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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월(心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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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9
계용묵
《학등》(1935. 9.)—원제는 ‘금순이와 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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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월(心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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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 저, 저 두란에 가두운 닭 모이 좀 줘라. 그만 깜박 잊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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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 줘서 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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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다니 - 종일 굶었겠으니 오즉 배가 고프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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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어머니두! 저녁에 잡을 걸 모인 줘서 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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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두 그렇지 않으니라. 아무리 잡을 거래두 목숨 있는 즘생이니 목숨이 있기까지야 배고픈 게 오죽 거북하겐? 왜 그 고방 문 안에 쉬쌀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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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닌 아이 벌써 두신데 - 여섯 시문 뭐 제녁 질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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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계집애가 이르는 말을 그리두 안 듣게 차부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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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우기는 어머니의 말을 금순이는 거역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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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플 것을 애처럽게 여길진댄 목숨을 끊기는 더욱 애처로울 것인데 그것은 조금도 생각지 않는 것 같은 어머니의 마음은 알 수 가 없다고 금순이는 생각을 하며 고방 문 안에 쉬쌀 바가지를 들고 뒤란으로 돌아가 한 줌을 푹 퍼서 가리 위로 떨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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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커니 쭈그리고 앉아서 눈만 껌벅거리던 닭은 성큼 일어서 모이를 쪼아 먹는다. 몇 시간 아니 있어 목숨이 끊길 것도 모르고 그저 먹어야 살겠다는 듯이 그냥그냥 쪼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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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본 금순이의 마음은 까닭없이 그 닭이 불쌍해 보였다. 사랑은 받으면서도 목숨은 빼앗겨야 한다. 그것이 닭의 목숨이다. 어머니의 엄령에 아니 받을 수 없는 닭의 운명이다. 열 마리나 남은 닭 가운데서 하필 왜 저 놈이 붙들렸을까? 아버지 생신 때문에 저놈은 죽누나! 금순이는 생각을 하며 모이를 재냥스래 쪼아 먹는 닭의 주둥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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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배님배 모이를 주워치던 닭은 별안간 캑캑 하고 주둥이를 땅에다 쥐어박는다. 그러면서 안타까운 듯이 주둥이를 땅에다 줄줄 끌면서 어쩔 줄을 모르고 뒤로 물러 걸음을 치며 가리 안을 뱅뱅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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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까닭일까? 금순이는 가리를 방싯이 들고 손을 넣어 닭의 발목을 붙들어 내었다. 그리고 주둥이를 비집어 보았다. 뜻밖에도 주둥이 아래턱 사이에 부러진 바늘 토막이 딱 모로 서서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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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팠던 배에 가릴 여지가 없이 분주히 주워 먹다가 그만 바늘까지 겹집어 삼킨 듯 싶었다. 금순이는 나무 꼬치로 바늘을 걸어서 퉁기어 보았다. 꽤 깊이 박혔다. 움직이지도 않는다. 닭은 아픈 듯이 캑캑 하고 요동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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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바늘을 바로 뽑아낼까, 금순은 새끼손가락을 닭의 주둥이에 들이밀어 바늘을 걸었다. 아픔을 참지 못하는 듯 닭은 화드닥 하고 깃부츰을 한다. 그 바람에 걸렸던 바늘은 얼결수에 손 끝에 걸려 나왔다. 그러나 품 안에 닭은 자기도 모르게 빠져 나서 담 모퉁이로 비칠비칠 달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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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닭을 놓쳤구나! 저 닭을 어떻게 붙드나? 하는 생각과 같이 그렇게도 닭의 목숨만을 애처롭게 생각하던, 그리고 걸린 바늘까지 그것도 어떻게 아프지 않게스리 하는 생각만에 그저 닭에게 향한 애처로움 만으로 가득 찼던 금순의 마음은 한 떼의 구름 앞에 침노를 받은 달같이 갑자기 마음이 흐리어졌다. 저 닭을 잡지 못하는 날이면 어머니한테 꾸중을, 아니 매까지 맞을 것이라는 두려운 생각이 무엇보다 먼저 떠올랐다. 그리하여 금순이는 아무것도 생각할 능력을 잃고 오직 두려운 공포 속에 마음이 떨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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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순이는 멍하니 섰다가 달아나는 닭 따라 눈을 쫓아 굴리며 쫓으려 달렸다. 닭은 나무수풀 새로 풀포기 새로 잡히지 않으려고 요리조리 피해 다닌다. 금순이는 있는 지혜를 다 짜내어 닭을 잡기에 마음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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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이나 쫓아다니니 닭은 그만 기진하여 더 달리지를 못하고 피신할 곳을 찾는다는 것이 담 뜸 새에 대가리만을 박고 숨는다. 금순이는 옳다구나 하고 달려가 덮쳤다. 그적에야 안심을 말하는 듯한 한숨이 길게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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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주둥이에서는 바늘에 받은 상처 때문인지 붉은 피가 입술 좌우 술가리로 긍정해서 비질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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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금순의 눈에는 그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전과 같이 그 닭을 어머니가 모르게 가리 안에 어서 가져다 넣어 둬야 된다는 생각만이 다만 금순이로 하여금 닭의 다리를 힘있게 붙들고 있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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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지〕《학등》(1935. 9.)—원제는 ‘금순이와 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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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단행본〕*『병풍에 그린 닭이』(조선출판사, 1944)
【원문】심월(心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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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용묵(桂鎔默) [저자]
 
  1935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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