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강물은 그 모양은커녕 숨소리도 안 들려준다.
4
제법 어른답게 왜버들가지가 장마철을 가리키는데,
5
빗발은 오락가락 실없게만 구니 언제 대하(大河)를 만나볼까?
6
그러나 어느덧 창밖에 용구새가 골창이 난 지 10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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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 홈통이 병사(病舍) 앞 좁은 마당에 딩구는 소리가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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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대를 일어나 발돋움을 하고 들창을 열었다.
9
답답어라, 고성 같은 백씨기념관(白氏紀念館)만이 비어져서 묵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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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파도를 이루고 거품을 내뿜으며 대동강은 흐르겠지?
11
일찍이 고무의 아이들이 낡은 것을 향하여 내닫던 그 때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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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이여! 나는 너를 부(富)보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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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슬픔’을 싣고 대해로 달음질하는 네 위대한 범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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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나는 너를 보고 싶었고 그리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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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도 너는 모르는 척 저 뒤에 숨어 있다, 누운 나를 비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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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나는 다시 이곳에서 일지를 못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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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생각과 깊은 병의 아픔이 너무나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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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만일 내가 눈을 비비고 저 문을 박차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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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강물은 책 속에 진리와 같이 영원히 우리들의 생활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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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역사의 거센 물가로 다가서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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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진리의 방랑자로 죽어버릴지 누가 알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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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누가 과연 이것을 참겠는가? 두 말 말고 강가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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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자유로운 바다로 소리쳐 흘러가는 저 강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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