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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해를 먹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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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12
이상화
1
나는 해를 먹는다
 
 
2
구름은 차림옷에 놓기 알맞아 보이고
3
하늘은 바다같이 깊다란하다.
 
4
한낮 뙤약볕이 쬐는지도 모르고
5
온몸이, 아니 넋조차 깨온 아찔하여지도록
6
뼈저리는 좋은 맛에 자지러지기는
7
보기 좋게 잘도 자란 과수원의 목거지다.
 
8
배추 속처럼 핏기 없는 얼굴에도
9
푸른 빛이 비치어 생기를 띠고
10
더구나 가슴에는 깨끗한 가을 입김을 안은 채
11
능금을 부수노라 해를 지우나니.
 
12
나뭇 가지를 더우잡고 발을 뻗기도 하면서
13
무성한 나뭇잎 속에 숨어 수줍어하는
14
탐스럽게 잘도 익은 과일을 찾아
15
위태로운 이 짓에 가슴을 조이는 이때의 마음 저 하늘같이 맑기도 하다.
 
16
머리가닥 같은 실바람이 아무리 나부껴도
17
메밀꽃밭에 춤추던 벌들이 아무리 울어도
18
지는 날 예쁜이를 그리어 살며시 눈물지는,
19
그런 생각은 꿈 밖에 꿈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20
남의 과일밭에 몰래 들어가
21
험상스런 얼굴과 억센 주먹을 두려워하면서
22
하나 둘 몰래 훔치던 어릴 적 철없던 마음이 다시 살아나자
23
그립고 우습고 죄 없던 그 기쁨이 오늘에도 있다.
 
24
부드럽게 쌓여있는 이랑의 흙은
25
솥뚜껑을 열고 밥김을 맡는 듯 구수도 하고
26
나무에 달린 과일 ─ 푸른 그릇에 담긴 깍두기같이
27
입안에 맑은 침을 자아내나니.
 
28
첫 가을! 금호강 굽이쳐 흐르고
29
벼이삭 배부르게 늘어져 섰는
30
이 벌판 한가운데 주저앉아서
31
두 볼이 비자웁게 해 같은 능금을 나는 먹는다.
【원문】나는 해를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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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화(李相和) [저자]
 
  1935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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