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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故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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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12
이육사 / 魯迅(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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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鄕[고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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魯 迅[노 신] 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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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陸 史[이육사] 譯[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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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모진 치위에도 아무런 일도없이 이천리나되는 머 ─ ㄴ길을 이십년만에 고향에 도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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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도 아주짓터저서 겨우고향의땅에 갓가이 왔을때부터 날세는 갑작이 음산하여지고 싸늘한바람은 선실안까지 숨여들어 윙윙소리를 치는것이였다. 선창으로밖앝을 내여다보면 나즉한 하날밑에 여기저기 널녀있는 것은 너무나 보잘것없이 한산한 마을들이였다. 사람들이 살고있는듯한 활기라고는 조금도없었다. 내마음은참을수없이 슬픔이 치미러 올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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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이십년 이날이적까지 한시도 이즐수없든 고향은 이런것이였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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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에 남어있든 고향은본대 이런것은아니였다. 고향에는 훌륭한곳이 뭇척만었을것이다. 그러나 그아름답든 기억을 생각해보고 그것을 말로서 해보려하면 나의 공상은 사러지고 무었이라고 말로는 할수없이 눈앞에 보이는것과가치 쓸쓸하여질뿐. 이에나는 내자신에 말하기를 고향이란 원래에 이런것이다. ─ 옛날보다 모든것이 진보했다고는 할수없으나 그렇다고 반다시 내가느끼는것가치 쓸쓸한곧도아니다 이것은다만 내기분이 변해젔을뿐이다, 그것은 내가이번 고향에 도라왔다는것이 그다지 호화로운 길은 아닌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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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이번 고향을 이별하려 온것이다 우리가 몇대를 나려오는동안 한집안이 뫃여 살고있든 옛집은벌서 다른사람 들의손에 팔녀넘어가고 비워줄기한도 금년이한 래년정월초하로안으로 우리들이정드러 살든옛집과는 갈니고 낮익은 고향의땅도 떠나서 내가몸부치고있는 그곳으로 식구를 끌고 가지않으면 안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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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날아츰 나는 우리집 사립문까지왔다. 집웅에는 기와짱사이에 마른풀들이 줄기가 엉클린대로 바람에날녀 그것이 이옛집의 주인을 가러내지않으면 안될 원인을 설명하는듯하였다. 이방저방에 살고있든 친척들은벌서이사가 끝이났는지 적적하였다. 나는내가있든 방앞에가자 어머니는 쪼처나오섰다. 그에따라 뛰여나온것은겨우여덜살이되는 질녀굉아(宏兒)이였다. (다음 쓰는 사람의 일흠은모다조선음으로쓰는게 독자들에게 좀더친절할가하야중국음은 쓰지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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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매우기뻐하섰으나 어데인지 마음한편에 적막한기색을 볼수가 있었다. 나를안게하고 차를부어 주시면서도 한참동안은 집일에 대해서는 아무말슴도 안하섯다. 굉아도 아즉한번도나를 본일이없음으로 곁에가까이 오지는안었다. 그저머리만 숙이고앉었다가 때때로내얼골을 치여다보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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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들은 결국이사갈 얘기를하게되였다. 나는벌서 집은어더두었고 변변치는 못할망정 긔구도다소사두었으나 그밖에는 집에있는 살림중에 나무 연장같은것만 파러서 그돈으로 가서사면 된다고말했다. 어머니말슴도 그게 좋다고하섯다. 그리고 짐을묵는것도 거의다되였으니까 나무연장중에 가지고 가기 불편한것은 거의다파렀다 그러나아즉 돈을다 찾지못했다고하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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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이틀 몸을 쉬이면 갓가운 친척들도 한번식 차저보고 그리고 떠나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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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말슴하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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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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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윤토」말이야 그게 집에오기만하면 언제든지 네말을 뭇는구나 퍽너를 보고시퍼하지않겠늬. 내가 너 온다는날짜를 알녀주었으니 또 지금 곳 올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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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나의 머리에는 문듯한폭 화면이생각되여 떠올났다 새파라케 개인하날에 금빛으로 둥근달이 둥실떠오르고 그밑은 해안의 하얀모래밭에 일면으로 시선이자라는데까지 싱싱한 수박들이 드리드리열녀 있는것이다. 그 가운데 한열두어살 되는소년이 목에는 은(銀)목도리를걸고 손에는 한자루 짝살(銅叉)을 들고 한마리의 고슴도치(猬)를 보자마자 눈에불이 나게 그것을 찌르려고하나 고슴도치는 그의다리 밑으로 튀여나가서 다라나는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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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년이라는이가 윤토이였다. 내가처음 그를아렀을때는 아즉열살인가 그쯤이였섯다. 지금은 벌서삼십년이나 지나간일이다. 이때는나의 아버지도 살어게시고 집도 지금보다는 형편이훨신 나었으며 나도귀여운 애기시절이였다. 그해는 우리집에서는 우리일족의 선조가되는 어룬의 큰 제사를 지내는 해이였다. 이제사는 삼십년만이나 한번식지내는 큰제사임으로 따라서 매우 정중히 거행되는것이였으며 정월달에 선조의 령정(影幀)앞에서 거행되는것이였다. 제물도 매우많고 제긔같은것도 아주깨끝게해야되였다. 참례하러 오는이도 만흔많금 제기같은것을 도적맞지않도록 잘주의할 필요도있었다. 우리집에는 한사람의 망월(忙月)이 있었다(우리고향에는 남의집에 드난사는 사람이 세종류가있다 일년을 일정한집에서드난사는 것을(長年[장년])이라하고 그날그날사는 것을(短工[단공])이라하여 자신이농사하는한편 과세할때나 다른명절이나 도조밧을때 일정한집에 드난사는것을(忙月[망월])이라고 한다) 너무나 바뿌다고해서 이망월이 우리아버지를 보고제아들 윤토를 불너서 제기를 맡아보도록하자고 간청을 한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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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버지도 찬성을하였음으로 나는매우 기뻐했다. 그것은내가일즉 윤토의일흠은 듯고있었다. 나이도나와거의갓다고 생각하고있었다. 윤(閏)달에난 때문에 오행(五行) 기운에 토(土)기가 없다고해서 그의아버지가 윤토라고 일흠을 지은것이였다. 그는돗을놓아서 적은새들을 잡는것이 일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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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이날부터 날마다 새해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새해가오면 윤토도 곳올것인때문이였다. 그리는동안 섯달그믐이왔다. 어느날인지 어머니는 나에게 윤토가왔다고 말슴하섰다 나는 곳 쪼처나가 보았다 볼그레한뺨 둥근 머리에 열분전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목에는 빤작빤작하는 은목테를 하고 있었다. 이것만 보아도 그가얼마나 그의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고있는가를 알 수가있는것이지마는 그가수명이 길도록하기위하야 부처님께발원하고 이 목테를 끼워주어서 그를(죽지않도록)붙들고있는것이였다. 그는낮가리가 매우 심하였다. 그러나 나에게만은 아무런 끄림도없이 옆에사람이 없을때는 곧말을 부치고는하였다. 그리고 한나절도 못되는동안 우리들은 아주썩 친해지고 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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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그때어떤 얘기를 하였는지 지금에는 아득하나 다만생각에 아련한 것은 윤토가 장터에와서 아즉까지 본일이없는 여러가지 구경을 하였다고 종알대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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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나는 그에게 새를 잡어달나고 말한즉 그가 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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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틀녓다 큰눈이 왔을때가 아니면안된다, 우리곳에서는 모래밭에 눈이오면 나는눈을 쓰러제치고 빡금한 땅을만든뒤에 크다란 대발을 갖다 펴고 한편을적은작댁이로 고워서 논뒤에 그밑에 겨와당가루를 뿌려두는것이다. 그러면 적은새들은 그것을 먹으려 오는것이다. 이것을 조금떠러진 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대발을 고워둔 짝댁이에 매여두었든 노끈을 잡아 당기면 새들은 대발밑에 치이지 않겠늬. 거기는 여러가지 새가있단다. 매추리두있구. 콩새도 있구. 록두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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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눈이오면 좋겠다구도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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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토는 나에게 또말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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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은 칩지만은 너 여름에 우리곳에 오면좋지. 우리들은 나제 바다가에 가서 조개껍질을 줍지않겠늬. 붉은놈두 있고 푸른놈두 있구. 아주 가지 각색놈이다있다. 「누비조개」란것두 있고 「비단조개」란놈두 있단다. 밤이 되면 압빠(爹)를 따라서 수박원두를 직히로도가것지 너도 가자구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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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을 직히는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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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래두 길가든 사람이 목이 말너서 수박한개쯤 따서먹는것은 우리는 도적놈으로 치지는 안는거야. 정신드려 직히지 않으면 안될것은 「오소리」나 「쪽제비」나 「고슴도치」다. 달밝은때엔 싸각싸각소리가 귀에들니기만 하면 그것은 「고슴도치」놈이 수박을도적해먹는 것이거든 그때문에 곳짝살을 해들고 가만가만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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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때얘기한 고슴도치란것이 어뜬 짐생이란것은 몰났다 ─ 그것은 지금도모른다 ─ 다만 조그만한 개같은것으로 매우영악한 짐생이란것은 생각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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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사람에게 물고달녀드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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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살을 가지고있는데 무었겁나니. 쪼처가서 대번에 찌를것인데. 고놈이 참영리하거든. 사람에게 달녀드러서는 그만다리밑으로 빠저도망질을 치거든. 고놈참 날싸기란 아주말할수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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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까지 나는세상에 이가치 보기드문일이 많으리라고는 한번도 생각해 보지못했다. 바다가에는 그렇게고흔 오색조개 껍질이 있다는것이라거나 수박에 그다지 무서운 경력이 있다는것을. 나는이전까지 수박은 다만가개앞에 팔려고 내놓았을 뿐이라고 생각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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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곳의 모래불에는 조수가 밀려오면 비어(飛魚)가 잔득올나 오겠지 모다 개구리 모양으로 발이둘식이나 달린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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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윤토의 마음속에는 얼마든지 무한한 신기한일이있는듯했다. 그리고 그것은 내나 나의동무들 가운데는 한사람도 아지못하는것뿐이였다. 우리들은 겨우아무짜게도 쓸데없는것만 아는것이다. 윤토는 바다가에 살고 있건마는 나의동무들은 모다 나와갓치 집안에만 살고있으면서 높은담우의 네모난 하늘만 바라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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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갑게도 정월달은 빨니지나가고 윤토는 저이집으로 도라가지 안으면 안되게 되였을때 나는너무나 슬퍼서 우렀다. 그도 부억으로 들어가 숨어서 나오지않고 울면서 우리집을 떠나려고 하지는 안었다. 그러나 끝판은 그의아버지를 따라가고 마렀다. 그는집에 도라간뒤 그아버지가 내집에 오는편에 전갈을하고 조개껍질 한봉지와 매우아름다운 새깃을 몇낯인가 나에게보내주었다. 그럴때면 나도그에게 선물을 한두번 보낸일이있다. 그것이 마즈막으로 우리들은 두번도 다시얼굴을대하지 못했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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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머니가 그의말을 하섰음으로 나는어릴때의기억이 번개ㅅ불갓치 내머리속에 떠올너왔다. 그리고 고향도 옛날그대 의 아름다운것이되여젓다. 그리고 어머니께 대답을 하는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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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서요 그애는 그뒤 어떻게 되였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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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것도 모다생리가 좋지못해서……」 어머니는 이렇게 말슴을 하시다말고 문밖을 내다보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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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왓는것 갓구나 연장을 살려고왔는겐지도 모르지마는 잘못하면 훔처갈는 지도몰나 내가나가 보고오잣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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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일어나가섯다. 밖앝에는 몇사람의 녀자목소리가 들니였다. 나는 굉아를 불너서 내앞으로 오게하고 심심푸리의 적수를 삼었다. 「너글자를 쓸줄아늬」하고 물어보았다. 「타향에 가는것이 기쁘냐」고도 무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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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긔차타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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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 긔차타고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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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도 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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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배를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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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 이렇게 훌륭하게 되섯구면 수염도 아주이렇 ─ 게 길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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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쇠를 긋는듯한 목소리로 떠드는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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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깜짝놀내여 도라보니까 내곁에 한노파가 와서 있었다. 그는 광대뼈가 툭솟고 일술이열분 오십전후의 녀자이였다. 그는 두손으로 허리를집고 치마도입지안은채로 두발을 벗티고서있는것이 맛치 원(圓)을그리려고 펴놓은 「콤파스」와가치 가느다란다리를가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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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놀낸채로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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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모르시우? 나는 어리섰을때늘 안어주고하였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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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욱놀내였다. 그때마침 어머니가와서 열적음을 푸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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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는 오동랬안 나가있었기때문에 동내일은 모다이저버렸다네. 너생각나지안늬」 하고 나에게 뭇는것이였다. 「앗다저 앞골목에사는 양씨(楊氏) 마누라다 두부장사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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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뜻 기억이낫다. 아주어렸을때 문밖저편골목에 두부ㅅ집가가에서 온 종일앉어있는 양씨마누라라는 이가 분명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두부ㅅ집서시(西施)라고부르든것이다. 그렇지만 그때는분을바르고 광대뼈도 이처럼드러나지않었고 입술도 이처럼열지는안였다. 그리고온종일 앉어만있었기때문에 나는 이런콤파쓰와같은 모양은 보지못하였었다. 그때 동내사람들은모다 이두부ㅅ집이 번창하는것은 이녀자때문이라고들 말하였었다. 그런데 나히가 층이나서그렇겠지만 나는 그녀자로부터 아무런 영향도밧지 않었기때문에 전연 기억에서 사러진거와갓다. 그러나 콤파쓰는 대단불평인 모양으로 경멸하는표정을지였다. 말하자면 불난서사람이면서 나포레옹을모르고 아메리카사람이면서도 와싱톤을모르는것을 조소하는거나가치 농담하듯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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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저버렸수? 참 훌륭한양반들은달너. 눈이더 좋으신 모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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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그런게아니라……나는……」하고, 나는 어색하게이러나서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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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할말슴이잇수, 서방님, 서방님은, 아주훌륭 하게 되섯다니까 짐 옴기는것도 불편하겠지 허접사리세간은다 어떻게하시오 나를주고가시구려 우리와가튼 가난뱅이들에게는 이모저모 모다쓸떼가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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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훌륭이된것도없소이다 나는이런물건이나마 팔지안으면안될지경이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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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말마시요 도대(道臺 ─ 大臣[대신])로까지 되섰으면서 훌륭하게 되지도 못하였다고 지금서방님은 첩네를세분이나두시고 밖에나가려면 팔인교(八人轎)나 타야나가실테고 나는 다아루 훌륭하게도 못되였다고 나를속일녀고 그리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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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말이없어서 그냥입을 담을고묵묵히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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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 요새는 부자가되면 될수록한푼이라도 없셀냐고는 하지안는단말이야, 한푼이라도 여금하게녁이니까 작구부자만되는게지……」 콤파쓰는 아니꼽다는듯이 휙도라서서 무어라 중얼중얼하면서 머뭇머뭇밖으로 나갓는데 그때 내어머니의 장갑을 판쓰속에훔치여 넣고간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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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이어서 또근처에서 사는 갓가운친척이차저왔다. 나는 그사람들을 대접하면서 틈틈히짐을묵것다. 이러한 일로 삼사일은지나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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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날 몺이 치웁든오후이였는데 나는막 점심밥을맛치고 그곳에앉어서 차를마시고 있노라니까 누구인가밖에서 집으로드러오는 기색이 나길내 도라다보았다. 그리고 얼결에 반가움과 놀냄으로 황황히 이러나서마즈러나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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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온사람이 바로 윤토(閏土)이였다. 나는 한번보고서 얼는아러보기는하였지만 내기억에 남어있든 윤토와는 아주틀녀보였다. 그는 키가배나 더자라고 이전에 볼그레하든 통통한뺨은 벌서재끼인황색으로 변하여서거기에다 퍽이나 깊은주름살이 잡히여있었다. 눈맵시는꼭 그의아버지를달멋고 눈가이부숙부숙하고 붉은빛이띄워있었다. 이것은 해변에서 농사하는사람들은 종일조수 바람을쏘임으로 대개 모다이렇게된다는것을 나도알고있다 그는 아주더러워진 헬트모자를쓰고 몸에는 아주 얄다란솜옷을 한벌만 입어서 매우몸이 움추러저있었다. 손에는 무슨조히꾸레미와 긴담배ㅅ대를 들고있다. 그손은 내가 기억함으로서는 혈색이 좋고 포동포동하게 살이쩌 있던것인데 지금은 거치러지고 터지고해서 소나무 껍떼기와갓치 되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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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그때 퍽 흥분하여서 무어라고 말하였으면 좋을지몰나서 다만이렇게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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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윤토인가 ─ 참으로오래ㅅ만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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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계속하여서 할말이 많이있었다. 생각은맛치구슬떼미와갓치 작고작고풀녀나온다. 매추리라던지 비어라던지 조개라던지 고슴도치라던지…… 그러나 무엇인가 말문을 막는것이 있는것가터서 머리속에는 돌고있으면서도좀처럼 입밖으로 내여서말할수는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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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곳에 선채로있었다. 얼골에는 기꺼움에 석기여 풀지못하는 표정이 있었다. 입술은 움죽이면서도 말소리는 없었다 그의태도는 퍽도어색한 모양을하고있으면서 이윽고뚜렸하게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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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님」
 
67
나는 몸서리가 처젓다. 나는 곳 우리둘사이에 어느듯 헐기어려운 슬푼 장벽이 서게되고 마는것을 깨다럿다. 나는 아모말도하지못하였다.
 
68
그는 도라보며말하였다.
 
69
「수생(水生)아 너, 서방님한테 인사하지안늬」
 
70
그러고는 뒤에숨어있는 어린애를 끄러내였다. 이것은 아주이십년전의윤토인데 다만조곰얼골빛이납뿌고 여위였으며 목에는 은목테가없을뿐이였다. 「이것은 다섯째 자식놈인데요 사람앞애 나온일이없기때문에 이렇게 어색하고 어름어름한답니다……」
 
71
어머니와 굉아(宏兒)가 이층에서 내려왔다. 아마 우리가 하는말소리를 듯고내려온 것이겠지.
 
72
「로마나님 일부러 기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너머기쁘기만해서 어쩔줄모릅니다. 서방님이 오섯다는 말슴을듯고서요?」 하고 윤토가말하였다.
 
73
「얘 무얼그렇게 딴남가튼말을 하늬 네들은 이전에는 형제와가치 말하지안엇늬 이전갓치 이름을불너 말하려므나」
 
74
어머니는 좋은낯으로 이렇게말하였다.
 
75
「어흠, 로마나님 그원천만에 말슴을……어찌그럴수가 있겠읍니까. 그때쯤은 하도철이 나지안어서 아무분간도 못하였을때 였읍지요만은……」 윤토는 이렇게 말하고 수생을 불너서 나에게 인사를 하라고 가르첬으나 그 어린것은 부끄러워만하고 그의등에 꼭부터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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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수생이냐 그애가 다섯재랏지 모다낯서른 사람뿐이거든 붓그러워 하는것도 고이치는안어 야 굉아야 저애다리고 밖앝에 나가노러!」하고 어머니가 말했다.
 
77
식히는대로 굉아는 수생을다리고 밖앗으로 나가려고 이러서고 수생도 아무 말없이 따라나갓다. 어머니는 윤토에게 안즐자리를 권하섰으나 그는 황송해서 어름어름하다가 겨우앉아서 기다란 담배ㅅ대를 한옆에세우고조히에싼 뭉치를내놓으면서 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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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이런것밖에 무었이 있어야지요 이양대(그린피스의一種[일종]) 말닌 것은 저들이농사 지은겝죠. 부대서방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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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에게 어떻게들 사러가는가 물어보았다 그는 다만 머리를 흔들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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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무어 맹랑합죠. 여섯재젖멕이까지도일을 거드러주지만 그래도 먹고 사러갈 도리라곤 없읍니다. 그나마 세상이하도 기막히는것……사방돈만 떼이고해도 신원할곳도없고 추수는없죠. 농사라고 지어도 그것을 팔녀고 나가면 몇차레나 세금을 제키고 그렇다고 팔지않으면 썩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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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또한번 머리를 흔들었다. 얼굴에는 깊은주름살이 이리 저리잡혀서 조금도 움저기지않고 꼭무슨석상(石像)을 보는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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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정녕코 괴롬을 그지없이 느끼는 듯하였으나 그래도 그것을 말로는 못하는지 한참동안 입을담을고있었다. 그리고 담배ㅅ대를 들어서 뻑뻑피우며 연기만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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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뭇는말에 그는집에 일이많어서 래일은도라간다고한다. 아즉점심을 먹지안었다고해서 그에게 부억으로나려가 밥을지여먹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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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나간뒤 어머니와 나는 그의생활에 대한얘기를하고 탄식하지 않을수 없었다 어린것들은 많고 흉년은거듯지고 세금은고되고 군인 도적놈 관리 양반 서방님네 모다가뫃여서 장승가치 삣적마른 사내한아를 괴롭게한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나에게말하기를 가지고가기에 만만치안은 살림부스럭이는 그를주는것이 좋으니 그에게 마음대로 골느도록하라고하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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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그는제마음에 맛는몇가지를 골너내였다. 긴 테 ─ 불두개 의자네개 한불의 향로(香爐)와 촉대(燭臺) 짐지는맬채한개, 그는또재템이가 가지고 십다고 말하였다(우리고향에서는 집흘때는까닭에 이재템이는 모래따에훌륭한 비료가된다) 우리들의 출발할때가되면 그는배를 타고와서 실어간다고말했다
 
86
밤에 우리들은 여러가지 얘기를했으나그것은별로 긴한말은아니였고 그 이튼날이른아츰에 그는수생을 둘너업고 도라갓다.
 
87
또아흐레쯤지낫다. 이날이 우리들의 출발하는날자였다 윤토는아츰 일직이 왓다. 그대신 다섯살쯤되는 게집아이를 다리고와서 배를직히도록하였다 우리들은 하로종일 밧버서 아무런얘기도 할여가가없었다.
 
88
차저오는 손도적지않었고 전송하는 사람도 많었으며 물건가지러 오는사람도 있었다. 또물건도찻고 전송도하고 두가지를 겸쳐온사람도있었다. 저녁때가 되여서 우리들이 배를타게되면 이옛집에있든 모든 물건은 쓸게나 못쓸게나 하나도 남김없이깨끗이 치워질것이였다.
 
89
우리가탄배는 떠나갓다. 량쪽산들은 저녁 어둠속에서 검푸르게 낫하나서는 차차로 뒤으로사러지고 마는것이였다.
 
90
굉아는 나와갓치 선창에기대서서 밖갓헤 아득한풍경을 바라보다가 문듯 나에게 뭇는것이였다.
 
91
「아저씨 우리들 이데가면 언제나또 도라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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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온다고? 너엇제서 가기도전에 도라오는것을 생각하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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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두 수생이헌테 집에와서 놀자구했는 데무어!」 그리고 그는커다란 검은눈동자를 반작하면서 또무었을 생각하는 모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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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나는매우피곤해서 아무말없이 앉엇었으나그것을듯고는 또윤토의 일이생각에 떠오르는것이였다. 어머니의 말슴에는 그두부집서시(西施) 양씨 아즈머니는우리집에서 짐을꾸리기 시작한뒤부터는 하로도안오는 날이 없었고 그적게는 재템이있는데서 사발과 접시등속을 여나무개나 끄내여가지고 와서 말말끗헤 이것은 윤토가 무더둔게라고. 그래서 재템이를파갈때 함게 집으로 가저가려든것이 틀님없다고 말했다 두부집서시는 이것을 발견한것이 자기의 훌륭한 솜씨라고 그대신 닭의 둥우리를 떼여가지고갓다. 불티갓치날너갔으나 아모리해도 그적은 발에 뒤굽높은구두를신은것도 생각지않고 되는대로뛰니서가는구나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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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은 우리로부터 점점머러젓다. 고향의산수는 차츰차츰나의뒤로 물내서는것이였다. 그런데 나자신은 그것을그다지 안타갑게도 생각지안는다. 나는 다만 내주위를 둘너싼 눈에보이지안는 담(墻) 그것이 나자신을 외롭게하였다는데 생각이미칠때 적지않게 괴로워지는것이였다. 그수박원두막에 은목테를하고있든 조그만흔 영웅의 얼굴은 나에게는십분이나 분명한게 있것만은 지금에는급속도로 그것이 히미하여지는것이였다.
 
96
어머니와 굉아는 벌서 잠이드렀다.
 
97
나는누어서 배ㅅ바닥에 찰석찰석 드리치는 물소리를드르면서 내혼자 내가 가야할길을 가고있다는것을느겼다. 나는생각했다. 나와윤토와는 필경 이렇게 멀니떠러지고 마렸든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후배들로서도 역시 우리와 가치 현재에 내눈앞에보이는 굉아와 수생의 일도생각해 보는것이지마는 나는두번다시 그들이 나와가치또 서로사이에 아무런 간격도 없기를 히망하는 것이다.
 
98
그렇지만 나는 또 그들이꼭가치된다하드라도 결코나와가튼 괴롬과 방낭의 생활을하도록 되는것을 원하지않을아니라, 또결코 윤토와가튼 괴롬과 마비된생활을하게되는것을 원하지안는다. 또 다른사람들과가튼 괴롬과 제멋대로하는 생활을하면 좋다고도 바라지안는다 그들은 우리가 아즉보지도 못하고 알지도못하는 새로운생활을하지안으면 안되리라고 생각하는것이다.
 
99
나는 생각하면서 희망에 이르렀다가는 다시곳무서워젓다. 윤토가 향로와 촉대를달나고 말하였을때에 그는 언제나우상만을숭배하여서 한때라도 이저버리지못하는것이라고 나는속으로 조소하였슬것이지만 지금 내가히망이라고말하는것도 이것도 내멋대로만드는 우상이아닐까 다만 그의것은 비근한것이고 나의것은 고원하야서 것잡을수 없는것일뿐이다.
 
100
이렇게 어지러히생각하고 있을때에 눈앞에 보이는것은해변에 푸른 모래불의 한쪽이였다. 위에는 감청색의 하늘에 금빛으로 빛는둥근달이떠 있었다. 생각하면 히망이라는것은 대체 「있다」고도말할수없고 또는 「없다」고도 말할수없는것이다. 그것은 마치지상에 길과가튼것이다. 길은 본래부터 지상에있는것은아니다 왕내하는 사람이 많어지면그때길은스스로나게 되는 것이다.
 
101
─(終[종])─
 
 
102
▨ 출전 : 《朝光[조광]》(1936. 12)
【원문】고향(故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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