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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자사(哭子飼) ◈
《카탈로그》 본문	1929.6 이상화

1

哭子詞

2

웅희야! 너는 갔구나

3

엄마가 뉜지 아비가 뉜지

4

너는 모르고 어디로 갔구나!

5

불쌍한 어미를 가졌기 때문에

6

가난한 아비를 두었기 때문에

7

오자마자 네가 갔구나.

8

달보다 잘났던 우리 웅희야

9

부처님보다도 착하던 웅희야

10

너를 언제나 안아나 줄고

11

그러께 팔월에 네가 간 뒤

12

그 해 시월에 내가 갇히어

13

네 어미 간장을 태웠더니라.

14

지나간 오월에 너를 얻고서

15

네 어미가 정신도 못 차린 첫 칠날

16

네 아비는 또 다시 갇히었더니라.

17

그런 뒤 오은 한해도 못 되어

18

갖은 꿈 온갖 힘 다 쓰려던

19

이 아비를 버리고 너는 갔구나.

20

불쌍한 속에서 네가 태어나

21

불쌍한 한숨에 휩쌔고 말 것

22

어미 아비 두 가슴에 못이 박힌다.

23

말 못하던 너일망정 잘 웃기따에

24

장차는 어려움 없이 잘 지내다가

25

사내답게 한평생을 마칠 줄 알았지.

26

귀여운 네 발에 흙도 못 묻혀

27

몹쓸 이런 변이 우리에게 온 것

28

아, 마른 하늘 벼락에다 어이 견주랴.

29

너 위해 얽던 꿈 어디 쓰고

30

네게만 쏟던 사랑 뉘게다 줄고

31

웅희야 제발 다시 숨쉬어다오

32

하루해를 네 곁에서 못 지내 본 것

33

한가지도 속시원히 못 해준 것

34

감옥방 판자벽이 얼마나 울었던지.

35

웅희야! 너는 갔구나

36

웃지도 울지도 꼼짝도 않고,

37

불쌍한 선물로 설움을 끼고

38

가난한 선물로 몹쓸 병 안고

39

오자마자 네가 갔구나.

40

하늘보다 더 미덥던 우리 웅희야

41

이 세상엔 하나밖에 없던 웅희야

42

너를 언제나 안아나 줄고 --

【원문】곡자사(哭子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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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 2022년 11월 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