苦痛[고통]이 아니오 養育[양육]할 煩悶[번민]도 업섯고, 구박 밧는 悲哀[비애]를 이젓스며 窮究[궁구]하는 寂寞[적막]이 업섯다. 말하자면 自然[자연] 그대로의 하느님, 그 몸대로의 善[선]하고 美[미]한 幸福[행복]의 生活[생활]이엇다. 그럼으로 一人[일인]의 母[모]보다도 二人[이인], 三人[삼인] 多數[다수]의 母[모]가 될스록 天堂生活[천당생활]로 化[화]하야 간다고 할 수 잇다.
 
118
나는 어느 深夜[심야]에 잠 일코 조바심이 날  문득 이러한 생각이 솟아 오르자 주먹을 불 쥐고 벌 일어 안젓다.
 
119
「올치 인제는 알앗다! 父母[부모]가 子息[자식]을 웨 사랑하는지? 날더러 아들을 나치 안코 웨 을 낫느냐고 하는 말을」 나와 가티 自然[자연]을 犯[범]하려는, 아니 犯[범]하고 잇는 罪[죄]의 피가 全身[전신]에 中毒[중독]이 된 者[자]의, 一時[일시]의 反感[반감]에서 나온 말이지마는 確實[확실]히 一面[일면]으로 眞理[진리]가 된다고 自肯[자긍]한다. 父母[부모]가 子息[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솟아오르는 情[정]이라고들 한다. 그러면 아들이나 이나 平等[평등]으로 사랑할 것이다. 어하야 한 父母[부모]의 子息[자식]에게 對[대]하야 出生時[출생시]부터 사랑의 差別[차별]이 생기고 條件[조건]이 생기고 要求[요구]가 생길까. 아들이니 貴[귀]업고 이니 賤[천]하며 女子[여자]보다 男子[남자]를 弱子[약자]보다 强者[강자]를 敗者[패자]보다 優者[우자] ― 를 이런 絶對的[절대적] 打算[타산]이 생기는 것이 웬일인가. 이 事實[사실]을 보아서는 그들의 所謂[소위] 솟는 情[정]이라고 하는 것을 미들 수 업다. 그들의 內面[내면]에는 무슨 이만한 秘密[비밀]이 감추어 잇는 것이 分明[분명]하다. 나는 只今[지금]지 恒常[항상] 父母[부모]의 사랑을 絶對[절대]로 讚美[찬미]하야 왓다. 戀人[연인]의 사랑, 親舊[친구]의 사랑은 絶對[절대]의 報酬的[보수적]인 反面[반면]에 父母[부모]의 사랑만은 永遠無窮[영원무궁]한 絶對[절대]의 無報酬的[무보수적] 사랑이라 하얏다. 그럼으로 나는 早失父母[조실부모]한 것이 섧고 忿[분]하고 怨痛[원통]하야 다시 그런 永遠[영원]의 사랑 맛을 보지 못할 悲哀[비애]를 感[감]할 마다 견딀 수 업서 매엇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誤解[오해]이엇슴을 다를 제, 落心[낙심]되엇다. 失望[실망]하얏다. 情[정]이 어젓다. 그들은 子息[자식]인 우리들에게 絶對[절대][효]를 要求[요구]하야 報恩[보은]하라 命令[명령]한다. 孝[효]는 百行之本[백행지본]이오 罪莫大於不孝[죄막대어불효]라 하며 父沒[부몰]에 三年[삼년]을 無改於父之道[무개어부지도]라야 可謂孝[가위효]이라 하야 왓다. 그러케 子息[자식]은 父母[부모]의 絶對的[절대적] 奴隸[노예]이엇스며 附屬品[부속품]이엇고 一生[일생]을 두고 父母[부모]를 爲[위]하야 犧牲[희생]하는 物件[물건]이 되어 버렷다. 이러케 사랑의 分量[분량]과, 報酬[보수]의 分量[분량]이 늘 平行[평행]하거나 어한 는 돌이어 報酬便[보수편]에 重[중]한 이 잇섯다. 이러케 友愛[우애]나 戀愛[연애]에 다시 比[비]할 수 업는 絶//對[절대]의 報酬的[보수적] 사랑이오 惡毒[악독]한 사랑이엇다. 그럼으로 絶對[절대]의 打算[타산]이 생기고 利己心[이기심]이 發[발]하야 國家[국가]의 興亡[흥망]보다도 個人[개인]의 安逸[안일]을 取[취]함에는 보다 아들의 數爻[수효]가 만하야만 하얏고 은 無識[무식]하드라도 아들은 博識[박식]하여야만 末年[말년]에 호강을 볼 수 잇는 것이라 하얏다. 그들이 아들에 對[대]하야 未來[미래]에는 어나 無限[무한]한 希望[희망]과 快樂[쾌락]이 잇는지 苦痛[고통] 煩悶[번민]지 일코 지내왓다. 이는 能者[능자]보다 無能者[무능자]에게 强[강]하고 開明國[개명국]보다 野蠻國[야만국] 父母[부모]에게 만히 잇는 事實[사실]일다. 나는 다시 父母[부모]의 사랑을 願[원]치 안는다. 일즉이 父母[부모]를 여윈 것은 내 몸이 自由[자유]로 解放[해방]된 것이오 내 일(事業[사업])이 國家[국가]나 人類[인류]를 爲[위]하는 일이 되게 千萬[천만] 幸福[행복]의 몸이 되엇다. 唐突[당돌]하나마 나는 最後[최후]로 이런 感想[감상]을 말하고 십다.
 
120
世人[세인]들은 恒用[항용], 母親[모친]의 愛[애]라는 것은 처음부터 母[모]된 者[자] 마음 속에 具備[구비]하야 잇는 것 가티 말하나 나는 도모지 그러케 생각이 들지 안는다. 或[혹] 잇다 하면 第二次[제이차]부터 母[모]될 에야 잇을 수 잇다. 卽[즉] 經驗[경험]과 時間[시간]을 經[경]하여야만 잇는 듯 십다. 俗談[속담]에 「子息[자식]은 내리 사랑이다」 하는 말에 眞理[진리]가 잇는 듯 십다. 그 말을 처음 한 사람은 或是[혹시] 나와 가튼 感情[감정]으로 한 말이 아닌가 십다. 最初[최초]부터 具備[구비]하야 잇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五[오] 六朔[육삭][간]의 長時間[장시간]을 두고 哺育[포육]할 동안 嬰兒[영아]의 心身[심신]에는 奇妙[기묘]한 變遷[변천]이 생기어 그 天使[천사]의 平和[평화]한 웃음으로 母心[모심]을 자아낼 , 이는 나의 血肉[혈육]으로 된 것이오 내 精神[정신]에서 生[생]한 것이라 意識[의식]할 瞬間[순간]에 비롯오 자릿자릿한 母[모]된 처음 사랑을 늣기지 안흘 수 업다. (내 經驗上[경험상]으로 보아 大同小異[대동소이]한 通性[통성]으로) 母心[모심]에 이런 싹이 나서 漸漸[점점] 넓고 커갈 可能性[가능성]이 생긴다. 그럼으로 「솟는 情[정]이라」는 것은 純潔性[순결성][즉] 自然性[자연성]이 아니오 煅煉性[단련성]이라 할 수 잇다. 이는 종종 잇는 乳母[유모]에 맛겨 哺育[포육]케 한 子息[자식]에게는 別[별]로 어머니의 사랑이 그다지 솟지 안는 것을 보면 알 수 잇다. 換言[환언]하면 天性[천성]으로 具備[구비]한 사랑이 아니라 哺育[포육]할 時間[시간][중]에서 發[발]하는 煅煉性[단련성]이 아닐가 십다. 卽[즉] 그런 솟아 오르는 情[정]의 本能性[본능성]이 업다는 否認說[부인설]이 아니라 子息[자식]에 對[대]한 情[정]이라고 別[별]다른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십다. 그 다음에 나는 子息[자식]의 必要[필요]를 아모러케 하야서라도 알고 십다. 그러나 容易[용이]히 解得[해득]할 수는 업다. 次代[차대]를 産[산]하야 次代[차대]를 敎養[교양]하는 것은 一般[일반] 婦人[부인]에게 나린 天職[천직]일다. 自然[자연]의 主張[주장]이오 發展[발전]일다. 이런 槪念的[개념적] 理知[이지]와 내 當[당]한 感情[감정]과는 넘우 距離[거리]가 어저 잇다. 生物[생물]은 種族繁殖[종족번식]의 目的[목적]으로 生[생]하고 活[활]하니, 라는 말도 내게는 아모 相關[상관]업는 듯 십다. 家庭[가정]에 兒孩[아해]가 업스면 넘우 單純[단순]하니, 달리 더 複雜[복잡]히 살 方針[방침]이 만흔데 年老[연로]하야 依持[의지]하랴니, 나는 늙어 無能[무능]해지거든 깁흔 森林[삼림] 속 포곤포곤한 綠桂色[녹계색] 잔듸 우에서 自決[자결]하랴는데, 이  우는 울음소리만 좀 안 들엇스면 孤寂[고적]한 맛을 더 좀 볼 듯 십흐며 이 妨害物[방해물]이 업스면 沈着[침착]한 作品[작품]도 낼 수 잇슬 듯 십고 子息[자식]으로 因[인]한 疲困[피곤] 不健康[불건강]이 아니면 아즉도 만흔 精力[정력]이 잇슬 터인데 오즉 이것으로 因[인]하야, 이러케 絶對[절대]의 必要[필요]의 反比例[반비례]로 絶對[절대]의 不必要[불필요]가 압서 나온다.(通性[통성]이 아니라 獨斷[독단]으로) 그럴 동안 나는 子息[자식]의 必要[필요]로 족으마한 安心[안심]을 어덧다.
 
121
사람은 넘우 억울한 矛盾[모순][중]에 蟄伏[칩복]하야 잇다. 그의 精神[정신]은 永遠[영원]히 자라갈 수 잇고, 그의 理想[이상]은 無限[무한]으로 자아낼 수 잇으나 오즉 그의 生命[생명]의 時間[시간]이 有限[유한][중]에 넘우 短促[단촉]하고 그의 精力[정력]이 無能[무능][중]에 넘우 有限[유한]되다. 이러케 無限的[무한적] 精神[정신]에 有限的[유한적] 肉身[육신]으로 創造[창조]해낸 造物主[조물주]도 생각해 보니 넘우 할 일이 업는 듯 십허 이에 子息[자식]을 나리사 너 自身[자신]이 實行[실행]하다가 못한 理想[이상]을 子息[자식]에게 實現[실현]케 하라 한 듯 십다. 그리하야 한 사람 理想[이상][중]에는 美術[미술]도 文學[문학]도 音樂[음악]도 醫學[의학]도 哲學[철학]도 敎育[교육]도 보는 대로 듯는 대로 하고 십다마는 才能[재능]이 不足[부족]할  아니라 精力[정력]이 繼續[계속] 못되어 畢竟[필경] 하나나 或[혹] 둘 밧게 卽[즉] 文學家[문학가]로 音樂[음악]을 족음 알 道理[도리]밧게 업다. 다른 모든 것에는 時間[시간]을 바칠 餘暇[여가]가 업서진다. 이럴  美術[미술]을 조하하는  醫學[의학]이나 哲學[철학]을 조하하는 아들이 자라가면 自己[자기]가 조하하나 다못 實行[실행]치 못하든 것을 間接[간접]인 第二[제이] 自己[자기] 몸에 實現[실현]하랴는 慾望[욕망]과 努力[노력]과 勇敢[용감]이 생기지 안는 것인가 십다. 그럼으로 子息[자식]의 意味[의미]는 單數[단수]에 잇는 것이 아니라 複數[복수]에 잇는 것 가티 생각된다.
 
122
萬一[만일] 精神上[정신상]으론 모 ― 든 希望[희망]이 具備[구비]하고, 精力[정력]이 繼續[계속]할 만한 自信[자신]이 잇드라도 肉身[육신]이 衰弱[쇠약]하야 不絶[부절]히 病床[병상]을 날 수 업서 그 理想[이상]과 實行[실행]에는 何等[하등]의 關係[관계]가 업는 것 가티 되면 苦痛[고통] 그것은 우리 生活[생활]을 向上[향상]하는데 아무 意味[의미]가 업슬 것이오 價値[가치]가 업슬 것이다. 卽[즉] 知識[지식]으로나 修養[수양]으로 抑制[억제]치 못할 不健康[불건강]의 몸이 되고 본즉 「사람이 아니하랴니……」 云云[운운]하든 것도 亦是[역시] 空想[공상]일다. 妄想[망상]이엇다. (完[완])
 
123
(一九二二年[일구이이년] 四月[사월] 二十九日[이십구일] 一年[일년] 生日[생일]에 金羅悅[김나열][모] 稿[고])
 
 
124
(『東明[동명]』, 1923. 1)
【원문】모(母)된 감상기(感想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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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혜석(羅蕙錫) [저자]
 
  # 동명 [출처]
 
  1923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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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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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4년 01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