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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류 문학 저조의 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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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6
김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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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 문학 저조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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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 문학 저조의 문제라고 하지만, 실상인즉 이러한 제목 밑에 포섭될 문제가 너무도 많다. 가령 선뜻 머리에 떠오르는 것만 대충 적어 보아도, 첫째, 우리 여류 문학이 과연 저조에 빠져 있는가, 하는 것이 우선 분석해 보아야 할 문제일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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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론, 만일 우리 여류 문학이나 여류 문단이 이르는 바 저조에 빠져 있다면, 그것은 어떠한 사회적 내지는 문학적 이유에 의한 것이냐, 하는 것을 분석해 보는 것이 필요한 과제로 될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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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론, 이렇게 저조에 빠져 있는 여류 문학을 샅샅이 분석해 보았으니, 그 해결책이나 타결책은 무엇이냐, 하는 것을 지시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논자의 임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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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적어 놓고 보면, 이 문제가 결코 대수롭게 주물러 볼 간단한 것이 아닐 것이 명백해지는데, 지면상 관계나 또는 나의 준비로 하여 상세한 바를 이야기해 볼 수는 도저히 없을 것이 우선 무엇보다도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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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상에 들어 본 대로 세 조목을 갈라서 간단히 내 의견을 적어 보면 대충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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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단이 저조에 빠져 있는 무엇보다도 가장 뚜렷한 특징을 나는 그 산출되는 작품의 수량이나 또는 작가의 질을 하나 하나 조사해 보는 대신, 부인 작가들의 작품이 하나도 우리 문학의 중심 과제에 접촉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서 설명하려고 한다. 그건 다시 말하면, 부인 작가들이 하나로 정신적으로나 사상적으로 현대 문학과 관계 있고 교섭하는 문제를 제기하지 못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인이면 부인으로서 현대 문학이 당연히 취급해야 할 문제의 가운데로 무엇이든 간에 교섭점을 쳐들고 갖고 나와야 할 것이 아닌가. 시나 소설이나 수필이나, 나는 부인 작가들의 글에서 그것을 찾아볼 수 없음이 늘 섭섭하였다. 그것은 우리 여류 문학이 사고력이나 생활력, 그러므로 문학하는 의의를 아직도 정신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무엇보다도 큰 증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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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우리 여류 문단이 이러한 저조에 빠져 있는 것은 무슨 까닭으로 인연한 것일까. 물론 조선 사회의 모든 사회 관계가 뒤늦고 문화가 뒤떨어진 것이 이유가 될 것임은 사실이다. 도덕이나, 인습이나, 가족 제도나, 그런 것이 딴 곳과 달라서 부인의 지위가 향상이 되지 못하였지 때문에 이것이 자연 문학이나 문학적 활동에도 영향하고 반영하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 문단에선 거꾸로 부인 작가나 시인들이 지나친 귀여움을 받아 왔다. 적은 것이 귀중한 것은 정(定)한 이치지만, 그러나 적고 드물다고 반드시 모두 보석일 수는 없다. 부득이 수준이 낮아질 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소녀 문학을 떠나지 못한 것, 학생의 작품 속에 인물을 한둘 넣은 것 등이 제법 작품 행세를 할 수 있고, 신문 잡지는 또 그들이 소중해서인지 영리책으론지, 이들을 상당 이상으로 대접해 주었다. 귀해 주고 받들어 주고 선전해 주고 하였으나, 그것뿐이었다. 좀처럼 자라질 않는 것이다. 작품 한둘을 쓰곤 자빠라지고, 무소식이 되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백년이 일년과 같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저조에 빠질 밖에 딴 도리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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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마지막으로 타개책은 무엇이냐. 우리 사회 자체가 하루 바삐 정신적으로 문화적으로 윤택해지고 개화되어야 할 것임은 물론이지만, 이런 건 이야기를 늘어 놓았자 객쩍은 수작이 될 뿐일 것이다. 그러므로 부인되시는 분으로 문학에 종사하려거든 아예 당초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단단한 각오를 하고 나서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세상은 언제까지나 여성이라고 특등석을 준비해 올려 앉히지는 않는다. 거름발이나 타게 되었으면 제 힘으로 걸어갈 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문단은 금후 그들을 차별 대우해서는 아니 된다. 피차에 불쾌한 일이다. 적어도 문학의 권내에서만은 여성이라고 우선권을 주거나, 또 여자를 애완물처럼 취급하거나, 그래서는 아니될 것이다. 그것은 첫째 여성에 대한 모욕이다. 그리고 둘째로는 남존여비 사상의 치사스러운 고집이다. 부인 작가는 문학과 단판 씨름을 할 만한 명예와 야심과 용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것 없이는 그들이 현대와 문학적으로 교섭할 날은 당분간 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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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939년 6월호)
【원문】여류 문학 저조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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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9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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