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기야, 너는 자장가도 없이 혼곤히 잔다.
8
수많은 일의 단 한 가지 의미도 깨닫지 못하고 잔다.
9
바람이 지금 바다 위에서 무엇을 저지르고 있는지도 너는 모른다.
10
물결이 갑판 위에서 무엇을 쓸어가고 있는지도 너는 모른다.
11
물 밑의 어족들이 무엇을 탐내고 있는지도 너는 모른다.
13
동그란 유리창을 들여다보는 것이 정녕 주검의 검은 그림자인 것도 너는 모른다.
15
수평선 아래로 영원히 가라앉는 비창한 통곡의 순간이 온다 해도,
18
이 바다 위에 기적의 손길이 미쳐 있는 줄 아느냐?
27
일찍이 네가 알고 보지 못한 모든 것이 들어 있다.
28
이 속엔 그이들이 자라난 요람의 옛 노래가 들어 있다.
29
이 속엔 그이들이 뜯던 봄나물과 꽃의 맑은 향기가 들어 있다.
30
이 속엔 그이들이 꿈꾸던 청춘의 공상이 들어 있다.
31
이 속엔 그이들이 갈아붙인 땅의 흙내가 들어 있다.
32
이 속엔 그이들이 어루만지던 푸른 보리밭이 있다.
33
이 속엔 그이들이 안아보던 누른 볏단이 있다.
34
이 속엔 그이들이 걸어가던 村[촌] 눈길이 있다.
35
이 속엔 그이들이 나무를 베던 산의 그윽한 냄새가 있다.
36
이 속엔 그이들이 죽이던 도야지의 비명이 있다.
37
이 속엔 그이들이 듣던 외방 욕설이 있다.
38
이 속엔 그이들이 받았던 집행 표지가 있다.
39
이 속엔 그이들이 작별한 멀리 간 동기의 추억이 있다.
40
이 속엔 그이들이 떠나온 고향의 매운 정경이 있다.
41
이 속엔 그이들이 이따금 생각했던 다툼의 뜨거운 불길도 있다.
42
참말로 한 방울 눈물 속은 이 모든 것이 들어 있기엔 너무나 좁다.
43
그러므로 눈물은 떨어지면 이내 물처럼 흘러가지 않느냐?
44
나의 아기야, 그래도 이 속엔 아직 그들의 탄 배의 이름도 닿을 항구의 이름도 없고,
45
이 바다를 건너간 많은 사람들의 운명은 조금도 똑똑히 기록되어 있지 않다.
46
더구나, 바람과 파도와 그밖에 온갖 악천후에 대하여,
48
밝은 날 아침 다행히 물결과 바람이 자서
49
우리의 배가 어느 항구에 들어간대도 이내 새 운명이 까마귀처럼 소리칠 게다.
50
나는 그 고이한 소리가 열어놓는 너의 소년과 청춘의 긴 시절을 생각한다.
52
우리들이 탄 큰 배를 잡아흔드는 것은 과연 바람이냐? 물결이냐?
53
아 ! 그것은 현해탄이란 바다의 이상한 운명이 아니냐?
54
너와 나는 한줄에 묶여 나무토막처럼 이 바다 위를 떠가고 있다.
55
아기야, 너는 어찌 이 바다를 헤어가려느냐?
63
내일 너의 젊은 가슴속에 피워놓을 한 떨기 붉은 장미의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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