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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춘을 맞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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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3
최서해
1
입춘을 맞으며
 
 
2
소한이 지나고 대한도 지나갔다. 이제 이틀밤만 자면 입춘이다. 대·소한을 앞에 두고는 태산 너머 아득하게 보이던 입춘도 이제는 내일 모레다.
 
3
입춘이 가까왔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것이 아니라 어쩐지 마음 한 귀퉁이는 겨울의 위협에서 벗어난 것처럼 느긋하여졌다. 입춘을 지나더라도 앞에 찬 기운을 머금은 절기가 없는 것이 아니로되 입춘만 지나면 따스한 볕발이늘 흐를 것 같다. 봄은 마음에 먼저 왔는가?
 
 
4
얼마 동안 풀렸던 날이 어제 오늘은 도로 추워졌다. 마지막 위세를 보이는 입춘 추위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소홀히 볼 추위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책상머리의 잉크가 얼었다. 나는 몹시 추운 날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도 그 추위에 대하는 마음은 긴장되지 않았다. 힘 빠진 毒婦[독부]의 눈처럼 매서운 맛이 없는 추위이다.
 
5
서리가 뿌옇게 지나간 앞집 초가 지붕에 흐르는 맑은 별을 보라. 그 저편에 개인 하늘을 떠이고 얼크러진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라. 어디라 없이 봄뜻이 흐른다. 그것은 어떻다고 부족한 나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봄뜻이다. 어디서 언제 날아왔는지 무너진 담머리에 지절거리는 두어 마리 참새등에도 윤기가 흐른다. 눈에 비취는 모든 것은 ─ 그것을 보는 나의 마음까지도 앵두빛 같은 어린애의 입술에 흘러드는 어머니의 젖에 젖은 것 같다.
 
 
6
천지는 이렇게 한 걸음 두 걸음 만물을 키우는 어머니의 품으로 옮기고 있다. 옮기는 소리는 없어도 옮기는 자취는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다. 이렇게 날이 갈수록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7
실개천가에 실버들이 늘어지고 먼 산에 아지랭이 흐를 때가 오래지 않았다. 온갖 것에 기름이 흐르고 온갖 것이 늘어나서 따스한 햇발 아래 스쳐가는 실바람에 방실거릴 것이다.
 
8
그런 천지 사이에 하나로서 그러한 혜택에 젖지 못하는 것은 사람뿐일것이다. 빛나는 햇발을 보라.
 
9
어찌하여 그 혜택을 사람마다 받을 수 없는가? 이 입춘 뒤에는 어떠한 햇발이 비취일는지? 그러나 눈은 작년처럼 녹고 싹은 작년처럼 틀 것이다.
 
10
어머니의 품도 何厚何薄[하후하숙]이 있던가?
【원문】입춘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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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춘을 맞으며 [제목]
 
  최서해(崔曙海) [저자]
 
  별건곤(別乾坤) [출처]
 
  1930년 [발표]
 
  시(詩)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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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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