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시체가 타오르는 타오르는 끄름은 맑은 하늘을 어지러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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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기계와 무감각을 가장 즐기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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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금빛 금빛 금빛 교착(交錯)되는 영구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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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로운 울음소리에 영구차는 몰리어오고 쫓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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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장이 앉은 황천고개와 같은 언덕 밑으로 시가도(市街圖)는 나래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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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 안에는 꿀꿀거리는 도야지 도야지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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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류―식료품.―원료. 원료품. 재목, 아름드리 소화되지 않은 재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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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 멱대기 가마니 콩 쌀 팥 목화 누에고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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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어 들어오는 기밀비, 운동비, 주선비, 기업비, 세입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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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부에는 변장한 연공품(年貢品)들이 낙역(絡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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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가로 위집(蝟集)한 공장촌―그리고 연돌(煙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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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속에선 무작정하고 연기를 품고 무작정하고 생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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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끼익 기름 마른 피대가 외마디 소리로 떠들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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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집에선 먼 촌 일가로 부쳐온 공녀(工女)들이 폐를 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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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멘의 쓰레기통 룸펜의 우거(寓居)―다리 밑 거적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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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삣주삣 하늘을 찔러 위협을 보이는 고층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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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름한 주탑(柱塔)―점잖은 높게 뵈려는 인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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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 꼭대기 발돋음을 하여 소속(所屬)의 깃발이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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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부는 가장 적은 면적 안에서 가장 많은 건물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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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부는 무엇을 먹으며 화미(華美)로이 춤추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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뿡따라 뿡, 뿡, 연극단의 군악은 어린이들을 꼬리처럼 달고 사잇길로 돌아 나가고
55
유한(有閑)의 큰아기들은 연애를 애완견처럼 외진 곳으로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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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호, 사랑을 투우처럼 하는 곳은 고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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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가린 마차마(馬車馬)가 아스팔트 위로 멋진 발굽 소리를 흥겨워 내뻗는 것도 이럴 때다!
69
수부의 예술이 언제부터 이토록 화미(華美)한 비극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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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이 건질 수 없는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일은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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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어(英米語), 화어(華語), 내지(內地)말 조선말
77
똑똑하다는 사람들은 뒤리뒤섞어 이야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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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많이 모은 사람은 고향을 떠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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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부는 어느 때 시작되고 어느 때 그치는 것이냐!
98
대체 이놈의 안조화폐(雁造貨弊)들은 어데서 만들어내이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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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회한과 건질 수 없는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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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들은 푸른 등불 밑에서 무슨 물고기와 같은 우수(憂愁)들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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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창창(窓窓)이 활짝 열어제치고 잇몸을 드러내고 웃는 중소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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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길로만 달아나는 전차들 전차는 목적이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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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회사(無盡會社)의 외교원들은 자전거로 다니며 조사에 교통비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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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저널리즘이란 어째서 과부처럼 살찌기를 좋아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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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트리트 한낮을 속이는 숙난한 메인 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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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면 더더더욱 열란(熱亂)키를 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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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작도 아닌 사람들은 왜 그리 야위인 몸뚱이로 단장을 두루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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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한 상가, 비만한 건물, 휘황한 등불 밑으로 기어들기를 좋아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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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들은 돌아오는 앞길 동방의 태양―한낮이 솟을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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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뼉다귀 같은 네 모양이 무섭지는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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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거리는 등롱에 수부는 한층 부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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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부는 지도 속에 한낱 화농된 오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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